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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323화 (323/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23화

"발터 교수에 대한 새로운 정보다."

시몬은 바로 카쟌이 건네준 봉투를 꺼내 자료를 읽어보았다. 스크랩된 신문 기사가 보였다.

<키젠의 발터 한 교수, 학술회에서 새로운 키메라 발표>

"!"

신문에 나온 사진에는 연단에 서서 손을 흔드는 발터가 있었다. 그리고 시몬의 시선이 발터의 옆에 있는 괴물로 옮겨가는 순간,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발터의 옆에 있는 건 다름 아닌, 어제 치열하게 싸웠던 바로 그 남녀가 합쳐진 괴물이었다.

"발터 교수가 건물 지하실에 침입자가 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 같다. 그래서 그날 아침 학술회에서 그 키메라를 발표한 거겠지. 저쪽에서 선수 쳤군."

시몬이 눈을 최대한 크게 뜨며 사진을 훑어보았다.

틀림없이 그 남녀 합체 키메라가 맞긴 하다. 하지만 어젯밤에 상대했던 건 훨씬 크기도 컸고, 고어스러울 정도로 끔찍한 외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사진에 보이는 키메라는 같은 종류긴 해도 크기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작았다.

그냥 하나의 몸에 머리 두 개 달린 아기 샴쌍둥이 같은 느낌. 재료도 짐승형 몬스터를 써서 혐오감도 덜했다.

'......이렇게 대처해 버리다니.'

이렇게 되면 건물 지하에 있는 키메라를 공론화할 의미가 없어졌다. 문제 삼아도 그냥 앞으로 간수 잘하겠다는 식으로 빠져나가면 그만이다.

"이대로는 네프티스 님과 키젠 본부에 보고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카쟌도 같은 생각인 것 같았다.

"그, 그럼 제 개인적으로 네프티스 님께 말씀드리면......."

"정신 차려라."

카쟌이 고개를 내저었다.

"네프티스 님은 암흑연방 전체의 통치자다. 시몬."

"......."

"그리고 그분이 네 말을 듣고 말고를 떠나서, 발터 교수를 수사하기에는 명분도, 실리도, 증거도, 아무것도 없다. 수사 자체가 통용되지 않는단 말이다."

시몬이 들어도 맞는 말이었다.

'끙.'

그가 고개를 젖혔다. 이렇게 용의주도한 강적은 처음이다.

그리고 더 무서운 건, 아직 시몬 본인도 발터가 진짜 적인지 아니면 그냥 평범한 교수인지 100%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는 현역 키젠 교수다. 시몬."

카쟌의 목소리가 한풀 누그러뜨려졌다.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권력과 무기를 가졌지. 네가 급한 건 알겠지만, 섣부르게 행동했다간 역풍을 맞기 십상이다."

시몬은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카쟌을 보았다.

"발터와 연결고리가 있는 카론 백작에 대해서는요?"

"오늘 새벽에 연락해서 도둑길드가 움직이고 있다. 괜찮은 정보가 들어오는 대로 알려주마."

"넵."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발터 때문에 오히려 오기가 생긴다. 시몬이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 그때.

"어떤 이야기를 그렇게 진지하게 하나요? 지몬."

갑자기 누군가 뒤에서 훌쩍 나타났다.

"호, 홍펭 교수님!"

시몬이 벌떡 일어났고, 카쟌은 가볍게 묵례했다.

"촛불은 어쩌고 여기 왔나요?"

홍펭의 물음에 시몬이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끄고 왔습니다!"

시몬이 두 손가락에 칠흑을 끌어모아 튕기는 방식을 선보였다.

그것을 지켜보는 홍펭의 얼굴에 뿌듯한 미소가 걸렸다.

"훌륭해요."

시몬이 찹찹 손가락을 튕기는 모습을 보며, 홍펭은 사르르 마음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마음 같아선 이대로 확 납치해버려서 어디 가둬놓고 마투학만 시키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데."

홍펭의 시선이 시몬에서 카쟌으로 돌아갔다.

"여기까지 와서 땡땡이치는 학쟁은 누구?"

"K반의 카쟌 에드발트입니다. 용무는 끝났으니 물러가겠습니다."

카쟌이 다시 한번 묵례한 후 등을 돌렸다.

"멈추제요."

홍펭이 말했다.

"주업은 어쩌고 여기 있죠?"

"......."

"키젠의 교주로서, 학쟁의 일탈을 그냥 가만히 두고 볼 주는 없어요."

카쟌은 네프티스의 지시를 받아 학생으로서 키젠에 잠입해 임무를 수행하지만, 일단 신분은 학생인 게 맞긴 했다.

카쟌이 무표정한 얼굴로 홍펭을 돌아보았다.

"두고 볼 수 없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당신을 데려가서 K반 담당교주님과 이야기를 해봐야겠어요."

카쟌이 피곤한 표정으로 눈가의 흉터를 벅벅 긁기 시작했다.

"별 이야기 못 들을 겁니다."

갑자기 분위기가 묘해졌다.

중간에 낀 시몬은 불안한 얼굴로 홍펭과 카쟌을 번갈아 보았다.

화난다고 또 싸우거나 그러진 않겠지? 카쟌은 이미 쌍둥이 언니인 별야와는 한판 붙은 전적이 있어서 불안했다.

"아니면."

홍펭의 눈매가 여우처럼 휘었다.

"키젠 학쟁답게, 당신의 힘을 증명하고 간다면 눈감아줄게요."

그렇게 말한 그녀는 훈련장 코스를 가리키고 있었다.

카쟌이 한숨을 쉬었다.

"뭔진 잘 모르겠지만, 빨리 끝내주십시오."

* * *

수업 마치기 몇 분 남지 않았다.

조교들이 훈련장 코스를 정리하려고 하는데 홍펭이 다가와서 말했다.

"미안해요! 딱 한 명만 더 훈련장 돌릴게요!"

조교들이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홍펭을 보았다. 이미 할 만한 학생들은 다 하지 않았나?

그때 홍펭이 손뼉을 치며 학생들을 불러모았다.

"전원 집합!"

물을 마시러 갔거나 흩어져 잡담을 하던 학생들이 몰려들었고, 시몬도 합류했다. 홍펭은 학생들을 앉혀놓고는 말했다.

"훈련장을 뛰어보니 어땠나요?"

학생들이 기다렸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재밌지만 너무 어려웠어요!"

"타이밍을 잘 모르겠어요!"

학생들이 떠들썩하게 이야기하는 가운데, 홍펭이 웃는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럼 마지막으로 딱 한 명이 하는 것만 더 보고, 오늘 주업을 마치도록 하겠어요!"

터벅터벅.

카쟌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훈련장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시몬이 작게 웃음을 흘렸다.

'홍펭 교수님은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셨구나.'

실력을 증명하라는 게 명목이지만, 사실 그녀는 한눈에 카쟌의 강함을 알아봤을 것이다. 무엇보다 같은 마투사니까.

"시몬! 무슨 일이야?"

딕이 헐레벌떡 시몬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카쟌이 왜 저깄어?"

"시몬!"

메이린과 카미바레즈도 뒤따라왔다. 메이린이 심각한 눈으로 훈련장을 보았다.

"저거 카쟌 선배님 맞지?"

"맞아."

"시몬! 어떻게 된 거예요?"

시몬이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별일은 아니고, 나랑 잠깐 이야기하다가 홍펭 교수님께 붙잡혔어."

이내 훈련장 앞에 선 카쟌이 홍펭을 보며 툭 내뱉듯 말했다.

"내 움직임은 학생들에게 별로 참고가 안 될 겁니다."

"괜찮아요."

홍펭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런 마투사도 있다. 하고 보여주는 걸로 충분하니까."

카쟌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눈에 난 상처를 슥슥 긁었다. 그때 브레드 조교가 다가왔다.

"아, 뭐. 시간 없으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학생."

카쟌이 고개를 까닥했다. 브레드가 혼잣말로 '싸가지 없기는'하고 중얼거리고는 팔을 척 내렸다.

"시작!"

탓!

카쟌이 달리기 시작했다. 무수한 팔이 달린 목각인형들이 회전하며 달려온다. 카쟌의 두 팔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파바바바바바밧!

"와아아아!!"

카쟌은 뒤로 물러나면서 쳐내는 것도 아니라, 그냥 무심한 듯 전속력으로 내달리며 팔들을 쳐냈다.

머리와 팔 관절이 기이하게 꺾이는 모습은 괴기하면서도 인상적이었다.

쿠구궁!

첫 번째 난관.

인챈트가 걸려 있는 새까만 커다란 볏짚공이 내려온다. 카쟌은 그걸 보고는 그냥 냅다 발로 까버렸다.

뻥!

볏짚 덩어리가 정말로 공처럼 코스 밖으로 날아가더니 펑!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지며 터졌다.

바로 두 번째 난관, 세 기의 스켈레톤들이 방패를 들고 달려오고 있다.

목각인형들을 쳐내며 거침없이 달리고 있던 카쟌이 바닥을 강하게 짓밟았다.

쿠궁!

난데없이 바닥에 갈라지며 커다란 흠집이 생기고, 스켈레톤들이 거기에 걸려 휘청였다. 그대로 방패를 걷어차 치워버린 카쟌이 마지막 난관으로 향했다.

수가 많아진 목각인형들, 그 너머로 다섯 개의 허수아비들이 일렬로 줄지어진 모습이 보인다.

카쟌이 검지를 슥 내밀자, 손톱이 새까맣게 물들었다.

<카쟌 오리지널 - 팽(Fang)>

스콰아아아아아악!

검지 하나만으로 사용하는 '팽'이 아래에서 위로 손톱자국을 남겼다. 회색 섬광이 다섯 개의 머리를 전부 절단해 버렸다.

"후, 훈련 종료!"

브레드가 얼빠진 표정으로 말했다.

"......이, 일 분 십이 초 만에 클리어!"

"와아아아아!"

"미친!"

"내가 지금 뭘 본 거야?"

학생들이 벌떡벌떡 일어났다. 뒤에 서 있던 시몬은 열심히 손뼉을 쳐주었다.

"봤냐 봤어? 저 사람이 나랑 시몬의 룸메이트야! 하하하!

딕이 흥분한 얼굴로 주위의 A반 학생들에게 거들먹거렸다. 한 학생이 물었다.

"친해?"

"당근! 나랑 시몬이랑은 의형제 같은 사이지!"

카쟌은 홍펭 쪽으로 꾸벅 고개를 숙이고는 그대로 몸을 날려 사라져 버렸다.

지켜보던 조교 브레드는 식은땀을 흘렸다.

'......저, 저거 진짜 학생 맞아? 싸우면 내가 지겠는데?'

홍펭은 무척 만족스러운 얼굴로 웃으며 학생들을 보았다.

"잘 봤죠? 저 학쟁의 전투와 활약이 여러분에게 재미있는 영감을 줬으면 좋겠네요.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감사합니다!!"

* * *

주말 동안 여러 일들이 있었다.

우선 바다 밑바닥에서 괴공의 사체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상태가 꽤 괜찮아서 바닐라에서 구매 의사를 밝혔고, 몇몇 업체가 더 붙었다.

감정가들이 가격을 측정하는 대로 경매가 진행될 것 같았다.

그리고 바닐라 본부에서는 전 소드마스터, 에인션트 언데드 마누스의 두개골을 돌려주는 것은 문제가 없으나, 마법을 쓰지 않은 언데드고 칠흑 전도율이 떨어져 리치로는 부적합하다고 말해왔다. 이 두개골에 맞는 몸통뼈도 없다는 게 주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그래서 벤야가 직접 나서서 리치로 쓸 만한 뼈를 알아본다고 했다.

외부의 일은 그럭저럭 잘 진행되고 있고, 남은 주말 동안 시몬은 수행평가 준비로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리치 만들기 전에 하위 단계인 스켈레톤 메이지부터 마스터해야 했고, 그 외에도 4대 저주 배우기, 상위단계의 혈독 훈련, 새로운 마투기 창작, 신수 아칼리온 다루기와 새끼 고양이들 변신 연습, 피어에게 배우는 군단장 기술 등등.

몸이 열 개 있어도 모자랄 듯했다.

그래도 이번 시기를 잘 넘기면 시몬은 더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한두 가지 분야만 강해지는 게 아니라, 한 명의 네크로맨서로서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되는 느낌. 그런 기대감에 지치는 줄도 몰랐다.

그렇게 주말이 지나고.

카드의 네크로맨서, '엔돌라스 보드빌'이 주관하는 4차 방과후 BMAT.

두 번째 경기가 시작됐다.

"달려 달려!"

"이쪽이야!"

새로운 카드를 구하려는 학생들이 키젠 교정을 벗어나 빠르게 흩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몬은 팔짱을 낀 채 2층 창문에서 그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다음 학생과의 교전에서 승리하면 1점을 추가 부여합니다.]

[배포 볼렛디스]

시몬이 가슴에 붙인 카드 위에서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시험마다 타깃이 바뀌는 거구나.'

방심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전교생 중에 무조건 한 명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뜻이니까.

시몬도 슬슬 출발했다.

딕이 같이 공성전 테마를 하러 가자고 졸랐지만, 시몬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이번에는 다소 개인적인 목적이 하나 있었으니까.

'아, 움직인다.'

창밖으로 감시하고 있는 건 검은 머리의 여학생이었다.

그녀가 학습관 건물로 들어가자, 시몬도 창밖에 뛰어내린 다음 슬쩍 옆으로 따라붙었다.

'발소리가 안 들리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시몬이 복도 쪽으로 발을 돌리는 그때.

쐐액!

검붉은 광채가 밀려들었다.

시몬이 얼른 고개 숙여 피한 다음, 다리에 칠흑을 끌어모았다.

타앗!

그대로 빙글 회전하며 돌려차기를 가했고, 검붉은 광채도 시몬의 얼굴 쪽으로 쇄도했다.

처억!

척!

가까스로 다리와 단검이 서로의 얼굴 앞에서 종이 한 장 차이로 멈췄다.

"......시몬?"

로레인이 단검을 내리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시몬도 다리를 내리며 미소 지었다.

"안녕, 로레인. 무슨 카드 찾는 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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