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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313화 (313/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13화

위험한 맹독 몬스터 사냥이 두 명이서 하는 과제라니!

A반의 모든 학생들이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는 가운데, 별야가 입을 열었다.

"수석아."

"아, 네! 넷! 교수님!"

뒤에 서 있던 수석조교가 헐레벌떡 달려 나와 기립했다.

"무작위로 두 명씩 뽑아서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올려보내."

"아, 알겠습니다! 교수님은요?"

"난 미리 해독제나 만들어놓으려고."

그렇게 말한 별야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독에 걸려서 꼴까닥 하기 직전에 오는 애들도 있을 테니까."

강의실에 무거운 긴장감이 들어찼다. 별야가 학생들을 보았다.

"니들도 명심해. 고점 받겠다고 객기는 부리지 마라."

별야는 그 말만 남기고 강의실을 나섰다.

수석조교는 가슴에 손을 올리며 조그맣게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학생들을 보며 말했다.

"자, 학생들 들었죠? 두 명씩 보낼 거예요."

그때 클라우디아가 손을 들었다.

"조, 조교쌤! 조는 우리가 알아서 짜면......."

"안 되는 거 알죠? 교수님께서 무작위라고 하셨으니까."

이 학교에서 키젠 교수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학생들이 불안한 얼굴로 누구랑 같이 가게 될지 웅성거리고 있는 사이, 조교들은 출석부의 이름을 모두 쪽지에 받아 쓰고 있었다.

"그 대신."

"?"

수석조교가 빈 상자 두 개를 교탁에 올려놓으며 웃었다.

"남학생 한 명, 여학생 한 명. 혼성조로 할게요! 좋죠?"

별야 교수의 명령은 무작위 두 명일 뿐, 어떻게 나눌지는 조교의 재량이었다.

수석조교의 발언에 엄청난 반응이 튀어나왔다.

남학생들은 부담스러움 반, 기대 반의 감정이었고, 여학생들은 '아 뭐예요!'를 남발하고 있었지만 은근히 머리를 다듬고 있거나 거울을 꺼내보는 듯 그리 싫지 않은 분위기였다.

"......귀찮은 짓을."

턱을 괸 헥토르가 쯧 하고 혀를 차는 모습이 보였다.

이내 수석조교가 남학생 한 명을 뽑고, 다른 조교가 그와 같이 갈 여학생 한 명을 뽑아 조를 짰다. 다음 차례에는 반대로 수석조교가 여학생을 먼저 뽑고, 다른 조교가 남학생을 뽑는 식이었다.

수석조교의 의도는 수행평가 전에 긴장을 풀어주자는 의도였지만, 이 단순한 제비뽑기가 은근히 재밌는 이벤트가 됐다.

어느새 반의 모든 학생들이 극도로 과몰입하며 한 명 한 명 격하게 소리치고 반응하고 있었다.

"자, 그럼 다음은 남학생 차례!"

수석조교가 박스에서 남학생 이름이 적힌 쪽지 하나를 꺼내 펼쳤다. 정적 속에서 부스럭거리며 쪽지를 펼친 그녀가 입을 열었다.

"딕 헤이워드!"

자신의 차례가 된 딕이 두 팔을 착 벌리며 환호성을 유도했지만, 여학생들은 하나같이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지뢰 떴다."

"극혐."

"딕은...... 재밌긴 한데...... 뭔가 쪼옴......."

그 말을 들은 딕이 울컥하며 여학생들 쪽을 노려보았다.

"야! 니들 왜 이래! 내가 얼마나......!"

"같이 갈 여학생은 캐서린 터랠!"

그 캐서린으로 추정되는 여학생이 책상에 쿵! 소리가 나게 엎드렸다.

남학생들은 제 허벅지를 두들기며 박장대소를 터뜨렸고, 여학생들은 캐서린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했다.

"폭탄처리반 수고."

"힘내."

같은 조원인 메이린도 한마디 했다.

"캐서린, 네 희생은 잊지 않을게."

딕이 부글부글 끓는 표정으로 여학생 무리를 노려보았다.

"니들 다 두고 보자! 진짜!"

뒤에 앉아 있는 시몬이 말리듯 딕의 팔을 끌어당겼다.

"너무 화내지 마. 그냥 장난으로 하는 건데 뭐."

"네! 그럼 다음 학생은...... 시몬 폴렌티아!"

갑자기 강의실에 쥐 죽은 듯한 침묵이 휘몰아쳤다.

딕을 놀리던 여학생들이 갑자기 웃음기가 싹 빠진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메이린은 자신의 옷자락을 쥐었고, 카미바레즈는 두 손을 꼭 모았다. 곳곳에서 꼴딱꼴딱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야이 미친! 반응이 너무 다르잖아!!"

이전 차례였던 딕은 두 번 죽었다.

"솔직히 비빌 걸 비벼야지."

신디 비바체가 손을 위아래로 휙휙 흔들며 딕을 확인 사살했다.

한편 시몬도 누구랑 가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었다. 완전 초면인 사람은 부담스럽고, 전술적으로도 불리하다.

'메이린이나 카미랑 가고 싶은데. 아님 그나마 잘 아는 여자애들이라도.'

그때 한 남학생이 말했다.

"조교쌤. 다음은 여자들 먼저 뽑을 차롄데요."

"아, 맞다~"

수석조교가 실수했다는 듯 혀를 쏙 내밀었다. 그러곤 시몬의 쪽지를 곱게 접어 박스에 넣어 섞어버렸다. 여학생들의 따가운 시선이 꽂혔다.

"그럼 다음 여학생은!"

그녀가 쪽지를 펼쳐 읽었다.

"카미바레즈 우르슬라!"

와아아아아!

지금까지 들은 함성중에서 그 어느 때보다 큰 함성이 쏟아졌다.

A반 모두가 아끼는 막내 여동생이자, 귀여운 외모와 착하고 순한 성격. 많은 남학생들이 그녀와 함께하기를 원했다.

그런데 정작 카미바레즈 본인은 긴장했는지 펭귄처럼 떨고 있었다.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그녀의 동공이,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시몬 쪽이었다.

'제발 시몬이랑 같이......!'

"네, 그리고 남학생은 시몬 폴렌티아입니다!"

그 한마디에 카미바레즈의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다.

진짜?

정말로?

"죽어라!"

"맨날 7조 놈들만 카미를 독차지해!"

"짠 거 아냐?!"

분노에 눈이 먼 딕과 남학생들이 시몬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자, 자, 조용! 다음 남학생을 뽑겠어요! 헥토르 무어!"

다행히 관심은 바로 다음 학생으로 넘어갔다. 그사이 카미바레즈가 쪼르르 달려왔다.

"시몬~!"

그녀가 시몬의 옷자락을 부여잡으며 화알짝 웃었다.

"시몬이랑 같이 가서 정말 다행이에요!"

시몬도 마주 미소 지었다.

다만, 뒤에서 적대감 가득한 시선들이 꽂히는 바람에 뒤통수가 따가웠다.

* * *

이내 모든 조가 정해졌고, A반 학생들 전원 텔레포트 마법진이 있는 언덕으로 향했다.

메이린은 토토와 같은 조가 되었는데, 무척이나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팔짱을 끼고 눈에 쌍심지를 켠 모습이, 마치 말 걸면 죽여 버릴 것 같은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토토가 불쌍하네.'

메이린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토토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그녀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시몬이 메이린에게 다가가서 타이르듯 말했다.

"너무 그러지 말고 잘해줘."

토토가 감격한 눈으로 시몬을 보았지만, 메이린은 심술 난 표정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카미랑 가서 참 좋으시겠어요. 이번 수행평가도 에이쁠은 따놓은 당상이네."

그래도 메이린이 이런 식의 심술을 부리는 건 잠시뿐이었다.

네크로맨서답게 냉정히 상황을 받아들이고 토토의 흑마법을 물어보며 전략을 점검하고 있었다.

"그럼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이번 수행평가는 꽤 엄격했다.

다른 해독제가 없는지 아공간 검사도 이루어졌고, 학생은 키젠 교복이 아닌 체육복 등 다른 옷으로 갈아입어야 했다.

그리고 전투 장면이 녹화될 소형 메모리얼 수정구도 목걸이처럼 목에 걸어야 했다. 부정행위 없이 제대로 수행평가가 이뤄지는지 확인하는 장치였다.

그리고 이 메모리얼 수정구의 뒷면을 꾸욱 누르면, 키젠 측에 비상상황임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다. 다만 학교 측의 도움을 받는 경우 수행평가 최하점수에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그럼 텔레포트를 시작하겠습니다! 호명하는 학생들부터 빠르게 올라오실게요!"

* * *

텔레포트는 생각보다 짧은 거리였다.

'벌써 도착했네.'

시몬이 눈을 뜨자, 저번에 다녀왔던 중립지대보다 더 사막 같은 광활한 모래언덕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등을 돌려 뒤를 보면 나무들이 무성한 평범한 숲이 있다.

앞에는 사막, 뒤는 숲.

마치 자연의 경계처럼 보인다.

"드레스덴 왕국에 이런 곳도 있었구나."

"한때는 전부 숲이었는데, 근처에 던전이 생긴 이후 이렇게 사막화됐대요!"

같이 넘어온 카미바레즈가 방긋 웃으며 손에 든 임무서를 흔들어 보였다.

"라고 여기 적혀 있어요!"

"......하하."

시몬이랑 단둘이서 밖에 왔다는 설렘에, 카미바레즈의 날개는 쉴 새 없이 파닥였다. 그 모습을 보며 시몬도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출발할까?"

"네!"

로크섬 밖에 왔지만 딱 하루짜리 수행평가다. 남은 시간은 8시간.

두 사람은 일단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카미바레즈가 계속 임무서를 읽었다.

"우리가 사냥해야 할 맹독 몬스터는 데저트 스콜피온. 무려 위험도 5급이래요!"

"5급?"

위험도 5급이라면 3차 BMAT 바다에서 싸웠던 '괴공'과 같은 급이었다.

물론 괴공은 해저동굴 밖으로 나오지 않아 위험도가 확 낮아진 거고, 데저트 스콜피온은 독 때문에 위험도가 올랐다.

같은 강함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결국 이렇게 같은 급으로 분류되는 것 자체가 극도로 위험하단 소리였다.

"이제 스콜피온 출몰지에 왔나 보다."

시몬이 팻말을 가리켰다. 두 사람은 사막이 시작되는 지점에 서 있었는데, 온통 <전갈주의!>나 <극도로 위험!>이라는 팻말이 꽂혀 있었다. 해골마크 문양도 많았다.

시몬이 주위를 경계하며 걷고 있는데 툭 하고 발에 뭔가가 걸렸다.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오래된 두개골이 모래에 파묻혀 있었다.

"으스스하네요."

카미바레즈가 어깨를 감쌌다. 두 사람은 서두르지 않고 한 발 한 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일단 스콜피온이 나와야 해독제를 만들든 뭘 하든 할 텐데."

그렇게 말하던 시몬이 급히 말을 멈췄다.

평평하던 모래 한쪽이 서서히 솟아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나타났다!'

시몬은 급히 카미바레즈를 안아 들고 몸을 던졌다. 모래에서 솟구친 커다란 꼬리가 바닥을 강하게 내리쳤다.

터어어엉!

모래가 분수처럼 튀어 올랐다. 딱 봐도 엄청난 파괴력이었다.

카미바레즈를 내려준 시몬이 뒤를 돌아보자, 어느새 그 꼬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모래에는 초록빛 액체가 섞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독이다. 조심하자 카미!"

"네!"

역시 5급 몬스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다.

두 사람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잔뜩 경계하고 있는데, 다시 한쪽에서 모래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먼저 발견한 카미바레즈가 외쳤다.

"시몬! 오른쪽이에요!"

시몬은 왼발이 바닥에 붙은 걸 인지하고는 눈에 힘을 주었다.

'개문!'

촤르르르르륵!

두 개의 칼날이 솟아오르는 동시에 스콜피온의 꼬리는 아래로 내려왔다.

쿠웅!

두 개의 촉수와 하나의 꼬리가 정중앙에서 부딪히며 거대한 굉음을 터뜨렸다.

히트 앤 런. 공격이 막힌 데저트 스콜피온이 다시 모래 속으로 숨으려 했다.

부글부글!

그때 스콜피온의 주위로 작은 피의 연못이 포위하듯 일어났다. 집중한 듯 눈을 감은 카미바레즈가 두 팔을 우아하게 휘둘렀다.

<블러드 스레드>

촤악!

촤악!

연못에서 솟구친 피의 선이 스콜피온의 몸체를 붙잡았다. 스콜피온은 그대로 힘을 주어 모래 속으로 들어가려 했고, 피의 선이 팽팽해졌다.

"읏!"

카미바레즈가 힘겨운 신음을 흘리며 휘청거렸다.

"도와줄게 카미!"

<클라우드>

시몬의 열 손가락에서 뻗어 나간 에메랄드빛 연기가 밧줄처럼 날아가 스콜피온의 몸을 휘감았다.

"하나둘-!"

시몬과 카미바레즈가 동시에 무릎을 굽히며 팔을 힘껏 당겼다. 녹색과 적색의 줄에 잔뜩 휘감긴 스콜피온이 휘청하더니 균형을 잃고 바닥에 나자빠졌다.

쿠웅!

스콜피온이 격렬하게 발버둥을 쳤다. 칼날처럼 날카로운 앞발이 연신 휘둘러지며 클라우드와 블러드 스레드 몇 가닥이 잘렸다.

'윽!'

그리고 클라우드와 신경이 연결된 시몬은 극도의 고통을 느꼈다.

"시몬!!"

촤아악!

스콜피온의 앞발이 시몬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간발의 차이로 물러나 피한 시몬이 어깨를 짚었다.

'윽, 독이......!'

극도로 흥분한 데저트 스콜피온이 그대로 시몬을 향해 달려들었다.

터어엉!

시몬과 스콜피온이 중앙에서 부딪혀 격돌했다. 힘 싸움에 밀리며 시몬의 두 다리가 모랫바닥에 긴 자국을 남기며 주르르륵 밀려났다.

'체내 칠흑 분화!'

시몬의 몸에서 검은 땀이 방울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강력해진 육체스펙으로 간신히 스콜피온을 멈춰 세웠다.

당황한 스콜피온이 거대한 꼬리를 들어 올려 시몬을 내리찍으려 했지만.

팽팽!

카미바레즈가 똑똑하게도 블러드 스레드를 꼬리에만 집중적으로 휘감아 움직임을 막았다.

"나이스 카미!"

시몬이 스콜피온을 붙잡은 채로 아공간을 열었다. 스켈레톤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와 멈춰 있는 스콜피온에 올라타 갑각의 빈틈 사이에 창을 꽂아놓고, 검으로 베어 상처를 냈다.

스콜피온이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며 버둥거렸다.

"준비됐지?"

"네! 미리 완성해 놨어요!"

시몬의 눈에 힘이 꽉 들어갔다.

'개문! 최대 숫자로!'

터어어어어어엉!

여섯 개의 오버로드 칼날이 바닥에서 솟구쳐 올라 스콜피온의 몸을 공중으로 띄워 올렸다. 그사이 시몬이 비틀거리며 물러나 외쳤다.

"지금이야!"

카미바레즈가 붉게 충혈된 눈으로 두 팔을 머리 위로 세웠다.

혈류계 마법의 꽃 중의 꽃.

<대출혈 - 오버플로>

촤아아아아악!

방금 스켈레톤이 낸 몬스터의 상처에서 대량의 핏줄기가 솟구쳤다.

하늘에서 붉은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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