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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311화 (311/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11화

다음 날 아침.

시몬은 평소보다 몇 시간 일찍 일어나 교정을 걷고 있었다.

신성 방어학 교수 '파라한'을 만나서 신수에 대해 이야기한 뒤, 아침 수업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교수님이 아칼리온을 보면 얼마나 놀라실까?'

기대감이 들었다.

시몬은 가슴을 열고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새벽 공기는 맑고 상쾌했다.

그런데.

-까악! 까악!

인적 없는 새벽 산책길에 유난히 큰 까마귀 소리가 들렸다.

-야오옹!

-야옹!

뒤이어 고양이 울음소리도 들렸다.

'무슨 일이야?'

시몬이 소리가 난 곳으로 가보니, 까마귀와 새끼 고양이들이 바닥에 떨어진 소시지를 놓고 싸우고 있었다.

'카미의 고양이들?'

자세히 보니 카미바레즈가 키우는 그 새끼 고양이들이었다. 덩치도 작아서 날갯짓에 날아갈 것 같은 녀석들이, 힘을 합쳐 까마귀와 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결국 까마귀가 안 되겠다고 판단했는지 날개를 펴고 도망쳐 버렸다.

-야오옹!

새끼 고양이들이 승리의 포효를 내질렀다.

이내 전리품인 값진 소시지를 차지하러 가려는 순간.

-!

시몬을 딱 발견했다.

먹을 것도 마다하고, 하얀색과 검은색 덩어리가 우다다 시몬에게 달려왔다. 냥냥 거리면서 시몬의 신발에 달라붙어 몸을 비비적대고 안아달라고 난리였다.

"너, 너희들이 왜 여기 있어?"

카미바레즈가 지어준 이름이 분명 하양이, 까망이였을 것이다.

시몬은 무릎을 굽히고 앉아 고양이들을 귀여워해 주다가 양손으로 끌어올려 가슴에 받쳐 들었다. 고양이들은 얌전히 몸을 맡기며 편안한 자세를 찾았다.

"여자기숙사로 돌아가자."

여긴 전부 네크로맨서들뿐이고, 길가에 언데드들이 멋대로 돌아다니는 학교였다. 새끼 고양이가 돌아다니기엔 퍽 위험했다.

마침 가는 길이 비슷하니 데려다주면 될 것 같았다. 시몬은 새끼 고양이들의 애교를 보며 즐거운 마음으로 걸었다.

"하양아!"

이번에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파자마 차림의 카미바레즈가 발을 동동 굴리며 고양이들을 찾고 있었다.

"카미!"

"아, 시몬~!"

시몬을 발견한 카미바레즈가 환하게 웃으며 종종걸음으로 달려왔다.

날개를 팔락팔락 흔들며 걸음을 멈춘 그녀가 시몬이 품에 안고 있는 고양이들을 발견했다.

"하양아! 까망아! 어딨었어!"

시몬이 고양이들을 카미바레즈의 품에 건네주었다.

"까마귀들이랑 싸우고 있더라. 다친 곳은 없어."

"정말 다행이에요!"

카미바레즈가 능숙하게 고양이를 안아 들었다. 고양이들이 그릉그릉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요즘 애들이 똑똑해져서 걱정이에요. 자꾸 틈을 찾아서 빠져나간다니까요."

시몬이 그녀의 말을 들으며 새끼 고양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런데 얘들, 거의 안 컸네."

보통 새끼 고양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크던데, 몇 달 전 처음 발견했을 때와 덩치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혹시 몬스터인지 확인해 봤어?"

"네! 사람을 불러서 확인해 봤는데 그......."

그녀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몬스터에 빠삭한 연구원분들도 이런 몬스터의 새끼는 처음 본다고......."

"으음."

시몬이 손가락을 뻗어 새끼 고양이들의 이마를 살폈다. 놀아주는 줄 알았는지 고양이들이 신이 나서 앞발로 톡톡 쳤다.

"잠깐만 잠깐만."

손가락으로 이마를 살살 건드리니 뾰족한 뿔이 만져진다. 아무리 봐도 그냥 고양이는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요즘 고민이 많아요."

카미바레즈가 고개를 푹 숙였다.

"창고 관리원분도 이제 버거워서 밖으로 보내야겠다고 하셔서."

"원래 몬스터든 아니든 두 달 동안만 키우기로 했지."

"네, 맘 같아선 제가 기숙사 방 안에서 키우고 싶지만 학칙 때문에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 요즘 고양이들의 주인이 되어줄 분을 찾으려 돌아다니고 있어요! 주말에는 홍펭 교수님께 찾아뵐 생각이에요!"

시몬이 미소 지었다.

"그럼 다 같이 가서 부탁해 보자."

"정말요? 고마워요 시몬!"

이제 고양이들은 밥 먹으러 돌아갈 시간이었다. 헤어지는 순간임을 인지했는지, 고양이들이 시몬의 품으로 돌아가려고 버둥거렸다.

-야옹! 야아옹!

"귀, 귀찮게 하면 안 돼. 시몬도 바쁘시단 말야."

카미바레즈가 더욱 힘을 주어 고양이들을 가슴에 꼬옥 끌어안았다.

"얘들이 참 시몬을 좋아하네요."

"그러게."

시몬이 옆머리를 긁적였다. 고양이들이 애잔한 눈동자로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럼 좀 이따 수업 시간에 봐."

카미바레즈가 상냥한 눈웃음으로 화답했다.

"네, 시몬! 수업 때 뵈어요!"

-야옹! 야옹!

그렇게 시몬은 카미바레즈과 고양이들과 헤어져 파라한의 연구실로 갔다.

시간이 조금 지체돼서 칠흑을 일으켜 달리니 금방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가볍게 옷매무새를 손보고는 손등으로 문을 두들겼다.

똑똑.

"교수님, 시몬입니다."

"어서 들어오게."

시몬이 조심스럽게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창밖을 보며 뒷짐을 진 흰옷의 노인이 보였다. 긴 커튼이 바람에 나풀거리며 흔들렸고, 뒷짐을 진 손에는 접선을 들고 있었다.

"파견평가는 잘 다녀왔나?"

지혜로운 옥색 눈동자가 시몬을 돌아보았다.

"네, 교수님!"

시몬도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마실 건 뭘로 하겠나?"

"뭐든 괜찮습니다."

파라한이 손가락을 튕기자 창문이 척척! 닫히고 커튼이 내려와 방이 어두워지고 벽면 곳곳에 신성 마법진들이 빛을 번쩍이며 펼쳐졌다.

외부에서의 접근과 도청을 차단하는 결계형 백마법이었다.

"잠시 앉게."

"네."

시몬은 편안히 자리에 앉았다.

처음에 파라한에게 신성을 들켜서 여기 불려왔을 때는 겁이 났었지만, 이제는 심적으로도 마음이 편한 장소가 됐다.

"교수님. 기분이 좋아 보이시네요."

"음, 들켰나?"

파라한이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긴 수염을 만지작거렸다.

"실은 키젠 교정 밖에 집을 마련했다네. 야트막한 언덕에 조그맣게 지었지."

"아, 축하드려요!"

파라한이 테이블에 고풍스러운 빛깔의 자기 잔을 내려놓았다.

"전에 홍펭 교수의 오두막집에 초대받은 적이 있다네. 이 늙은이 눈으로 보기엔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어서, 숙소를 외부에 마련하고 싶다고 키젠에 요청했네. 물론 본부에서 보안 문제 때문에 단칼에 거절했지만."

"아......."

쪼르륵.

주전자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차가 찻잔을 가득 채웠다. 향긋한 차 냄새가 주위를 가득 채웠다.

"그런데 이번 파견평가에서, 학생들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준 모양이야."

파라한이 찻잔을 들고 말을 이었다.

"프리스트들과 싸울 때 이 늙은이의 수업이 도움이 됐다던데."

"맞아요! 저도 이번에 에프넬 쪽 학생들이랑 싸울 때 큰 도움이 됐어요!"

"그거 영광이군. 학생들이 잘 말해줘서 키젠 본부에서도 야외 주거를 허가해 줬다네."

역시 실력 만능주의인 키젠.

학생들은 물론, 교수들도 자신들의 능력을 증명할수록 여러 혜택이 돌아가는 건 당연했다.

거기에 파라한이 학생들과 상부에 인정을 받는 것 같아서 시몬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언젠가 교수님의 진심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줄 거라고 믿어요."

파라한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고맙네. 이 늙은이가 무슨 예쁜 짓을 했다고 말년에 이런 호강을 누리고, 이렇게 좋은 제자도 갖게 되는지 모르겠군."

시몬이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파라한의 입가에 노인이 아닌 아이 같은 미소가 걸렸다.

"한번 집에 구경하러 가보겠나? 아직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네."

"좋아요!"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때, 파라한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뭔가 결계에 감지됐군."

"네?"

파라한이 접선을 흔들자 커튼이 걷히고 창문이 벌컥벌컥 열리며 신성 결계도 사라졌다.

파라한과 시몬이 건물 밖으로 나와보았다.

"아!"

-야오오옹!

창밖에 새끼 고양이들이 야옹거리며 신성 그물에 버둥거리고 있었다.

시몬이 놀라서 말했다.

"하양이 까망이!"

"아는 아이들인가?"

"네, 죄송해요. 여기까지 절 따라왔나 봐요."

분명히 카미바레즈가 데려간 걸 봤는데 또 어떻게 빠져나왔을까.

시몬이 고양이들을 구해주려 다가갔다.

"자, 잠깐만 기다리게!"

파라한의 입에서 경악성이 튀어나왔다. 그의 시선이 신성 그물을 할짝대며 핥고 있는 고양이들에게로 향했다.

"이, 이건 신수가 아닌가!"

시몬의 눈도 번쩍 뜨였다.

"신수요?!"

* * *

시몬은 파라한의 새로운 집으로 들어왔다.

나무로 둘러싸인 언덕 위에 소담한 집 한 채가 있는 모습은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시몬이 감탄을 흘리며 말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이 집을 지으신 거예요?"

"지었다기보다는, 마법으로 옮겼단 개념이라네."

그리고 마당의 풀밭에는 새끼 고양이들과, 작은 곰돌이 인형처럼 생긴 아칼리온이 뒤엉키며 놀고 있었다.

까마귀와도 대등하게 싸우는 호전적인 고양이들은 연신 앞발을 휙휙 뻗으며 공격했고, 아칼리온은 이에 이기지 못하고 벌러덩 쓰러졌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미소가 지어질 만큼 귀여웠다.

"정말 놀라운 일이야. 프리스트의 신수가 자네를 따르게 되다니."

아칼리온에 대해서는 오면서 파라한에게 설명했다. 시몬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 프리스트에겐 좀...... 미안하네요."

"미안하게 생각할 것 없네. 신수가 주인을 선택하는 건 누구도 어쩌지 못하는 일이니. 자네가 만약 거기서 아칼리온을 버리고 돌아갔어도, 아칼리온은 그 에프넬의 학생에게 돌아가지 않았을 걸세."

신수가 주인을 선택하는 일 자체가 드물다고 파라한은 말했다. 그래서 신수학에서는 주인으로서 선택받지 않아도 신수를 이끌고 키우는 방법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우웅! 우우웅!

곰돌이 인형처럼 생긴 아칼리온이 새끼 고양이들의 공격을 이기지 못하고 시몬의 다리 뒤로 숨었다.

고양이들은 계속 놀자며 쫄쫄 뒤따라왔다.

"그만, 그만해. 사이좋게 지내야지."

시몬이 아칼리온을 들어서 품에 끌어안았다. 새끼 고양이들이 야옹야옹하며 시몬의 다리 위로 올라오려 했다.

"정말 진귀한 아이들이야."

파라한이 고양이들의 머리를 쓸며 말했다. 고양이들이 반항하듯 파라한의 손가락을 깨물었다.

"암흑연합에서도 신수가 드물게 태어나는 건 봤네. 하지만 설마 로크섬에서 신수가 태어나다니."

"그런데 정말 신수가 맞아요? 신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네크로맨서인 카미랑도 살갑게 지냈어요."

"신수는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네."

태어날 때부터 신성을 일으키며 완전체로서 존재하는 완전형.

겉으로 보기엔 그냥 동물이나 몬스터지만, 신성을 불어넣었을 때 형태가 변화하는 변신형.

레테의 새끼용인 '란'이 완전형이고, 시몬의 '아칼리온'이 변신형의 표본이었다.

"암흑연합에서 완전형 신수는 씨가 말랐다고 생각하게. 태어나자마자 신성을 내뿜는 개체라면 네크로맨서들이나 자연형 언데드들이 보자마자 죽였을 걸세."

"그, 그렇겠네요."

"연합의 영토에는 변신형 신수가 생존에 훨씬 유리하지. 저 고양이들이 칠흑에 거부감이 없고, 변신하지 않으면 신성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도 진화의 결과일 걸세."

시몬이 진지한 표정으로 새끼 고양이들을 바라보았다.

"그, 그럼 만약 제가 이 고양이들에게 신성을 부여하면......."

"그래. 진짜 신수로서 각성하고 스스로를 자각하겠지."

시몬이 침을 꿀꺽 삼켰다. 과연 이 작은 새끼 고양이들이 어떻게 변할까.

그때 파라한이 수염을 쓸며 말했다.

"카미바레즈라는 소녀가 고양이 주인을 찾고 있다고 했지?"

"네."

"이 신수들은 야생으로 가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죽을 게야. 자네가 주인이 되게. 학생이 기숙사에 고양이를 들이진 못할 테니, 평소엔 내가 데리고 있겠네."

시몬의 눈이 반짝였다.

"정말 그렇게 해주시겠어요?"

"허허! 물론이네."

완벽했다. 신수를 신성방어학 교수에게 맡길 수 있다면 그것만큼 안전한 길은 없었다.

"그럼 자네가 저 아이들에게 신성을 불어넣어서, 진짜 신수의 형태로 변신시켜 보겠나?"

"네, 해보겠습니다."

시몬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제일 먼저 다리에 철썩 붙은 '하양이'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왜, 왜 내가 다 긴장되냐.'

손바닥 사이로 따끔한 뿔이 만져졌다.

그런데 잠시라도 가만히 있질 못하고 날뛰던 하양이가, 웬일인지 동상처럼 얌전히 앉아 있었다.

동그란 눈망울로 뭔가를 기대하는 듯 시몬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시작할게."

가볍게 심호흡을 한 시몬이 이내 고양이에게 신성을 흘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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