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337화 (337/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37화

쿵! 쿵! 쿵!

칸 왕국의 군대가 성으로 밀려들었다.

저쪽의 병사들도 키가 작은 수인이었지만, 적이라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아군보다 더 크고 위압감이 있어 보였다.

"찍! 찍! 전군 사격 준비!"

수인 부관들이 지시를 내렸다. 성벽 위의 궁병들이 일사불란하게 시위에 화살을 메기며 새까맣게 몰려오는 적병의 파도를 향해 조준했다.

쿵! 쿵! 쿵!

활의 사거리 안에 들어왔음에도, 성벽 아래로 넘실거리는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쏴라! 찌이익!"

무수한 검은 화살들이 쏟아지며 아래의 파도가 치솟듯 일렁인다. 화살이 박힌 병사들이 픽픽 쓰러져 나가는 것이다. 그 뒤로 다른 병사들이 시체를 짓밟으며 우르르르 돌격했다.

"찌익! 다시 조준!"

"장전 호흡을 빠르게 가져가라! 쏴라!"

다시금 화살들이 장대비처럼 쏟아진다.

상당한 화력. 검은 화살들은 갑옷마저 꿰뚫고 적병을 관통시켰다. 1격 2살의 경우도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흐흐흐! 다들 봤냐, 봤지?"

성벽 위의 딕이 열띤 얼굴로 말했다.

"내 인챈트는 진짜 공성전에 특화된 능력 아니냐? 병사들의 화살이나 무기를 강화해 두면 알아서......!"

"니 주둥이도 관통시키기 전에 집중해."

메이린의 말에 딕의 입이 쑤욱 들어갔다.

시몬은 슬쩍 웃음을 흘리며 다시 정면을 보았다.

칸 왕국 병사들의 기세도 대단했다. 그들은 화살을 두려워하지 않고 함성을 토해내며 성문으로 달려들었다.

이내 벌목도끼 같은 무기로 성문을 쾅쾅 내리치자 성문이 거칠게 흔들리며 잔해가 튀었다.

"충차다!"

거기에 언덕 위로 충차까지 보내고 있었다. 금속 덧댄 통나무를 장착한 수레를 병사들이 성문 쪽으로 밀고 있었다.

"시몬! 성문도 인챈트 해두긴 했는데 충차로 때리면 얼마 못 버텨!"

"내게 맡겨."

시몬의 주위에는 도합 16기의 스켈레톤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8기는 지팡이를 든 스켈레톤 메이지, 다른 8기는 일반 스켈레톤이었다.

"던져!"

일반 스켈레톤들이 기름열매를 휙휙 던졌다. 그것들은 성문 앞의 언덕으로 대굴대굴 굴러떨어졌다.

이어서 '교차운용'으로, 일반 스켈레톤을 대기시키고 8기의 스켈레톤 메이지의 사념에 접속했다. 메이지들이 들어 올린 지팡이의 위로 마법진이 그려진다.

"다크 블레이즈(Dark Blaze)."

메이린의 '다크 플레어'만큼은 못하지만, 그 하위 단계의 칠흑화염계였다.

마법진 위로 불덩이가 개화하는 꽃처럼 부풀어 올랐다. 시몬의 마력색 영향을 받았는지 검푸른색을 띠고 있었다.

"날려!"

화아아아아악!

여덟 개의 검푸른 화염구들이 흐린 하늘을 가르며 날아올랐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던 화염구가 그 머리를 성문의 아래쪽으로 돌렸다.

칸 병사들의 동공이 흔들렸다. 이글거리며 다가오는 화염은 마치 살아 있는 화마가 입을 쩍 벌리는 것처럼 보였다.

"피, 피해!"

꽈아아아아앙-!!

화염구들이 일제히 폭발하며 병사들을 불살랐다. 거기에 바닥에 떨어져 있던 기름 열매들이 불에 닿는 순간, 폭발하듯 뻥뻥 터지며 기름을 흥건하게 바닥에 뿌렸다.

그 위로 불길이 옮겨붙으며 성벽과 언덕 주위로 장대한 불바다가 만들어졌다.

"와우!"

딕이 감탄사를 토해냈다.

언덕으로 올라오는 병사들은 물론, 공성병기인 충차까지 불살라 버렸다. 몸에 불이 붙은 병사들이 괴로운 소리를 내며 언덕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찍찍! 역시 가디언이다!"

"가디언이 우리와 함께한다! 찌익!"

불쇼를 보여주니 덩달아 아군의 사기도 올랐다. 옆에 서 있던 메이린은 콧방귀를 뀌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칠흑화염계도 제법이네?"

"아직 많이 부족해."

말은 겸손하게 했지만, 시몬도 나름의 성취감을 느끼고 있었다.

소환술사의 강점은 숫자.

당장 메이린 같은 고위 흑마법은 쓰지 못하지만, 여덟 개의 다크 블레이즈를 한꺼번에 일으킬 수 있다는 건 그녀에게도 뒤처지지 않는 확실한 장점이었다.

"부, 불을 꺼라!"

칸 왕국의 병사들이 불과 기름을 걷어내고 다음 충차를 보내는 동안 성문 공략은 딜레이된다.

하지만 칸 왕국은 벌써 다음 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사다리다!"

드높은 공성 사다리들이 성벽에 걸쳐지고, 병사들이 잽싸게 올라탔다. 갈고리를 걸고 쭉쭉 치고 올라오는 병사들도 있었다.

"찌익! 성벽으로 온다!"

"막아!"

성벽 위의 아군이 칸 왕국 병사들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때 화살이 성벽 위로 빗발치며 아군 병사들이 쓰러졌다.

지상의 칸 왕국 궁병들이 성벽 위로 화살을 날리기 시작한 것이다.

"궁병들을 노리고 쏴!"

이번에는 아온 왕국의 궁병들이 반격했다. 궁수들 간의 전투도 치열해서, 하늘은 오고 가는 화살 비가 끊이지 않았다.

성벽에서 가만히 전황을 지켜보던 시몬이 뒤를 돌아보았다.

"부관님."

"예! 총사령관님!"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수인 부관이 고개를 숙였다.

"성문은 저 혼자 맡아도 충분하니 전력을 성벽에 집중하세요."

"괘, 괜찮으시겠습니까? 너무 큰 부담을 드리는 건 아닌지......."

"괜찮습니다."

시몬은 부관과 대화하면서도 스켈레톤 메이지로 화염구를 날려 보내고 있었다.

지휘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성문의 병력을 성벽 쪽으로 보냈다.

'외성은 성벽이 낮아서 쉽게 뚫릴 줄 알았는데, 이 정도면 꽤 잘 버티는 편이야.'

시몬 일행이 지키는 남문은 물론, 다른 성문들도 아직까지 멀쩡했다.

하지만.

이 전쟁에는 강력한 변수들이 존재했다.

* * *

"막아! 막아라! 찌익!"

성벽 위의 전투도 치열했다.

지상에서 날아오는 빗발치는 화살을 피하며, 사다리를 타고 오는 적병을 쓰러트려야 했다.

"찍! 사다리부터 정리해!"

"방패를 들어라! 물러서지 마라! 찌익!"

그리고 이 성벽을 지휘하고 있는 건 베테랑 수인 부관이었다.

그는 목이 터져라 병사들을 격려하며 친히 최전선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가 사다리로 올라오는 적병을 막 밀어내고 있는데.

탓- 타다닷-

성벽 아래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그가 고개를 내밀고 성벽을 내려다보았다.

"음?"

뭔가가 성벽을 밟고 올라오고 있었다.

그것은 늑대.

아니, 더 정확히는 늑대인간이었다.

"뭐야 저......!"

그의 말은 채 이어지지 못했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순식간에 성벽위로 치달은 늑대인간이 그의 목에 손톱을 찔러넣은 것이다.

"찌익! 언제 올라왔나!"

성벽을 지키던 아온 병사들이 달려들었다.

늑대인간의 손목 위에는, 마치 검처럼 자라난 삼각형의 뾰족한 손톱이 있었다. 그것이 칠흑으로 까맣게 물들었다.

촤아아아악!

촤아악!

늑대인간이 손톱을 휘두르는 족족 병사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져 갔다.

병사들과는 움직임 자체가 차원이 달랐다. 창을 제대로 내질러볼 틈도 없이 늑대의 손톱에 베이고 이빨에 물어뜯겼다.

"찌익!"

"너무 강하다! 찍!"

병사들이 방진을 짜고 달려들었지만, 신체 스펙 자체가 달랐다.

곡예를 넘듯 훌쩍 뛰어올라 병사들의 뒤로 돌아온 늑대인간의 손톱에 병사들의 목이 찢겨 나갔다.

"저 늑대부터 쏴!"

성벽 끝에 있던 궁병들이 화살을 걸며 늑대인간을 조준했다.

그 모습을 본 늑대인간이 손바닥을 주둥이 앞으로 올렸다. 손바닥에는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고, 그가 입을 열었다.

-아우우우우우우!

소리로 발동하는 광역저주 <울프 하울링>.

화살을 든 궁병들의 표정이 극도의 공포로 물들며 다리를 벌벌 떨었다. 화살을 떨어뜨리거나 바지가 축축하게 젖어 들기도 했다. 이 틈에 달려든 늑대인간이 무력화된 궁병들을 학살했다.

고작 한 명의 난입으로 성벽이 유린당하고 있다.

[으하하!]

낮은 으르렁거리는 소리만 내던 늑대인간의 입에서, 갑자기 앳된 소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개꿀잼이네 이거!]

늑대인간이 등을 돌려 성벽 아래로 소리쳤다.

[밀레나! 다 올려보내!]

후웅! 후웅! 후웅!

세 개의 공성 사다리가 중력을 거스르며 두둥실 하늘에 떠올랐다. 그 위에는 열댓 명이 넘는 칸 병사들이 올라타 있었다.

"시잇! 아온 왕국 놈들을 처단해라!"

"가디언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 싯! 싯!"

칸 왕국의 병사들이 성벽에 뛰어내렸다. 그리고 성벽 아래에는 키젠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 있었다.

"여기까지 와서 사다리 셔틀이라니. 참."

그녀가 손짓하자 공중에 떠올라 있던 사다리가 다시 바닥으로 내려왔다.

"자."

그녀가 대기하고 있는 칸 병사들을 돌아보았다.

"다음, 올라타세요."

"예! 가디언님!"

* * *

[하하! 하하하하!]

늑대인간이 성벽을 활보하고, 공성 사다리들이 엘리베이터처럼 병사들을 성벽 위로 옮기며 전세는 바뀌었다.

어느새 성벽의 몇몇 구간에는 칸 왕국의 병사들이 더 많은 곳도 있었다. 이렇게 되다간 성벽 전체가 함락당할지도 몰랐다.

[재밌다! 재밌어! 키젠에 오면 그렇게 엔돌라스 게임을 해보라던 이유가 있었네!]

가디언으로 참전한 30명의 키젠 학생.

이제는 1학년 후반기에 접어든 만큼, 초보티를 벗어난 젊은 네크로맨서들의 역량은 상당했다. 키와 몸집이 작고 힘도 떨어지는 수인들로서는 이 늑대인간을 막을 수 없었다.

[찾았다!]

늑대인간이 대장급인 '부관' 한 명을 더 발견하고는, 네 개의 다리로 훌쩍 뛰어올랐다.

부웅!

그야말로 한계를 뛰어넘은 도약력이었다.

늙은 부관은 속도에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그의 이빨이 부관에 목덜미에 꽂히려는 순간.

까앙!

갑자기 검 한 자루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늑대인간이 뒤로 주르륵 물러나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내 공격을 쳐냈어?'

"웃차차!"

어느새 부관의 앞으로 끼어든 건, 능글맞은 미소를 짓고 있는 금발의 키젠 학생이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늑대인간이 히죽 웃었다.

역시 네크로맨서는 네크로맨서가 막아야 했다.

[생각보다 늦게 왔네.]

흉포하고 커다란 늑대인간의 입에서 들리는 앳된 소년의 목소리는 참 어색했다.

딕이 턱을 슥슥 쓸었다.

"으으음- 어디 보자."

딕이 눈을 게슴츠레 뜨며 늑대인간의 몸을 구석구석 살피기 시작했다.

"변신 흑마법 '메타모포시스'를 주력으로 쓰는 네크로맨서가 키젠에 그리 흔한 건 아니지. 열 명쯤 있던가? 아, 이번에 한 명 퇴학당했으니 딱 열 명이네."

[.......]

딕의 혓바닥이 빠르게 움직였다.

"거기에 이 정도의 퀄리티의 늑대인간이라면 키젠에 와서 배운 건 아니겠고, 가문 고유겠지? 게다가 소리를 기반으로 공포를 퍼트리는 광역저주까지. 그럼 답 딱 나오네."

딕이 히죽 웃으며 신사처럼 우아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카니스 맥그로리 양."

[.......]

"고위귀족 영애께서 남자 목소리 흉내 내는 취미도 있었습니까?"

그 말에 늑대인간이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너 정체가 뭐야?]

이번에 들린 건 소녀의 목소리였다. 딕이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A반의 딕 헤이워드라고 해!"

[어떻게 바로 보고 알았지? 늑대인간 메타모포시스는 나보다 글렉이 더 유명할 텐데.]

"아, 글렉 크로우! 특례 9번이니까 유명할 수밖에. 하지만 특성을 숨기려는 그런 종류의 블러핑을 쓰기에는-"

쿠웅! 쿠웅!

딕이 아공간에서 커다란 금속 케이스를 꺼내며 입꼬리를 올렸다.

"상대가 너무 나빴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