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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281화 (281/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281화

팀 세이위르의 분위기는 최고조였다.

조금 빡센 느낌의 프로업무 체험 정도로 생각하고 나왔는데, 갑자기 성녀 후보자를 데려오라는 중요임무를 맡았다. 그것도 에프넬과의 교전이 있을지도 모르는 고난도 임무를 말이다.

"이건 키젠에 돌아가면 최소 두 달 치 자랑감이야!"

신이 난 딕이 시몬의 목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

"우리가 성녀의 출현을 막는 거라고! 대단한 사람이랑 같이 일하게 되니까 이런 임무도 맡아보는구나!"

메이린이 조용히 좀 하라는 듯 눈치를 주었다.

"그렇게 오버 안 해도 중요한 임무인 거 아니까 닥쳐."

"예이~ 예이~"

딕은 앞서 걸어가는 세이위르의 옆에 착 붙어서 궁금한 것들을 열심히 물어보기 시작했다.

단순한 아부가 아니라 100% 존경심을 쏟아내고 있었다.

"야, 시몬."

"......."

"야!!"

시몬이 깜짝 놀라 옆을 바라보았다.

메이린이 양 허리에 손을 올린 채 짐짓 화가 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무슨 생각을 그리 진지하게 해?"

"아니 그......."

시몬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을 이었다.

"이렇게 중요한 임무를 우리가 맡아도 되는 걸까 해서."

"뭐래, 우리가 아니라 세이위르 요원님이 맡은 일이잖아."

메이린이 정정했다.

"우리는 그냥 덤일 뿐이야. 벤젼스의 첩보부 에이스니까 저런 임무도 척척 맡으시나 보지 뭐."

"으음."

시몬은 여전히 찜찜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메이린은 그런 시몬을 지나 카미바레즈를 바라보았다.

"우리 카미는 아직도 적응 중이니? 표정이 안 펴지네."

메이린이 살갑게 묻자, 카미바레즈가 고개를 저었다.

"아, 아뇨. 이제 괜찮아졌어요! 여러분이 곁에 있으니까요."

"근데 왜 그렇게 표정이 어두워?"

"......."

그녀가 우물쭈물하자 시몬이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카미. 뭐든 말해."

그녀가 작은 손을 꼼지락거리며 망설이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우리는 지금 그 성녀 후보자라는 소녀를...... '납치'하러 가는 건가요?"

뜨끔.

메이린이 움찔한 표정을 지었다가 애써 화사한 웃음을 꾸며냈다.

"나, 납치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하하! 에프넬 놈들로부터 먼저 보호하러 가는 거지!"

"......."

카미바레즈의 표정이 풀리지 않자, 메이린이 팔꿈치로 시몬의 팔을 퍽퍽 치며 '어떻게 좀 해봐!' 하고 입 모양으로 말했다.

결국 시몬이 입을 열었다.

"에프넬이 먼저 소녀에게 접촉한다면, 그 아이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신성연방으로 데려갈 거야. 그건 확실해."

신성연방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필수적으로 신성검사를 받아야 하고, 신성적합도가 높게 나오면 데바 여신의 선택을 받았다며 개인의 자유의사는 관계없이 프리스트로서의 길을 걸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종교적 이유로 극도로 신성시된다.

"반면에, 우리가 먼저 소녀와 접촉한다면......."

"의사를 물어보긴 하겠군요."

세이위르가 갑자기 훅 끼어들었다.

"그 소녀가 동의하면 보호가, 거부하면 납치가 되겠네요."

카미바레즈가 침을 꼴깍 삼켰다.

"......데, 데려가서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세이위르가 앞머리를 손등으로 밀어 올리며 눈을 윙크했다.

"상층부의 판단을 기다리겠죠. 우리의 임무는 데려가는 것까지니까요."

중립지대의 주민들이 암흑연합에 전부 등을 돌리면 곤란하다.

그런 이유 때문에 그녀의 목숨을 빼앗지는 않겠지만, 아마 암흑연합 쪽으로 보내질 거라고 세이위르는 설명했다.

만약 그녀가 계속 중립지대에서 살길 원한다면 코어를 개방해야 하는 조건이 달릴지도 모른다. 코어를 개방하면 프리스트가 되지 못하니까.

"이건 내 생각이지만."

메이린이 팔짱을 끼고 입을 열었다.

"어떻게 살든 에프넬의 꼭두각시가 되는 것보단 나을 거라고 봐. 적어도 우린 자유는 누릴 수 있잖아."

"......네."

카미바레즈가 마음을 다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임무 목적지로 갑시다."

세이위르의 그 말에, 딕이 기다렸다는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넘어가는 거죠? 그쵸? 시일을 앞다투는 중대한 임무니까......!"

그러나.

그들이 도착한 곳은 마차 정류장이었다. 세이위르가 한 마부와 이야기를 하더니 학생들을 보고 말했다.

"모두 타시죠."

"구, 굳이 마차를 타고 가요? 임무 지역까지?"

딕이 당황한 표정으로 묻자 세이위르가 빛나는 미소로 턱을 짚었다.

"물론입니다!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면 빠르겠지만, 여기는 중립지대입니다. 좌표가 에프넬 측에 노출될 위험이 있죠. 허름한 일반 마차를 타고 가는 게 눈길을 끌지 않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크, 역시! 요원님은 다 깊은 뜻이 있으시구나!"

딕과 세이위르가 먼저 올라탔다. 나머지 세 사람도 뒤따라 마차로 향했다.

* * *

같은 시각.

시몬 일행이 마차에 오르고 있는 장소에서 500미터 정도 떨어진 위치.

한 남자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어젯밤 한숨도 못 잤어."

정장을 쫙 빼입고, 쩍 벌어진 어깨에 곰 같은 인상을 한 중년의 남자가 이를 딱딱거리며 다리를 떨고 있었다.

"요즘 애들이 그렇게 무섭대."

남자의 옆에는 비서로 보이는 딱딱한 인상의 여자가 인상을 쓰고 있었다.

"무서워 봐야 애들이죠."

블락이 엄지손가락을 입에 넣고 잘근잘근 깨물었다.

"아니, 키젠 애들이잖아. 천하의 그 키젠이잖아! 부모님들도 막 높으신 분들이고, 본인도 고위 귀족이고!"

블락은 커다란 덩치에 걸맞지 않게 겁먹은 토끼처럼 몸을 움츠렸다.

"선배들한테 들었는데, 일 제대로 못 하냐고 학생한테 까이는 건 기본이래. 지들이 막 위에 상관들 소환해서 탈탈 털고, 어떤 애들은 간식이 부실하다고 통신 수정구에 불평하니까 간부들이 싹 다 도열해서 머리 박았대."

"아니, 그런 헛소문을 믿어요?"

비서가 핀잔을 주었다.

"그리고 댁도 숱한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경력 착실하게 쌓아온 역전의 영웅이면서, 뭔 애들한테 그렇게 쫄아 있어요?"

"......요즘 애들이 그런 과거를 알아주남? 요즘에는 말이야. 나 때는- 하고 옛날이야기 꺼내면 바로 애들이 표정 싹 굳으면서 귀부터 닫는데."

"아, 쫌!"

블락은 급기야 간절한 표정으로 빌기 시작했다.

"착한 애들이었으면 좋겠다. 착한 애들. 진짜 잘해줄 자신 있는데......."

"아마 마음씨 고운 애들일 거예요. 키젠이라고 다 싸가지 없는 게 아니라구요."

"그, 그럴까? 근데 내 담당 중에 하필 특례 1번 학생도 있더라. 틀림없이 거만하고 난폭한 고위 귀족일 거야."

"어휴, 진짜."

블락은 천천히 손목시계를 보았다.

"근데 애들이 좀 늦네. 헤헤."

블락은 약속 시간 한 시간 전부터 벤젼스 건물 앞에 마중 나와 있었다.

그리고, 약속 시간에서 한 시간 늦을 때까지 키젠의 학생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흫흐, 나 알아. 이거 무언의 테스트 같은 거지? 몇 시간이고 여기서 기다릴게 얘들아! 그냥 와주기만 해줘......."

비서가 한숨을 푹 쉬었다.

"확실히 말해둘게요. 파견처에서는 당신이 갑이에요 갑! 아무리 날고 기는 애들이라도 블락 요원은 성적을 매길 수 있는 권한이 있다구요!"

블락은 좌절감에 빠져 중얼거리느라 전혀 그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세이위르 요원! 세이위르 요원!"

그때 벤젼스 건물에서 뛰쳐나온 남자가 누군가를 애타게 찾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다 블락과 비서를 발견하고는 달려왔다.

"블락 요원! 비서님! 수고 많으십니다! 혹시 세이위르 요원 못 보셨습니까?"

비서가 어깨를 으쓱했다.

"못 봤는데요?"

"미치겠네 진짜! 이 사고뭉치가 어딜 간 거야 대체!"

"무슨 일 있어요?"

남자가 이마를 붙잡고 한숨을 쉬었다.

"그 인간, 평소 하던 잠입 임무가 아니라 최중요 임무를 들고 나가버렸어요. 전투부가 수행하는 타깃 확보 임무요!"

"네?"

"혹시라도 보면 말 좀 해줘요!"

남자가 주민들에게 물어보려 부리나케 시장 쪽으로 달려 나갔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던 비서가 고개를 돌렸다.

"블락 요원, 들었어요? 세이위르 그 사고뭉치가 또 뭔가 사고 친 거 같은데요."

여전히 블락은 전혀 그녀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나 이런 소문도 들었어. 처음에 키젠 애들이 학교 어디 나왔냐고 물어보는데, 키젠 말고 다른 학교 이름을 대면 그때부터 개무시 들어간대."

"아! 그만 좀 해!"

"흑흑, 모이란 중퇴자는 머리 박고 기다리겠습니다."

* * *

"나? 나는 당연히 키젠을 졸업했지요!"

임무지로 향하는 달리는 마차 안.

세이위르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자 딕이 탄성을 터뜨렸다.

"세상에! 저희 직속 선배시네요!"

키젠 졸업생 출신이라는 말에 메이린도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자로 잰 듯한 엘리트였다.

딕이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저희는 1학년도 죽을 맛인데 3년을 거기서 버티시다니!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후후, 앞으로 2학년은 더 힘들고, 3학년은 지옥일 겁니다."

그때 메이린이 세이위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

"요원님 나이대면...... 혹시 바힐 교수님이나 아론 교수님 아세요?"

"아, 그 친구들?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딕과 메이린이 입을 벌렸다. 현역 키젠 교수인 그 두 사람을 '그 친구들'이라고 부르다니!

"어디 보자...... 그 친구들이 3학년 때 내 후배들이었습니다."

"와아아아!"

"저학년 때부터 특출난 친구들이라 내가 많이 가르쳐 줬죠. 요즘도 가끔 키젠 본부에 갈 일이 있으면 마주치는데, 내게 깍듯하게 인사합니다. 하하! 이젠 키젠 교수니까 그런 거 하지 말라고 말하곤 하죠."

"깍듯이? 그 바힐 교수님이랑 아론 교수님이요?"

기다렸다는 듯 세이위르가 키젠시절의 영웅담을 늘어놓았고, 딕과 메이린. 그리고 카미바레즈마저 귀를 쫑긋거리며 재미있게 이야기를 들었다.

'흐음.'

반면 팔짱을 낀 시몬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그래, 그랬지. 바힐이 그때 피로 그물을 짜서 도망치는 친구를 붙잡은 겁니다."

"와! 저주학 교수인데 학생 시절에는 혈류학도 썼나 보네요!"

"네? 아, 네. 그랬죠. 어릴 땐 혈류학이었지만 나중엔 저주로......."

시몬이 눈을 감았다.

의혹만으로 뭐라 이야기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단은 주의하며 지켜보기로 했다.

* * *

신성연방과 중립지대의 경계.

신성의 문.

신성의 문은 일종의 '검문소'로, 중립지대로 나가기 위해선 누구나 이곳을 통과해야만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에프넬 학생들이 이 신성의 문을 통과하는 중이었다. 이 학생들 전원이 중립지대에 파견 임무를 맡은 학생들이었다.

"전 중립지대는 처음이에요 레테 자매님!"

레테의 룸메이트인 두 머리를 양옆으로 땋은 소녀, 리리넷이 말했다. 레테는 여느 때처럼 로브 안에 두 손을 꽃은 채 인상을 팍 쓰고 있었다.

"난 그리 오랜만은 아닌 것 같슴다."

"네? 언제 온 적 있어요?"

"......아, 묻지 마십쇼. 좁아터진 상자 안에 들어가는 악몽이 떠오르니까."

"? 뭔 말인지 모르겠어요."

그때 세 명의 에프넬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리리넷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오고 있었다.

레테가 특유의 시큰둥한 표정으로 그녀들을 보며 말했다.

"리리넷이랑 같은 조원?"

"네!"

"참 하나같이 무난한 애들로만 짰네요."

"레테 자매님은 진짜 혼자서 하기로 했어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하품을 했다.

"다른 사람이랑 같이 가봐야 방해만 될 뿐이니까. 혼자 후딱 정리하고 신성연방으로 돌아갈 검다."

"역시 레테 자매님! 움직임 하나하나가 파격적이라니까요!"

"리리넷은 무슨 임무 맡았슴까? 빡센 거?"

리리넷이 별거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그냥 흔한 성녀 후보자 확보죠 뭐."

"조심하십쇼. 지금 키젠 애들도 와 있다는 거 같으니까."

"어머! 지금 나 걱정해 주시는 거예요? 신난다!"

레테가 인상을 확 부라리자, 리리넷이 반사적인 방어자세를 취했다.

"그, 그래도 헤어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룸메이트한테 해줄 말 없어요?"

로브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은 레테는 뚱한 표정으로 고민에 잠겨 있다가 툭 내뱉듯 말했다.

"파란 머리카락의 소년."

"?"

"혹시 임무 중에 머리가 푸르스름한 키젠 남자애를 보면 그냥 죽었다고 생각하고 도망치십쇼."

"호호! 내가 도망을요? 나 이래 봬도 전투능력으로는 에프넬 전체 상위권인데."

"상위권이고 뭐고 할 문제가 아님다."

레테가 진지한 표정으로 리리넷을 응시했다.

"잘못 걸리면 너 같은 건 진짜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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