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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339화 (339/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39화

"우와~ 우와~ 살벌해."

간발의 차이로 메이린의 공격을 피한 밀레나는 혀를 내둘렀다.

성벽의 한 구간이 얼음왕국처럼 얼어붙어 있었다. 팔을 탈탈 털어 몸에 묻은 살얼음을 떼어낸 그녀가 메이린을 보았다.

"반가워."

강자 앞에서는 격을 갖추는 게 예의. 밀레나는 교복 스커트 끝을 살짝 붙잡고 몸을 낮추어 인사했다.

"G반의 밀레나 하츠야."

"메이린 빌렌느. A반."

메이린은 툭 내뱉듯 대꾸하며 손바닥 위로 마법진을 짜 올렸다.

"잠깐만, 메이린!"

그때 뒤쪽에서 밀레나의 저주에 당해 꼼짝도 못 하고 있던 딕이 소리쳤다.

"조심해! 그 녀석은 분...... 우왁!"

딕의 몸이 바닥에서 솟구친 얼음 위로 올라갔다. 그가 미끄덩하며 쓰러지더니, 그대로 경사진 빙판을 미끄럼틀처럼 내려갔다.

어느새 빙판길은 저 멀리까지 형성되어 있었다.

"방해되니까 멀리 꺼져 있어. 평민."

"아니! 내 말 좀 들......! 으와악!"

얼음 미끄럼틀을 탄 딕이 놀라운 속도로 멀어져 갔다. 밀레나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몰래 마무리할 생각이었는데 아쉽네. 그래도-"

멀어지는 딕을 응시하던 밀레나의 눈동자가 메이린 쪽으로 되돌아왔다.

"저런 듣보잡보단, 역시 네임드를 잡는 편이 더 낫겠지?"

"웃겨."

메이린이 냉소했고, 밀레나도 마주 웃었다.

촤아아아아악!

네크로맨서 간의 전투에 시작 신호 따위는 없었다. 메이린의 손바닥에서 빙하의 창이 뻗어 나갔고, 밀레나는 그냥 옆으로 휙 하고 달리는 것만으로 피했다.

'신체능력이 뛰어나. 마투 지망생 수준.'

메이린은 바로 파악을 마쳤다.

쿠국!

쿠구국!

이번엔 밀레나의 차례였다.

그녀가 두 손을 허공에 휘젓자 성벽 바닥에서 뜯겨 나온 벽돌들이 두둥실 떠올라 메이린에게 날아갔다.

"잔재주 따위."

메이린이 가소롭다는 듯 팔을 휘둘렀다.

꽈드드드드드득!

질량이 달랐다. 그녀의 손바닥에서 펼쳐진 빙하의 파도는 날아오던 벽돌들을 모조리 집어삼키며 밀레나에게 들이쳤다.

하지만 밀레나는 이번에도 힘들이지 않고 살짝 옆으로 움직여 피했다.

'계속 그렇게 피한다 이거지?"

신속하게 새로운 한 수를 준비한 메이린이 바닥의 마법진을 밟았다.

'마투 얘들은 이게 직방이야.'

<아이스 필드>

그녀의 발을 중심으로 넓은 범위에 빙판이 깔렸다. 제자리에 서 있던 밀레나가 한 차례 휘청거렸다.

"이렇게 마찰계수를 떨어뜨린 얼음이라니, 대단해! 저주 수식도 섞여 있는 거야?"

메이린이 문답 무용으로 두 팔을 치켜들자 주위의 얼음들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녀가 팔을 내리는 것으로 무수한 얼음 조각들이 밀레나에게 떨어졌다. 급히 도망치려던 밀레나가 또 한 차례 휘청하다가, 결국 빙판에 미끄러져 '꺅!' 소리와 함께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런 그녀의 머리 위로 얼음들이 떨어졌다.

콰콰콰콰콰콰콰콰!

밀레나를 중심으로 얼음의 산이 쌓이는 모습을 보며, 메이린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빙판으로 회피를 차단하고 빌드업해 둔 얼음으로 마무리. 본인이 생각해도 완벽한 승리였다.

"와아."

그렇게 등을 돌려 돌아가려던 메이린은, 심장이 철렁하는 기분을 느끼며 뒤를 돌아보았다.

"멋져."

여전히 주저앉아 있는 밀레나의 주위로, 메이린이 떨어뜨린 얼음 조각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마치 밀레나를 일부러 피한 것처럼 그녀에게는 단 한 조각의 얼음도 떨어지지 않았다.

메이린이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뭐지? 컨트롤 미스가 있었나?'

밀레나가 음침하게 웃으며 몸을 일으키더니, 즉시 발에 칠흑을 일으키며 메이린에게 돌진했다.

"큭!"

역시 빠르다.

그 기세에 움찔한 메이린이 자신의 앞에 얼음벽을 세웠다.

"호잇!"

괴상한 기합과 함께 밀레나가 가공할 만한 도약력으로 점프해 그냥 두 발로 얼음의 벽을 넘어버렸다.

"바보 아냐?"

메이린은 뒤로 물러나면서 공중에 떠 있는 밀레나를 향해 얼음의 창을 날렸다. 그러나 교복 스커트를 붙잡은 채 앙증맞은 포즈로 공중에 체공 중인 밀레나가 픽 웃었다.

"바보는 너고."

정확히 조준해 둔 얼음의 창이, 간발의 차이로 밀레나를 맞추지 못하고 지나쳐갔다.

메이린의 눈이 경악으로 흔들렸다.

'아니, 뭐냐고 대체!'

타앗.

바닥에 내려온 밀레나가 눈에서 예기를 뿜어내며 돌진해 왔다.

그녀가 달리면서 왼손을 휘두르자, 방금 한 움큼 집어뒀던 메이린의 얼음이 표창의 형태로 변해 흩어졌다.

"저게 감히 내 얼음을!"

"히히."

정면에서 쇄도하는 건 밀레나. 그리고 공중에 흩뿌려진 얼음 표창들이 빙그르르 회전하며 메이린의 사방에서 날아온다.

회피할 구석은 없다. 전 방향에 얼음벽을 치려면 시간이 걸린다.

"내 승리~"

밀레나의 오른손에서 일렁이는 저주 마법진이, 메이린의 얼굴로 향했다.

쿠구구구구구구!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밀레나의 눈앞에서 메이린이 사라졌다.

"아!"

어느새 메이린은 바닥에서 솟구친 얼음 기둥 위에 올라가 있었다. 밀레나의 오른손이 헛돌았고, 표창들도 기둥에 툭툭 박혔다.

좌우 사방이 아닌, 위로 도망가 버리는 회피.

공중에서 밀레나를 내려다보며 메이린이 짜증스럽게 다리를 들었다.

"쫌!"

그리고 기둥을 짓밟자 콰르르르! 소리와 함께 기둥이 무너져 내리며, 얼음 잔해가 밀레나를 덮쳤다.

"쓰러져!"

쿠궁!

쿵!

쿠쿠쿠쿠쿵!

물론 이번에도.

"있지 있지, 나 상위 스쿼드에서 쭉 지냈는데-"

저 많은 양의 얼음 중에서 단 한 조각도 밀레나에게 맞지 않았다.

"너처럼 강한 상대는 처음이야! 메이린!"

기둥에서 뛰어내려 바닥에 내려온 메이린이 숨을 헐떡이며 밀레나를 노려보았다.

'나도 염력계가 주력인 네크로맨서를 상대하는 건 처음이긴 한데!'

메이린의 입장에선 이보다 까다로울 수 없었다. 그녀는 염력으로 날아오는 투사체의 방향을 그냥 비틀어 버리고 있었다.

물론 힘과 질량이 담긴 이쪽의 마법을 빼앗아 조종하는 수준은 아니었으나, 자신에게 오는 투사체들의 뱡향을 살짝살짝 비트는 것만으로도 원거리 공격에 대한 면역을 가진 거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저 밀레나란 녀석은 '칠흑역학'인 염력은 물론, 마투와 저주도 수준급이다.

무려 세 과목을 전공수준으로 사용하는 괴물이 어째서 특례 입학생이 아닌 걸까?

"자, 갑니다 가요!"

파바바바바밧!

밀레나가 두 팔을 격하게 흔들며 달려왔다. 메이린은 통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상대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 얼음을 날려야 했다.

칠흑이 점점 소모되어 간다.

* * *

"으으윽, 죽겠다아."

딕이 숨을 헐떡이며 걷고 있었다. 좌우에는 병사들이 그를 부축하는 중이었다.

"괘, 괜찮으십니까? 찌익!"

"예, 그냥 몸이 더럽게 무거울 뿐이에요."

그들은 메이린과 밀레나의 전투 현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얼음이 치솟고 부서지는 치열한 현장이 가까워질수록, 병사들의 표정도 어두워지고 있었다.

"찍! 찍! 부상도 당하셨는데 더 가시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당장 전해야 할 정보가 있어요."

7조 내에서 언제나 사사건건 부딪치는 딕과 메이린은 성격도 상극이었지만, 전투 스타일도 완전히 달랐다.

딕은 자신만의 독자적인 정보력과 분석력으로 상대의 약점을 철저히 후벼 파서 무너뜨리는 스타일이다.

반면 메이린은 독불장군. 오로지 자기 자신의 실력만을 중시했다.

물론 상대에 대한 정보가 있으면 써먹긴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나 자신이 강하고 떳떳하면 만사에 문제가 없으며, 상대에 대해 분석할 시간에 내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만약 메이린이, 상대인 밀레나가 쓰는 기술이 '염력계'라 알고 있다면 승산이 없다고 딕은 생각했다.

'염력사를 상대로, 메이린은 절대 칠흑화염계를 쓰지 않을 거야.'

화염은 얼음보다 염력으로 훨씬 간단하게 흐트러뜨릴 수 있다.

그 색깔과 열 때문에 염력사가 바로바로 파악하기도 쉽다. 괜히 잘못 칠흑화염계를 썼다간 사용자가 역으로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간단히 말해 카운터다.

염력사를 상대로 효과적인 건 티가 나지 않는 바람계열과, 바닥에서 올라와 대처가 힘든 대지계열이겠지만 메이린은 이 두 가지 속성은 아직 초심자 수준이다.

그러니 주구장창 얼음만 쏴댈 테고, 그러다 메이린의 칠흑이 다하면 그녀의 패배였다.

하지만 딕은 진실을 알고 있었다. 밀레나는 염력계를 쓰고 있는 게 아니다.

그녀는 염력의 염 자도 모르고 칠흑역학 성적도 하위권, 잘하는 과목은 마투와 저주뿐이다.

"부디 늦지 않...... 응?"

과열되어 싸우던 두 소녀는 어느새 성벽에서 벗어나 외성과 내성 사이의 주거지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지붕을 밟고 날아오르며 치열하게 흑마법을 주고받는 중이었다.

"아, 망했다."

주거지까지 가버린 두 사람을 보며 딕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이놈의 3스택 이그저스트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수식을 꼬아놨는지 자신의 허접한 '캔슬레이션'으로는 해제할 수도 없었다.

이래서 저주술사가 싫었다.

'어쩌지?'

전전긍긍하며 생각에 잠겨 있던 딕이 '아!' 하고 번쩍 고개를 들었다.

"부관님! 지금 당장 시몬- 아니, 총사령관에게 가서 제 말을 전해주세요! 최대한 빠르게요!"

"뭐라고 전해 드리면 되겠습니까? 찌익!"

* * *

타닥.

메이린이 낡은 판잣집 지붕에 내려오며 숨을 헐떡였다.

반대로 여유로워 보이는 표정의 밀레나가 사뿐하게 옆의 지붕에 내려오며 미소 지었다.

"슬슬 한계지? 어떻게 요리할까나."

"이게......!!"

메이린이 손바닥을 펼치자 얼음의 송곳들이 연달아 날아갔다.

"뻔해."

밀레나는 가뿐한 동작으로 그 공격을 피했고, 자신에게 맞을 것 같은 얼음만 방향을 비틀었다.

다만 밀레나도 사람인 이상 컨트롤에 미스가 있는지 가끔 얼음이 몸에 스치는 경우도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 자신의 강함만을 중시하는 메이린이 지금 희망을 걸고 있는 건 상대방의 실수뿐이었다.

'굴욕적이야!'

그녀가 주먹을 꽉 쥐었다.

염력에 마투라니! 상성이 나빠도 너무 나빴다. 상대가 순수 염력사였다고 해도 깡 질량으로 밀어붙여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럼 이제 마무리해 볼까?"

밀레나가 지붕을 내려 앉히며 돌진하려는 그때.

쐐애애액!

난데없는 파공음이 들렸다.

"엄마야!"

중심이 틀어진 밀레나가 급히 몸을 숙여서 피했다.

칠흑으로 물든 새까만 화살이 밀레나를 지나 근처의 벽에 툭 꽂혔다. 밀레나는 그 바람에 지붕에서 떨어져 바닥을 뒹굴어야 했다.

"아우우! 갑자기 뭐야?"

밀레나의 짜증스러운 외침이 들렸지만 메이린은 듣고 있지 않았다.

'화살?'

메이린의 고개를 돌아갔다. 성문 수비를 맡고 있어야 할 시몬이, 그림 같은 모습으로 활을 든 채 서 있었다.

멀어서 얼굴은 잘 보이진 않았지만, 그는 다시 성벽 쪽으로 복귀해 스켈레톤 메이지를 지휘했다.

'시몬의 옷!'

화살에는 시몬의 옷과 쪽지 하나가 매달려 있었다. 메이린이 얼른 그 쪽지를 펼쳐 내용을 살펴보았다.

"......."

굳이 통신을 쓰지 않고 화살을 날린 이유.

시몬의 의도를 깨달은 그녀는 얼른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쪽지를 접어서 품에 넣자마자 지붕에 쾅! 하고 구멍이 뚫리며 밀레나가 올라왔다.

"방해꾼은 놔두고 다시 붙어!"

밀레나가 돌진해오자, 메이린은 지붕에서 뛰어내려 아무도 없는 좁은 골목길을 달렸다.

당연히 밀레나의 속도가 더 빨랐고, 메이린은 그녀를 지근거리까지 유도했다.

밀레나가 손바닥에 저주를 펼치고 메이린의 몸에 붙이려는 순간.

<다크 블레이즈>

화르르르륵!

메이린의 손바닥에서 처음으로 칠흑의 화염이 일직선으로 방사되었다.

그리고.

"아아아아악!"

저 밀레나가 이렇게 뻔한 걸 맞았다.

밀레나가 타오르는 불꽃에 고통스러워하며 바닥을 굴러다녔다.

메이린에게 단 한 번의 정타도 허용하지 않았던 그녀가, 단순한 불꽃 방사에 휩싸인 모습은 아이러니했다.

"이상하네."

메이린이 저벅저벅 다가왔다.

"염력계라면 불을 뿜는 순간 역으로 되돌려 나한테 화상을 입힐 수 있지 않아?"

"시, 실수였어."

진화(鎭火) 저주를 만들어 간신히 불꽃을 꺼트린 밀레나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애써 웃었다.

"이제 이런 두 번의 실수는 없......!"

<다크 위스프>

메이린의 손에서 작은 화염공이 통통 튀며 날아갔다.

퍼엉! 퍼버벙!

"큭!"

두 번의 실수는 없다던 밀레나가 그 공격을 허겁지겁 피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어깨에 화염공 몇 대를 맞으며 바닥에 엎어졌다.

"네가 생각해도 어이없지 않아? 왜 염력사가 얼음은 조종하는데, 왜 불꽃의 방향은 못 트는 걸까?"

메이린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감히 날 갖고 놀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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