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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310화 (310/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10화

토토와 함께 '돌연변이' 동아리 방으로 가는 길.

시몬의 입장에서 토토는 언제든 부담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친구였다.

같은 과목 지망생이고, 소환학이라는 확실한 공통분모가 있으니 말할 거리도 많았다.

"마지막 소환학 수행평가는 너무 어렵다고 생각해!"

나란히 걸어가던 토토가 잔뜩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작은 불꽃 하나 일으키는 스켈레톤 메이지 하나 만들기도 어려운데, 창작이래 창작! 새로운 거 아니면 점수를 안 주겠단 소리로 들려서 불안해!"

수행평가의 난이도에 대해 열변을 토하던 토토가 슬쩍 고개를 돌려 시몬의 눈치를 보았다.

"아, 안 그래?"

시몬이 원만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야."

"그치 그치!"

제 생각에 동의해 줘서 기쁜 듯, 토토가 안도하는 얼굴로 웃었다.

"그런 의미에서 시몬! 넌 뭐 만들 거야?"

시몬도 뒤따라 웃으며 말했다.

"리치."

우당탕탕탕!

잘 걸어가던 토토가 요란스럽게 넘어지며 바닥을 한 바퀴 굴렀다.

"미, 미쳤어?!!"

퍼뜩 고개를 든 토토의 입에서 삑사리가 튀어나왔다.

지나가던 여학생 둘이 그 소리를 듣고는 입을 살며시 가리며 푸훗 웃었다.

토토가 토마토처럼 시뻘게진 얼굴로 주위를 휙휙 둘러보다가 이내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지, 지지지, 진심이야? 오버로드나 데이모스도 충분히 정상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너무......!"

시몬은 아공간에서 아론이 준 책을 꺼내 보였다.

"여기 이렇게 책도 가져왔어. 2학년 진급 전까지는 차분히 도전해 보려고. 꿈은 클수록 좋잖아?"

"......커도 좀 적당히 커야 한다고 생각해."

토토가 자리에서 일어나 교복 바지를 털고는, 시몬의 손에 들려 있는 책을 보았다.

"「리치와 라이프베슬」? 그런 책은 어디서 구했어?"

"아론 교수님이 빌려주셨어. 리치의 기본이라도 만들어 오면 한번 봐주시겠다고 했거든."

그 말을 들은 토토의 눈이 반짝였다가, 이내 동경과 부러움 가득한 표정으로 변했다.

"......나, 나도 아론 교수님 연구실에 발이라도 한번 디뎌보고 싶다."

그 말에 시몬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번 찾아가 봐. 아론 교수님이 좀 만사가 귀찮은 표정을 짓고 계시지만, 생각보다 배우려는 학생들을 좋아하셔."

"......그건 네가 특례 1번에, 소환학 에이스니까 그렇지. 내가 가면 아마-"

시몬이 토토의 등을 탁 때렸다.

"쫌! 용기를 가져!"

"우왁!"

그냥 가볍게 등 한번 쳤을 뿐인데 토토의 작은 몸은 몇 번이나 휘청휘청하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정 혼자 못 가겠으면, 다음에 아론 교수님 연구실 찾아뵐 때 같이 데려가 줄게."

"지, 진짜?!"

토토가 감격에 젖은 눈이 되어 시몬을 바라보았다.

"넌 정말 내 롤모델이야 시몬! 실력도 좋은데 외모랑 인성까지 3툴......!"

"......부탁인데 친구끼리 그러지 말아줘. 부끄러워."

어느새 두 사람은 돌연변이 동아리 방 앞에 도착했다. 언제 와봐도 느끼는 거지만 참 외관은 허름했다.

문에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휘날리고 있는 종이가 붙어 있었는데, 삐뚤빼뚤한 글자로 '돌연변이'라고 적혀 있었다.

시몬이 종이를 가볍게 눌러 붙이며 말했다.

"노크할게."

토토는 근처의 창문에 얼굴을 비춰보며 열심히 머리를 점검하는 중이었다. 마침내 관리를 마친 토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똑똑.

"시몬 폴렌티아입니다! 토토도 같이 왔어요. 들어가겠습니다."

두 사람이 문을 열고 동아리 방에 들어왔다. 오자마자 하하하! 하고 우렁찬 웃음소리가 들렸다.

"왔냐! 제군들!"

이를 보이며 시원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는 이 여학생은 동아리 회장인 벤야 바닐라였다.

그녀는 이동형 칠판에 대륙 지도를 붙여놓고 열심히 뭔가를 설명하고 있었는데, 소파에 앉은 남학생이 그 설명을 듣고 있었다.

'얘는 엄청 오랜만이네.'

학자 느낌 물씬 풍기는 안경을 쓰고, 폐쇄적이고 딱딱한 인상의 남학생.

무릎 위에는 「남자의 젖꼭지는 대체 왜 필요한가?」, 「세상의 멍청이들에게 웃으며 설명하는 법」이라는 두 권의 책이 보였다.

시몬이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 피츠제럴드."

M반의 안경남 피츠제럴드. 얼굴이 가물가물할 뻔했지만 이래 봬도 토토와 함께 동아리 가입 동기였다.

"어."

피츠제럴드가 안경을 고쳐 쓰며 시몬을 보았다.

"얼굴 까먹을 뻔."

"......내 말이 그 말이야. 난 네가 동아리에 나간 줄 알았어."

"일주일에 2~3회는 출석해."

그냥 만나는 타이밍이 좀 어긋난 모양이었다. 피츠제럴드가 책을 소파 옆에 두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럼 설명 계속해 주시죠. 회장님."

"알았어! 열의가 넘치는구나 안경 제군!"

둘이서 뭘 하나 싶었더니 또 그 이상한 '세계정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지도를 보니 이번 정복 대상은 4대 왕국 중 하나인 '샤헤드'였다.

"그러니까 샤헤드의 북부 지방은 폭설이 내리는 날엔 아무것도 못 하잖아!"

그녀가 지도가 붙어 있는 칠판을 탕탕 치며 말했다.

"그래서 눈썰매를 끌어줄 언데드를 만들어서 샤헤드를 정복하는 거야!"

"누가 끌어줄 겁니까?"

"당연히 그쪽의 순록을 언데드로 만드는 거지! 추위에 강하지 않을까?"

"냉기 저항을 기대하려면 털을 유지할 수 있는 구울 형태가 유리하지 않겠습니까."

대충 뭐 이런 쓸데없는 잡담이었다.

벤야와 이야기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았기에, 오버로드 보수나 하면서 기다리기로 했다.

책을 근처의 선반에 내려놓은 시몬이 바닥에 앉아 아공간에서 오버로드의 촉수를 꺼내고, 선반에서 헝겊과 슬라임 윤활유를 가져왔다.

"나도 도와줄게 시몬!"

"고마워."

시몬과 토토가 오버로드를 보수하고 있는 사이, 세계정복에 대해 논하고 있던 벤야의 시선이 시몬의 책으로 향했다.

"어! 저 책!"

그녀가 빠른 걸음으로 뛰어와 책을 들어 보였다.

"「리치와 라이프베슬」! 이거 우리 할아버지가 쓴 거야!"

그녀의 할아버지라면 바닐라 그룹의 현 회장이었다.

"선배님 혹시."

그냥 운이었지만, 이런 기회를 놓칠 시몬이 아니었다.

"1학년들 이번 소환학 과제에 대해 알고 계세요?"

"안경 제군한테 들었어. 마법형 언데드 창작이라며?

"네, 저는 리치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무표정하던 피츠제럴드가 놀란 표정으로 눈을 끔뻑였고, 토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

"역시 우리 제군이야!"

반면 벤야는 두 손바닥을 짝 맞부딪히며 웃었다.

"세계정복에 대한 열의가 너무 뜨거운 거 아니니?"

"......하하."

"좋아! 정복 못 할 것도 없지! 리치에 관해 설명해 줄게!"

그녀가 이동형 칠판의 지도를 잠시 뜯어내고, 분필을 집었다.

"리치에도 '삼요소'라는 게 있어."

그녀가 칠판에 '라이프베슬(심장)', '두개골', '지팡이'라고 썼다.

"가장 구하기 힘든 재료는 역시 라이프베슬이 될 심장이야!"

그녀가 심장이라는 글씨 밑에 앙증맞은 하트표를 그려 넣으며 말을 이었다.

"아무 심장이나 라이프베슬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라서. 조금 특별한 심장이 필요하거든!"

"혹시 바닐라에서 구할 수 있을까요?"

"구할 수야 있겠지만 라이프베슬은 거의 다 주문제작이야. 재고가 없고, 요청해야 남은 재고로 준비가 되겠지. 비용도 상당할 거야."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는 바로 두 번째 요소로 넘어갔다.

"다음! 두 번째는 리치의 몸통이 될 뼈대! 특히 두개골은 어마어마한 마력을 견딜 수 있는 특별한 게 필요하거든. 이것도 쫌 까다롭고."

벤야가 마지막으로 지팡이를 가리켰다.

"세 번째는 지팡이! 요즘 네크로맨서들은 다소 지팡이를 기피하긴 하지만, 아직도 연령대 높은 많은 네크로맨서들이 사용하고 있고. 특별한 흑마법을 준비할 때는 꺼내서 사용하기도 해."

그녀가 리듬을 타듯 손가락을 흔들며 설명했다.

"리치든 스켈레톤 메이지든, 마법형 언데드에게는 거의 필수적인 물건이야. 언데드의 공간지각능력은 많이 떨어지거든. 그래서 지팡이의 마도석을 이용해 마법의 사출을 지팡이로 하는 게 가장 밸런스가 좋아."

"이해했습니다. 선배님."

피츠제럴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안경을 눌러썼다.

"결론은 리치를 만들려면, 재료를 모으는 것부터가 불가능에 가깝단 말씀이시군요."

"솔직히 말하면...... 그렇긴 하지? 이것들이 있어도 100%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시몬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선배님, 저번에 선배님께 맡긴 스켈레톤의 두개골. 기억나세요?"

시몬은 데스렌드에서 구해온 에이션트 언데드, 마누스의 두개골을 말하고 있었다.

"응? 아! 기억나!"

"리치의 두개골로 그건 어때요?"

그녀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흠~ 사실 뽑을 만한 데이터는 거의 다 뽑았거든. 널 위한 근접 공격형 스켈레톤으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리치용은 어떨지 잘 모르겠네. 한번 가져와 볼까?"

"네! 한번 확인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라이프베슬이랑 지팡이는......."

이쪽은 돈을 주고 구매해야 할 것 같았다.

잠시 고민하던 시몬이 입을 열었다.

"혹시 바닐라에서 괴공의 사체에도 관심 있어요?"

"응?"

벤야가 눈을 깜빡였다.

* * *

중립지대에 파견 갔을 때.

벤젼스에서 일하면서 딕과 하던 이야기가 있었다.

-괴공 있잖아. 니가 잡은 거라서 소유권이 너한테 있을 텐데 아깝지 않냐? 비쌀 텐데.

바로 괴공의 사체에 대한 이야기였다.

시몬은 괴공을 잡긴 했지만, 사체가 바다 밑바닥까지 떨어졌을 테니, 그걸 끄집어내는 건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전문 인양업체에 의뢰하면 충분히 건질 수 있을 거라고 봐! 오래된 난파선 같은 것도 쭉쭉 잘 건져내는 사람들이거든.

딕은 자신감을 보였다.

-일주일 넘게 바다에 있었는데. 지금쯤 물고기들이 다 먹지 않았을까?

-어차피 언데드로 쓸 거잖아? 뼈랑 특수 장기들만 건지면 되지.

딕이 다른 건 몰라도 돈 냄새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맡는다는 걸, 룸메이트인 시몬도 잘 알고 있었다.

딕은 총수입의 5%를 자신이 떼가는 대가로, 인양업체 계약과 괴공의 시체를 건져 올릴 준비까지 다 해주겠다고 했다.

시몬도 별문제가 없어 보여서 딕에게 위임해서 작업을 준비 중이었는데, 괴공을 건지면 바닐라에 팔거나 경매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할 생각이었다.

-좋은 생각인데? 건져 올린 괴공 상태를 한번 보고 결정할게!

벤야의 반응도 호의적이었다.

바닐라가 가져가든, 경매에 등록하든, 일단 돈이 생긴다. 그리고 시몬은 이 목돈으로 라이프베슬과 리치가 쓸 지팡이를 구매할 생각이었다.

'이건 이것대로 준비하도록 하고.'

-우웅! 우우우웅!

시몬은 기숙사 책상에 올라가 애교를 부리는 곰인형, 사실은 신수인 아칼리온의 머리를 슥슥 쓸었다.

여기는 키젠이지만 시몬이 신성을 부여하지 않는 한 그냥 야생동물이나 몬스터와 다름없었다.

'파라한 교수님이 아시면 깜짝 놀라시겠지?'

과외 일까지 기다리려고 했지만, 시몬은 내일 아침 일찍 파라한과 약속을 잡고 찾아갈 생각이었다. 리치 제작은 물론, 신성 파트도 소홀히 할 수는 없었다.

'언젠가 매그너스와 싸우게 된다면.'

시몬이 가만히 자신의 주먹을 들여다보았다.

'신성이 가장 큰 열쇠가 될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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