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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252화 (252/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252화

"괜찮아? 메이린."

"응!"

메이린이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녀의 두 뺨이 상기된 걸 본 라헤임은 심기가 불편해졌다.

"누구냐 넌."

시몬이 자세를 낮췄다.

"메이린의 같은 조원. 아까부터 쭉 지켜보고 있었는데, 메이린이 싫다고 하잖아."

"싫다고? 메이린이 나를?"

라헤임이 하얀 모자챙을 올려 잡으며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마다 흑갈색의 탄탄한 몸이 들썩였다.

"조원이라면 이제 1학기 같이 보냈단 거 아냐? 메이린과 나는 10년......."

"싫어!!"

메이린이 시몬의 뒤로 숨으며 빼액 소리쳤다.

"지 잘난 척 실실거리면서 치근덕대는 꼴 X나 싫으니까 징글징글하게 따라붙지 좀 마! 확 씨!"

"......."

이번엔 꽤 충격이 있는지, 라헤임이 입을 일자로 다물었다.

"들었지?"

시몬이 아공간을 열어서 손에 든 물건들을 전부 집어넣었다. 시몬이 그늘막 자리를 옮기려던 중 벌어진 일이었다.

"이제 가줬으면 좋겠는데."

"얄궂게도."

라헤임의 입꼬리가 쓱 올라갔다.

"더 가지고 싶어졌어."

라헤임은 어린 시절, 메이린을 만난 그 시점으로부터 자신의 마음속의 어떤 스위치가 켜졌다고 생각했다.

집착했고, 탐욕스러워졌다.

손에 넣고 싶은 건 하나도 빠짐없이 가져야 했고, 그 목적을 위해 끈질기게 도전했다.

지금껏 한 번도 예외는 없었다.

그토록 바라던 형의 후계자 자리도.

심지어는.

'아버님의 영주 자리도.'

그의 체내에서 칠흑이 격렬한 기세로 요동치는 모습을 보며, 시몬은 한숨을 쉬었다.

'정서가 베베 꼬인 사람이네.'

이 정도면 직업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크하하하! 네크로맨서가 정신병을 달고 다니는 직업인 건 맞지만, 저건 그냥 인간의 추악함에서 비롯된 거다!]

피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인간이라고 다 저렇진 않거든요.'

순간, 칠흑의 변동을 감지한 시몬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라헤임의 몸에서 여덟 개의 마법진이 펼쳐지더니 하얀 거품과 함께 괴이한 투사체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메이린!"

이거 장난이 아니다. 냅다 등을 돌린 시몬이 메이린을 붙잡아 허리에 끼고 달렸다.

"야!!!"

얼굴이 시뻘게진 메이린이 내려 놔라고 꽥꽥 비명을 질러댔지만, 시몬은 날아오는 공격 때문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위에서 두 방. 바로 뒤에서 두 방.'

시몬의 동공이 바쁘게 움직이며 하늘에서 날아오는 모든 투사체의 궤적을 모조리 체크한 뒤, 몸을 날렸다. 투사체들이 모래사장에 떨어지며 폭발을 일으키자 하얀 눈이 펑펑 터져 나왔다.

'이상한 흑마법이네.'

시몬은 폴짝 폴짝 뛰어다니는 듯한 움직임으로 모든 공격을 피해냈다. 심지어.

쾅!

발차기로 날아오는 투사체 한 발을 걷어차기도 했다. 라헤임이 고개를 옆으로 꺾자, 반대로 날아간 그의 미사일이 뒤편의 파라솔에 부딪혀 폭발을 일으켰다.

"어, 뭐야. 너 좀 하는데?"

그가 다시 자세를 낮추고 마법진을 연달아 작동시켰다. 엄청난 속도로 수식이 짜이는 모습을 보며 시몬이 입을 굳게 다물었다.

'다중 시전에 특화된 캐스터 타입.'

온몸의 신경이 바짝 긴장하며, 시몬은 몸도 마음도 전투에 최적화되었다. 그런데 찹찹! 하고 시몬의 등을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내려줘 미친놈아!! 내 발로 서서 싸울 거야!"

얼굴이 붉어지다 못해 터질 듯 달아오른 메이린이 다리를 바둥거리며 악을 지르고 있었다.

"미안, 조금만 참......!"

시몬은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고 몸을 날렸다. 다시 투사체가 펑펑 떨어지며 하얀 눈 폭발을 일으켰다.

'부끄럽게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쓸데없이 힘만 좋아서 풀 수도 없었다. 시몬의 옆구리에 대롱대롱 매달린 신세가 된 메이린은 뒤늦게 어떤 데자뷰를 느꼈다.

'잠깐만! 지금 딱 이런 꼴로 휘둘렸던 거, 어디선가.......'

그녀의 두뇌가 기민하게 회전하며 기억을 떠올렸다. 그게 언제였더라?

'!'

그녀의 기억이 막 데스랜드로 향하려는 순간, 갑자기 시몬의 등 뒤에서 라헤임이 나타났다.

"시몬! 피해!"

촤아아아아악!

그러나 돌진하던 라헤임이 기겁하며 허리를 젖혔다. 어느새 시몬의 발밑에서 튀어나온 오버로드의 칼날이 뻗어 나가 있었다.

"아깝네."

시몬의 섬뜩한 미소를 본 라헤임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 새끼가......."

"싸움 났다!"

"누구야? 누가 싸우는 거야?"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남의 싸움 구경을 하러 해변가의 학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이런.'

갑자기 사람이 너무 많아졌다. 반격은 포기하고 일단 도망쳐야겠다는 생각을 한 시몬이 허리에 끼고 있던 메이린을 제대로 두 팔로 안았다.

'!'

갑자기 공주님 안기로 들려진 메이린은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댔다. 너무 부끄러워서 뭘 어쩔 수가 없었다.

'으아아악! 진짜!! 사람 이렇게 많은데 뭐 하는......!'

"물러날게."

시몬이 두 발에 칠흑을 일으키며 도망치려는 그때.

삑! 삐익!

갑작스러운 호루라기 소리에 세 사람의 표정이 굳어졌다.

"로크섬에서 무슨 짓이야!"

"멈춰!"

파수꾼들이었다.

원래는 키젠 주위의 숲이나 산을 관리하는 사람들이지만, 이렇게 특정 지역에 학생들이 몰렸을 때 안전관리원 역할을 하기도 했다.

저들에게 붙잡히면 최소 벌점이고, 상황이 심각할 경우에는 담당 교수들의 귀에 보고되기까지 했다.

라헤임도 싸울 때가 아니란 걸 아는지 몸을 바로 세웠다.

"꽤 즐겼어. 시몬이라고 했지?"

라헤임이 두 주먹을 쾅 맞부딪혔다.

"다음 BMAT 시험에서 너만 노리고 움직일 거다. 그때 제대로 승부하자!"

시몬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뭔 승부?"

"그야 뻔하지! 이기는 쪽이 메이린을 손에 넣는 거다!"

시몬의 품에 안겨있던 메이린이 꽥 소리쳤다.

"야 이 미친 새끼들아! 니들이 뭔데 날 두고 승부해!!"

"나중에 보자 메이린."

라헤임이 손을 흔들며 발밑의 마법진을 발동시키자, 그의 몸이 로켓처럼 솟구쳐 올라 고공비행하며 사라졌다.

'대체 저게 무슨 흑마법이야?'

찹! 찹!

"야! 빨리 내려!"

메이린이 시몬의 어깨를 때리며 소리치고 있었다.

뒤늦게 수영복 차림의 그녀가 바짝 밀착해 있다는 걸 깨달은 시몬이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주었다.

"저기 있다!"

"붙잡아!"

그 사이 파수꾼들이 포획 흑마법을 준비하는 게 보였다. 시몬도 방어 마법을 준비하며 외쳤다.

"내가 막을게! 넌 그사이에......!"

"야, 시몬."

메이린이 갑자기 시몬의 옷 뒷덜미를 붙잡으며 말했다.

"아까 복수야."

그러곤 두 발에 칠흑을 일으키며 날아올랐다.

'우와앗!'

갑자기 공중으로 시야가 확 솟구치자 시몬은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공중에 떠오른 그녀의 두 발이 이내 준비되어 있던 얼음에 닿았다.

<아이스 로드>

촤르르르르르르륵!

그대로 얼음의 길이 일직선으로 펼쳐지며 두 사람의 몸을 빠르게 밀어냈다. 순식간에 모래사장을 지나 바다 위까지 들어왔다.

정신없이 달려오던 파수꾼들이 아찔한 표정으로 바다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이걸로 쌤쌤인 거다?"

메이린이 슬쩍 웃으며 시몬의 뒷덜미를 놓아주었다.

어쩐지 다리에 힘이 빠진 시몬이 헛웃음을 흘리며 얼음 위에 주저앉았다.

그렇게 두 사람이 바다를 가로질러 빠르게 이동하는 그때.

"이쪽이야! 이쪽!"

시몬의 눈이 커졌다.

어느새 바닷가 한가운데의 보트에 올라타 있는 딕이 희희낙락하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 옆에는 카미바레즈도 나란히 앉아 있었다.

"저쪽에 댈게."

메이린이 두 팔을 날개처럼 펼친 다음 한쪽 팔만 크게 휘두르자, 얼음의 방향이 커브구간처럼 틀어지며 나아갔다.

이내 얼음이 보트 앞에 딱 멈추고, 두 사람이 보트로 옮겨탔다.

"왔냐!"

딕이 손바닥을 펼치자 시몬이 씩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준비성 좋네."

"이 정돈 기본이지!"

딕이 뒤따르는 메이린에게도 하이파이브를 시도했다가, 오히려 머리끄덩이를 붙잡힌 채 등짝을 얻어맞았다.

"내가 도면 젖은 거 까먹을 줄 알았냐!"

"악! 미안하다고! 내가 일부로 한 것도 아니...... 악! 아악!"

시몬과 카미바레즈가 웃음을 터뜨렸다. 온 안면근육으로 쓰라림을 표현하며 몸을 비틀던 딕이 고개를 돌렸다.

"아이쿠, 저기 열 받으셨네."

파수꾼들이 칠흑으로 짠 그물탄을 보트를 향해 발사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늘이 그물로 뒤덮이자, 카미바레즈가 당황하며 두 팔을 휘저었다.

"부, 붙잡히겠어요!"

"맡겨줘."

딕이 보트에 달린 마나엔진을 능숙하게 조작했다. 몇 개의 레버를 탁탁 올리자 부르르릉! 소리가 나며 보트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꽉 잡아!"

딕의 외침에 메이린이 말했다.

"어, 어딜 잡으란 건데!"

"아무 데나!"

세 사람이 보트의 몸체를 붙잡는 순간, 마나 엔진에서 굉음이 뿜어져 나오며 보트의 앞쪽이 휙 들린 채 발진했다.

"우왓!"

"꺄아아아아아!"

세 사람이 기겁하며 비명을 질렀다. 파수꾼들이 던진 그물들은 아무것도 없는 바다에 떨어지고, 보트는 시원하게 수면을 가로질렀다.

"끼얏호오오오!"

닭을 쫓던 개 꼴이 된 파수꾼들은 허망한 표정을 지었고, 딕이 마나 엔진 위에 다리를 올리며 요란하게 소리쳤다.

"먼저 갑니다! 하하하!"

메이린이 앓는 목소리를 냈다.

"야! 너무 빨라아!"

"나, 날아가겠어요!"

메이린이 속도를 낮추라며 비명을 질러댔고, 카미바레즈는 위험천만하게 하체가 들썩들썩했다.

그 모습을 본 시몬이 얼른 자세를 바꿨다. 팔을 펼쳐서 두 사람의 어깨를 감싸주듯 보트를 붙잡고 지탱했다.

"캬하! 하여간 멋있는 역할은 자기가 다 한다니까."

딕이 쾌활하게 웃으며 보트의 방향을 틀었다. 시몬이 고개를 들었다.

"근데 우리 어디가?"

"조금 더 조용한 곳으로!"

* * *

보트를 타고 도착한 장소는 작은 무인도였다.

섬의 크기는 작았지만 물살도 약하고, 조용해서 네 명이서 놀기에는 딱 좋았다.

네 사람은 여기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시몬은 카미바레즈의 수영을 가르쳤는데, 그녀는 곧장 헤엄을 잘 치게 됐다. 메이린은 호흡 마법진의 보완에 열을 올렸고, 딕도 그 괴상한 오리발을 개조해서 써먹을 수 있게끔 만들었다.

저녁에는 모닥불을 세팅하고 간단한 바비큐 파티를 즐겼다.

"흐아아, 좋다아."

술김에 얼굴이 벌게진 딕이 자리에 쓰러지듯 누웠다. 시몬은 열심히 고기를 굽는 중이었고 메이린과 카미바레즈는 재잘재잘 수다를 떨었다.

"그런데 메이린에게 덤벼든 그 사람은 누구였어요?"

"아, 그딴 변태 새끼 나도 몰라!"

다 구운 고기를 접시 위에 올려둔 시몬이 메이린을 보았다.

"근데 그 사람은 널 알고 있던 눈치던데?"

"그건 그냥 멘트 친 거잖아!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지 않나요?' 뭐 그런 거. 아우, 진짜! 소름 끼치게 싫어."

딕이 슥 메이린을 보았다.

"걔 몰라? 걔 걔잖아."

"뭐래 미친놈아. 똑바로 일어서서 말해."

"아니 그...... 누구드라...... 아! 그래! 특례 8번의 라헤임 노스폴드. 설원성의 성주야!"

카미바레즈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엄청 거물이었네요!"

"설원성? 흐으음."

메이린이 팔짱을 꼈다.

"그 동네가 마정석 매장량이 많은 곳이라 우리 상아탑 측 라인이긴 해. 나도 어릴 때 몇 번 놀러 가긴 했는데......."

"그 어릴 때 만난 거 아냐?"

시몬의 물음에 메이린이 인상을 구겼다.

"아니, 완전 꼬맹이 때 엄마 손 잡고 간 거라 기억도 잘 안 나! 특히나 후계자 시절엔 워낙 사고 친 게 많아서......."

"메이린은 어릴 때 말괄량이였나 보네요!"

"철없는 때의 흑역사지 뭐."

메이린이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어릴 때 잠깐 만난 걸로 저러는 거면 진짜. 자꾸 나한테 후계자 자리 들먹이면서 성격 긁어대다가, 나중엔 뭐? 지가 상아탑 쪽에 입김 불어넣고 적극적으로 잘 말해본대. 이러니 내가 빡쳐 안 빡쳐?"

이야기를 듣던 세 사람이 아찔한 표정을 지었다.

메이린은 세르네와 상아탑 후계자 자리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녀 앞에서 저런 소리를 하는 건 '그냥 죽여주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아, 열받아! 나중에 만나면 주먹으로 콱 턱주가리를 올려붙......."

거기까지 말한 메이린이 입을 다물었다. 그러곤 힐긋 시몬을 보았다.

"?"

시몬이 무슨 일이냐는 듯 미소 지어 보였다.

메이린이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만나러 가야겠어."

카미바레즈가 깜짝 놀라며 만류했다.

"왜, 왜요? 이상한 사람이잖아요! 괜히 만나러 가면 위험해요!"

"나도 싫긴 한데, 그 인간이 시험 때 시몬을 노린다잖아. 괜히 얘가 피해 보게 둘 수는 없으니까 한번 말은 해볼......."

"난 괜찮아."

시몬이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어차피 학생들끼리 싸우는 게 룰이라면 뭐든 상관없어. 그리고 특례 8번이라고 했지? 오히려 내가 한번 겨뤄보고 싶은데."

오올~

딕이 휘파람을 불었고, 카미바레즈는 숨죽인 비명을 질렀다.

"그러는 자기는 특례 1번이라 이거지? 흐흐! 역시 엘리트라면 이 정도 패기는 있어야지!"

"강자의 여유네요!"

"아니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두 사람이 시몬을 놀리는 데 열심인 가운데, 메이린만 미묘하게 붉어진 얼굴로 시몬을 보고 있었다.

시몬과 눈이 마주치자 그녀가 홱 고개를 돌리며 헛기침을 했다.

"부, 분명 니가 괜찮다고 했다?"

"응. 나 때문에 괜히 그 사람에게 아쉬운 소리 할 필요는 없어."

딕이 크으~ 하고 추임새를 내며 잔을 들어 올렸다. 가끔 이놈은 같은 남자가 봐도 멋질 때가 있다.

"분위기 좋고오! 다음 BMAT에서도 살아남아서 같이 보자아아!"

쨍!

네 사람이 힘차게 잔을 맞부딪히며 건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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