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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331화 (331/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31화

아론이 공고한 '스켈레톤 메이지' 제작 수업이 찾아왔다.

첫 제작 수업부터 아론과 조교들은 정신이 없었다.

"마력시트부터 꺼내세요! 마력시트부터! 다른 건 다 집어넣으세요!"

"전격 속성은 나중에 개인적으로! 수업에는 빙결 속성으로 통일할 겁니다!"

처음 해보는 고난도의 언데드 제작이다 보니 학생들은 상당히 헤맸다.

첫 시작부터 도움을 구하는 무수한 손이 올라왔다. 조교들이 간신히 수습하고 2단계로 넘어가니 또 그만큼의 손들이 올라왔다.

거기에 곳곳에서 사고 치는 학생들이 튀어나왔다. 조교들은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뛰어다녀야 했다.

"회로부터 만들어야 한다. 벌써 주인식을 건들면 어떡하나. 처음으로 돌려라."

아론도 설명을 잠시 멈추고 직접 학생들을 봐주고 있었다.

"1학년이 다 끝나가는데 아직도 베이스 실수를 하나. 한심하다. 처음부터 다시 만들도록."

"죄, 죄송합니다!"

아마 제대로 중심이 잡히려면 하루 이틀은 걸릴 듯했다. 어쩔 수 없는 수행착오고 매년 봐오던 광경이라 아론은 익숙했다.

그런 가운데.

유난히 튀는 한 학생이 있었다.

1번 뼈가 뭔지도 모르고, 직렬회로와 병렬회로를 혼동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스스로 완성한 세 기의 '스켈레톤 메이지'를 떡 하니 세워놓고, 무표정한 얼굴로 칠판만 보고 있는 학생이 있었다.

'......미친놈.'

세 기의 스켈레톤 메이지가 든 지팡이에서 일렁이는 기운은 화염, 냉기, 바람.

삼 속성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것들을 세워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칠판을 보는 소년의 모습은 마치 무언의 시위라도 하는 것 같았다.

"역시 천재야."

"우리랑은 다르네~"

"특례 1번이잖아."

주위에서 학생들의 숙덕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선행학습 안 해왔단 말은 거짓말이겠지?"

"당연하지!"

"그럼 첫 수업 때 스켈레톤 조립을 헤맨 것도 다 내숭이었던 거야?"

"웃겨 진짜."

"천재인 건 인정하는데 쫌 나대는 것 같애."

아니.

귓가에 울리는 학생들의 소리들을, 아론은 조용히 부정했다.

시몬은 정말로 선행학습을 해오지 않았다.

선행학습은커녕 네크로맨서로서의 지식이 '0'인 상태에서 입학했다. 그는 전교생에서 최하위권이었고, 그 누구보다 불리한 조건에서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명예뿐인 특례 1번 타이틀까지 달았다.

단 한 걸음만 잘못 내디뎠어도 그의 학교생활은 엉망으로 꼬였으리라.

하지만 이제는.

'그 누구도 이 녀석의 특례 1번 타이틀을 부정하지 못하게 됐지.'

지금도 마찬가지다. 시몬의 옆에 떡 하니 있는 스켈레톤 메이지는 누가 뭐래도 그의 피와 땀이 섞인 노력의 결정체.

시몬의 내려앉은 다크서클과 푸석한 머리카락이 그간의 고생을 대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두 눈은 총명하게 빛났다.

"시몬 폴렌티아."

아론이 그에게 다가갔다.

"몸은 괜찮나."

그간의 고생을 엿보고 하는 물음이었다. 시몬이 미소 지어 보였다.

"네, 교수님."

"어째서 이런 무모한 짓을 했지?"

"제가―"

아론의 눈동자에, 시몬의 반짝반짝 총명한 눈이 비쳤다.

"하고 싶었으니까요."

휘이이잉-

창밖으로 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아론의 동공이 커지며, 주위의 경관이 바뀌었다.

똑같은 강의실이었지만, 세상은 회색빛으로 바뀌고 학생들은 구식 교복을 입었다.

그리고 여기서 누구보다 밝고 빛나는 한 소년이 팔을 번쩍 들었다.

-시시한 아일랜드 랫맨 같은 건 됐습니다!

그의 옆에는 막 조립된 스켈레톤이 주인을 따라 거만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리치는 언제 만들 수 있나요? 교수님!

소환학 교수가 헛웃음을 흘렸다.

-선 넘지 마라. 아론 데이아.

휘이이이잉.

바람이 한 번 더 불었다. 경관이 바뀌었다.

소년의 키는 조금 더 커 있었다.

-힘든 길을 택했구나.

교수가 말했다.

그의 주름살도 더 깊어져 있었구나.

-밤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재료비를 벌고 있다고?

-예.

-어째서 그렇게까지 하는 게냐.

아론이 웃으며 말했다.

-무슨 이유가 있겠습니까? 제가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휘이이이잉.

세 번째 바람이 불고.

시몬이 자신의 앞에 있었다.

이 소년은 옛날의 자신처럼, 눈을 총명하게 빛냈으며 이 세상에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아론이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원하는 게 뭐냐. 시몬 폴렌티아."

오늘부터 몇 주간 수업할 스켈레톤 메이지를, 혼자만의 힘으로 보란 듯이 만들어놓고 이렇게 기다리는 이유.

"리치의 '라이프 베슬' 수식에 대해 가르쳐 주십시오."

그것은 남들보다 앞서 나가기 위한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였다.

아론의 제1 교육 철칙.

자신의 수업에 들어오는 모든 학생은, 반드시 무엇이라도 배워나갈 것.

그래서 수업시간에 배울 것을 다 아는 학생에게는 그 학생에게 맞춤수업을 해주었다.

시몬은 이를 이용해 아론으로부터 '본 아머'를 배워갔고, '블러드 골렘'을 배워갔다.

"교수님이 주신 책을 읽어봤는데, 라이프 베슬에 대해서는 감을 전혀 잡을 수 없었어요."

그렇게 말한 시몬이 고개를 숙였다.

"가르침이 필요합니다."

아론의 목구멍에 마른침이 넘어갔다. 주머니에 넣은 손이 달달 달리며 손에 땀이 맺힌다.

"진심으로 이번 수행평가 과제로 리치를 만들 생각이냐?"

"네."

소년의 눈은 진지했다.

"리치를 만들겠다는 말을 교수님 앞에서 쉽게 내뱉은 건 반성해요. 하지만 그 결심만큼은 진심이고, 당연히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젊음은―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 따윈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무조건 해내겠습니다."

젊은이가 가지기에는 너무나도 값지다.

따지지 않는다.

일일이 재지 않는다.

내가 좋으니까.

내가 하고 싶으니까.

과감하게 도전하고, 끊임없이 부딪힐 수 있는 용기.

과거에는 자신도 가졌으나 지금은 가지지 못한 것.

아론은, 시몬의 이 젊음이 부러웠다.

"아까. '하고 싶어서' 라고 했나."

현실적으로는 말리고 싶었다.

저 천재는 매번 자신의 어린 모습을 떠올리게 했으니까.

"세상에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좌절을 겪었다.

단순히 나 자신만 고통받는 게 아니라, 주위의 사람들도 고통받았다.

가문이 기울었고, 소중한 사람들은 등을 돌렸으며, 학회에서 좌절당했고, 공들여 뽑은 직속제자들은 단체 전과했다.

'시몬 폴렌티아. 어른이 될수록 네게는 책임이 생긴다. 하고 싶은 일을 할수록 주위를 피폐해지게 만들 수도 있다. 수많은 현실적인 이유들이 네 발목을 잡을 거다.'

매사에 의욕 넘치고 어떤 일에도 활기 넘치던 천재 중의 천재 소년은 지금.

목티가 늘어진 옷을 입고, 만성 피로에 시달리고, 슬리퍼를 질질 끌면서, 첫 수업부터 학생들에게 소환학 전공 포기를 강요하는 그런 교수가 되었다.

-시몬 같은 하늘이 내린 천재를, 아론 선배처럼 만들 수는 없습니다.

자신의 몰락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봐 온 후배는, 시몬을 가르치는 권리를 포기하길 강요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포기할 수 없었다.

아직도 욕심이란 게, 내려놓지 못하는 욕망이란 게, 내게도 남아 있던 걸까.

그렇다고 죄를 짓는 것 같은 심정에 시몬을 선택하지도 못했다. 애매한 상태에서, 그렇게 시간만 지나갔다.

"......시몬 폴렌티아. 곧 2학년 전공 선택이다."

하지만.

이제 그렇게 있을 수 없다.

이 녀석을 위해서, 그리고 나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만약 2학년에도 네가 소환학을 택한다면."

아론이 떨리는 입을 열었다.

"나는 널 직속제자로 받아들이고 싶다."

* * *

훌쩍훌쩍.

소환학 수업이 끝나고 떠들썩하게 다음 강의실로 향하는 길.

키젠 학생들이 하루에 느끼는 몇 없는 행복한 시간임에도, 누군가 눈물을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그만 울어."

메이린이 애써 웃으며 눈물의 주인공을 보았다.

"카미."

"흐윽, 그치만...... 시몬이랑 아론 교수님! 너무 감동적이에요!"

카미바레즈가 눈꼬리의 눈물을 닦아냈다.

"1학년 때 소환학의 단점만 나열하는 아론 교수님을 보고, 마음고생이 심하셨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이렇게 먼저 마음을 열어주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근데 니가 왜 울고 있......."

딕의 농담은 바로 메이린의 정수리 강타로 제지당했다. 시몬은 그저 작게 웃었다.

"브라더! 속 시원해 보인다?"

딕이 너스레를 떨며 시몬의 옆구리를 쳤다.

"다른 교수님들 제의도 거절하면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잖아!"

"응, 학생이 먼저 직속제자를 요청하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었으니까."

시몬은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었다.

사실 주위에 사람들만 없었다면, 허공에 주먹을 붕붕 휘두르고 기쁨의 비명을 내지르며 날뛰었을 것이다. 그래도 어떻게든 체통을 지키려 참고 있었다.

"근데 아론 교수님도 차암-"

메이린이 가느다란 검지를 입술에 올렸다.

"시몬도 원하고 있는데 그냥 당장 해주시면 되지. 굳이 꼭 고집부려서 2학년 진급까지 기다린다고 하시네."

"난 이해해."

시몬이 웃으며 말을 받았다.

"아론 교수님은 섣부른 직속제자 선택을 경계하는 분이시니까."

현재 키젠에서는 공격적인 직속제자 제안으로 핵심인재를 발 빠르게 확보하는 게 대세 전략이었다.

반면 아론은 학생들 스스로 재능과 적성을 완전히 찾은 뒤에 신중하게 전공과 직속교수를 골라야 한다는 게 평소 지론이었다

"아론 교수님이랑 시몬을 보고 감동했어요! 저도 빨리 누군가의 직속제자가 되고 싶어요!"

카미바레즈가 말했다.

"......발터 교수님이 제안해 주셨으면 좋겠는데."

'!'

그 말을 들은 시몬이 움찔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초조하게 생각하지 마, 카미."

메이린이 상냥하게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발터 교수님은 아직 아무도 직속제자를 안 받으셨대. 굳이 구한다면 카미가 1순위일 거야."

"아, 당연하지!"

딕도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오로지 시몬만이 심각한 표정으로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카미가 발터의 직속제자가 된다고?'

"아~ 아~ 바힐 교수님 듣고 계심까!"

딕이 팔을 번쩍 들며 소리쳤다.

"빨리 이 천재 제자를 안 데려가면 별야 교수님께 가버릴지도 몰라요!"

"넌 그냥 별나라 같은 데로 가주면 안 될까."

메이린이 핀잔을 주었고, 시몬과 카미바레즈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 그보다 얘들아. 따끈따끈한 중요 정보가 들어왔어!"

딕이 손가락을 튕기며 세 사람을 돌아보았다.

"중요 정보?"

"어! 이번 주말 쉬고, 다음 주에 바로 방과 후 BMAT, 세 번째 게임 할 것 같대!"

"벌써 세 번째 게임이구나."

곧 방과 후 BMAT가 모두 끝나면, 수행평가 시즌도 거의 막바지에 이른다.

그렇게 되면 키젠 1학년들에게는 단 하나의 시련만 남는다. 마지막 시련이자, 최악의 시련인 5차 BMAT가 포함된 진급시험이 눈앞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키젠의 진급시험은 악명이 자자해."

메이린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검지를 세웠다.

"1학년과 2학년이 키젠으로서 휘두르는 권력과 대우가 하늘과 땅 차이인 만큼, 시험도 상당히 빡센 편이래. 거기에 마지막 BMAT까지 합쳐진다니까 얼마나 어려울지 상상이 안 돼."

"네. 본부에서 시뮬레이션을 했는데 797명에 500명이 떨어진다고 했잖아요. ......너무 무서워요."

"진급시험은 또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되고!"

딕이 시몬의 목에 팔을 두르며 씩 웃었다.

"이번 방과 후 BMAT는 나랑 공성전 하기로 약속했지?"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기대하고 있어."

물론 그가 기대하는 부분은 다른 쪽이었다.

시몬은 이번 공성전에서 스켈레톤 메이지를 실전 운용할 생각이었다.

'메이지로 가능한 신기술이 뭐가 있을까?'

그냥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시몬은 극도로 설레는 기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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