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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315화 (315/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15화

하아. 하아.

밤이 찾아왔다. 어둠이 깔린 숲에, 얕고 벅찬 숨소리가 들려왔다.

"기다려 주세요. 시몬."

시련은 소녀를 강하게 만든다고 하던가. 몸 곳곳에 전흔과 긁힌 상처로 가득한 카미바레즈가 시몬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녀가 질질 끌고 가고 있는 그물 안에는 각종 열매들과 해독제, 그리고 몬스터의 시체가 가득했다.

"내가 꼭 시몬을......!"

이제 거의 다 왔다.

자욱한 수풀을 헤치며 나아가던 그녀의 걸음이, 시몬이 누워 있는 곳 근처까지 와서 멈칫했다.

덜컥 겁이 났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시몬에게 무슨 일이 생겼으면 어쩌나 하는.

'바보처럼 굴 때가 아냐!'

그녀가 소매로 슥슥 뿌옇게 변한 눈가를 닦고는, 시몬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시몬!!"

다행히 시몬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 주었다.

그녀가 그물을 내팽개치고 달려가 시몬의 상태를 살폈다. 호흡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가슴에 귀를 대보고, 이마에 손을 올려보았다.

"......아?"

어쩐지.

아까보다 상태가 훨씬 좋아졌다.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지만 숨소리가 평온해졌고, 혈색도 많이 나아졌다.

'대, 대단한 체력.'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더 할 말이 없었다.

시몬이 최선을 다해 버텨주고 있으니, 이제는 그녀가 해결할 차례였다. 그물을 당겨서 물건들을 펼쳐놓고 작업을 시작했다.

화륵 화륵.

불은 시몬이 미리 준비해 둔 듯 마른 장작에 잔불이 붙어 있었다. 그녀가 불을 더 크게 붙이고 후후 바람을 불어서 화력을 올렸다.

타악. 타악.

근처의 넓적한 바위를 도마 삼아, 칼로 과일들을 으깨서 즙을 냈다. 약초들은 잘게 자르고 잘 다듬어서 구석에 놓은 다음, 방금 잡은 다이어 울프의 시체를 질질 끌어서 가져왔다.

이 숲에 웨어울프는 없었지만, 그 대신이었다.

콰악!

섬 수행평가 때만 해도 몬스터 도축은 꿈에도 못 꿨지만 시몬의 목숨이 걸린 지금, 그 어떤 망설임과 두려움도 사치였다. 과감하게 배를 갈라 필요한 장기를 취했다.

오로지 시몬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빠르게 마무리한 그녀가 해독제 키트에 들어 있던 간이 마법솥을 꺼냈다. 시몬의 것까지 꺼내 두 개를 들고는 달렸다.

"물! 물!"

근처에 계곡이 있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만큼 열심히 달린 그녀가 계곡물을 흠뻑 퍼서 꽉 채운 다음 달렸다.

"아앗!"

그러나 넝쿨에 걸려 콩 하고 넘어졌다. 마법솥들의 물이 전부 엎어지며, 찰나에 서러움과 탈력감에 몸이 떨렸지만 주저앉아 있을 시간도 아까웠다.

다시 계곡으로 뛰어가서 물을 받아 돌아왔다.

"제가 꼭 구해드릴게요 시몬!"

몇 번이고 스스로 되새기듯,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무사히 돌아온 그녀가 마법 솥을 불 위에 올렸다. 하나는 강불에 직접, 하나는 불과 조금 떨어진 곳에 세팅하고는 조제를 시작했다.

맹독학 교과서를 보며 차례대로 열매와 해독초를 집어넣었다.

"후우! 후우!"

불에 바람을 불어놓고, 국자로 기름을 덜어내고, 약품을 탈탈 털어 넣었다. 강불 쪽의 마법솥은 다이어울프의 쓸개를 통째로 집어넣었다.

그렇게 시험이 끝나기 한 시간 남짓 남기고, 그녀는 마침내 해독제를 완성했다.

'이제 시몬에게 먹이기만 하면 돼!'

그녀가 마법솥째로 들고 다가왔다. 시몬의 머리 옆에 다소곳하게 무릎을 꿇고는 크게 한번 숨을 들이마셨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의 두근거리는 소리에, 밤새들의 지저귐도 들리지 않는다.

그녀의 앞에, 인상을 살짝 찡그린 채 무방비로 누워 있는 푸른 머리의 소년이 보인다.

무엇보다 이 각도.

이 각도에선 목덜미가 잘 보인다.

'지, 집중해야 해.'

잠시 눈을 질끈 감고 숨을 고른 그녀가, 마법솥의 해독제를 나무 숟가락으로 한 스푼 떠서 시몬의 입 쪽으로 가져갔다.

달달달달.

그런데 갑자기 또 팔이 마구 떨리며, 해독제가 반이나 떨어져 버렸다.

'왜, 왜 이렇게 떨리는 거야!'

다 만들어놓고 마지막에 이러다니!

그래도 용기를 내어, 이번엔 두 손으로 공손히 숟가락을 들고 해독제를 떠서 시몬의 입 앞에 가져갔다.

그런데 여기서 어떻게 먹이면 되는 거지?

"시, 시몬? 아- 해주세요."

그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시몬은 정말로 입을 벌렸다. 카미바레즈가 얼른 그 사이로 해독제를 흘려 넣어 먹였다.

시몬이 다시 입을 다물었고, 그녀가 한 스푼 더 떴다.

"아- 해주세요!"

그렇게 시몬에게 해독제를 떠먹이고 있던 그녀는 점점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얼굴에 피가 확 쏠리고 콧잔등이 간질거린다.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달뜬 소리가 흘러나온다.

자꾸만.

자꾸만 시몬의 목덜미 쪽으로 시선이 갔다.

그녀는 방금 약초를 구하고 몬스터들과 싸우느라 우르슬라의 피를 개방한 상태였다.

심연 속의 끔찍한 무언가가 고개를 들고 속삭였다.

해독제 같은 건 됐다고.

당장 저 하얀 목덜미에 송곳니를 박아 넣으라고.

궁극적으로 네가 원하는 건, 바로 그런 게 아니냐고.

시몬에게 해독제를 먹이려 허리를 굽힐 때마다, 송곳니가 번뜩이며 시몬의 목덜미로 가려고 하고 있었다.

온몸과 마음이 시몬의 피를 원하고 있었다.

'안 돼.'

그녀가 마음을 다잡았다.

결코 시몬을 상처입힐 수는 없었다.

절대로 이런 더러운 본능에 질 수는 없다.

그녀가 힘겹게 힘겹게 해독제를 세 숟가락째 먹였다.

그러자.

콜록! 콜록!

시몬이 기침을 했다.

"시몬!"

어깨를 파르르 떨며 온몸으로 쓰디씀을 표현하던 시몬이 인상을 살짝 찡그린 채 카미바레즈를 보며 말했다.

"......와, 이거. 효과 직방이네."

"으흑!"

카미바레즈의 입에서 서러운 흐느낌이 흘러나왔다.

"시모오온!!"

그녀가 와락 시몬을 끌어안았다. 시몬도 웃는 얼굴로 그녀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 주었다.

"고마워 카미, 수고했어."

"흐흑! 아아앙!"

약효는 제대로였다. 시몬은 가뿐히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카미바레즈가 진정되자 시몬이 상황을 물었다.

"남은 시간은?"

"하, 한 시간도 안 남았어요."

"바로 가자."

시몬이 몸을 일으키며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고는 그녀를 돌아보았다.

"전갈한테 복수해야지."

그녀가 눈꼬리에 맺힌 눈물을 슥슥 닦고는 활짝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네! 시몬!"

카미바레즈도 해독제를 미리 먹어두었다.

두 사람은 빠르게 달려서 다시 사막에 돌아왔다.

스콜피온은 낮보다 어두워진 밤에 주로 활동한다고 했다.

'나와라 나와라.'

시몬은 보란 듯이 칠흑을 일으키고, 아까 카미바레즈가 잡아 온 다이어 울프의 피를 뿌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쿠구구구구!

반응은 바로 왔다. 저쪽도 못 낸 승부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모래 바닥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시몬! 저기!"

"응, 나도 보고 있어. 근데......."

솟아오르는 모래가 두 개였다. 이내 두 개의 전갈 꼬리가 번뜩이며 튀어나와 떨어졌다.

꽈앙!

시몬과 카미바레즈가 동시에 뒤로 물러나 피했다. 시몬이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배우자를 데려온 모양인데."

-키리리리리리리리!

두 마리의 데저트 스콜피온이었다. 그중 한 마리는 깨진 장갑이나 피를 흘린 흔적을 보니 아까 싸웠던 바로 그 녀석이 확실해 보였다.

저쪽도 부상으로 독이 잔뜩 오른 듯, 무척 공격적인 움직임을 취했다.

"준비됐어?"

"네! 시몬!"

상대가 두 마리로 늘었지만, 어차피 독에 대한 준비만 되어 있다면 데저트 스콜피온의 위험성은 크게 떨어진다.

두 마리의 스콜피온이 모래를 튀기며 돌진해 왔다.

"나와라."

시몬이 골렘의 핵을 바닥에 떨어뜨리며 말했다. 핵 주위에는 이미 준비가 완료된 클라우드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블러드 골렘."

골렘의 핵과 클라우드가 융합하듯 중앙으로 모여들더니, 이내 커다란 두 개의 팔이 일어나 돌진해 오는 스콜피온을 정면으로 막아 세웠다.

쿠구구국!

빠르게 몸통과 다리, 그리고 얼굴이 생겨났다. 서서히 몸을 일으킨 블러드 골렘은 압도적인 완력으로 붙잡은 스콜피온을 누르며 압박해 들어갔다.

스으.

시몬이 팔을 움직였다. 그러자 블러드 골렘이 한 손만으로 스콜피온의 얼굴을 누른 채 다른 한 손으로 스콜피온의 장갑을 마구 때려서 깨트리고 맨살에 주먹을 쑤셔 박았다.

피가 터져 나오며 시몬이 입었던 상처가 '흡혈' 효과로 회복되기 시작한다.

부웅!

남은 스콜피온 하나는 카미바레즈가 상대하고 있었다. 그녀는 열심히 폴짝폴짝 뛰면서 도망치면서도 흑마법을 준비했다.

<블러드 스레드>

다시 한번 혈류학의 속박기가 튀어나왔다.

시몬도 블러드 골렘을 만들고 남은 클라우드를 일으키며 달려들었다.

두 사람이 교차하는 섬광처럼 빠르게 이동했다. 빨강과 청녹색의 선이 리본 끈처럼 휘날리며 두 마리의 스콜피온을 엉키게 했다.

스콜피온들도 꼬리를 움직여 두 사람을 노렸지만, 소용없었다.

'움직임이 훤히 다 보여!'

아까 한번 싸워봐서 패턴이 익숙해졌다. 격분한 스콜피온들이 독안개를 뿌려댔지만, 이제는 항체가 생기고 해독제를 먹은 터라 독 때문에 컨디션이 무너질 일도 없었다.

그리고.

'완성이다.'

정신없이 공격을 피하면서, 시몬은 새로운 저주를 완성했다.

그가 옆을 돌아보며 외쳤다.

"카미! 이제 물러나!"

"네!"

카미바레즈가 물러나고, 시몬은 저주 마법진을 발현시켰다. 마치 음양마크처럼 두 개의 마법진이 하나로 붙어 있는 형태였다.

시몬이 그것을 떼어내 각각의 스콜피온에게 하나씩 부착했다.

<호스틸(Hostile)>

저주의 효과가 발동했다.

합심해서 인간들을 공격하던 두 스콜피온이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이내 괴성을 지르며 자기들끼리 싸우기 시작했다.

퍼걱!

꼬리로 장갑을 부수고 앞다리를 휘두르는 등 몸을 부딪치며 치열하게 다투었다.

"시, 시몬! 이건......?"

"혼란계 중에서도 적대의 저주야."

바힐이 가르쳐 준 4대 저주 중 하나.

두 개의 마법진이 하나인 형태로, 이것을 서로 다른 상대에게 부착하면, 마법진의 효과가 발동한 상대끼리 극도의 적대감을 느끼게 되며 서로 싸우게 된다.

사실상 몬스터 한정 저주에 가깝다.

물론 인간에게도 사용은 가능하고 적대감도 일으킬 수 있지만, 저주가 걸려 있다는 걸 깨달으면 아군끼리 싸울 리가 없었다.

물론 은밀하게 저주를 거는 데 성공하면 이간질의 효과 정도는 낼 수 있을지 모른다고, 제작자인 바힐은 설명했다.

그렇게 스콜피온들이 치고받고 싸우는 사이, 카미바레즈는 블러드 스레드로 두 마리를 서로 뭉치게 했다.

"돌아와, 블러드 골렘."

시몬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블러드 골렘의 몸체가 아이스크림처럼 무너지며 골렘의 핵만 뚝 떨어졌다. 이내 그 몸체가 클라우드가 되어 시몬의 마법진으로 돌아왔다.

이내 시몬이 그 마법진의 클라우드를 배율을 무너뜨린 다음, 검푸른 형태의 활과 화살을 꺼냈다.

<시몬 리메이크 - 블러드 에로우>

시몬이 화살을 시위에 매긴 채, 스콜피온들을 겨냥했다.

카미바레즈의 속박기에 묶인 스콜피온들은 뒤늦게 저주 효력이 사라지며 정신을 차렸지만.

'이미 늦었어!'

시몬이 시위를 놓는 순간, 파괴력이 한 점으로 수렴한 암흑의 선이 스콜피온들의 사이로 파고들었다.

번쩍!

주위가 암흑으로 물들고.

쿠구구구구구구구구!

이어지는 거대한 폭발이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화살이 떨어진 지점을 중심으로 부채꼴로 뻗어 나가는 칠흑의 파장이 스콜피온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이어지는 드높은 모래분수와 후폭풍에 시몬과 카미바레즈가 팔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하아아."

시몬이 칠흑의 활을 허공에 흩뜨리며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카미바레즈가 환하게 웃었다.

"해, 해냈어요 시몬!"

"카미도 수고했어."

두 사람이 비로소 웃으며 하이파이브했다.

시험종료 5분 전에 간신히 클리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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