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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273화 (273/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273화

"시몬! 시몬! 시몬! 시몬!"

관중들이 떠들썩하게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가운데, 시몬은 사회자로부터 확성 수정구를 받았다.

"자, 시몬 학생!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회자가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시몬이 수정구를 입에 댔다.

"안녕하세요. 시몬 폴렌티아입니다."

굳이 소감을 묻기에, 형식적이지만 빠질 수 없는 이야기들을 했다.

교수님들께 감사하고 틈틈이 같이 훈련한 우리 조원들에게 고맙다. 더 열심히 정진하겠다.

거기까지 이야기를 듣던 사회자가 적절한 때에 끊고 질문을 던졌다.

"데이모스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군요! 그 희귀한 소환수를 어떻게 얻으셨는지 궁금하고, 또 왜 황천고래를 만들지 않았는지도 궁금합니다!"

대답하려던 시몬은 잠깐 망설였다. 내가 어시장에 갔다는 정보, 발터 교수에게 들켜도 되나?

시몬은 대답을 살짝 바꿨다.

"제 동아리 선배인 벤야 바닐라 선배님께 도움을 받았습니다."

같은 동아리에 바닐라의 후계자가 있고, 그쪽의 루트를 이용해 손에 넣었다. 황천고래로 제작하지 않은 건 원재료의 상태가 나빴기 때문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알파 능력을 살려낸 데이모스 스켈레톤을 손에 넣었으니 최상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정보를 최대한 잠그며 물 흐르듯 대답해 낸 시몬의 화술에 사회자도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기회에 감사 인사를 따로 드리고 싶습니다. 벤야 선배님과...... 아!"

시몬의 눈이 커졌다.

수많은 관중들 중에서 유난히 환호하고 있는 아저씨들이 보였는데, 무척이나 눈에 익었다.

'구경하러 와주셨구나!'

디에고와 그의 후배들이 참관 왔다.

시몬이 얼른 말을 이어나갔다.

"처음 작업하는 데이모스를 완벽하게 만들어주신 바닐라의 장인 네크로맨서 분들, 디에고 선배님, 마르코 선배님, 로드리온 선배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기 와 계시네요!"

시몬이 손으로 가리키자 사람들의 시선도 집중되었다. 그들에게도 박수가 쏟아졌고, 세 사람이 머쓱하게 웃는 모습이 화면에 비쳤다.

이번 3차 BMAT는 바닐라에 큰 도움을 받았으니, 이럴 때 조금 광고 같은 느낌으로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럼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각오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사회자의 말에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운이 따라줘서 1등을 했지만, BMAT에선 언제든지 그 누구도 탈락자 50위권 안에 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방심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시몬은 박수갈채를 받으며 무사히 인터뷰를 끝내고 무대에서 내려왔고, 사회자가 다음 인터뷰 차례인 엘리사를 무대 위로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수고했어요."

팔짱을 끼고 서 있던 제인이 그렇게 말했다.

시몬은 웃는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저 다시 1등으로 돌아왔어요 교수님."

"네."

시몬은 머리를 긁적였다.

'생각보다 덤덤하시네. 1위 했으니 좋아해 주실 줄 알았는데.'

제인은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지만, 사실 학생들 쪽에서는 보이지 않는 팔 한쪽은 즐거움으로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엘리사 셀린입니다!"

무사히 차례를 넘긴 시몬은 편안한 마음으로 다른 학생들의 인터뷰를 들었다.

엘리사의 소감은 다소 길었다.

낳아주신 부모님께 고맙고, 어릴 때 잘 챙겨준 유모랑 하인 언니들에게 고맙고, 사령학 교수인 움브라를 비롯해 교수님들 다 고맙고, 조교 선생님들 다 고맙고, 좋은 잠자리를 마련해 주신 기숙사 사관님 고맙고, 노트 빌려준 친구 고맙고.

인터뷰가 아니라 훈장 수여식 자리 같았다.

듣다 못한 사회자가 결국 끊고 다음 학생을 불렀다. 이때 엘리사는 입학식 때 키젠에 데려다준 마차 마부 이름도 거론하며 고맙다고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차례는 라헤임이었다. 그가 갑자기 등을 돌려 시몬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이번 시험에서의 결투는 무승부였다! 자몬 빌렌토르!"

시몬이 헛웃음을 흘렸다.

'......쟤는 아직도 저러고 있냐.'

"그때 너도나도 피차 아웃당하지는 않았잖아? 메이린을 건 승부는 다음으로 미루자!"

라헤임 다음 차례는 헥토르였다.

그는 확성 수정구를 받자마자 라헤임을 저격했다.

"X같은 소리, 시몬 폴렌티아를 꺾는 건 나다."

시몬은 평정을 가장하며 웃고 있었지만, 입꼬리 끝은 꿈틀꿈틀하고 있었다.

부끄러우니까 나 좀 그만 언급해.

"그리고."

헥토르가 관중들로부터 완전히 등을 돌려 살벌한 눈빛으로 시몬을 노려보았다.

"언제까지 그 자리가 네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바로 이런 자극적인 인터뷰를 원했던 사회자가 흥분하며 반응했다.

"와우우! 선전포고! 헥토르 학생의 선전포고입니다! 4차 BMAT에서는 두 사람이 결착을 낼 수 있을까요? 다음 시험도 꼭 관람하러 와주시길 바랍니다! 네, 그럼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할 학생은......!"

그때 방송 하수인 한 명이 스테이지로 뛰어 올라와 사회자에게 쪽지 한 장을 건넸다.

"아, 약간의 조정이 있을 것 같습니다!"

사회자가 쪽지를 보며 말했다.

"현재 3위였던 쥴 학생이 부상으로 병동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대신 마지막 인터뷰는 6위를 달성한 학생을 모셔볼까 합니다! 이번 시험의 6위 학생! 올라와 주세요!"

뚜벅뚜벅.

한 여학생이 스테이지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시몬은 깜짝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확성 수정구 여기 있습니다 학생."

"고마워요."

수정구를 건네받은 그녀가 아아. 하고 가볍게 목소리를 내보았다. 그러고는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음, 안녕하세요. 클라우디아 멘지스입니다."

이번 3차 BMAT 전체 6위는.

다름 아닌 클라우디아였다.

"어서 오세요 클라우디아 학생! 이번 3차 BMAT에서의 큰 화젯거리 중 하나가 맹독학 지망생들의 분투였습니다! 그야말로 바다에서 초강세를 보였는데요, 그중에서도 클라우디아 학생의 성장이 가장 두드러졌습니다! 2차 BMAT에서 710위, 그리고 지금은 무려 전체 6위!! 정말 대단합니다! 키젠에서 이렇게 성장한 비결이 있을까요?"

그녀가 긴장감으로 딱딱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제, 제가 특별히 성장했다기보다는, 이번 3차 시험이 맹독학 학생들에게 많이 유리한 테마였다고 생각해요. 맹독 몬스터들도 많았고, 바다에서 손쉽게 광범위 공격이 가능한 건 맹독학 지망생뿐이었으니까요."

사회자가 손뼉을 쳤다. 이대로 넘어갈 방송계 어른이 아니었다.

"하하하! 겸손하시군요! 단순히 유리한 테마였다고 밝히기엔 '전체 6위'라는 위치는 엄청나지 않나요? 뭔가 학생 개인으로서도 큰 생각의 변화나 깨달음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만!"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이어나갔다.

클라우디아는 수많은 관중 앞에서 긴장해서 그런지, 목소리가 떨리고 단어도 안 떠올라서 말실수도 했다.

A반 학생들 앞에서 그렇게 호소하고 밀어붙이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

마치 보이콧을 하기 전, 예전의 평범한 소녀 한 명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

"저, 저기."

"네! 말씀하시죠!"

"저도 소감, 말해도 될까요?"

"아! 그럼요! 물론입니다!"

그녀가 스읍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슬쩍 뒤에 있는 시몬을 보고는 다시 고개를 되돌렸다.

"잠시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녀의 낭랑한 목소리가 퍼져 나갔다.

"제 피해망상과 위기감, 그리고 절망이 만들어낸 바보짓이었습니다. 저는 수업거부 운동을 주도했습니다."

웅성 웅성 웅성.

관중들의 소리가 떠들썩해졌다.

"제가 생각해도 구질구질한 이유여서, 학생인권 같은 여러 듣기 좋은 구실들을 덕지덕지 붙였습니다. 제 활동으로 몇몇 분들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습니다. 한 명 한 명 찾아가서 용서를 구하겠습니다."

그녀가 후우. 하고 숨을 한 차례 내쉬며 다시 말을 이었다.

"사실은 전부 제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었습니다. 다행히 교수님께서 먼저 대화를 하러 와주셨고, 저는 제 어리석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교수님의 가르침 덕분에 이런 영광스러운 자리에 와 있습니다."

클라우디아가 빙긋 미소 지었다.

"그런데 그때, 교수님이 이해하기 힘든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어떤 놈한테 부탁받았다. 너희들이랑 대화해 보라던데.

-생각할수록 웃기단 말이야. 어떤 부탁이든 들어주겠다고 했더니, 아무런 상관도 없는 타인을 위해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다니.

선의일지, 동정일지, 오지랖일지, 혹은 그냥 툭 던진 한마디일지.

그가 무슨 이유로 별야에게 그런 부탁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눈꼬리에 매달린 눈물을 손끝으로 닦아냈다.

"만약 그 사람이 듣고 있다면 꼭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녀가 환하게 웃음 지었다.

"고마워. 네 그 한마디가 내 인생을 바꿨어."

* * *

이번 3차 BMAT의 돌풍의 핵은 누가 뭐래도 별야였다.

수업 보이콧이라는 전례 없는 사태가 벌어졌고, 장로들이나 학부모 사이에서도 별야의 독 먹는 수업에 대한 비난 여론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돌연 맹독학 지망생들이 보이콧을 철회하더니, '오리지널 칠흑맹독계'라는 새로운 기술을 장착해서 시험에 나타나 눈부신 성과를 냈다.

클라우디아가 전체 6위를 기록한 건 말할 것도 없었다.

단순히 맹독학 지망생들에게 유리한 테마의 시험이었다. 그런 이야기로 끝났다면 사태가 이 정도로 커지지 않았겠지만. 문제는 다른 부분에 있었다.

바로 별야의 맹독학을 들은 일반 학생들과, 다른 교수의 맹독학 수업을 들은 일반 학생들의 성적 차이가 두드러지게 벌어진 것.

시험이 끝난 후, 뒷반 학생들이 우리도 별야 교수님의 맹독학을 듣고 싶다며 청강을 앞다투어 신청하기 시작했다.

별야의 주가가 크게 오르는 건 당연했다. 키젠 본부 측의 생각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야인이라고 무시 받더니 크게 한방 터뜨려 줬네.

-홍펭 교수가 처음 부임했을 때도 야외수업의 비난 여론이 셌대요! 그런데 지금은 5년 연속 수업 만족도 최상위권에, 키젠을 대표하는 교수가 됐잖아요.

-좋네. 초원 출신 네크로맨서 더 없어? 컨택해 봐.

-말도 마. 벌써 알란드, 시에라, 모이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더군.

-하하하! 그러니까 걔들이 만년 2위란 거야. 꼭 한 발짝씩 느려.

여전히 몇몇 논란은 남아 있었지만, 별야의 키젠 적응은 가까스로 성공한 듯 보였다.

"건배!"

쨍! 하는 소리와 함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홍펭의 오두막 앞, 홍펭이 직접 그동안 고생한 맹독학 조교들과 별야를 불러 모아 파티를 열어주었다.

"다들 많이 드제요!"

"감사합니다 홍펭 교수님!"

술김에 얼굴이 시뻘게진 별야가 휙휙 손짓했다.

"야, 야! 너도 일로 와서 마셔."

"이것만 끓이고."

홍펭은 정신없이 오두막과 불을 왔다 갔다 했다. 술에 얼큰하게 취한 남자 조교가 껄껄 웃었다.

"으아아! 진짜 인생사 한 치 앞도 모르겠다! 이제 다 끝이구나- 싶었는데 이게 또 이렇게 풀리네."

"꼼짝없이 쫓겨나는 줄 알았어요."

"청강 신청이 엄청나게 늘었대, 뒷반 애들 맹독학 가르치는 던컨 교수의 표정이 기대된다."

"그러니까 내가 말했찌!"

별야가 잔을 높게 올리며 소리쳤다.

"이 언니만 믿고 따라오라고 했잖아!"

"암요 암요!"

"다시 짠~!"

와하하하!

오랜만에 다들 근심 걱정을 내려놓고 즐겼다.

술을 잘 못 마시는 수석조교는 웃는 얼굴로 교수와 후배들을 챙기고 있는데, 별야 옆에 앉아 있는 소녀를 보고 말했다.

"클라우디아, 보는 사람 불편하게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별야의 옆에 무릎을 꿇고 있던 클라우디아는 머쓱한 표정으로 잔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아,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이런 자리에 올 자격은 없는 것 같아서......."

"됐어 됐어! 다 지난 일이야!"

별야가 그녀의 머리를 쓰담 쓰담 했다.

"그리고 보이콧으로 속 좀 썩였어도 BMAT 머읏찌게 6위 찍고 이 언니 어깨에 힘 들어가게 했으면 됐지! 아니냐? 앙?"

"맞습니다 맞아요!"

"이것들아!"

별야가 조교들을 보며 소리쳤다.

"오늘부로 클라우디아를 내 직속제자로 받을까 하는데 니들 생각은 어떠냐!"

"좋아요!"

"무조건 찬성!"

곳곳에서 왁자지껄한 환호성이 들렸다.

클라우디아의 눈이 감격으로 그렁그렁해졌다.

"저, 저는...... 계속 여러분 속만 썩였는데 왜......."

"또 운다 또 울어! 하하하!"

"확 씨! 딱 말해!"

별야가 얼굴을 확 들이밀며 말했다.

"너도 '걔'처럼 거절할 거냐? 앙?"

"아, 아니에요! 교수님의 직속제자. 너무 하고 싶어요! 영광이에요!"

"그래야지!"

"그럼, 새로운 식구를 환영하는 의미에서!"

"건배!"

밤의 분위기는 점점 더 무르익어 갔다.

몇몇 조교들은 술에 취해 뻗기도 했다.

별야가 클클 웃으며 일어났다. 수석조교가 물었다.

"교수님 어디 가세요?"

"화장실!"

그렇게 말한 그녀는 털레털레 걸어서 홍펭의 오두막 뒤편으로 넘어왔다. 대형 가마솥에 국을 끓이고 있는 홍펭의 모습이 모였다.

"야."

홍펭이 뒤를 돌아보았다.

"아, 언니."

"그냥 너도 가서 먹으라니까."

두 사람은 약간의 거리를 두고 섰다.

잠시 정적이 일었다.

"축하해 언니."

"뭘?"

"이번에 큰 실적 하나 올린 거. 난 언니가 키젠 생활에 적응 못 할 줄 알았어."

별야가 킬킬 웃었다.

"넌 내 앞에서만 그 웃기지도 않는 어눌한 발음 안 쓴다?"

"헛소리 말고, 명심해."

홍펭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여긴 우리가 살았던 초원보다 더 잔혹한 약육강식이야. 빈틈을 보이면 바로 물어뜯겨. 우리가 다른 문화권에 살았다고 쉬엄쉬엄 봐주는 게 얼마나 갈 것 같아?"

"하이고, 또 만나자마자 잔소리."

별야가 킬킬 웃었다. 홍펭도 싱거운 웃음을 흘려보냈다.

"야."

"?"

"시몬한테 들었다. 나 챙겨줬다매."

홍펭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걸렸지만 이내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

그녀가 솥의 국자를 저으며 대꾸했다. 별야가 다시 물었다.

"너도 시몬을 원하냐?"

"그 어떤 교수든 데려가고 싶어 하지. 언니도?"

별야가 삼각형 이빨을 드러냈다.

"내가 데려갈 테니 마음 접어."

"어이없네."

두 쌍둥이 자매가 소리 내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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