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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317화 (317/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17화

혈류학 수업은 계속되었다.

발터가 낙엽 같은 갈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학생들 사이를 지나갔다.

"너희들도 잘 알다시피, 혈류마법의 가장 큰 단점은 술사의 피를 직접 소모한다는 점이야."

그의 사근사근한 목소리는 학생들의 귀를 잡아끄는 마력이 있었다.

"위력은 확실하지만 리스크가 크지. 실제로 혈류마법은 피의 양을 인위적으로 부풀리거나, 적은 피로 강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발전해 왔어. 하지만."

그가 손에 든 주사를 값비싼 물건처럼 소중히 들어 올렸다.

"이제는 그런 흐름이 바뀌고 있단다."

조혈(造血)주사.

혈액의 주성분을 제조하는 조혈세포를 인위적으로 타인의 몸에 이식하는 기술이다.

이미 다양한 수술에 쓰이고 있지만, 이 조혈주사는 '블러드 슬라임'이라는 무한히 피를 만들어내는 몬스터의 조혈세포를 채취하여 인간의 몸에 주입하는 기술이라고 발터는 설명했다.

"피는 어디에서 만들어질까? 피는 심장이 아니라 뼈 안의 골수로부터 만들어진단다. 골수에는 혈액의 주성분을 조합하는 조혈모세포가 있지."

그런데. 하고 발터가 강조하듯 목소리를 높였다.

"블러드 슬라임은 뼈가 존재하지 않는 몬스터지만, 피의 주성분을 만들어내는 특별한 조혈모세포를 가지고 있단다. 바로 이게 핵심이지. 이 주사를 맞는다면, 일반인의 2~3배에 달하는 조혈(造血)이 가능하게 돼."

장내가 술렁였다.

사실이라면 극도로 효과적인 주사였다.

혈류마법을 평소보다 2~3배를 더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피가 많이 빠져나가면서 느끼게 되는 리스크는 줄어든다. 더 강한 혈류마법을 쓸 수 있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너무 형편 좋은 이야기 같은데.'

발터에 대해 경계심을 가진 시몬은 턱을 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디서 주워들었다면 약팔이라며 무시했을 정도의 이야기였지만, 말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한 학문의 최고 권위자인 키젠 교수였다.

그때 번쩍하고 누군가의 손이 올라갔다.

"제이미 빅토리아입니다! 혹시 주사의 부작용은 없을까요?"

시몬과 같은 의문을 느끼는 학생들도 물론 있었다. 발터가 상냥하게 웃으며 답했다.

"어지럼증이나 팔다리가 저린 정도의 증상은 있겠지만, 크게 문제가 될 만한 부작용은 없단다. 너희들이 마시는 블러드 포션과 비슷한 성분이야."

제이미 옆으로 또 다른 손이 올라왔다.

"스콧 스나이더입니다! 인간의 피는 일정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데, 갑자기 두 배, 세 배로 늘어나면 몸에 이상이 생기지 않을까요?"

"잘못 이해하고 있구나. 피가 늘어난 채 유지되는 게 아니야. 단어 그대로 조혈기능을 올려서, 피가 부족한 때에 빠르게 피를 보충하는 능력이 생기는 거지."

어떻게 본다면 몸의 내부에서 블러드 포션을 만들어내는 효과. 혈류학 수업을 듣는 누구나 혹할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의 반짝이는 시선이 조혈주사에 가 있는데, 발터가 천천히 주사를 내려놓았다.

"하지만 이 물건은 아직 신기술이야. 양산이 힘들고, 백 마리의 블러드 슬라임을 갈아 넣어도 하나 뽑을까 말까인 만큼 수량이 극히 제한되어 있지. 그러니 이번 수업에서 가장 성취가 높은 학생, 단 한 명에게 조혈주사를 맞아볼 기회를 제공할까 해."

곳곳에서 떠들썩한 외침이 들렸다.

단 한 명이란 말에 학생들의 관심도 극도로 올라갔다.

"그럼 간단한 실습을 진행해 볼까?"

* * *

실습 내용은 간단했다.

스스로의 몸에 혈류계 저주인 '심계항진'을 걸고, 심장의 박동을 느끼면서 박동을 조절하는 연습.

"인간의 심박수는 일정하지 않단다. 체온, 감정, 스트레스 등에도 영향을 받지. 하지만 일류 혈류술사는 이런 심장의 박동마저 원하는 대로 조절하는 게 가능해."

그리고 이 수업에서 1등을 한 건, 혈류학 한정 최고의 혈통을 가진 카미바레즈였다. 그녀는 심박수를 빠르게도 느리게도, 그야말로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축하해!"

"좋겠다."

메이린과 학생들이 몰려가서 그녀의 성취를 축하해 주었다. 시몬도 카미바레즈에게 다가갔다.

"축하해 카미."

"아, 시몬! 고마워요!"

카미바레즈가 생긋 웃었다. 시몬이 조금 망설이다가 말했다.

"카미."

"네!"

"그 혹시, 주사 맞는 거......."

거기까지 말한 시몬이 카미바레즈의 얼굴을 살폈다. 주위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는 그녀의 표정은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시몬도 물론 알고 있었다. 주사를 맞지 말라고 말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그냥 발터가 수상하다. 느낌이 안 좋다. 이렇게 말하기에는 혈류학 전공자인 그녀에게 이번 기회는 너무나도 중요하다.

"......다시 생각해 줄 수는 없을까."

그럼에도 간신이 입을 떼어 말했다.

카미바레즈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 네? 왜요?"

"아직 검증되지 않은 물건이니까 위험할 수 있......."

"그 말대로란다. 카미바레즈."

어느새 발터가 시몬의 뒤에서 나타나 말했다.

시몬은 기겁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이 인간은 진짜 기척 없이 뒤에서 휙휙 나타나 사람 놀래키는 걸 즐기기라도 하는 걸까.

"인간에 대한 임상시험은 충분히 끝났고 검증도 됐지만, 아직 우르슬라의 뱀파이어에게는 조심스럽구나. 조금 더 경과를 지켜본 뒤에 제공하고 싶은데 괜찮을까?"

"네, 괜찮아요!"

뒤에서 몇몇 여학생들이 헬렐레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발터 교수님."

"배려심 넘치셔!"

학생들이 웅성거리고 있는 그때, 발터가 카미바레즈에게만 들릴 만큼 아주 작은 목소리로 살짝 덧붙였다.

"그래도 자네가 꼭 지금 맞겠다면, 어쩔 수 없겠구나."

"......."

카미바레즈는 고민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돌려 시몬을 보았다. 그리고 다시 발터를 보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다음에 맞을게요."

"그래. 알겠다."

발터는 결국 카미바레즈 다음으로 성적이 좋은 '소피 산타나'라는 여학생이 주사를 맞게 했다. 팔에 주사를 맞은 그녀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혈류마법을 시현했다.

"바로 해보자꾸나. 블러드 슬라임의 조혈세포를 움직이기 위해선, 심장의 박동을 특별한 주파로 맞춰야 한단다. 블러드 슬라임과 같은 박동을 일으켜서 체내의 조건을 동일하게 만드는 거지."

방금 심장의 박동을 조절하는 방법을 익힌 그녀는 능숙하게 그것을 해냈다.

"자, 이제 혈류마법을 사용해 보렴."

"네, 교수님."

그녀가 두 손바닥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피의 광란>

화아아아아악!

그러자 그녀의 손바닥의 마법진에서 피의 분수가 끝도 없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진심으로 깜짝 놀란 반응을 보였다.

"교, 교수님! 저 이런 양은 처음이에요!"

다른 학생들도 끝도 없이 솟구치는 피의 마법을 보며 입을 벌렸다.

"진짜 효과 있나 본데?"

"와......."

발터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다. 성공이구나."

소피가 흑마법을 거두어들였다.

"그렇다고 너무 무리하게 사용하지는 말렴. 블러드 슬라임의 조혈세포가 새로운 몸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걸릴 테니."

"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소피가 기쁨에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꾸벅꾸벅 숙였다. 학생들의 부러움 가득한 시선이 꽂혔다.

그중에는 카미바레즈도 있었다. 손뼉을 치며 순수하게 축하해 주고는 있었지만, 그녀도 주사를 맞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카미.'

그녀를 지켜보는 시몬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 * *

혈류학 수업이 끝나고, 시몬은 일찍 남자 기숙사에 들어왔다.

409호 방은 오늘도 조용했다. 딕은 로체스트에 내려갔고, 카쟌은 언제나처럼 이불을 덮고 자고 있었다.

'?'

그때 까마귀 한 마리가 기웃거리며 창가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마치 들여보내 달라는 듯 부리로 창문을 툭툭 치고 있었다.

시몬이 창문을 열차, 까마귀가 다가와 시몬의 어깨에 앉았다.

'!'

까마귀의 다리에 편지 하나가 묶여 있었다.

<받는 이 : 시몬 폴렌티아>

자신의 이름을 발견한 시몬은 얼른 까마귀의 다리에 매여 있는 편지를 풀었다. 까마귀는 다리 한쪽이 자유로워지자마자, 뒤도 안 돌아보고 열려 있는 창문 밖으로 나가 버렸다.

'이렇게 오는 편지는 처음이네.'

원래는 기숙사 측에 먼저 편지가 들어간 뒤, 학생에게 전해주는 시스템이었다.

시몬은 바로 편지의 보내는 이를 살폈다. '윔 뮐러'라는 처음 보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누, 누구지?'

일단 받는 이는 확실히 '시몬 폴렌티아'였기에, 책상에 앉아 편지 봉투의 봉인을 뜯고 조심스럽게 펼쳐보았다.

"아!"

정말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 보였다.

<잘 지내고 계십니까? 저는 메틴입니다.>

시몬이 작게 탄성을 흘렸다. 어깨가 부르르 떨릴 정도로 반가웠다.

'메틴!'

시몬과 레테가 함께 신성연방으로 넘어갔을 때, 시몬이 네크로맨서인 것을 알아차리고 끈질기게 쫓아다니던 바로 그 '이단심문관'이었다.

그 뒤에는 같이 신성열차를 타고 있다가 혈천교의 공격을 받았고, 시몬이 그의 목숨을 구해주고 열차의 승객들까지 구해내자 시몬을 보는 메틴의 시선도 바뀌었다.

-당신은 네크로맨서면서도 이곳의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다. 결국 수백 명의 목숨을 구했지. 나를 포함한 심문관들은 형편없었다. 인정하지. 우리는 네크로맨서 한 명만도 못했다. 나는 너의 심문을 포기하겠다.

아직도 그때 메틴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기분이 좋아진 시몬이 얼른 다음 글을 보았다.

<레테 학생. 아니, 별의 성녀님께서 제게 연락을 해오셨습니다.>

편지를 보내 레테에게 열차에서 얻어낸 증거물을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레테는 바로 메틴에게 연결해준 모양이었다.

<열차에서 얻은 증거물의 사본을 동봉해 보냅니다. 확인해 주십시오.>

시몬은 편지 뒤편의 서류들을 꺼내 들었다. 신성열차에서 혈천교의 주교를 쓰러트리고 획득한 기밀문서들이었다.

비록 사본이라고 해도 암흑연합의 네크로맨서에게 이 내용을 보냈다는 게 알려지면 메틴은 목숨이 위험해질 것이다, 그런 위험을 감수해준 그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찬찬히 서류를 살펴보았다.

혈천교의 지령서들.

세상에 혼란을 일으키기 위한 갖가지의 흉계들이 적혀 있었다. 시몬은 인상을 굳히며 지령서를 읽어내려갔다.

'.......'

그중에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지령서의 서명자였다. 모든 서명이 한 사람의 서명으로 되어 있었다.

'설마......!'

시몬은 드디어 찜찜함의 원인을 알게 됐다.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그가 편지를 들고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고어, 고어.......'

도서관에 도착하자마자 책장에서 고어와 관련된 두꺼운 책들을 닥치는 대로 가져와 펼쳤다.

지금은 쓰지 않는 오래된 언어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시몬도 리처드에게 예법을 배우면서 귀족들이 사용하는 이런저런 고어(古語)에 강했지만, 이 서명에 쓰인 언어는 한 번에 해석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문장구조가 익숙해서 바로 감을 잡았다.

시몬은 책을 보고 이 서명을 해석해 나가기 시작했다.

'하.'

시몬이 긴 한숨을 토해냈다.

비로소 찝찝하던 모든 게 시원하게 풀리는 기분을 느꼈다.

지령서에 사인은, 고어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혈천교 주교, 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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