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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251화 (251/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251화

"으흑! 으흑! 으아아앙!"

하얀 머리의 꼬마가 울음을 터뜨렸다.

그 주위를 동네 꼬마들 세 명이 혓바닥을 내밀며 놀리고 있었다.

"라헤임은 혼자서만 피부색이 까맣대요! 까매!"

"엄마가 까매서 까만 거야!"

"이상해! 라헤임은 이상해!"

라헤임이라고 불린 아이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소리쳤다.

"아니야! 난 안 이상해!"

"라헤임 피부색은 까맣대요!"

"그런데 머리색은 하얗대요! 반대래요! 이상하......!"

타다닷!

그때 라헤임이 괴롭힘 받는 현장으로 누군가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그딴 걸로 놀리는 니들이!"

빠악!

"더 이상해! 이 멍충구리 바보 똥꾸들아아아!"

대뜸 나타나 꼬마들의 무릎을 걷어찬 건 그들 또래의 작은 소녀였다.

주위에 내리고 있는 눈처럼, 하얀 피부를 가진 아름다운 하늘색 머리카락의 소녀.

"로하를 때렸어!"

"너 뭐야!"

꼬마 세 명이 덤볐지만 그 악착같은 소녀 한 명을 어쩌질 못했다. 두 팔은 마구 붕붕 휘둘러대고 발로 무릎을 마구 까버렸다.

꼬마들은 혼비백산하며 도망쳤다.

"깝치지 마! 이것들아!"

그녀는 도망치는 꼬마들의 뒤통수에 잔뜩 욕을 퍼부어놓고는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자리에 주저앉아 있는 라헤임이 보였다.

"질질 짜지 마! 뚝 그쳐! 뚝!"

"......."

그녀가 무서웠던 라헤임이 얼른 울음을 멈췄다.

명령을 잘 듣는 모습에 소녀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너 맞지? 설원성 성주의 아들 라헤임."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라헤임은 겁먹은 얼굴로 그 손을 멀뚱히 보고만 있었다.

"내 이름은 메이린 빌렌느. 상아탑의 공식 후계자고, 어른이 되면 상아탑주가 될 거야!"

라헤임은 오늘 상아탑 사람들이 설원성에 방문한다는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때까지 어디 조용한 곳에 박혀 있으라는 아버지의 지시가 떨어진 뒤였다.

그가 소심하게 대꾸했다.

"으, 응. 근데 난 진짜 아들은 아니고......."

"아빠가 성주면 니가 아들이지 뭔 소리야!"

"나 성주도 못 되는데."

"못 되면 뭐 어때! 씩씩하게 놀면 되지!"

"나 피부도 까만데."

"아 짜증 나!"

그녀가 라헤임의 무릎도 까버렸다.

라헤임이 비명을 지르며 무릎을 붙잡고 닭싸움하듯 통통 돌아다녔다.

"약한 소리 하지 말고 그냥 와! 너희 부모님이랑 우리 부모님 다 기다려."

메이린이 라헤임의 손을 붙잡고 질질 끌고 갔다. 라헤임이 당황하며 말했다.

"나! 나는 가면 안 돼!"

"왜? 너도 성주 아들이면서."

"난......."

라헤임이 고개를 푹 숙였다.

"아빠가 숨기고 싶어 하는 아들이니까."

"......."

"성주가 되는 건 내가 아니라 형이니까."

메이린이 라헤임의 손을 놓더니 몸을 빙글 돌려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무릎에 손을 올리고 몸을 기울이는데도 메이린의 키가 더 컸다. 라헤임이 겁먹은 얼굴로 손을 꼼지락거렸다.

"우리 아빠가 말해주셨어. 방심하지 말라고."

"뭐, 뭘?"

"나는 공식 후계자지만, 상아탑주님이 아이가 없어서 그 자리를 차지했을 뿐이라고. 누구든 내 경쟁자고, 누구에게도 내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고. 그러니까 방심하지 말고, 누구보다 뛰어나야만 한다고."

그녀가 고사리 같은 주먹을 꼬옥 쥐었다.

"나는 상아탑주가 될 거니까, 절-대로 방심하지 않을 거야!"

"......."

라헤임의 동공이 흔들렸다.

"너도 마찬가지야. 아빠가 싫어하니, 피부가 까맣니, 그런 건 상관없어. 너도 설원성의 성주가 될 수 있어."

"......메, 메이린."

"그러니까 가자."

메이린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라헤임의 손을 잡고 일으켰다.

"너는 끊임없이 도전해. 나는 끊임없이 지킬게. 그러다 나중에 어른이 되면. 너는, 성주님 나는 탑주님이 되는 거야."

"......."

그녀가 손을 잡은 반대쪽 손을 들었다.

"약속하는 거다?"

지금 궁으로 들어가면 처음으로 아빠에게 반항하게 된다.

아빠는 나를 수치라고 했다.

엄마한테도 힘들게 대한다.

엄마를 지키고 싶다.

엄마를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성주가 되면.

이 성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 되면.

그 누구도 우리 엄마를 함부로 못 하지 않을까.

"응."

고개를 든 라헤임이 메이린의 새끼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걸었다.

눈이 펑펑 쏟아지는 어느 날 오후였다.

* * *

쏴아아아아.

"......."

회상에서 깨어난 라헤임이 선베드에 누운 채로 호화로운 금빛 훈장을 들어 올렸다.

그것은 최고의 상징.

라헤임은 이제 서자도, 정식 후계자도 아니었다.

어느새 그는 설원성의 '성주'가 되어 있었다.

'나는 끊임없이 도전해서 성주 자리를 차지했다.'

그가 훈장을 내리고는 눈을 감았다.

현재는 그의 어머니가 위임통치하고 있지만, 키젠을 졸업하면 자신이 설원성을 다스리게 된다.

'하지만 넌 지키지 못했지.'

상아탑의 공식 후계자가 '세르네 아인다르크'로 바뀌었다는 사실은 예전에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상아탑에서는 매년, 17세가 되거나 그 나이에 근접한 한 명의 아이들을 키젠에 입학시켜야 했다.

올해는 특례 입학생으로 후계자 세르네 아인다르크가 왔다. 거기서 라헤임은 모든 생각을 접고, 흘러가듯 학교생활을 하며 제 일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메이린이 올해 입학했다. 상아탑의 특례제도가 아니라 개인 자격으로 시험을 쳐서 입학한 건가? 어째서?'

내년에 특례 입학했다면 커다란 혜택은 물론, 1학년 최고의 여학생이 되어 학생 선서까지 했었을지도 모른다.

왜 올해 입학했는지는 의문이었다.

'아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그녀와 만날 수 있다. 그녀와 같이 3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그녀를 만나러 가지 않은 이유는 그녀 앞에서 떳떳해지기 위해서였다. 성주가 되고 목표를 이룬 지금은 거리낄 게 없었다.

"그만 그만! 악! 진짜 때리냐!"

"거기 서! 망할 평민 자식아! 넌 진짜 죽었어!"

떠들썩한 소리에 라헤임의 고개가 돌아갔다.

'......메이린!'

수영복을 입은 하늘색 머리카락의 여학생이 양손에 오리발을 들고 한 남학생을 뒤쫓고 있었다.

"너 때문에 어제 밤샘해서 만든 도면 다 물에 젖었잖아아아!"

"으어억!"

"빨리 일로 와! 안 와?!"

확실하다.

바로 그 하늘색 머리카락, 푸른 눈동자, 그리고 저 난폭한 성격까지.

그때 그 모습 그대로.......

팍!

그때 딕이 라헤임의 선베드 옆으로 쏘옥 빠져나갔고, 그 뒤를 달려오던 메이린과 멍하니 있던 라헤임이 어깨를 부딪쳐 쓰러졌다.

"아으으! 진짜아."

한쪽 눈을 찡그리며 부딪힌 부위를 쓸던 메이린이 딕 쪽을 노려보았다. 그사이에 딕은 저만치 도망가 버렸다.

그녀가 이를 한번 갈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미안한 표정으로 라헤임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야, 진짜 진짜 미안! 괜찮냐?"

무릎을 굽히고 자신에 손을 내미는 모습에, 라헤임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이 자세, 이 구도는 오랜만이다.

게다가 방금은 일부러 부딪힌 건가.

"난 괜찮아."

라헤임이 그녀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릴 때는 라헤임이 훨씬 작았지만, 이제는 남자인 그가 그녀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다.

얼굴에 피가 쏠렸다.

옛 모습이 남아 있으면서도, 메이린은 여성으로서 눈부실 정도로 아름답게 자랐다. 다시 정식으로 악수하기 위해, 그가 손을 뻗으며 근사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옛날 생각나네. 그동안 잘 있었냐? 메이......."

그러나 내민 손이 무색하게, 메이린은 그를 지나쳐 걸었다.

"?"

라헤임이 뒤를 돌아보았다. 메이린은 다시 멀어지는 그 남학생을 쫓고 있었다.

"이번엔 진짜 가만 안 둬! 잡히기만 해봐! 머리통을 그냥......!"

스으.

등을 돌린 라헤임이 발아래에 칠흑을 눌러 밟고는 순식간에 쏘아져 나가 메이린을 따라잡았다.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

"왁! 깜짝이야!"

"나한테 뭐 할 말 없어?"

딕을 쫓아가던 그녀가 걸음을 멈췄다. 라헤임도 뒤따라 걸음을 멈췄다.

"또 뭐. 아까 미안하다고 사과했잖아."

그녀의 시선과 관심을 온전히 받게 되자, 라헤임은 기분이 좋아졌다.

그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왜 나한테 말하러 안 온 거야?"

"뭐를?"

"키젠에 입학했다는 거. 나는 몰랐어도, 넌 내가 특례 입학생이니까 알았을 거 아냐."

눈을 몇 차례 깜빡이던 그녀가 이내 하. 하고 냉소를 흘렸다.

"아, 그러세요? 특례 입학생이라서 참 좋으시겠네."

그녀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휙 몸을 돌려 버렸다.

그러나 다시 라헤임이 그녀의 앞으로 나타나 가로막았다.

"10년 전에 우리 사이에 있었던 일 기억 안 나?"

'아이 씨, 이게 진짜!'

기껏 기분 내서 수영복도 샀는데, 괜히 샀다는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벌써 오늘만 해도 네 번째 받는 대쉬였다.

그녀는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어느새 메이린은 이 해변의 가장 아름다운 꽃이 되어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두 한 번씩 그녀를 힐긋힐긋 쳐다볼 정도였다.

하지만 정작 메이린은 자꾸만 뭐 하려 할 때마다 방해받아서 짜증만 쌓여가고 있었다.

"야."

메이린이 툭 내뱉듯 말했다.

"대체 그거 언젯적 멘트냐? X나 구린 거 알아?"

"......멘트?"

"치근대지 말고 저리 꺼져."

딕을 놓쳐 버린 메이린은 성큼성큼 카미바레즈가 기다리고 있는 그늘막 쪽으로 향했다.

라헤임이 턱을 짚었다.

'일부러 기억 안 나는 척하는 건가? 하긴, 난 성주가 됐는데, 자긴 후계자 자리를 지켜내지 못한 게 부끄럽기도 하겠지.'

그가 푸핫! 하고 웃음을 흘렸다.

'귀여운 구석도 있는데. 점점 더 마음에 들어.'

"라헤임!"

그때 그와 같은 조원인 친구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여기서 뭐 해? 오후에 애들 훈련 봐주기로 했잖아!"

"일정이 바뀌었어. 걔들 알아서 하라고 해."

라헤임이 귀찮은 듯 대꾸하고는 손을 휙 흔들었다.

"아, 참. 그리고 벨디나한테 내가 헤어지자 했다고 말해."

조원의 입이 딱 벌어졌다.

"뭐, 뭐? 이렇게 갑작스럽게?"

"그래, 필요 없어. 어차피 걔도 내가 설원성주라서 들이댄 걸 거 아냐."

하얀 모자를 벗은 라헤임이 머리카락을 한번 슥 정돈하고는 그 위에 다시 모자를 비스듬하게 썼다.

"난 이제 진정한 사랑을 찾으러 갈 거다."

"라, 라헤임!"

라헤임이 빠르게 멀어지는 모습을 보며, 조원은 황망하게 뻗은 손을 거두어들이며 머리를 긁적였다.

'저, 저 인성 쓰레기 새끼. 하여간에 잘나고 잘생긴 놈은 꼭 얼굴값을 해요.'

소식을 전해주면 오늘 내내 벨디나가 펑펑 울 것 같다.

오늘 훈련은 글렀다고 생각하며 조원은 등을 돌렸다.

* * *

라헤임은 끈질기게 메이린을 따라다녔다.

"오늘 저녁에 뭐 해?"

"진짜 기억 안 나냐? 안 나는 척하는 거지?"

"너 몇 반이냐? 내일부터는 내가 데리러 갈게."

메이린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싫다고 했는데도 이 라헤임이란 놈은 끈질기게 따라붙고 있었다.

특히 지 잘난 줄 알고 느끼하게 윙크를 날릴 때는 고대로 눈깔을 뽑아서 자기 꼴이 어떤지 보여준 뒤 도로 집어넣고 싶은 마음이 치솟았다.

그래도 경험상, 이럴 땐 철저하게 무시하는 게 답이었다. 괜히 짜증이든 분노든 관심을 주면 더 귀찮게 굴 것이다.

"후계자가 못 돼서 이러는 거야?"

하지만.

"아, 걱정하지 마. 내가 상아탑 쪽에 입김 불어 넣고 적극적으로 잘 말해볼게."

사람은 누구나 건드리면 안 되는 선이 있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콰!

메이린의 주위로 얼음송곳이 삐쭉삐쭉 뻗어 나왔다.

라헤임은 즉시 몸을 날려 피해냈다.

"내가."

그녀의 두 눈동자에 분노가 일렁였다.

"입 닥치라고 했지?"

"흠."

라헤임이 뺨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뺨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가 손끝으로 피를 받아 혀로 핥으며 히죽 웃었다.

"그래, 이렇게 나와야 재밌지."

이번엔 라헤임의 몸에서 새까만 칠흑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먼저 공격한 건 너다?"

그의 몸이 광채와 함께 사라졌다.

메이린이 즉시 팔을 뻗어 정면으로 얼음을 일으켰지만, 라헤임은 느긋하게 그녀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

"하하! 잡았......!"

부아아아아아앙!

난데없이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든 뭔가에 라헤임이 기겁하며 자신의 턱 앞으로 손을 보냈다.

궤적을 그리며 올라오는 신발 밑창이 간발의 차이로 막히며 주위의 모래들이 분수처럼 솟구쳤다.

"흠."

발차기를 받아낸 라헤임이 손이 가늘게 떨렸다.

"넌 뭐야?"

머리에는 바구니를 이고, 한쪽 팔에는 가림막 기둥을, 다른 한쪽 팔에는 집게와 후라이팬을 들고 있는 소년이 눈앞에 발차기 자세로 서 있었다.

"시몬!!"

메이린의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그때 시몬이 무릎에 반동을 줘서 머리와 손에 든 모든 것들을 일제히 공중으로 띄우더니 몸을 빙글 회전시켰다. 발차기를 날린 발을 회수하며 반댓발로 라헤임의 가드를 올린 팔꿈치를 가격했다.

쩌어억!

라헤임의 몸이 뒤로 주르륵 밀려 나가고, 시몬은 느긋하게 자세를 맞잡으며 두 팔을 벌렸다.

위로 올라갔던 물건들이 착착 다시 팔과 머리 위로 안착했다.

"괜찮아? 메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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