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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282화 (282/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282화

하루 꼬박 마차여행을 하면서, 시몬은 턱을 괴고 마차 밖의 경관을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시간이 지나자, 지루할 만큼 황량하고 넓기만 한 갈색의 토지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듬성듬성 초록빛이 늘어나고, 나무와 수풀이 무성해지기 시작했다.

"중립지대라고 하면, 다들 휑한 황무지나 사막지대만을 떠올리죠!"

세이위르가 앞머리를 손등으로 넘기며 잘난 척 설명했다.

"그건 일종의 고정관념입니다. 사실은 아직 사막화가 진행되지 않은 지역도 아주 많답니다!"

중앙으로 갈수록 사막이고, 외곽으로 갈수록 숲이 많이 보인다고 세이위르는 설명했다.

즉, 7조와 세이위르는 외곽지역으로 향하는 거였다.

그렇게 하루 꼬박 이동하는 마차 여행 중에, 시몬은 세이위르가 이룩한 수백 가지 업적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야 했다.

딕은 세이위르의 영웅담에 푹 빠져서 열렬한 팬이 됐고, 메이린도 일단 성적을 잘 받아야 하기에 열심히 맞장구를 쳐주는 편이었다. 카미바레즈는 웃는 얼굴로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그렇게 적지 않은 시간이 흘러.

"도착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했다. '켈소'라는 이름의 이 마을은, 도시와 정글을 반반 섞어놓은 것만 같은 장소였다.

건축이 발달했는지, 제대로 된 석공술로 만든 벽돌 건물이 보였다. 하지만 여기 있는 식물들은 생존력이 얼마나 강한지, 타일 틈이나 벽돌 사이로 싹이 삐져나와 있었다. 커다란 넝쿨들이 건축물 전체를 휘감기도 했다.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도, 이제는 끊임없이 자라는 식물들을 제거하는 걸 포기한 것 같았다.

"으으, 엉덩이가 납작해진 것 같아."

딕이 엄살을 부리며 마차에서 내렸다. 다른 조원들도 뒤따라 내리며 몸을 쭉 폈다.

그동안 좁은 곳에서 몸을 접고 있느라 온몸이 뻐근했다.

"자, 요원들. 주목해 주십시오!"

세이위르가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키고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바로 이 도시에 성녀 후보자가 있습니다."

그 한마디에 긴장감이 훅 밀려들었다. 네 사람도 덩달아 진지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우리가 한발 늦었다면, 이미 프리스트들이 이 도시에 도사릴 수 있겠군요.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세이위르가 앞머리를 손등으로 넘기며 빛나는 이빨을 보였다.

"이 세이위르가 어떤 백마법이든 막아 보일 테니!"

"역시 든든합니다 세이위르 요원!"

"여러분은 탐색에 전념하고 목표를 찾아내는 데에만 집중하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프리스트들에게 뛰어들거나 먼저 공격을 가해선 안 됩니다."

"예!"

"그럼, 임무를 시작하죠."

세이위르가 앞장서서 엄지손가락을 척 세웠다.

"우리 암흑연합의 미래가 걸린 임무를 말입니다!"

"예에!"

딕이 분위기를 끌어올리며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암흑연방의 미래까지야."

메이린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아무튼 작전이 시작되었다. 세이위르가 건물 벽에 착 붙고는 발소리를 죽이며 걸어나갔다.

건물의 그늘에 몸을 숨긴 그가 슬쩍 고개를 내밀어 주위를 살피더니, 와도 좋다는 듯 손짓했다. 네 사람도 빠른 걸음으로 그 뒤를 따랐다.

척!

다시 골목으로 들어와 건물 벽에 붙은 그가 신중한 얼굴로 쓰레기통의 뚜껑을 열어보았다.

"조심하십시오. 프리스트들이 설치한 함정이 있을지도 모르니."

메이린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쓰레기통에요?"

세이위르는 산만하게 움직이며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나 버려진 옷가지 등을 들어보았고, 뚜껑을 열 수 있는 거라면 전부 열어보았다.

그의 열렬한 조수를 자칭하는 딕도 뒤에서 똑같이 따라 했다.

"나 조금 현타 오려 하는데."

무릎을 모아 앉은 메이린이 집게손가락으로 쓰레기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성녀 후보자의 확보가 최우선이잖아? 이런 헛짓거리로 시간 낭비할 게 아니라, 당장 목적지까지 가서-"

"찾았습니다."

세이위르가 쓰레기통의 뚜껑을 열어 보이자, 정말로 새하얀 신성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엥? 지, 진짜 있어요? 쓰레기통에?"

메이린이 놀란 얼굴로 가까이 다가가자, 세이위르가 소리쳤다.

"조심하십시오!"

갑자기 쓰레기통의 마법진에서 퉁! 하는 소리와 함께 신성탄이 발사됐다.

"우왓!"

그녀가 기겁하며 헛발질을 딛는 순간, 세이위르가 그림처럼 그녀의 앞으로 뛰어들어와 방어 마법진을 펼쳐 막아냈다.

"조심하십시오."

세이위르가 말했다.

신성탄은 방어 마법진에 부딪히고도 사라지지 않고,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렸다.

"아무래도 자아가 있는 백마법 같군요. 적 중에 고위 프리스트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이위르가 손바닥을 펼쳤다.

"봉인하도록 하죠."

스으으으!

마법진에서 칠흑의 팔이 튀어나와 신성을 붙들고 마법진 안으로 집어넣은 다음, 그대로 쨍!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괜찮습니까? 메이린 요원."

그가 쓰러진 메이린을 향해 손을 내밀며 말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죄, 죄송해요."

"아닙니다. 실수할 수도 있죠. 다만 앞으로는 제 지시에 더욱 철저히 따라주시길 바랍니다."

세이위르와 딕이 다시 앞으로 나가고, 카미바레즈와 시몬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괜찮아요? 메이린."

"아, 응."

그녀가 민망한 웃음을 흘렸다.

"여, 역시 대단한 사람...... 인가?"

"키젠에서 멘토로 선택한 분이시니 대단한 사람이겠죠!"

두 소녀가 이야기하는 사이, 시몬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전혀 반응을 못 했어.'

정확히 말하자면, 반응 이전에 눈앞으로 날아오는 신성을 느끼지도 못했다.

'......파라한 교수님과의 수업으로 신성의 감지능력도 올라갔다고 생각했는데.'

시몬은 의구심을 가지고 걸음을 옮겼다.

세이위르는 엄청 빙빙 돌아가고 있었다.

프리스트들의 흔적이 발견됐다며 다른 골목으로 들어가거나, 지나가는 사람을 가리키며 저 사람이 프리스트일 수도 있다고 말하고는 먼 거리로 돌아갔다.

그러다 목적지인, 성녀 후보자 소녀가 사는 집 한 채를 발견했다.

"여기서부터는 정면 돌파해야 합니다."

세이위르가 전쟁을 앞둔 지휘관처럼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프리스트들이 틀림없이 공격해 올 겁니다. 저 혼자서 공격과 방어를 맡을 테니 여러분은 앞만 보고 목적지까지 이동하세요. 준비됐습니까?"

"네!"

"강력한 백마법들이 날아올지도 모릅니다. 몸을 최대한 낮추고, 머리를 감싸고 달리세요. 그럼."

타닷!

세이위르가 골목을 벗어났다.

"뛰세요!"

딕을 선두로 메이린, 카미바레즈, 시몬 순으로 달려 나갔다.

거리는 아무도 없이 텅 비어 있었고, 소녀가 있는 집까지는 일직선이었다.

"음? 뭐야, 식은 죽 먹긴데?"

딕이 그 한마디를 내뱉기 무섭게.

퍼어어어어엉!

정말로 공격이 시작됐다. 하늘에서 눈부신 섬광이 점멸하더니, 신성 투사체가 지면을 무차별적으로 폭격하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아!"

"허억!"

조원들은 머리를 감싸고 달렸다. 신성 투사체들이 줄줄이 내려오는 모습은 무수한 별똥별이 쏟아지는 것만 같았다.

"어림없다!"

그리고 세이위르의 활약이 시작됐다. 그가 긴 소매를 펄럭이며 나타났다.

"내 후배들에게 손대게 두진 않겠다!"

세이위르의 움직임은 가히 화려했다.

몸을 움츠리고 달리는 학생들의 옆에 나타나 방어마법진을 펼쳐 신성 포탄을 막아내거나, 골목길에서 달려오는 프리스트들을 손짓 한 번에 날려 버리기도 했다.

"쭉쭉 계속 달리십시오!"

그가 팔을 휘두르자 바닥이 벽처럼 일어나 신성 폭격을 막아냈다. 하늘에 '엑소시즘'이 담겨있는 마법진이 우수수 펼쳐졌지만 그의 손짓 한 번에 파훼되어 허공에 흩어졌다.

"와, 와! 진짜 미쳤다! 세이위르 요원은 최소 키젠 교수급 강자가 틀림없어!"

딕은 너무 좋아서 입가가 찢어지려 하고 있었다. 메이린과 카미바레즈는 고개를 숙이고 달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제일 뒤에서 조원들을 챙기며 달리고 있던 시몬은 긴장감이라곤 없는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

'분명 엄청 위험천만한 상황인데. 왜 이렇게 긴장감이 없지?'

정신이 고장 난 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시몬은 스스로 이 사태를 태연하게 관조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전장이 아니라 동네 산책 뛰러 온 기분이었다.

"다 왔다!"

딕이 달려와서 문고리를 붙잡았다.

"안에 잠겨 있어!"

"비켜 평민!"

메이린이 손바닥에 마법진을 일으켜서 문의 일부를 얼려 버린 다음 발차기로 박살 냈다.

네 사람이 바로 집 안으로 들이닥쳤다.

"아,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요?"

무척이나 낡고 허름한 집이었다. 네 사람이 흩어져 집을 뒤졌지만 이미 텅 비어 있었다.

그때 창가 너머로 세이위르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하하! 꽁지 빠지게 도망치는구나! 나, 벤젼스 최강의 네크로맨서! 세이위르의 위대함을 깨달아라!"

연극 투로 소리친 그가 여유롭게 집 안으로 들어왔다.

"타깃은?"

"여기 없는 것 같아요."

보고를 듣는 순간, 시몬은 세이위르가 처음으로 역력히 당황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았다.

"어, 없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딕이 얼른 말했다.

"벌써 프리스트에게 납치된 거예요! 틀림없어요! 아까 공격을 받을 정도로 그렇게 많았잖아요!"

"......."

하지만 세이위르는 대답할 여유도 없는 듯 넋이 나가 있었다.

"세이위르 요원님?"

"아, 음! 아무것도 아닙니다."

세이위르가 퍼뜩 고개를 들며 말했다.

"도망치는 프리스트 놈들은 내가 뒤쫓을 터이니, 요원들은 소녀가 어디로 갔는지 탐문수사로 정보를 얻어주십시오."

메이린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요원님? 정황상 프리스트들에게 납치당한 게 당연해요. 그냥 다 같이 뒤쫓는 게 낫지 않아요?"

"절대 안......! 흠흠, 프리스트를 뒤쫓는 건 나 혼자면 충분하니 여기서는 내 지시를 따라주십시오."

세이위르가 그 말만 남기고는 밖으로 뛰어나갔다.

네 사람은 덩그러니 남겨졌다.

'으음.'

시몬이 슬쩍 밖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신성 폭격이 떨어지고 난리였는데 마을의 풍경은 이상할 정도로 평화로웠다.

"하아아, 납득이 안 되긴 하지만 멘토의 지시는 절대적이니까."

메이린이 팔짱을 꼈다.

"요원님 말대로 일단 흩어져서 조사해 보자."

"오케이! 그 소녀 이름이 뭐라고 했지?"

"사샤."

세 사람이 정보를 모으려 흩어졌다.

"시몬?"

집을 나서려던 카미바레즈가 뒤를 돌아보았다. 시몬이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난 이 집을 조금 더 뒤져볼게."

"아, 네!"

카미바레즈가 나가고 시몬은 느긋하게 집을 조사해 보았다.

[크흐흐흐! 어처구니가 없군!]

머릿속으로 피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세이위르란 놈이 광대라는 건 소년도 감을 잡지 않았나?]

'감은 잡았지만 아직 확실한 증거가 없어요.'

지금 시몬이 신경 쓰이는 건 따로 있었다.

소녀가 사라졌다는 말에 당황해서 낭패감이 드러나 버린 세이위르의 얼굴을 떠올렸다.

'뭐가 됐든, 우리가 맡은 이 임무는 진짜인 것 같아요. 지금은 이 일에 충실하죠.'

[크흐흐흐! 호화로운 케이크는 나중에 먹어치우는 것도 좋지!]

일단은 성녀 후보자인 소녀를 찾아내는 게 급선무였다. 시몬은 단서가 될 만한 게 있을까 싶어서 집을 샅샅이 뒤졌다.

'나뭇잎?'

집에는 머리카락과 더불어 나뭇잎, 나뭇가지들이 많이 보인다. 실내인데도 그랬다.

그리고 해진 옷, 눈 한쪽이 빠진 곰돌이 인형. 바람이 슝슝 들어오는 낡은 집.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집에 살았던 소녀는 가난하다. 부모님 없이 혼자 살았다. 하지만 그녀 외에 누군가 왔다 갔다 한 흔적은 있다.

주변을 둘러보던 시몬은 집의 창고 쪽으로 향했다. 창고문이 잠겨 있었다.

"오버로드. 부탁해."

꽈앙!

허공에서 튀어나온 촉수칼날이 문짝을 박살 내버렸다. 시몬은 그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

시몬의 표정이 싸늘하게 질렸다.

[왜 그러나, 소년?]

시몬은 구석에 버려진 듯한 마대를 열었다. 각종 주사기와 이상한 약병들이 보였다.

'대체 이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시몬!"

그때 카미바레즈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몬이 거실 쪽으로 나오자, 그녀가 창문에 착 붙어서 말했다.

"잠깐만 와주세요! 메이린이 중요한 단서를 찾아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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