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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341화 (341/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41화

'오늘은 페이스가 좋네.'

현재 시몬의 '스켈레톤 메이지' 운영이 추구하는 바는, 극도의 효율 추구였다.

창고에 있던 기름열매를 던져서 바닥에 기름을 뿌리고, 칠흑화염계로 불을 붙여 적의 성문 침입 자체를 틀어막고 있다.

그렇게 시몬이 불 지르기 전술로 일관하니, 칸 왕국의 대처도 바뀌었다.

흙 주머니를 퍼뜨리거나 충차 위에 물에 젖은 소가죽을 덧대는 등 변화를 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문 위에서 언데드 메이지를 운용하는 시몬의 수비는 철벽이었다.

칸 왕국은 하는 수 없이 성문을 포기하고, 성벽 공략에 집중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공성 사다리를 전부 가져와 성벽에 올려놓고 병사들을 끊임없이 올려보냈다. 특히 두 명의 키젠 학생들을 성벽 위로 보냈을 때는, 남문의 성벽 전체가 칸 왕국에 점령당하기 직전까지 갔을 정도로 선전했다.

그러나 딕과 메이린의 활약으로 공성 측 키젠 학생들을 전부 잡아냈고, 이제 남문의 전세는 확연히 수성 측에 기울었다.

"나를 따르라!"

그리고 저주에서 풀려난 딕이 병사들을 이끌고 칸 왕국이 점령했던 성벽까지 수복했다.

그의 활약으로 남문 방어선 전체가 안정세로 돌아왔다.

'이제 남문은 걱정 없네.'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던 시몬이 총사령관 명패를 들고 통신했다.

"딕이랑 메이린 둘 다 수고했어. 상대 네크로맨서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쉬어둬. 다른 성문도 마찬가지로 휴식과 전투를 번갈아 하면서 장기전을 대비해. 지원이 필요하다면 전령을 보내거나 깃발을 올려줘."

그때 뚜벅뚜벅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시몬이 뒤를 돌아보니 마침 메이린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 메이린! 정말 고생 많았어!"

"흥, 이 정돈 기본이지."

그녀가 손끝으로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말했다. 시몬이 그녀의 어깨에 두르고 있는 옷을 가리켰다.

"그거 내 교복이지?"

"!"

뒤늦게 너무 당당하게 어깨에 시몬의 교복을 두르고 온 것 같다고 생각하며, 메이린의 목덜미가 새빨갛게 물들었다.

"......아, 응. 땡큐."

그녀가 조그맣게 감사를 표하며 시몬의 교복을 건네주었다.

아쉬웠다. 잠깐의 행복이었지만 그래도 즐거웠으니 됐다.

시몬은 교복을 입으려고 탈탈 털어서 펼쳤다.

"어."

"왜? 뭐 이상한 거 묻었어?"

"아니 그냥, 옷에서 메이린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

얼굴이 시뻘게진 그녀가 기겁한 소리를 내며 파바박 물러났다.

"내, 내가 잠깐 걸치고 있었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뭐! 뭐! 세탁이라도 해서 돌려줘?"

"아니, 아니. 그런 의미는 아니었어."

시몬이 교복을 가까이 들어 보였다. 셔츠 한 부분이 빨간 게 묻어나와서 피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교복 재킷에 립스틱 자국이 묻어 있었다.

"......근데 왜 입술 자국이?"

'으악-! 아아악-!!!'

메이린은 아까 시몬의 교복에 얼굴을 묻고 냄새를 맡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견딜 수 있는 부끄러움의 한계치에 달한 그녀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그, 그게!"

뭐라도 말해야 한다! 뭐라도!

그녀가 더듬거리며 소리쳤다.

"넘어졌어!!"

"응?"

"아까 싸우다 넘어져서 네 교복으로 얼굴 좀 닦았어! 됐냐? 세탁비는 낼게!!"

메이린 본인이 생각해도 참으로 어이없는 변명이었다.

말해놓고 후회했다. 맘 같아선 당장에라도 말을 주워 담고 싶었다. 뇌를 거치지 않고 말하니까 당연히 말실수를......!

"그랬구나. 어디 안 다쳤어?"

그걸 또 훌쩍 믿어버리는 시몬이었다.

사실 메이린과 대화하고 있었지만, 시몬의 모든 신경은 성문 쪽에 쏠려있었다. 지금 이 순간도 스켈레톤 메이지들의 사념에 연결된 상태였다.

'오른쪽부터 순차적으로 다크 블레이즈!'

연속으로 발사된 검푸른 화염구가 성문에 다가오는 충차 한 대를 불태워 버리자, 시몬이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왜, 왜 갑자기 웃고 난리야!'

반면 메이린은 극도로 긴장하며 후욱 후욱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저거 지금 나보고 웃는 건가? 의미심장한데? 교복으로 뭘 했는지 다 알지만 이번엔 특별히 넘어가 준다. 뭐 그런 거야?

그녀가 방금 시몬이 보인 미소의 의미를 생각하며 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데, 시몬이 다시 입을 열었다.

"좀 쉬어둬. 당분간 남문은 나 혼자서도 충분할 것 같아."

"......어, 응."

메이린이 겸연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힐긋 그의 눈치를 보았다. 그러고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야, 예전에 너한테 연비 어쩌고 운운한 건 미......."

"그때 네 조언이 아니었으면."

시몬이 먼저 말했다.

"이렇게 장기전을 펼치는 방법은 생각도 못 했을 거야. 고마워 메이린."

......얘는 참.

가끔은 사람이 너무 좋아서 탈이다.

'뭐어, 조장으로서 그런 점을 좋아하긴 하지만.......'

"아 참, 화살에 쪽지 묶어서 날린 건 어땠어?"

시몬이 불쑥 물었다.

"아, 그거 센스 있더라. 땡큐. 잘 써먹었어."

"잘 써먹었다면 다행이네."

메이린이 쿡쿡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이제 몇 시간쯤 지났어?"

"네 시간."

버텨야 하는 시간이 12시간이고, 남은 시간은 8시간.

어떻게 간지 모르고 4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물론 이 시간은 카드의 세계 내에서만 흐르는 시간이고, 공성전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면 세 시간이 흘러있다고 딕이 말했었다.

"그럼 시몬, 난 칠흑 좀 충전하고 있을게."

"알았어."

메이린은 성벽 끄트머리로 가서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무릎을 모아 앉았다. 그러고는 눈을 감고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는 후우. 하고 심호흡을 했다.

네크로맨서들 사이에선 일명 '충전'이라고 부르는 행위.

전투 후에는 체내의 칠흑이 바닥나있고, 마나를 칠흑으로 바꿔주는 '코어'도 혹사당해서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태다.

본인이 편한 자세로 앉아서 호흡으로 마나를 체내로 끌어들이고, 힘이 다한 코어를 살살 풀어주면서 다시금 신체에 활기가 돋게 한다.

사실 자연 회복에 비해 엄청난 효과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단 낫다.

대신 본인의 몸에 집중하고 이 상태에서는 네크로맨서 무방비 상태가 되므로.

따닥.

딱.

메이린처럼 아공간에서 꺼낸 스켈레톤들로 주위를 지키게 하는 게 보통이다. 언데드의 사념에 접속하는 정도로 칠흑이 소모되진 않으니까.

'메이린은 잘하고 있고.'

시몬은 내친김에 현황을 확인했다.

[수성팀 (15/15)]

[공성팀 (12/15)]

이상적일 정도로 안정적인 페이스란 생각이 들었다.

공성팀은 다른 성문에서 또 한 명이 당했는지 12명이 됐고, 수성팀은 아직 단 한 명도 아웃되지 않았다.

아무리 10배 차의 전력이라지만, 허름한 성이라도 끼고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메리트인 모양이다.

'다들 이대로만 해주면 외성에서 전체 시간의 절반은 버티겠는데.'

시몬도 조금은 긴장감을 풀려는 그때였다.

[미리 바레타 탈락.]

'어?'

[폴 세진 탈락.]

시몬이 눈을 부릅떴다. 두 사람 모두 수성 측 학생이었다.

[수성팀 (13/15)]

[공성팀 (12/15)]

"......갑자기 뭐야?"

"초, 총사령관님! 큰일 났습니다!"

전령이 헐레벌떡 시몬에게 달려왔다.

"북문에서!"

"북문?"

그때 시몬의 앞으로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외성 북문이 돌파당했습니다.]

[외성 함락 이벤트 발생.]

[아온 왕국의 모든 병력이 내성으로 후퇴합니다.]

시몬의 얼굴이 황망함으로 물들었다. 북문에서 전령이 도착하기도 전에 뚫렸다고?

'누가.'

그의 고개가 북문 쪽으로 돌아갔다.

'지금 누가 북문에 있는 거지?'

* * *

허억! 허억!

수성 측의 한 남학생이 성벽을 쌩쌩 달리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요우. 마지막까지 총사령관 자리를 놓고 다투던 바로 그 학생이었다.

동문을 지키던 그는 지원 요청을 듣자마자 북문으로 달려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본인이 도착하기도 전에 북문이 뚫렸다는 메시지가 떴다.

'어떻게 된 거지? 북문은 남문 다음으로 멤버도 좋았는데.'

주위에는 공포에 질린 수인병들이 정신없이 내성으로 도망치는 모습이 보였다.

그야말로 아비규환.

요우는 병사들을 제치며 북문에 도착했다.

"......!"

북문에 오자마자 이질적인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성벽 위에 하얀 제복을 입은 소녀가 느긋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피가 튀고, 병장기가 부딪히고, 비명과 고함이 오가는 상황에서도, 소녀의 모습은 홀로 동떨어진 세계에 있는 것처럼 평온했다.

'엘리사 셀린!'

총사령관인 그녀가 직접 나섰다. 벌써 성벽도 점령했는지 그녀의 뒤에는 칸 왕국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북문은 네 명의 네크로맨서가 지키고 있었어. 그 넷을 엘리사가 한 번에 제압했다는 건 말이 안 돼.'

요우의 눈이 돌아갔다.

'누구냐. 대체 누가.......'

쿠콰콰콰콰콰콰콰콰!

갑자기 들린 굉음에 요우의 고개가 돌아갔다.

산더미만 한 참격이 성벽을 타고 뻗어 나가고 있었다. 참격에 닿은 모든 생명체가 세포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갈기갈기 찢어져 세상에서 완전히 소멸했다.

'설마!'

그리고 참격의 시작점에는, 무표정한 얼굴에 안대를 쓴 소년이 보였다. 심지어 그는 허리춤의 장검을 뽑지도 않고 있었다.

'특례 5번의 쥴 빈체레!'

요우의 입이 딱 벌어졌다. 저런 거물도 같이 왔단 말인가!

"아, 아아아아아악-!"

이번에는 고통스러운 비명이 전장에 울려 퍼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태산 같은 덩치의 남자가 북문 수성의 에이스인 브위네의 얼굴을 한 손으로 붙잡고 있었다.

브위네가 찢어질 듯한 비명을 내지르며 두 다리를 버둥거리고 있었고, 그 아래에는 이미 당한 것으로는 두 학생의 몸이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었다.

저 커다란 날개와, 비늘. 틀림없었다.

'헥토르 무어까지!'

이내 헥토르가 손에 더 힘을 주자, 얼굴에 작동되고 있던 배리어가 쩌저적 소리와 함께 박살 났다.

이내 브위네의 몸이 털썩 바닥에 떨어지며 허공에 녹아 사라졌다.

[브위네 로드레크 탈락]

[수성팀 (12/15)]

[공성팀 (12/15)]

"다들 수고수고."

엘리사가 빙긋 웃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공성전은 지금부터 시작이야! 이벤트의 시작은 역시 멋진 폭죽으로!"

따악!

엘리사가 손가락을 튕겼다.

무수한 포성이 대기를 흔들었고, 성 밖에서 십수 발의 포탄들이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다.

꽈아아아앙!

꽈아아앙!

포격이 연이어 쏟아지며 병사들을 폭사시키고 건축물들을 무너뜨렸다.

'미치겠군!'

요우가 입술을 덜덜 떨었다.

불타는 성벽 너머에 있는 엘리사, 쥴, 헥토르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위협적이었다.

'......저 조합을 어떻게 이기지?'

"잔챙이는 얼른 꽁무니나 빼셔."

마침 엘리사가 요우를 발견하고는 말했다.

"막아보려면 빨리 시몬 폴렌티아라도 불러오는 게 어때?"

갑자기 머리 위에서 들리는 소름 끼치는 굉음에 요우가 고개를 들었다. 머리 위로 유령선의 포탄이 떨어지고 있었다.

"후퇴! 후퇴해라! 찍찍!"

"찌익! 내성으로 도망쳐!"

아온 왕국의 수인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엘리사가 미소 지으며 팔을 휘둘렀다.

"아온 왕국의 쥐들이 내성으로 도망친다. 한 놈도 남기지 마!"

그녀의 지시에, 성문에서 칸 왕국의 기마병들이 막힌 댐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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