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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255화 (255/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255화

맹독학 수업이 시작되었다.

이제는 책상 앞에 독 세트를 가져다 놓는 조교들과 시선을 마주하기도 미안할 지경이었다.

시몬은 묵묵히 항체 덩어리부터 입에 던져 넣었다.

'오늘은 머리카락 맛.'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던가. 몇 주째 이 짓을 반복하니 몸이 익숙해졌다. 이제는 시간을 잴 필요 없이 약품이 충분히 퍼졌다는 걸 몸으로 알 수 있었다.

바로 독을 집어 먹었다.

거부감도, 이물감도 무뎌졌다.

그저 고통스러운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뿐.

'으으으으.'

시몬은 독이 퍼져 나가는 것을 느끼며 깃펜을 들어 올렸다.

이제 별야는 독을 먹은 뒤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게 시켰다.

독에 어떤 맛이 나는지, 어떤 통증과 증상이 있는지, 어떤 종류의 독인 것 같은지, 교과서로 배운 독 중에서 어떤 독과 흡사한 종류라고 생각하는지.

마지막으로 방금 삼킨 독에 대해, 자기 개념대로 한 단어로 정의하라고 했다.

시몬은 거기에 '머리카락'이라고 썼다. 정신이 혼미해져서 그냥 생각이 뇌를 거치지 않고 죽죽 써내려가게 된다.

이제는 첫 수업 때처럼 독을 먹고 구토하는 학생은 줄어들었다. 고통도 첫 수업에 비하면 많이 나아지긴 했다.

이런 걸 적응해 버리는 자신의 모습이 괴물 같아진다는 누군가의 농담이 있었는데, 시몬도 그 말에 동의했다.

독 하나를 빠르게 끝낸 시몬은 바로 다음 약품을 먹었다.

'이건 손톱 맛.'

물론 머리카락이나 손톱을 먹어본 적은 없지만 뭔가 그렇게 톡톡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다.

옆을 보면 딕은 과일 이름을, 메이린은 립스틱 이름을, 카미바레즈는 색깔을 쓰고 있었다.

두 번째 독을 지나 세 번째 독을 먹을 즈음에, 메이린은 익숙한 동작으로 봉투를 머리에 뒤집어썼다.

카미바레즈는 코를 훌쩍거리기 시작했고, 딕은 세 번째 독을 삼키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다 먹었다고 말했다.

7조 조원들 중에서는 딕이 가장 독에 대한 적응력이 빠른 편이었다.

시몬도 고통스러운 시간을 지나, 조교에게 손을 들고 상태가 괜찮아졌다고 보고했다.

체크리스트를 제출한 다음, 이론수업이 진행 중인 옆 강의실로 나가려는데.

"잠깐만."

별야가 시몬을 불렀다.

그녀는 학생들을 감시한답시고 강단이 아니라 제일 뒷좌석에 퍼질러 누워 있었다. 물론 학생들은 다들 독과 씨름하느라 그녀가 뒤에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시몬이 다가오자 그녀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본인 어깨를 주먹으로 톡톡 두들겼다.

"미안한데 좀 주물러 줘."

그 말을 들은 조교가 기겁하며 자신이 대신 주무르겠다고 말했다.

"괜찮아요."

시몬이 빙그레 웃으며 별야의 뒤로 돌아가 어깨를 만졌다.

무표정하던 별야가 흠칫 놀라며 자세를 고쳐 앉더니 이내 편안히 몸을 맡겼다.

어쩐지 조용해졌다. 마치 목덜미를 잡힌 고양이가 뻣뻣하게 고장 난 모습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히야, 잘하네."

별아는 진심으로 감탄한 목소리였다.

"마사지 따로 배웠냐?"

"그냥 평소에 엄마 어깨를 자주 주물러 드려서 익숙해요."

"으흐흫. 효자 나셨네."

잠시 말없이 어깨를 주무르던 시몬이 조용히 말했다.

"홍펭 교수님께서 걱정하실 거예요."

별야가 콧방귀를 뀌었다.

"초원에서 쫓겨난 뒤로, 아예 나랑 연을 끊어버린 그 인간이?"

"홍펭 교수님은 로크섬 곳곳에 독소 배출에 좋은 식물들을 심고, 그 약품으로 만든 드링크를 학생들에게 꾸준히 먹이고 있어요. 아마도."

시몬이 아주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별야 교수님 때문에요."

"......."

한동안 말이 없었다. 시몬은 그녀의 뒤에 서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그때 갑자기 뒤쪽으로 휙! 하고 별야의 손이 다가와 시몬의 뺨을 붙잡았다.

"겨, 겨숴뉨?"

"듣자 듣자 하니 쬐끄만 게 말이야. 뭘 안다고 어른들 일에 간섭하려 해?"

그러고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시몬의 뺨을 잡아당겼다.

'아, 아파!'

정말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아팠던 시몬은 자리에 쪼그려 앉아 저항했다.

"새끼~"

그녀가 삐쭉삐쭉한 상어 이빨을 보이며 손을 놔주었다.

시몬은 뺨을 매만지며 원망하는 눈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다음 BMAT 준비는 잘하고 있냐?"

갑작스러운 물음에 시몬이 눈을 끔뻑였다.

"아, 넵.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뭐 좀 막힌다 싶음 찾아와."

그녀가 시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무슨 부탁이든 한 번 정도는, 이 누나가 빡세게 도와주마."

'!'

뭔진 잘 모르겠지만 어깨 주물러 준 것치고는 커다란 수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확실히 머릿속에 넣어두기로 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딱딱하게시리. 둘이서 개인적으로 이야기할 때는 누나라고 불러."

"네, 교수님!"

"캬하하! 융통성이 없네 새끼!"

* * *

별야가 도와준다고는 했지만, 무작정 그녀에게 찾아가 수중전 대책을 내놓으라고 할 수는 없었다.

일단은 바다에서 어떻게 싸울지, 무슨 기술을 쓸지, 대략적인 스타일은 확정 짓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간 수업을 들으면서 시몬의 고민은 점점 더 깊어졌다.

확실히 교수들은 수업에서 바다에서 쓸 만한 흑마법에 대해서는 일절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건 정답을 직접 알려주는 행위나 다름없었으니까.

제인 교수처럼 마법진 결속 강의를 해주거나, 바힐 교수처럼 비사출 저주 수식을 가르쳐 주는 식으로 간간이 힌트와 도움을 주는 정도가 최대였다.

교수진은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바다에서 어떻게 싸울지는 너희들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고.

그렇게 수업이 연달아 지나가며 시간만 빠르게 흘러갔다.

다들 바다에서 어떻게 싸울지 윤곽을 잡아가고 있었지만, 시몬은 바다에서 숨을 쉬는 것 외에는 확실한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바다에서 쓸 수 있는 언데드?"

"넵."

시몬은 오랜만에 돌연변이 동아리 방에 들렀다.

그리고 벤야와 함께 오버로드 보수를 하던 도중, 넌지시 화제를 던졌다.

"으으음......."

오버로드의 다리를 헝겊으로 정성스럽게 문지르고 있던 벤야가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황천고래!"

"......그런 고위 언데드는 제가 아직 컨트롤할 수 없지 않을까요. 얻을 방법도 없고요."

배경 설명이 부족한 듯했다. 시몬은 3차 BMAT의 테마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고, 이제야 제대로 이해한 듯 벤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바다에서 함께 싸워줄 언데드를 찾고 있단 거지?"

오버로드의 한쪽 다리를 다 닦은 그녀가 '웃차'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교복 스커트를 조심성 없이 휘날리며 걸어간 그녀는 책장의 책들을 뒤적거리면서 말했다.

"기본적으로, 언데드 자체가 바다에서 쓰기에 부적합하단 건 제군도 알고 있지?"

"네! 물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정복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위해서라면 바다라는 거대한 무대를 그냥 넘길 수 없는 것도 사실이야."

매번 느끼는 거지만, 저 괴짜 언데드 엔지니어의 말은 적당히 필터링해서 듣는 것도 필요했다.

"그나마 바다에 사는 몬스터로 언데드를 만들면 좀 나아. 이런 이미지는 어때?"

그녀가 책에서 그림이 나온 페이지를 펼쳐 보였다. 웬 커다란 고래뼈로 이루어진 언데드였다.

"멋진데요! 저런 걸 제가 구할 수 있을까요?"

"운 좋으면?"

전제가 상당히 불안정하다. 시몬이 긴가민가하고 있는데, 벤야가 책을 내려놓고 말했다.

"백번 사진을 들여다보는 것보단, 직접 가서 제군의 눈으로 보는 게 낫겠다!"

"네?"

"주말에 시간 내볼래? 재미있는 곳에 데려다줄게."

* * *

임무평가로 평일을 까먹었던 만큼 주말은 빠르게 찾아왔다.

벤야가 로체스트로 나오라길래, 시몬은 그녀가 말한 '재미있는 곳'이 로크섬 어딘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약속장소에 가보니 무려 바닐라 측에서 준비한 텔레포트 마법진이 준비되어 있었다.

'......세르네도 그렇고, 역시 부자들은 다르다니까.'

키젠 측에 텔레포트 신고도 해둬서 문제가 없게끔 해두었다.

벤야는 본인이 직접 진행하는 언데드 사업도 많아서, 키젠에서도 그런 부분에 대해선 편의를 봐주고 있었다.

시몬은 긴장한 얼굴로 마법진을 밟았다. 이내 두 발이 붕 떠오르며 장소가 바뀌었다.

"항구도시 발롯에 온 걸 환영해! 제군!"

시몬이 눈을 뜨자, 끝이 보이지 않는 드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무수한 고기잡이배들이 들어왔다 나왔다 하고 있었다. 이런 큰 규모의 항구는 또 처음 와보는 것이었다.

"좋은 언데드를 가지려면, 좋은 재료를 구하는 게 우선이야."

벤야가 손가락을 뻗었다. 대규모의 어시장이 보였는데, 입구부터 사람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발롯항구의 어시장은 드레스덴 왕국 최대 규모를 자랑해. 좋은 물건이 들어왔는지 정복하러 가볼까?"

"네!"

두 사람은 힘차게 어시장 안으로 들어왔다. 특유의 바닷물 소금 냄새와 생선 비린내들이 가득 반겨주었다.

생전 처음 보는 풍경에 시몬의 눈은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온통 물고기야!'

가판의 수와 규모에 압도당한다. 이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물고기들이 여기에 진열되어 있는 것만 같았다.

알록달록한 가판 뒤로는 어부와 상인들이 큰 소리로 오늘 생선 좋다며 외치고 있었다. 눈만 마주치면 이리로 오라는 듯 격렬하게 손짓하는 모습을 보니 치열한 삶의 현장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

심지어 물고기뿐만 아니라 바다에 사는 몬스터도 있었다.

얼음에 파묻힌, 생선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긴 이빨이 난 생선은 아직도 살아 있는 듯 뻐끔거리고 있었다.

팻말에 어제 잡은 위험도 4급, '게론토스'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어서 와! 오늘 우리 집 게론토스가 좋은 건 어떻게 알고, 한 점 맛볼래?"

까끌까끌한 수염의 상인이 생선용 칼을 빼 들더니 단숨에 게론토스의 살갗을 잘라 회를 떠서 도마에 얹어 주었다.

'살아 있는데 너무해!'

시체를 다루는 네크로맨서조차 기겁할 만한 일이 이 어시장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사양 말고 먹어봐!"

"괘, 괜찮습니다!"

시몬이 두 손바닥을 펼치며 온몸으로 사양했지만, 벤야는 불쑥 들어와 살점 하나를 집더니 그대로 입에 넣었다.

"음~"

벤야가 살을 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네! 이거 잡은 지 얼마나 됐나요?"

"바로 어젯밤에 들어온 거야. 싱싱해."

시몬이 거부감을 보이자, 벤야는 그 옆에 죽은 몬스터의 살점으로 만든 그나마 평범한 회를 가리켰다.

"몬스터 회는 처음 아냐? 한번 도전해 봐."

'......으.'

시몬은 눈을 질끈 감고 맛을 보았다. 회가 입안으로 들어오고 두툼한 살점이 씹혔다.

"!"

두툼하고, 살짝 산미가 돈다. 회가 아니라 고기를 먹는 듯한 굵직한 기름짐에 감칠맛도 좋았다.

산악지형에 태어나 회라는 걸 맛볼 기회가 거의 없었지만, 태어나서 먹은 회 중에 제일 맛있었다.

"땅에 사는 몬스터 고기는 맛없기로 소문났잖아? 근데 또 웃기는 게 어형 몬스터들은 대부분 고급 횟감이야."

"......그건 처음 알았네요."

벤야가 고개를 돌려 상인을 보았다.

"우린 네크로맨서인데, 혹시 언데드로 쓸 만한 아이는 있어요?"

"오, 젊은 친구들 같은데 네크로맨서였어? 오늘 분은 다 횟감으로 써버려서 없는데."

"그럼 나중에 또 올게요!"

"그래, 그래. 얼마든지 들러줘."

그렇게 두 사람은 어시장의 깊은 곳까지 들어왔다. 벤야의 설명이 이어졌다.

"발롯은 네크로맨서들의 성지인 키젠이랑, 왕도인 랭거스틴의 딱 중간에 있어. 그런 지리적 위치 덕분에 물고기와 함께 여러 해양 몬스터들의 시체가 많이 들어와. 네크로맨서들도 재료를 구하러 많이 찾는 곳이지."

"아, 처음 알았어요."

어쩐지 여기는 재료를 구하러 자주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어시장의 깊숙한 곳까지 도착했다.

"바로 저기야!"

살벌한 상어 몬스터 뼈로 장식된 골목이 보였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음침한 분위기가 풀풀 풍겼다.

어시장 사람들도 저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지나가야 할 일이 있을 때는 빠른 걸음으로 지나쳤다.

"흐흐! 아까는 평범한 어시장이었고, 이제부터가 진짜 네크로맨서의 세계야! 준비됐어?"

긴장한 시몬이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됐습니다."

새로운 언데드!

반드시 여기서 수중전에 대한 해답을 찾고 말겠다며 다짐하며, 시몬은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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