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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259화 (259/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259화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했다!"

장인 세 명이 달라붙어서 꼬박 네 시간 걸렸지만, 비로소 뼈만 남은 데이모스에 마법진을 새겨넣는 데 성공했다.

다들 피곤한 기색 없이 수고 인사를 주고받았다.

"다들 수고 많았어요."

기다리고 있던 벤야도 다가와서 격려했다.

"뭘요 아가씨, 저희도 재미있는 작업이었습니다."

"데이모스를 만져볼 일은 흔치 않지."

디에고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시몬을 돌아보았다.

"자, 이제 주인이 시동 한번 걸어봐야지?"

"넵!"

시몬은 눈을 감고 데이모스의 사념에 접속했다. 시몬의 칠흑으로 재탄생한 스켈레톤이 꿈틀거리며 미동하기 시작했다.

'역시 고위 몬스터는 다르구나. 생각했던 것보다 저항이 거세.'

하지만 시몬도 언데드 컨트롤만큼은 자신 있었다. 강렬한 의지를 반복해서 스켈레톤에게 전달했다.

'일어나!'

펄떡! 펄떡!

화석처럼 잠잠하던 데이모스의 뼈가 펄떡거리며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막 바다에서 잡아 올린 대형 생선을 보는 것처럼 힘과 생동감이 넘쳤다.

"오오!"

벤야와 장인들은 물론, 지켜보던 창고 직원들까지 소리를 질렀다.

'진짜 해냈다!'

그리고 시몬은 누구보다 가슴이 벅차 있었다.

재료 수급에서부터, 마지막 마법진 작성까지 전부 자신이 관여했다. 이렇게 처음부터 공을 들인 언데드는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

"조심해! 옆에 물건 다 떨어뜨린다!"

그런데 힘이 넘쳐도 너무 넘쳐서 문제였다.

물도 없는 공간이었지만 데이모스는 자기 멋대로 펄떡펄떡 뛰어다니며 선반의 물건을 떨어뜨리거나 양동이를 쏟았다.

"그, 그만해!"

민폐였다. 당황한 시몬이 뻘뻘 땀을 흘리며 다가가는데 펄떡펄떡 뛰어다니던 데이모스가 꼬리 쪽 뼈로 시몬의 뺨을 강타했다.

시몬이 쓰러지자 벤야와 장인들이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원래 처음 언데드를 깨우면 놀라서 특이한 반응을 보여. 업계에선 피버타임이라고도 해."

시몬은 뒤늦게 스켈레톤 아처를 처음 만들었을 때, 두개골이 자신의 팔을 깨문 것을 떠올렸다.

"......조, 조금만 빨리 말씀해 주시지."

"미안, 우리는 워낙 당연한 거라."

이대로는 하루 종일 돌아다니면서 창고를 엉망으로 만들 것 같았다. 시몬이 다시 다가가자 장인들이 말렸다.

"힘 좀 빠지게 내버려 둬."

"몇 시간 지나면 좀 잠잠해질 거예요."

바닐라 사람들에게 민폐기도 하고, 그때까지 기다릴 순 없다.

시몬은 데이모스에게 절대명령을 내렸다.

'멈춰!'

그러자 펄떡펄떡 뛰어다니던 데이모스가 거짓말처럼 잠잠해졌다.

하지만 아직 경계심은 내려놓지 않았다. 시몬은 두 팔을 벌려 평화의 제스쳐를 보이고는 걸음을 옮겼다.

스으.

오른팔을 뻗고 손바닥을 펼치며 천천히 다가갔다. 다행히 데이모스는 가만히 있어 주었다.

시몬이 오른손으로 데이모스의 콧등을 고요히 쓸었다.

점점 데이모스의 사념이 진정하는 게 느껴진다. 그 또한 주인을 알아본 건지 시몬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고 경계를 풀었다.

이내 용기를 내어 가까이 다가간 시몬은 무릎을 꿇고 데이모스를 껴안은 채 몸통을 쓸어내렸다.

곳곳에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자, 잘하네."

"역시 키젠 애들은 떡잎부터 달라."

데이모스가 진정되자 디에고가 다가왔다.

"기왕 제어에 성공한 김에 그 기술도 시험해보자. 어떻게 하는지는 말해줬지?"

"네, 바로 해볼게요."

시몬이 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감았다.

데이모스의 사념과, 칠흑으로 가동되는 마법진의 존재감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시몬은 마법진의 룬어 중 하나를 칠흑으로 작동시킨 다음, 절대명령을 내렸다.

'해류포.'

시몬의 명령이 떨어지자 데이모스가 입을 쩌억 벌렸다. 그 안에서 칠흑이 원의 형태로 집결하며 주위의 모든 것을 회오리처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시몬이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을 가리켰다.

"저쪽으로!"

터어어어엉!

바람의 포격이 입에서 쏘아져 나갔다. 그 후폭풍으로 모두의 옷자락과 머리카락이 강하게 휘날렸다. 바람은 벽에 부딪히기 전에 중간에 흩어져 사라졌다.

오오-! 지켜보던 직원들이 나직이 탄성을 내뱉었다.

"몬스터가 죽어서 언데드가 되면 생전에 가지고 있던 기술이나 힘을 잃어버리지."

디에고가 말했다.

"하지만 시몬, 네가 잘 도와줘서 최대한 많은 기능들을 살렸다. 가장 핵심적인 해류포도 무사히 회수했군. 물에서 써본다면 확실한 위력을 체감할 수 있을 거야."

"아......."

시몬의 머릿속에 바다가 펼쳐졌다.

데이모스와 함께 물살을 가로지르며 나아가다가 포격으로 상대를 쓸어버리는 상상을 했다.

생각만 해도 짜릿했다.

'이제 수중전도 두렵지 않아!'

물론 아직 테스트도 하지 못했지만, 시몬은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걸 느꼈다.

그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전부 선배님들 덕분이에요! 정말 감사합니다."

장인들이 흡족한 미소를 흘렸다.

"우리도 배울 게 많았지."

"시몬 경 덕분에 수월하게 끝냈어요."

그때 디에고가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하더니 슬쩍 시선을 옆으로 돌리고는 조그맣게 말했다.

"아까는 미안했다."

"......네, 네?"

"예민하게 군 거 말이다."

옆의 두 후배들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아, 앗! 괜찮습니다! 전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요!"

"짜아식."

디에고가 다가와 시몬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나중에라도 일거리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와라. 너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아, 이 친구야. 그냥 키젠 그만두고 여기 눌러앉아! 우리 돈 많이 벌어!"

"시몬 경이라면 두 팔 벌려 환영이죠."

갑자기 수염 난 아저씨들이 시몬을 둘러싸더니 같이 일하자며 꼬시기 시작했다.

뻣뻣하게 선 시몬이 급히 눈짓으로 벤야에게 살려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 아저씨들이 징그럽게 왜 이러실까."

벤야가 성큼성큼 다가와 시몬을 빼내 주었다.

"처음에 일 좀 시키겠다고 불러냈을 때는 그렇게 죽상이더니."

디에고가 쾌활하게 웃었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겁니다. 벌써 심복이라고 챙기는 겁니까?"

"시몬 경을 경영 파트로 데려가면 사표 낼 거예요! 시몬은 엔지니어가 딱이에요!"

시몬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벌써 세 사람은 바닐라에 들어간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었다.

"글쎄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벤야가 시몬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

"우리가 정복해서 데리고 있기에는 너무 큰 물고기라고 생각하는데요."

디에고가 웃었다.

"하하! 천하의 바닐라가 데리고 있기에 크면 뭐, 키젠 본부나 상아탑이라도 갈 거야?"

시몬은 그저 옆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 * *

어시장 탐방을 끝내고 키젠으로 돌아온 시몬은 편지부터 썼다.

<엄마에게>

우선 안나와 리처드의 안부를 묻는 내용과, 자신의 근황에 대해 썼다. 그리고 아래에 자그맣게 내용을 추가했다.

<혹시 레테에게도 편지를 보낼 방법이 있을까요? 전하고 싶은 내용이 있어요.>

그리고 바로 아래에 레테에게 전할 내용도 썼다.

간단한 안부인사와 함께,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나 편지가 중간에 탈취당할 것을 대비해 다른 이야기는 생략하고 본론만 설명했다.

<열차에서 얻어낸 증거물 기억하지? 거기서 '유다'라는 이름이 있는지 찾아봐 줘.>

왜 이렇게 유다라는 이름이 찜찜한가 싶어서 기억을 더듬어가다 보니, 신성 열차에서 비슷한 걸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신성열차에서 혈천교들이 열차를 납치하러 왔을 때, 그들의 주교를 쓰러트리고 획득한 서류와 증거물들.

바로 거기에 '유다'라는 이름이 있는지 조사해 달라는 이야기였다.

깃펜을 내려놓은 시몬이 기지개를 쭉 켜며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레테는 에프넬에 잘 다니고 있겠지? 여전히 1위를 유지하고 있으려나. 새끼용 란은 많이 컸을까?'

물어보고 싶은 건 산더미처럼 많았지만 참기로 했다.

시몬은 편지지를 봉투 안에 넣고 깔끔하게 봉인까지 한 다음, 기숙사의 우체통에 넣었다.

남은 주말 동안은 데이모스를 다루는 법을 연습했다. 전에 갔던 바다에 가면 틀림없이 눈에 띌 거고 전력을 노출하면 좋을 게 없으니, 시몬은 적적한 바닷가에서 혼자 연습에 몰두했다.

그렇게 다음 날 아침.

새로운 일주일이 찾아왔다. 제인의 공지사항으로 학생들은 첫날 첫 수업부터 발칵 뒤집혔다.

"이번 주 마지막에 3차 BMAT 시험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아아-

학생들이 부담감 가득한 표정으로 한탄하거나 머리를 감싸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 테마가 바다라는 것 정도는 전교생이 다 알고 있었지만, 바다에서 싸우는 방법 자체가 상당한 난제였다.

'빨리 시험이 왔으면 좋겠다.'

반면 발롯 어시장에서 새로운 소환수를 구한 성공한 시몬은 자신감이 붙어 있었다.

물론 시험이 기대된다기보다는, 어서 데이모스 스켈레톤을 실전에서 써보고 싶다는 기대가 더 컸다.

"그리고 중요한 공지가 하나 더 있습니다."

제인이 서류를 다음 장으로 넘어가며 말했다.

"BMAT 시험 이전에 결투평가가 한 차례 있을 예정입니다."

아아아아-

곳곳에서 한탄 같은 소리가 튀어나왔다. BMAT도 부담되어 죽겠는데 결투평가까지.

"와, 키젠 일정 빡센 건 유명하지만 이건 심하지 않냐."

"바다 적응 훈련도 힘들어 죽겠는데."

다들 난감해하는 반응이었지만, 메이린은 흥 하고 콧방귀를 꼈다.

"평소 실력대로 하면 되지 뭐. 다들 엄살이야."

시몬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응. 평소대로만 하자."

"여윽시 상위 스쿼드들! 자신감이 다르시네."

딕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시몬과 메이린은 현재 상위 스쿼드였고, 전승을 유지 중이었다.

반면 딕과 카미바레즈는 몇 차례 미끄러져서 중위 스쿼드에서 머물고 있었다.

"우리 카미는 이번에 상위로 올라올 거지? 방학 동안 실력 확 늘었잖아."

메이린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카미바레즈가 '아하하' 웃으며 자신 없는 미소를 지었다.

"아직 잘 모르겠지만...... 사실 전 중위 스쿼드도 좋아요! 시몬이랑 메이린이랑 싸우고 싶지 않아요!"

"잠깐! 그 발언 뭔데? 중위 스쿼드에는 바로 나, 중위의 고인물 딕 헤이워드가 있는데?"

"딕이랑은 열심히 싸울 거예요!"

"음흣흣! 나 여자애라고 봐주는 거 없는 거 알지?"

딕이 장난스럽게 허공에 잽을 날리며 선전포고했다. 카미바레즈도 어눌하긴 하지만 앙증맞게 주먹을 지르는 시늉으로 받아쳤다.

메이린이 귀엽다고 난리 치며 카미바레즈를 꽉 끌어안는 바람에 그녀가 놀란 비명을 질렀다.

다음 서류를 받아보며 학생들이 한바탕 떠드는 모습을 내버려 두던 제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조용."

제인의 한마디에 바로 강의실이 정적에 휩싸였다.

"오늘 저녁, 남녀 기숙사에 상대를 공지할 테니 확인하길 바랍니다. 최하위 스쿼드에 있는 학생들은 결투평가에 더 집중하길 바라고, 나머지는 BMAT에 올인해서 좋은 성적을 따오길 바랍니다. 이상."

"감사합니다!"

제인은 오늘 일찍 수업을 끝내주었다. 다들 왁자지껄하게 웃으며 짐을 챙기려는데.

"얘들아! 잠깐만 시간 좀 내줄래?"

클라우디아 멘지스와 그녀의 친구들이 강단 위로 올라왔다.

"가지가지 한다 진짜."

메이린이 한심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클라우디아도 메이린과 눈이 마주쳤지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사람은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리가 저번 주 내내 수업 보이콧을 진행했지만, 너희도 알다시피 별야 교수님은 독 먹는 수업을 강행하셨어."

클라우디아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와중에 헥토르와 파벌들을 자리에서 일어나 강의실을 떠나고 있었다.

잠시 헥토르의 눈치를 보며 조용히 기다리고 있던 클라우디아는, 헥토르가 떠나자마자 더욱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이건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할 뿐만 아니라, 인권을 찍어누르겠다는 선전포고라고 해석돼. 다음 수업에 들어가 봐야 별야 교수님은 또 너희들에게 독을 먹일 거야. 아니, 1년 내내 독만 먹일지도 몰라. 뭣보다 우리가 먹는 독은 출처도 제대로 없어. 무슨 부작용이 있을 줄 알고? 인생 내내 부작용에 시달릴지도 모르는데? 단언컨대, 그 수업은 진짜 미친 짓이야."

우르르르.

그때 강의실의 문이 벌컥벌컥 열리고 다른 반의 학생들이 들이닥쳤다.

모두 별야의 수업을 보이콧하는 학생들이었다.

"한 번 더, 아니, 몇 번이고 간곡히 부탁할게."

클라우디아가 말했다.

"우리 학생들의 권익을 위해 별야 교수님의 수업 보이콧에 참가해 줬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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