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316화 (316/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16화

시몬과 카미바레즈는 텔레포트를 통해 키젠으로 돌아왔다.

먼저 온 학생들이 줄을 서서 평가를 기다리고 있었고, 시몬과 카미바레즈도 뒤에 섰다.

'다들 고생했네.'

차림을 보니 멀쩡한 사람이 없었다.

치열한 전투를 바치고 복귀한 학생들은 가지고 온 맹독형 몬스터의 사체도 다양했다.

죽은 독두꺼비, 거대한 나방, 거미에 초대형 물뱀까지.

특히 바로 앞자리 학생들의 지네괴물 때문에 카미바레즈가 겁을 집어먹고 시몬의 뒤에 숨어 있었다.

줄은 빠르게 줄어들어서 금방 앞 사람의 차례가 되었다.

이들이 가져온 지네괴물을 본 별야와 조교진도 놀라움을 토해냈다.

"크다 커!"

다른 학생들도 구경하러 주위에 왔다.

"야, 잘했네! 이거 어떻게 잡았냐?"

별야의 물음에 남학생이 대답했다.

"일단 몬스터가 독을 뱉게 한 다음에 도망치고, 그사이에 다른 조원이 독을 채취해 해독제를 만들어 싸워 이겼습니다."

"영리하게 잘했네."

조교진 쪽은 해독제를 확인해 보고 있었다. 지네괴물의 독과 해독제 성분을 함께 종이 위에 떨어뜨려 보더니, 별야에게 귓속말로 말했다.

"음! 해독제도 오케이. 영상 확인해 보고 잘못된 거 없으면 최소 A는 확정이다."

"감사합니다!!"

남학생과 여학생이 열렬하게 환호하며 서로 얼싸안았다. 그러다 뒤늦게 서로 자각했는지 얼굴을 붉히며 살짝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본 별야가 기가 찬다는 웃음을 흘렸다.

"쬐끄만 것들이 별거 다 해요. 니네 딴 길로 새지 말고 바로 기숙사로 가라?"

"아, 안 새요!"

곳곳에서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처음으로 A 성적을 받은 학생들이 돌아갔고, 부러움 가득한 시선이 꽂혔다.

"자, 다음!"

수석조교가 손에 든 파일을 넘겼다.

"시몬 폴렌티아 학생과 카미바레즈 우르슬라 학생...... 헉!"

시몬이 양손에 질질 끌고 온 한 쌍의 데저트 스콜피온에, 주위는 한바탕 뒤집혔다.

조교진은 물론 의자에 앉아 있던 별야마저 벌떡 일어났다.

"무슨 데저트 스콜피온이 이렇게 커?"

"그것도 두 마리나 잡았네요!"

반응이 나쁘지 않다. 아무래도 별야 측에서 생각하던 것 이상으로 크고 강한 놈을 잡은 것 같았다.

"원래 이런 크기 아닌가요?"

시몬이 물었다.

"보통은 이거 절반쯤 해. 니네 이거 잡다가 안 다쳤냐?"

"음...... 죽을 뻔하긴 했죠."

시몬이 그렇게 말하며 여유 있게 웃었지만, 옆의 카미바레즈는 그때를 떠올리기도 두려운 듯 눈을 감았다.

조교들이 집게발과 꼬리를 들어 살펴보았다. 이제는 잔해만 남았지만 얼마나 큰 데저트 스콜피온을 잡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몇몇 조교들은 도구를 들고 독을 채취하려 다가갔다. 혹시나 독이 튈까 봐 조심조심하는 모습을 보더니 별야가 몸을 일으켰다.

"됐어. 내가 직접 맛본다."

그녀는 잔해만 남은 데저트 스콜피온의 몸에 묻어 있는 독을 혓바닥으로 핥았다.

그다음은 병에 담긴 카미바레즈의 해독제를 받은 다음, 손가락으로 찍어서 혀에 대보았다. 그러고는 삼키며 쩝쩝 소리를 냈다.

"오! 잘 만들었네!"

"감사해요 교수님!"

카미바레즈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별야의 혀만큼 확실하게 독을 조사할 수 있는 키트는 이 세상에 없었다.

그녀가 삐쭉삐쭉한 삼각이빨을 드러내며 씩 웃었다.

"두 사람 다 수고했다. A+다."

"와아!"

시몬과 카미바레즈도 기쁨의 환성을 토해내며 서로 얼싸안았다. 조교들이 '이것들 또 시작이네.'하는 표정을 지었다.

"......언니."

조교 한 명이 슬쩍 수석조교를 보았다.

"응. 내가 다음 수행평가도 남녀커플로 하면 사람도 아니다."

수석조교도 옆구리가 시린지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순수하게 기뻐하는 두 사람을 보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잘했다! 목걸이는 반납하고 들어가 봐!"

"네!"

* * *

당당하게 최고 성적을 쟁취한 시몬과 카미바레즈는 기숙사에 들어가지 않고 잠시 메이린과 딕을 기다리기로 했다.

메이린과 토토는 그렇게 난리를 친 것치고는 B+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받았다.

"......토토?"

그런데 고작 반나절 만에 토토가 거의 해골 같은 모습으로 비틀거리고 있었다.

"시, 시몬."

시몬 쪽으로 다가온 토토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동안 메이린이랑 어떻게 버틴 거야? 난 불가능해......."

"야!!"

얼굴이 붉어진 메이린이 씩씩거리며 소리쳤다.

"너네 또 내 뒷담했지!"

메이린의 얼굴을 보는 순간, 토토는 맹수 앞의 작은 토끼처럼 몸을 웅크렸다.

시몬이 웃으며 물었다.

"메이린 착하지 않아?"

"차, 착하긴 한데...... 쫌...... 사람을 말려 죽이는 스타일......."

"그, 그래? 나한텐 안 그러던데."

토토가 '그건 니가'까지 말한 다음 입을 다물었다. 뒤에서 달려온 메이린이 꽁하고 꿀밤을 먹였기 때문이었다.

딕과 캐서린 팀도 나왔다. 성적은 C+로 중위권 정도였다.

캐서린은 자기 조원들에게 힘들었다며 하소연을 하고 있었지만, 딕은 싱글벙글 웃으며 기지개를 쭉 켰다.

"아~ 재밌었다! 이런 수행평가만 계속했으면 좋겠다!"

토토와 캐서린의 반응을 본 학생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시몬이랑 카미가 봉인구였네."

"그러게."

"쟤들 7조 밖으로 안 나왔으면."

"죽고 싶냐!!"

메이린이 시뻘게진 얼굴로 그들을 응징하러 뛰어왔다.

한바탕 떠들썩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 * *

그렇게 맹독학 수행평가는 무사히 끝났다.

그날 밤은 푹 쉰 시몬은, 아침 일찍 교과서를 끼고 도서관에 들어왔다.

최근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생겼다. 사람이 별로 없는 도서관에 들어가는 것도 새로운 기분이었다.

"웃차."

시몬은 평소 가장 좋아하는 책장에 둘러싸인 자리에 앉아서 바힐의 저주 교재를 펼쳤다.

무통의 저주 인돌렌스와, 적대의 저주 호스틸을 익혔다. 이제 두 개만 더 익히면 콤펠로니아를 쓸 수 있다.

시몬이 깃펜을 꺼내서 다음 저주를 공부하려 그때.

'윽.'

별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인물이 도서관에 나타났다. 시몬은 얼른 자세를 낮추고 책을 세워 들어서 얼굴을 가렸다.

'......발터 교수.'

도서관에 온 발터가 여학생 무리에 둘러싸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발터는 중요임무를 수행 중인 실라지를 대신해서, 그의 추천을 받아 교수가 됐다. 신인 교수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능숙하게 수업을 이끌어 나갔다.

특히 낙엽을 연상케 하는 갈색 머리에 조각 같은 얼굴, 이상적으로 잘 어울리는 뿔테안경, 사근사근한 목소리와 친근한 태도까지.

지금 발터와 이야기하는 여학생들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다시피, 그는 학교에서 어떤 교수들보다 학생들에게 친근한 태도로 다가갔고 두터운 신뢰를 쌓아가고 있었다.

'흐으음.'

물론 시몬은 여러모로 그가 미심쩍었지만, 최대한 티를 내진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를 통해 실라지가 개발한 클라우드를 전달받은 것도 사실이고, 직속제자 제안까지 받았으니까.

'내가 너무 민감한 걸 수도 있고.'

"아침부터 무척 부지런하구나."

시몬이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여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발터가 시몬의 등 뒤에 나타나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교수님."

시몬이 억지 미소를 흘리며 인사했다.

"심장의 고동 소리가 급박하고 불규칙하구나."

발터가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놀래켰다면 미안하다."

"아, 아닙니다."

시몬이 빠르게 냉정을 되찾았다.

이 사람에게 평정을 가장하려면 심장의 고동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건가.

"클라우드는 요즘 어떠니?"

"좋아요."

시몬도 발터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시몬의 시선이 잠시 발터의 정장 앞섬에 꽂혀 있는 만년필 쪽으로 향했다가, 얼른 그의 얼굴로 되돌아갔다.

"이 기술 덕분에 BMAT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도 했구요."

"하하! 다행이구나. 나도 특례 1번 학생의 활약으로 교수들 사이에서 어깨를 좀 펴고 다닌단다."

그의 목소리가 은밀해졌다.

"그때 내 제안은 생각해 봤니?"

직속제자 제안을 말하는 것 같았다. 시몬은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아직 생각에 변화는 없어요."

"그렇구나."

발터가 가볍게 시몬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공부 열심히 하렴, 수업 때 보자."

느긋한 걸음걸이로 걸어가던 발터가 갑자기 뒤를 휙 돌아보며 말했다.

"이번 수업은 준비 많이 했으니 재미있을 거야."

그가 가는 곳마다 여러 학생이 그에게 친근하게 말을 거는 모습이 보였다.

잠시 가만히 발터의 뒷모습을 응시하던 시몬은, 고개를 내려 다시 저주학 공부에 집중했다.

* * *

아침 첫 수업은 혈류학 수업이었다.

오늘도 7조 네 사람은 뭉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혈류학 수행평가가 제일 걱정이야."

메이린이 턱을 괴며 한숨을 푹 쉬었다.

"심장에 관련된 흑마법이라니, 너무 뜬구름 잡는 느낌 아냐?"

시몬과 카미바레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딕이 낄낄 웃으며 팔짱을 꼈다.

"막 그런 거 안 되나? 냉정한 심장을 만드는 마법! 그 어떤 무서운 이야기를 들어도 쫄지 않는......."

"제발 뇌를 거치고 말해 뇌를."

메이린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딕도 쩝 하고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근데 너, 맹독학 수행평가 이후로 요즘 좀 까칠해진 거 알지?"

그녀가 즉시 발끈한 표정을 지었다.

"야! 내가 뭐? 평소거든!"

"봐봐, 또 화낸다."

딕이 고개를 슥 돌렸다.

"반면 이쪽을 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애틋해진 거야?"

딕이 나란히 앉아 있는 시몬과 카미바레즈를 보며 말했다.

카미바레즈가 살짝 시몬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다가, 그 말에 깜짝 놀라서 자세를 바로 했다.

'......나도 시몬이랑 갔으면 A+는 기본으로 따는 건데!'

메이린이 으르릉거리며 한마디 더 하려는 그때, 발터가 강의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학생들이 얼른 자세를 바르게 하고 앉자, 발터가 출석부를 들며 말했다.

"A반! 출석 한번 불러볼까?"

그가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학생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렀다.

"카렐 옥사라."

"네에~"

"클라우디아 멘지스."

"네에."

"헥토르 무어."

"예."

여학생과 남학생의 대답 차이가 조금 크긴 했다.

출석을 다 부른 발터가 학생들을 쭉 둘러보며 말했다.

"이번 각 과목의 수행평가 폭탄 때문에 많이 힘들지?"

이번엔 모든 학생들이 일제히 합심하여 '네!!!'를 외쳤다.

"내가 너희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혈류학만큼은 좀 너희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어."

그때 한 여학생이 외쳤다.

"교수님 수행평가도 난해해요!"

"맞아요!"

"하하하하!"

발터가 소리 내어 웃자 다른 학생들도 웃었다.

이렇게 친근하게 소통하고 농담도 하는 분위기의 수업은 발터가 유일했다.

"너무 걱정하지 말렴. 수업을 잘 따라오기만 하면 돼."

발터가 부드럽게 말했다.

"오늘은 심장에 관련된 특별한 기술을 하나 배워볼 거야. 심장의 중요성을 혈류학 측면에서 말해볼 수 있는 사람?"

즉시 여러 대답이 튀어나왔다.

혈액의 공급, 피의 순환, 코어의 유지 등등.

발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신에 피와 칠흑을 분배하는 심장은 인간의 몸에서 가장 주요한 장기란다. 이 심장의 숨은 힘을 끌어내기 위해 많은 네크로맨서들이 연구를 거듭하고 있지."

발터가 교탁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너희들이 보고 있는 이 물건이야."

시몬의 눈이 커졌다.

'주, 주사기?'

상당히 미심쩍은 물건이 나왔다.

설마 저걸 학생에게 쓰겠다는 건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