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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269화 (269/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269화

같은 시각.

키젠의 외해 시험 구역에서, 네 마리의 몬스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4급 위험도에 바다악어를 연상케 하는 파충류 몬스터, '하드다일'들이었다.

사실 이들을 조종하는 존재는 따로 있었다.

[플랜 A개시. 형제 탈라제의 복수. 반드시 완수.]

바로 매그너스 군단의 에이션트 언데드 중 한 명인 '알라제'였다.

알라제는 자신의 살점을 먹은 몬스터나 언데드들을 자유롭게 조종하는 힘을 가졌다.

[괴공의 굴 발견. 작전개시.]

악어 몬스터들이 향한 곳은 깊은 바다, 그곳에 나 있는 커다란 해저 동굴이었다. 몬스터들이 일제히 굴로 들어갔다.

쿠구구구구구구구!

그런데 동굴 전체가 해저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기.]

알라제는 잠시 몬스터들에게 대기 명령을 내렸다.

끝도 없는 새까만 굴 끝에서 뭔가가 비좁고 나오고 있었다. 마치 어둠 속의 터널에서 나타나는 열차처럼 보였다.

쩌어어어어억!

이내 그 안에서 거대한 주둥이가 튀어나와 바다악어들을 한입에 집어삼켜 버렸다.

으적! 으적!

입 근육이 움직일 때마다 살이 찢기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괴물은 식사를 마치고, 그대로 다시 해저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바다에 남은 건 고요함과 붉은 핏방울의 잔여물뿐이었다.

* * *

"자!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틈타 다시 한번 3차 BMAT의 시험 룰을 상기시켜 드리겠습니다!"

많은 관중이 모여 있는 키젠 교정에서, 사회자가 확성 수정구를 들고 소리치고 있었다.

"여러분도 보셨다시피 시험 초반부는 코인 쟁탈전으로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시험의 중 후반부 무대부터는 확 넓어집니다! 바로 해양 몬스터 사냥과 포인트 경쟁이 시작될 예정이니까요!"

그가 팔을 펼치며 신호를 주자, 메인 스크린이 '해도'의 모습을 출력했다.

해도의 중앙에는 '원'이 그려져 있고, 그 원에 한쪽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 원 너머로는 한없이 드넓은 바다였다.

"저기 보이시는 중앙의 원이 코인 쟁탈전이 벌어지던 '내해'입니다! 수심이 얕아서 학생들도 쉽게 바닥까지 오갈 수 있죠! 그리고 원 밖으로 나가면 해양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진짜 바다, '외해'가 나옵니다! 저기서 몬스터를 사냥해 포인트를 얻을 수 있고요, 물론 학생 간의 협력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메인 스크린의 화면이 바뀌었다. 외해에 나간 학생들이 몬스터를 사냥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그들 모두 작은 나무배 같은 것을 타고 있었다.

"물론 외해에는 발판이 없습니다! 하지만 텅패드로 500포인트를 지불하면, 키젠에서 작은 1인용 나무배 하나를 하늘에서 떨어뜨려 줍니다. 저걸로 외해에서도 휴식을 취할 수 있고, 페이스 분배가 가능하죠! 학생들이 시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키젠에서 신경을 많이 써준 것 같습니다! 자, 다음으로 외해의 몬스터 종류를 열람하시겠습니다!"

메인 스크린 옆의 화면에 몬스터들의 종류와 획득 포인트들이 촤르륵 떠올랐다.

"해역에는 2급 위험도의 몬스터부터, 5급 위험도의 몬스터까지 무척이나 다양합니다! 아, 제인 교수님! 저건 뭐죠?"

사회자가 화면의 가장 위에 있는 몬스터를 가리키며 물었다. 제인이 확성 수정구를 들고 말했다.

"5급 위험도의 초대형 몬스터 '괴공'입니다. 일 년에 두 시간 정도만 굴 밖으로 나오죠. 시험 도중 목격할 일은 없을 테니 무시하셔도 됩니다."

그렇게까지 말한 제인이 한숨을 푹 쉬었다.

굳이 학생들이 잡지도 못할 몬스터를 리스트에 집어넣은 건 키젠 본부의 장난질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애초에 괴공이 이 해역에 있는지 없는지조차 알 수 없다.

"오오! 획득 포인트가 10만? 엄청납니다!! 평범한 2급, 3급 몬스터가 100포인트에서 500포인트 정도인데 10만이라니요! 저것만 잡으면 최고점은 무조건 확정이겠습니다!"

* * *

한편, 시몬은 코인 쟁탈전이 벌어지는 내해에서 체력을 아끼고 있었다.

시험 시간은 네 시간. 데이모스의 가용 시간은 길어도 두 시간 남짓.

최대한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싸워야 했다.

나중에 힘이 고갈되고 나서, 랭킹에 오른 자신을 노리고 경쟁자들이 몰려들어 싸우게 되는 그런 최악의 사태만은 면하고 싶었다.

텅패드로 확인하니 벌써 많은 학생들이 외해로 나가 몬스터 사냥을 하고 있었다. 순위도 들쑥날쑥 바뀌고 있다.

'그럼 나도 슬슬 가볼까.'

드디어 시몬도 칼을 뽑아 들었다. 이제 남은 시험 시간은 두 시간 정도, 슬슬 외해로 나가면 될 것 같았다.

시몬이 데이모스에 올라타 바다를 달렸다.

'흐읍!'

공기 마법진을 켜고 단숨에 물속으로 들어가자, 바다 아래에는 독을 내뿜는 오징어인 풀파들이 우글거렸다.

시몬이 두 다리로 데이모스의 몸통을 꽉 붙잡은 채, 오른손에 장착된 '본 아머-핸드건'을 겨누었다.

퍼억! 퍽!

한 발에 하나씩. 풀파들을 쓰러트리며 지나갔다. 한 마리당 300포인트짜리라 제법 쏠쏠했다. 물론 그들이 내뿜는 독 공격은 시몬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

'이번 BMAT로 별야 교수님에 대한 인식이 좀 바뀌었으면 좋겠네.'

풀파 몇 마리를 정리한 시몬이 다시 수면으로 올라왔다. 이제 곧 외해다. 외해에서 나오는 몬스터는 훨씬 포인트가 후한 편이었다.

'이제 보인다!'

시몬이 있는 내해와, 저 밖에 보이는 외해는 물의 색깔부터 달랐다. 키젠의 안전망으로 둘러싸인 내해는 바다 밑바닥까지 보일 만큼 맑고 투명한 에메랄드빛이었다면, 외해는 그냥 시퍼런 바다색이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바다에 집어삼켜질 것만 같았다.

"?"

그런데 내해와 외해를 잇는 구간에 배들이 한가득 떠 있었다.

500포인트로 배를 구매한 학생들이 외해로 나아가지 않고 제자리에서 머물러 있었다.

시몬도 그쪽으로 다가가 보았다.

작은 나무배를 타고 있던 몇몇 학생들이 시몬이 탄 해골고래를 보고는 부러움 가득한 시선을 보냈다.

시몬은 앞으로 천천히 가면서 아는 얼굴이 있을까 확인했다.

다행히 한 명 있었다.

"토토!"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뒤를 돌아본 토토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시, 시몬?! 그거 뭐야?"

"아."

시몬이 멋쩍은 미소를 흘렸다.

"데이모스로 만든 스켈레톤이야."

토토가 탄성을 내뱉으며 동경 반, 부러움 반의 눈길로 시몬과 데이모스를 번갈아 보았다.

"대단해! 넌 바다에서도 소환학으로 밀어붙이는구나!"

그렇게 소리친 토토가 갑자기 의기소침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난 바다 테마라길래 바로 칠흑역학 쪽으로 갈아탔는데."

"하하, 이런 문제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해. 너도 영리하게 잘 준비한 거야."

토토는 데이모스를 만져보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데이모스가 경계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므로 손만 움찔움찔했다.

"그런데 토토, 왜 다들 여기서 멈춰 있어? 무슨 일이야?"

"아, 그게......."

토토가 겁먹은 표정으로 앞을 가리켰다.

"저 앞에 뭔가...... 있는 것 같아."

"뭐?"

마침 외해 쪽으로 용기 있게 배를 몰고 나아가는 남학생 한 명이 보였다.

그가 겁에 질려서 대기하고 있는 같은 팀 학생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어우, 겁쟁이들아! 됐지? 내가 그냥 가도 괜찮다고 했......!"

쏴아아아아!

그게 남학생의 마지막 한마디였다.

그의 몸이 바다로 들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허어억!"

"미친! 아까부터 뭐야 대체!"

그 모습을 본 몇몇 학생들이 기겁하며 뱃머리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냥 내해에서 포인트를 모으는 게 낫겠어."

"마, 맞아!"

학생들이 방향을 꺾어 돌아가기 시작했다. 토토도 마찬가지로 뱃머리로 돌렸다.

"시몬, 뭔가 있는 것 같아. 너도 일단 물러나서 한 시간 뒤에나 다시 오는 게......."

그때였다.

도망치던 학생들 아래로, 그림자처럼 새까만 뭔가가 바다에 드리워졌다.

"!"

그 윤곽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 주위에 배를 타고 있는 학생들을 다 덮고도 남았다.

시몬은 전신의 솜털이 곤두서는 기분을 느꼈다.

다른 학생들의 얼굴도 공포로 새하얗게 질렸다. 학생들이 소름 끼치는 비명을 질러대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달려 데이모스!'

시몬의 데이모스도 최고 속도로 뻗어 나갔다. 그리고.

쏴아아아아아아아!

바다가 산처럼 올라오더니 거대한 괴물의 아가리가 튀어나왔다.

"으아아아아악!"

"허억!"

몇몇 학생들이 그대로 괴물의 아가리 안으로 들어갔고, 괴물이 터업! 하고 입을 닫아버렸다. 곳곳에서 텔레포트가 발동하는 소리가 들린다.

시몬과 데이모스는 간발의 차이로 피해서 바다로 떨어졌다. 그리고 빠르게 수면을 가로질러 도망쳤다.

[크하하하하! 재밌군! 아주 재미있어! 이렇게 미쳐 있어야 키젠이 아닌가!]

'저는 별로 재미없거든요!'

그때 괴물의 고개가 돌아가는 게 보인다.

바다 도마뱀, 혹은 용을 연상케 하는 파충류 괴물의 커다란 세로 동공이 시몬을 응시했다.

'설마.'

쏴아아아아아아아!

괴물이 바다를 가로지르며 시몬을 뒤쫓아오기 시작했다. 거기에 부딪힌 학생들은 배리어 게이지가 뭉텅이로 깎여 나갔다.

"데이모스! 바다로 들어가자."

공기 마법진을 켠 시몬이 데이모스의 머리를 쓸며 명령하자, 곧바로 데이모스가 아래로 내려갔다.

'!'

바다 아래에서 보니 입이 딱 벌어졌다.

엄청나게 큰 살덩어리가 팔다리를 휘저으며 헤엄치고 있었는데, 조금 엄살을 보태면 바다가 좁아 보일 지경이었다.

'틀림없어.'

시몬의 눈이 커졌다.

'저게 바로 카테고리 제일 위에 있는 10만 포인트짜리 몬스터, 괴공이야.'

피어의 요란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크하하하! 키젠에서 일부러 놈을 깨워서 시험장에 푼 게 틀림없다!]

'아, 아무리 그래도 키젠이 그렇게까지 막장일까요?'

[왜 저런 놈에게도 포인트를 줬겠나? 잡아보란 소리지!]

그때 뒤에서 눈 부신 빛이 번쩍이고 있었다.

시몬이 돌아보자 쩍 벌어진 아가리에서 에너지가 모이고 있었다.

'브레스까지 쓰는 건 반칙이잖아!'

시몬이 앞으로 헤엄치던 데이모스에게 즉각 절대명령을 내렸다. 방향이 급격히 아래로 꺾이고, 그와 거의 동시에 날아온 브레스가 시몬을 지나쳐 쭉 날아가더니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으허어.'

시몬은 얼이 빠졌다. 바다에 마치 구멍이 뚫린 것만 같다.

'진짜 저걸 잡으라고?'

사실 괴공은 바다 밑바닥의 해저 동굴에서만 생활하므로, 인간에게는 거의 피해를 주지 않는다.

그 때문에 인간들이 멋대로 위험도 5급으로 분류했을 뿐이지, 실제의 강함은 같은 5급들과는 궤를 달리했다.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 도망쳐 보자.'

* * *

와아아아아아아!

갑자기 벌어진 초대형 이벤트에 관중들의 환호는 최고조가 되었다.

초대형 몬스터 괴공과 시몬의 승부.

"시몬 학생의 데이모스도 정말 빠릅니다! 괴공의 속도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빠른 수준! 누가 괴공을 상대로 저렇게 버틸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아아아!"

사회자가 팔을 척 뻗으며 감격한 목소리로 외쳤다.

"괴공이 내해로 가면 처참한 사태가 벌어질 겁니다! 하지만 보십시오! 시몬 학생이 홀로 저 괴물을 외해로 유인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희생해서 평범한 학생들을 지키는 모습! 이게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 특례 1번의 품격!!"

사회자가 멋대로 포장하고, 관객들도 멋대로 시몬의 영웅적인 자세에 환호하고 있는 가운데, 제인만 제정신이었다.

'저걸 유인으로 생각한다고? 괴공이 나타난 것도 이상한데 시몬만 집요하게 쫓고 있어.'

그 말 그대로였다.

시몬은 도망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괴공은 계속해서 브레스를 날려대고 있었다.

그때마다 바다가 갈라지고, 솟구치고, 말이 아니었다. 그 공세에 휘말린 물고기나 몬스터들이 배를 보이며 둥둥 떠다니곤 했다.

그녀가 품에서 새로운 통신수정구를 꺼냈다.

"제인입니다."

-옙! 시험본부입니다!

"10만 포인트고 뭐고, 시험 전체에 피해가 커지기 전에 괴공을 사살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바로 총감독관님께 전달하겠습니다.

보통이라면 제인의 직권으로 요원들을 보냈겠지만, 현재 제인은 1학년 교수도 겸직하고 있으므로 시험에 관여할 권리가 없다. BMAT는 오로지 본부에서 주관한다.

잠시 후 바로 답변이 왔다.

-총감독관님께서 조금 더 지켜보자고 하십니다.

"뭐라고요? 지금 제정신인가요?"

-아. 그게.......

통신수정구의 목소리가 잠시 뜸을 들이다 말했다.

-저 시몬 폴렌티아라는 학생. 괴공이랑 싸우려고 하는 것 같은데요?

"뭐?"

제인이 급히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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