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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305화 (305/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05화

"조심해 제이미! 온다!"

"뭐, 뭘?"

부우우웅!

정글에서 난데없이 나무 열매 같은 게 날아왔다.

시몬이 얼른 허리를 젖혀 피했고, 시몬을 지나 날아간 열매는 반대쪽 나무에 부딪혔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의 몸통이 크게 파였다.

"......와아."

제이미가 탄성을 흘렸다.

"머리에 맞으면 배리어가 있어도 위험하겠네."

"피해! 계속 날아와!"

후웅! 후웅! 후웅! 후웅!

열매를 던지는 건 원숭이를 연상케 하는 긴 팔의 몬스터였다.

복부 주머니에서 열매를 꺼내 마구잡이로 내던지고 있었다.

"웃차."

마투에 익숙한 시몬이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피하고 있었다. 제이미도 시몬을 따라 해보다가 몇 대 맞고 도저히 엄두가 안 나는지 양팔에 칠흑 방어 마법진을 펼쳤다.

퍽!

퍼억!

그러나 방어 마법진은 열매 몇 개 부딪히자마자 너덜너덜해졌다.

제이미의 안색이 파리해지자, 시몬이 그녀를 돌아보았다.

"계속 버틸 수 있겠어?

"시, 시몬! 앞에!"

심지어 급류 앞에 불쑥 솟은 커다란 바위가 보였다. 악의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뗏목이 박살 나기 좋은 위치였다.

시몬은 두 발에 칠흑을 일으켜 뗏목에 단단히 고정한 다음, 오른팔을 뻗었다.

"전부 나와!"

아공간이 열리며 스켈레톤들이 번개처럼 튀어나왔다. 스켈레톤들은 아공간에서 나오는 동시에 분해되고 뼈마디와 뼈마디가 연결되어 기다란 장대를 만들었다.

시몬이 그것을 틀어잡고 바위에 댄 다음 힘주어 밀었다.

까가각!

시몬의 힘 더하기 스켈레톤의 인력까지. 뗏목이 가까스로 바위 옆으로 살짝 틀어지며 지나갔다.

"대단해!"

어느새 제이미도 시몬의 옆으로 와 쉴드를 펼쳐서 방어해 주고 있었다. 나름 괜찮은 팀워크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날아온 열매에 쉴드가 박살 나버리고 말았다.

"선택해 반장!"

시몬이 날아오는 열매를 피하며 외쳤다.

"이대로 버텨볼래? 아님 내 방식대로 갈래?"

"나 7조 아니거든! 네 방식이 뭔데!"

"무리하는 거!"

뗏목이 흘러내려 가는 속도와, 원숭이 몬스터들이 나무를 타고 뒤쫓아오는 속도가 거의 같았다. 이 순간에도 원숭이 떼가 엄청나게 불어나 있었다.

"큭!"

제이미는 저주학 지망이었다. 광범위 저주에 특화된 게 아닌 이상, 이런 상황에 저주술사는 큰 활약을 하기가 힘들었다.

"아, 알았어! 뭔진 모르겠지만 서둘러!"

시몬이 입꼬리를 올리며 아공간을 열었다.

"나와라. 데이모스."

"뭐?"

첨버어엉!

아공간이 열리며 고래뼈로 이루어진 언데드가 튀어나와 강물로 들어갔다.

'저게 바로 3차 BMAT에서 시몬을 1위로 만든 그 소환수구나!'

제이미도 물론 화제의 데이모스에 대해선 알고 있었다.

시몬이 손가락을 뻗었다.

'클라우드.'

청록색 연기가 밧줄처럼 날아가 뗏목과 나란히 헤엄치고 있는 데이모스의 몸체를 휘감았다.

'세밀하게......!'

시몬의 손가락이 피아노 치듯 섬세하게 움직였다. 데이모스를 감고 돌아온 청록색 줄이 뗏목까지 단단하게 휘감고 시몬의 손안에 들어왔다.

"반장, 실례할게."

시몬이 그것을 다시 제이미에게 날렸다. 청록색 연기가 그녀의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자, 잠깐만! 난 왜 묶어?"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뗏목이랑 고정하는 거야."

시몬이 클라우드를 움직여 제이미가 뗏목과 하나가 된 것처럼 찰싹 붙였다.

시몬 스스로도 본인의 몸에 클라우드를 휘감아 고정하고는 자세를 최대한 낮춰서 제이미 옆에 누웠다.

"가자! 데이모스!"

-키이이이이이!

데이모스가 뗏목을 이끌고 급류를 넘어 내달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주위의 환경이 엄청난 속도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촤아아아아아아!

데이모스가 순식간에 뒤따르는 원숭이 몬스터들을 추월해 내달렸다. 좌우로 커다란 물줄기가 휘몰아쳤다.

"더! 더 빠르게 달려! 데이모스!"

시몬이 외쳤다.

"너, 너, 너무 빨라라라라아악!"

옆에서 누워 있는 제이미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애타게 엄마를 찾고 있었다.

시몬은 이 '게임'의 페이스를 아득히 초월했다. 원숭이 몬스터들이 정글에서 나오려는 속도보다 데이모스가 앞으로 나가는 속도가 더 빨랐다.

'우측으로. 좌측으로. 다시 우측.'

시몬은 방심하지 않고 데이모스의 사념에 집중했다. 중간 중간에 보이는 바위들을 가볍게 피해내 주었다. 원숭이들의 공격은 일절 없었다.

'이대로 목적지까지 한 번에!'

시몬이 생각해도 긴 거리를 단숨에 줄인 것 같았다.

그때 새로운 화면이 떠올랐다.

[목표 신기록 확인.]

[추가 목표 : 보스 몬스터 사냥.]

'뭐?'

시몬의 고개가 돌아갔다.

쿵! 쿵! 쿵! 쿵!

급류를 타고 내지르는 데이모스의 속도를, 정글 속에서 두 발로 달리는 어떤 개체가 뒤쫓아오고 있었다.

그 모습이 제대로 보이진 않았지만 그 괴물이 움직일 때마다 나무들이 뿌리뽑혀 공중으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추가 목표?'

기본적으로 게임을 끝내는 데에는 핵심 목표 하나만 완수하면 되지만, 특별한 조건을 만족했을 때 추가 목표가 나타난다는 건 룰북을 봐서 인지하고 있었다.

그때 괴물이 시몬과 제이미가 있는 강으로 도약하는 모습이 보였다.

"시몬! 위야!"

시몬의 고개도 위쪽으로 향해 있었다.

'이건 못 막겠네.'

고민은 찰나였고 행동은 빨랐다.

뗏목과 연결된 클라우드를 즉시 끊은 다음, 칠흑을 밟고 날아올랐다. 그와 연결된 제이미 또한 비명과 함께 공중으로 끌려 올라갔다.

꽝!

그리고 고릴라 괴물의 주먹이 뗏목을 박살 내버렸다. 파편이 사방으로 날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타악.

아슬아슬하게 피한 시몬이 바닥에 착지하고, 뒤이어 제이미가 넘어지듯 바닥에 내려왔다.

"미쳤어 미쳤어!"

제이미가 식겁한 얼굴로 외쳤다.

"메이린이랑 카미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겠네!"

"난 언제나 최선의 선택을 할 뿐이야."

그때 고릴라 괴물이 계속을 첨벙거리며 올라와 젖은 몸으로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

두 사람이 얼른 전투자세를 취했다.

-크워어어어!

고릴라 괴물이 주먹을 내질렀다.

'개문!'

시몬의 발밑에서 두 개의 촉수칼날이 올라와 교차하고, 거기에 고릴라의 주먹이 부딪힌다.

터어엉!

촉수칼날이 휘청이며 구부려졌다. 말도 안 되는 완력이었다.

"크윽!"

오버로드의 사념에 연결된 시몬도 다소의 충격을 받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동시에 다른 4개의 칼날들이 고릴라의 몸을 가르며 지나갔다.

네 군데의 상처에 피분수가 튀어나오며 고릴라가 격노했다.

"잘했어!"

덥석!

어느새 나무 위로 올라가 고릴라 괴물의 등 뒤로 뛰어내린 제이미가 고릴라의 등을 주우욱 훑으며 내려왔다. 그녀의 손바닥이 닿은 부위마다 꽃이 피었다.

<커스 오브 데이지>

효과는 최고였다. 고릴라가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듯 등을 쓸며 몸을 비틀었다.

"역시 저주술사!"

제이미가 훌쩍 뛰어내려 도망치자, 고릴라 괴물이 그녀를 뒤쫓아왔다.

그때 시몬이 과감하게 돌진해 고릴라의 다리 사이를 지나가며 팔을 휘둘렀다. 그의 주먹에는 칠흑이 휘감겨 있었다.

<홍펭 오리지널 - 착검>

촤아아아아악!

칠흑의 검격이 제대로 고릴라의 아킬레스건을 끊고 지나갔다. 고릴라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쿵! 하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

"후우."

시몬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제이미를 지키듯 앞에 섰다. 그녀도 걸음을 멈추고 저주를 준비했다.

-크워어어어!

격노한 고릴라 몬스터가 한쪽 다리를 질질 끌며 전차 돌진해 왔다.

그때 시몬이 팔을 내리더니 제이미의 옆으로 다가왔다.

"시몬?"

"엎드려!"

시몬이 그녀의 어깨를 짚어서 바닥에 엎드리게 했다.

"왜, 왜 그래! 몬스터가 바로 앞에 있......!"

시몬이 손가락을 딱 튕겼다.

"해류포."

"!"

투콰아아아아앙!

난데없이 강 쪽에서 날아온 물의 탄환이 달려오는 고릴라의 몸을 그대로 이끌고 가 뒤쪽의 암벽에 꽂아 넣었다.

쿠쿠쿠쿠쿠쿵!

암벽이 그대로 움푹 파이며 고릴라의 몸이 박살이 났다. 피범벅이 되며, 근육과 골격 전체가 짓이겨졌다.

"와......!"

제이미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시몬이 다가가 숏소드를 꺼내 고통에 신음하는 고릴라의 목숨을 끊어주었다.

[추가 목표 달성]

[보상을 획득해 주시길 바랍니다.]

고릴라 괴물이 허공에 흩어지며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두 개의 안경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이게 보상인가?"

두 사람은 하나씩 나눠 가지기로 했다. 시몬이 안경을 쓰고 주위를 둘러보니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어떤 아티팩트인지 모르겠는데."

"일단 가져가 보자. 쓸 일이 또 있겠지."

두 사람은 다시 걸음을 옮겨 계곡으로 돌아왔다.

"아하."

방금 박살이 난 뗏목 파편 옆에, 새로운 뗏목이 딱 있었다. 몬스터를 사냥하면 제공해 주는 모양이었다.

두 사람은 다시 새로운 뗏목을 탔고, 데이모스가 이끌었다.

"근데 말야."

제이미가 팔짱을 꼈다.

"어릴 때 엄마가 읽어주던 책 같은 거 보면, 보통 이런 급류 끝에는 폭포가 있게 마련인데."

"......너 입조심해야겠다."

쏴아아아아아아아!

정말로 눈앞에 폭포가 보였다. 제이미가 기겁한 비명을 내질렀다.

"뭐, 뭐 해! 데이모스를 멈추게 해!"

"잠깐만."

시몬이 앞을 가리켰다.

"저거 밖으로 나가는 출구 맞지?"

폭포 너머로 공중에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포털이 보였다. 누가 봐도 출구였다.

"서, 설마 저기에 들어가야 끝나는 거야? 공중인데?"

"그런가 봐."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몬은 바로 데이모스를 아공간에 회수하고는 스켈레톤들을 꺼냈다.

"본 아머."

그의 몸에 착착 스켈레톤들이 달라붙기 시작했다. 옆의 제이미에게도 한 벌 입혀주었다.

"나도 해줄 거 있어."

그녀가 자신과 시몬의 몸에 저주 마법진을 그렸다.

"적의 무게를 늘리는 건데, 역순으로 조율해서 무게가 더 가벼워지는 효과야."

"오케이. 내가 신호하면 칠흑을 밟고 뛰는 거야. 최대한 높이."

"알았어."

제이미가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폭포의 낭떠러지가 눈앞이다.

"지금이야!"

두 사람이 힘차게 칠흑을 밟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뗏목은 그대로 파도를 타고 아래로 떨어져 버리고 두 사람의 몸은 공중에 떠올랐다. 이제 바로 앞에 밖으로 나가는 포탈이 보인다.

'살짝 거리가 애매하지만!'

시몬이 본 아머 상태인 스켈레톤들에게 절대명령을 내렸다.

스켈레톤의 '인력' 효과로 최대한 위로 힘을 받게 해 일종의 활강 효과를 만들어냈다.

"저주도 방금 썼어!"

확실히 몸이 가벼워졌다. 두 팔을 쭉 뻗은 두 사람의 몸이 무사히 포탈로 향했다.

"성공이야!"

시몬의 기쁨의 탄성을 질렀다. 제이미가 눈을 찡긋했다.

"특례 1번님 만난 덕분에 꿀 빨았네. 고마워, 내일 교실에서 보자!"

"너도 잘했어. 다음 카드도 빨리 찾길 바랄게."

두 사람의 몸이 안전하게 게이트를 통과했다.

* * *

쏴아아아!

시몬이 게이트를 통과하자 아까의 그 계곡이었다. 저 멀리 키젠의 성벽도 보인다.

무사히 돌아왔다.

"꽤 재밌었네."

시몬이 남색 카드를 손에 넣고는 기뻐했다. 게다가 그 안경도 무사히 있었다.

시몬은 일단 계곡을 빠져나와서 마른 땅 위로 올라갔다.

벌써 두 시간이나 흘러 있었다. 시간을 확인한 그가 다시 한번 그 안경을 쓰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

시몬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이거 대박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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