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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256화 (256/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256화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지금까지 본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가 바로 네크로맨서들만의 어시장.

가판에는 100% 몬스터 사체들로만 쭉 진열되어 있었다.

최근에 잡힌 건지 작살 등에 당한 상처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고, 바닥은 온통 시뻘게서 피바다와 같았다. 거꾸로 뒤집힌 것도 있고, 입을 줄로 마개 해놓은 것도 있다.

고어함과 잔혹함의 천국.

다른 시장에서 흔히 보이는, 호객하는 상인들은 없었다. 그저 작업복을 입고 묵묵하게 일하는 사람들뿐이었다.

그리고 이곳에 방문한 손님들은 전부 네크로맨서들이었다. 웬 노파가 본인이 가져온 봉투에 몬스터의 장기들을 쓸어 담고는 흐뭇한 표정으로 떠나는 모습이 보였다.

"네크로맨서 상점에서 보던 언데드 재료들은 한 차례 가공돼서 볼만한 거야. 여긴 완전 가공 전의 날것들밖에 없어."

벤야가 활발하게 돌아다니며 설명했다.

"네크로맨서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장소란 건 인정하겠지만, 여기선 숨겨진 보물들을 찾을 수 있어. 특히 제군에게 필요한 어형 언데드는 '특수' 카테고리에 속한 개체들이라서, 상점에서 사려면 큰 값을 지불해야 할 거야. 여기오면 시중보다 10배는 더 싸게 구할 수 있어."

시몬이 대단하다는 시선을 담아 그녀를 보았다.

"역시 선배님은 전문가시네요."

"그래 봐야 나도 아직 학생 수준인걸? 남들보다 이쪽 분야에 관심이 많을 뿐이야. 아! 이번엔 저쪽으로 가보자."

걸을 때마다 바닥의 핏물이 끈적거린다. 인류에게 해를 끼칠 뿐인 몬스터들의 사체라고는 하지만 생리적으로 기분이 거북해지는 건 사실이었다.

"프로 네크로맨서가 되면 이런 곳도 자주 오게 될까요?"

"아닐걸."

벤야가 고개를 저었다.

"고기 먹는 건 좋아해도 가축의 도축과정에서는 눈 돌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잖아? 네크로맨서들도 비슷해. 다들 깔끔한 걸 좋아하니까. 우리는 발품을 팔러 온 거니 들렀을 뿐이야."

그녀가 어깨를 으쓱하며 덧붙였다.

"그래도 가끔은, 이런 장소에 한 번쯤 와보는 것도 세계정복에 공부가 된다고 봐."

"그, 그러네요."

시몬은 그녀의 말대로 새로운 문화를 공부하는 기분으로 돌아다녔다.

배움의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니, 아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많이 보였다.

"시장으로 들어오는 언데드를 어떻게 분류하는지 알아?"

벤야는 마치 여행 가이드처럼 여러 설명을 곁들여 주었다.

"잘 모르겠어요."

벤야의 말에 따르면, '특수 언데드'가 될 수 있는 개체들은 바로 보관 마법진을 덕지덕지 발라 배나 짐마차에 실려서 이동한다고 한다.

'좀비나 구울'이 될 수 있는 언데드는 썩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전용 창고로 이동한다.

'스켈레톤'이 될 수 있는 언데드는 시장에서 즉각 살을 발라내고 뼈를 취한다. 나머지 부산물들은 네크로맨서들의 연구에 쓰이거나 흑마법의 촉매, 아티팩트의 재료 등으로 팔려나간다.

평범한 가축이나 짐승도 언데드로 만들 수 있지만, 약하다. 언데드가 되는 건 대부분 몬스터들이다.

몬스터는 절대악이고, 인류에 피해를 주는 개체들이며, 아직까지도 인류에 정복되지 않고 있다.

그런 점 때문에 지방영주들이 네크로맨서 육성을 장려하는 것도 있다. 네크로맨서들이 많아지는 만큼, 몬스터의 수도 줄어들 테니까.

'선배님 말씀대로 공부가 되긴 하네.'

물론 여기 오려면 문화적으로 넓은 수용성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테나 신성연방 사람들은 거품을 물고 질색하지 않을까.

창창창!

그때 두 개의 작업용 칼을 교차해서 소리를 내는 상인이 보였다. 그 앞에는 주름살 가득한 늙은 네크로맨서들이 우글우글 몰려들어 있었다.

"현재 시각 13시! 키클롭스 해체를 시작합니다!"

상인이 몬스터 사체의 복부에 칼을 꽂더니 일직선으로 쭉 그었다.

마치 종이를 자르는 것처럼 배가 쩍 갈라지며, 그 안에서 뜨거운 증기가 뿌옇게 흘러나온다.

"오오오!"

그런 모습을 보는 네크로맨서들은 마치 아이들이 크리스마스 상자를 열어보는 듯한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내 그들이 앞다투어 필요한 것들을 취했다. 손에 피가 철철 흘렀지만 그들은 탐구심에 눈을 빛내며 내용물을 봉투에 쓸어 담기 바빴다. 이내 가져간 부위를 저울에 무게를 재고 돈을 지불한 후 알뜰한 쇼핑에 만족해하며 자리를 떴다.

"저게 다 포션, 키메라, 혈류학 용품, 독극물 등의 원료가 되는 거야."

벤야가 설명했다.

"원래 특정 공정이 필요한데, 저 사람들은 수제를 원하나 보네."

사실 네크로맨서의 역사는 길지만 네크로맨서 상점과 언데드 공장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한다.

남의 것은 못 미더워서 직접 만들어 써야만 하는 옛날 사람들도 있었다.

생애 처음 보는 광경들을 눈에 담으며, 시몬은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찾아볼까? 제군이 뭘 찾아야 하는지 말해줬지?"

"넵."

폴로란. 울페스. 로도케투스. 감반.

수중 몬스터들 중에서도 스켈레톤화가 가능한 몬스터들이었다.

두 사람은 주위를 꼼꼼히 뒤지며 걸어갔다.

"아, 선배님! 저기 봐요!"

몸길이가 6미터가 넘는 고래 뼈 같은 게 전시되어 있었다.

이빨이 삐쭉삐쭉 튀어나와 있고, 무엇보다 머리에서 이어져서 지느러미까지 연결된, 마치 기차를 연상케 하는 기나긴 척추뼈들이 아름다운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었다.

"저게 폴로란이야. 5급 위험도의 몬스터."

"......저걸 바다에서 만나면 끝장이겠는데요."

두 사람이 다가가서 폴로란을 살폈다. 이쪽은 스켈레톤 전용 상점인 듯 대부분 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때 가게의 주인으로 보이는, 금속 마스크를 쓴 사내가 무표정한 얼굴로 와서 섰다.

"오늘 폴로란 상태 좋아. 탈지, 표백, 건조 다 됐고 골격 상태도 우수해."

벤야가 무릎을 굽히고 꼼꼼하게 뼈들을 살폈다.

"으으음. 진짜 관리 잘하셨네요."

"난 전문가야. 당연해."

천천히 손가락의 감각으로 척추뼈를 훑어 내려가던 그녀가 멈칫했다.

"174번 뼈가 빠져 있네요?"

무표정하던 사내가 처음으로 움찔한 표정을 지었다.

"뼈에서 내장을 제거하실 때 실수하셨나 보네요. 뭣보다 207번도 없고. 이거 없이 206번과 208번으로 이어서 언데드로 쓰면 가장 중요한 지느러미의 움직임이 경직되고 뻣뻣해져요."

그녀가 윙크하며 사내를 보았다.

"잘못 걸리셨네요."

"......전문가군. 절반 값에 줄게."

"30%에 주셔도 안 사요~"

그녀가 손을 휙휙 흔들었다.

"그냥 흘려 들으셔도 되지만, 폴로란은 뼈와 내장이 딱 붙어 있어서 칼로 내장만 제거하기 힘들어요. 뼈에 손상이 필연적으로 갈 수밖에 없거든요. 이때는 구덩이를 깊게 파서 폴로란을 땅에 묻은 다음, '부패' 마법을 사용하세요. 이틀 정도 푹 묵히면 근육과 내장 조직이 무너지고 깔끔하게 뼈만 취할 수 있답니다."

"......!"

사내는 진심으로 놀란 얼굴로 벤야의 모습을 훑었다.

그녀가 상당히 어리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말했다.

"키젠인가."

"맞아요."

"역시 엘리트들은 다르군. 조언 고맙다. 참고하겠다."

"네에, 수고하세요."

벤야는 시몬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떠났다.

"?"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시몬이 반짝반짝 존경심 가득한 눈으로 벤야를 보고 있었다.

"아하하! 뭐야? 부담스럽게."

역시 벤야는 안드레와는 격이 다른 2학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라는 벽이 이토록 높게 느껴졌던 적이 없었다.

"저도 소환학을 더 공부하면 선배님처럼 될 수 있을까요?"

"굳이 나처럼 될 필요는 없어."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언데드 제작은 공부할 양이 워낙 방대해서 정복하기 힘들 거야. 나야 평생 봐온 게 있고, 이쪽 일이 좋아서 하는 거지만, 제군이는 이런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외울 필요는 없어. 넌 어떻게 언데드로 적과 싸워 이길지에 대해 고민해. 그리고."

그녀가 씩 웃으며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귀찮은 건 '우리'한테 맡겨."

시몬은 감탄했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네크로맨서 생활을 하는데 반드시 잡아야 할 중요한 인맥이었다.

그녀를 사회가 아니라 학교에서 만나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계속 어시장을 정복하러 가볼까?"

"넵!"

* * *

같은 시간.

수많은 배들이 들어찬 발롯 항구에서는 난리가 났다.

"자, 하나 둘 셋 하면 옮겨!"

"네!"

"하나 둘 셋!"

장정 스무 명이 동원되었다. 그들은 하선용 마법 장비까지 동원해 선박에서 뭔가를 내리고 있었다.

쿠웅!

마침내 배에서 통나무 판에 깔린 물건이 내려오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세상에, 뭐래?"

"황천고래 새끼야 새끼."

"황천고래라고?"

통나무 배와 함께 내려온 것은 죽은 새끼 고래였다.

정확한 명칭은 데이모스(Deimos). 특수 언데드인 '황천고래'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몬스터였다.

성체 데이모스는 무려 8급 위험도의 몬스터로 '바다의 지배자'라는 이명까지 있었다.

"배에 상처가 있네. 다른 몬스터들의 공격을 받은 게야."

"아직 새끼인 게 아쉽구만."

"당연하지! 성체면 죽었겠어?"

몸길이 5미터의 작은 새끼 데이모스.

성체에 비해 크기는 무척 작았지만, 십 년에 한 마리 잡힐까 말까 할 정도로 드문 몬스터였다. 성체는 지금껏 인류에게 잡힌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까.

"자, 자, 물러나시오. 만지면 안 됩니다."

고래를 잡은 선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배에서 훌쩍 내려와 사람들을 뒤로 물러나게 했다.

"두 시간 뒤에 바로 어시장에서 경매에 들어갈 예정이니 그때 제대로 구경하시오!"

선장이 손짓하며 선원들에게 빨리 옮기라고 명령하려는 그때였다.

"실례하겠습니다."

로브를 뒤집어쓴 정체불명의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그가 선장에게 말했다.

"책임자십니까?"

"그렇소만."

"저 물건, 내가 구매하고 싶습니다."

선장이 인상을 찡그렸다.

"아까 한 말 못 들으셨소? 경매에 들어가겠다고 하지 않소."

"지금 바로 구매하고 싶습니다."

"거 말귀를 못 알아먹는 양반이네."

"원하시는 가격 이상으로 맞춰드리겠습니다."

"아니, 글쎄...... 흡!"

선장은 급히 말을 멈췄다.

로브 안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두 개의 흉흉한 안광을 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등줄기가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저렇게 수상쩍게 로브를 눌러쓴 것도 그렇고, 보통 사람은 아니야.'

괜히 분란을 일으킬 필요는 없었기에 선장을 손가락을 세웠다.

"흠흠, 이 정도."

원래 생각하고 있던 가격의 두 배를 불렀다.

"가격대를 아셨으면 그냥 비켜주시......."

"그 두 배를 드리겠습니다. 지금 바로 지불하죠."

남자가 아공간에서 금화 상자를 꺼내더니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이런 미친......! 얼마나 갑부인 거야?'

동전을 세고 있는 선장의 손이 덜덜 떨렸다.

그가 생각하고 있던 금액의 4배. 이건 경매에 부쳐서 대박이 터져도 절대 받을 수 없을 만큼의 거금이었다.

"조, 조, 좋소. 그렇게 하지! 나중에 딴말하기 없기요!"

거래가 성립되었다. 구매에 성공한 남자가 데이모스의 사체에 다가갔다.

"아무리 아공간이 커도 안 들어갈 건데, 이건 어떻게 옮기실 거요?"

"필요한 부위만 취할 겁니다. 남은 잔여물은 그쪽에서 가져가도 상관없습니다."

손바닥에 마법진을 일으킨 남자가 데이모스의 몸에 손을 올렸다.

* * *

'으으음, 좀처럼 맘에 드는 소환수를 찾기가 힘드네.'

시몬과 벤야는 계속해서 시장을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문제가 많았다.

두 사람이 찾고 있는 폴로란. 울페스. 로도케투스. 감반 등 스켈레톤이 될 수 있는 어형 몬스터들은 모두 뼈가 중요한 흑마법 재료로 쓰인다.

그래서 뼈가 온전한 상태로 남아 있어야 스켈레톤을 만들 수 있는데, 대부분 중요 뼈 부위들을 다른 네크로맨서들이 사 들고 간 뒤였다.

온전하게 남아 있는 것들은 아까처럼 손질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좀처럼 조건이 딱 맞아떨어지는 게 없네.'

역시 다른 방법을 알아봐야 하나 생각하고 있는 그때.

웅성 웅성 웅성.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들어 있었다. 시몬과 벤야도 자연히 그쪽으로 가 보았다.

"데이모스다!"

벤야가 깜짝 놀라며 통나무에 놓인 몬스터 사체를 살폈다.

"대박! 대박이야! 이 녀석을 시장에서 보는 건 나도 처음이야!"

"이게 뭔데요?"

"최상급 언데드인 '황천고래'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개체야! 8급 위험도의 몬스터고, 바다의 지배자라고도 불려."

"화, 황천고래?"

시몬이 눈을 끔뻑이며 몸길이 5미터짜리의 죽은 고래 사체를 보았다.

"황천고래치고는 좀 작네요?"

시몬은 당연히 키젠으로 들어올 때 타고 온 그 황천고래를 떠올리고 있었다.

"아직 덜 자란 새끼라서 그래. 그런데."

심장 쪽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벌써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치가 높은 심장과 관련 기관들을 다른 네크로맨서가 구매해서 가져간 모양이었다.

"이대로는 작은 황천고래라도 못 만들겠네."

"......음."

손님들도 황천고래의 재료라서 슬쩍 보고는 다른 곳으로 갔다. 언데드로 만들지 못하고 겉 부산물만 남았으니 가치가 크게 떨어진 것이다.

"자, 10분 후에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경매사가 그렇게 말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데 시몬이 그녀를 보았다.

"선배님."

"왜?"

"저 껍데기만 남은 데이모스를 구매해서 황천고래로 만들지 말고."

그가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스켈레톤으로 만들어 써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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