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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342화 (342/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42화

[외성 북문이 돌파당했습니다.]

[외성 함락 이벤트 발생.]

[아온 왕국의 모든 병력이 내성으로 후퇴합니다.]

"도망쳐! 칸 왕국 놈들이 온다!"

"찌익 찍!"

뒤쫓기는 아온 왕국 병사들이 아우성을 내지르며 도망치고 있었다. 몸에서 피를 철철 흘리거나 화살에 맞은 부상자들이 가득했다.

시몬과 딕은 그 정신없는 현장에서 뛰어다니고 있었다.

"내성으로! 내성으로 후퇴하세요!"

"남문은 아직 열려 있습니다!"

사태는 심각했다.

칸 왕국 측 총사령관 엘리사는 공성이 지지부진하자, 핵심 전력을 이끌고 외성 북문을 힘으로 찍어눌러서 깨트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엘리사는 외성 돌파에 만족하지 않고, 다수의 기마병을 운용해서 돌파를 감행, 기어이 내성 북문 앞까지 밀고 내려왔다.

내성은 북문과 남문, 성문이 두 개뿐이다. 북문이 엘리사에게 위협당하자, 내성으로 후퇴해야 하는 모든 아온 왕국의 병사들이 남문으로 쏠리며 심각한 정체 현상이 빚어지고 있었다.

"아니 진짜! 생각할수록 이해가 안 되네!"

딕이 머리를 벅벅 긁어대며 말했다.

"북문은 인원도 4명에! 우리가 맡은 남문보다 더 튼튼한 곳이야! 이런 곳을 어떻게 전령이 도착하기도 전에 돌파한 거지?"

딕이 제기한 의문을 조용히 곱씹으며 고민하던 시몬이 입을 열었다.

"엘리사 수준의 강자가 더 있는 것 같아."

엘리사는 정치가 집안의 영애답게, 모든 면에서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스타일이다. 그녀라면 미리 강자들을 모아 팀을 짜놓았을 가능성이 있다.

"으음, 골치 아프지만 그거 말 되는데? 특례 입학생 수준 2~3명이 북문에 왔다면야."

그때 시몬과 딕의 눈앞으로 칸 왕국의 병사들이 보였다. 그들이 도망치는 아군을 추격하고 있었다.

"시잇! 한 놈도 남기지 말고 처치해라!"

"싯! 싯! 내성으로 가게 두지 마라!"

병력 차가 압도적 열세인 이상, 병사 한 명 한 명이 소중했다.

시몬과 딕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얼른 아군을 구원하러 달려갔다.

"근데 시몬! 너 칠흑 아껴야 하잖아. 검 한 자루 쓰쉴?"

딕이 인챈트를 걸어놓은 본인의 검을 넘기며 말했다.

"마투로도 충분하긴 한데."

"야, 마투도 은근 칠흑 많이 나가."

결국 시몬이 검을 받았다. 허공에 붕붕 휘둘러보니 그립감은 괜찮은데, 뭔가 결정적인 게 부족한 느낌이다.

"혹시 대검류는 없어?"

"있긴 한데 대검 다룰 줄은 알아? 개어렵잖아."

"어느 정도는."

딕은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아공간에서 대검을 꺼내주었다. 대검 중에서는 가장 작은 사이즈였지만, 묵직한 무게감이 마음에 들었다.

"좋아, 가자!"

"오케이!"

시몬과 딕이 동시에 칠흑을 짓밟고, 아군을 학살하는 칸 왕국의 무리로 돌진했다.

"싯싯! 이상한 놈들이 온다!"

"아온의 가디언들이다!"

선두에 선 시몬의 눈이 번뜩였다. 가속하는 전차처럼 적진을 파고든 그가 힘껏 대검을 휘둘렀다.

꽝! 소리와 함께 칸 왕국 병사 몇 명이 볼링핀처럼 날아갔다.

"웃차!"

바로 뒤따라 공중에서 날아온 딕이 병사의 투구 사이에 검을 꽂아 넣었다. 다리로 몸통을 밟고 검을 빼낸 그가 화려하게 움직이며 찌르기 위주의 검술을 선보였다.

부우우우웅!

반면 시몬의 대검술은 상당히 화려했다.

저 커다란 대검을 마치 자신의 팔다리를 다루듯 능숙하게 휘두르며 적진을 활보하는 모습은 패도적이면서도 부드러웠다. 칸 왕국 병사들은 감히 대적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주춤했다.

"시싯! 물러서지 마라!"

칸 왕국의 부관이 앞장서서 시몬에게 뛰어들었다. 시몬은 대검을 들어 상대의 검을 받아낸 다음,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까가각!

상대의 검이 대검의 날을 타며 위로 올라가고, 시몬은 앞으로 바짝 들어와, 힘으로 대검을 내리그었다.

촤악! 소리와 함께 검은 칼날이 상대의 몸을 일자로 그어버렸다.

"와, 시몬! 방금 뭐야!"

딕이 힘겹게 적병 한 명을 물리치며 말했다.

"대검을 '어느 정도' 다루는 수준이 아닌데? 대검술도 뭐 고향에서 너희 아빠가 가르쳐 준 거야?"

"아니. 대검은-"

시몬이 찔러 들어오는 창을 능숙하게 쳐내고는, 또 한 명을 베어내며 말했다.

"그냥 독학이야."

"에이, 뻥 좀 작작 쳐라! 내가 너 대검 쓰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뭔 소리야!"

"진짜야."

부웅! 부웅!

시몬이 휘두르는 대검에 병사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나갔다. 평소 자주 검을 사용하던 딕도 뒤처지지 않았다.

"후읍!"

"하아앗!"

시몬과 딕이 서로의 등에서 쇄도하는 적병을 보고는 달려들었다. 두 사람이 교차하듯 지나가며 검을 휘두르자, 적병 둘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가, 강하다! 시싯!"

"물러나자! 이쪽도 가디언이 필요해!"

결국 칸 왕국의 추격대가 도망치기 시작했다. 시몬과 딕은 그들을 뒤쫓으며 아군의 도주로를 확보했다.

"내성으로! 내성으로 후퇴하세요! 남문이 열려 있어요!"

"서둘러 주십쇼!"

시몬이 아군을 통제하며 도망치는 추격대를 뒤쫓아가고 있는 그때였다.

"시몬! 엎드려!"

딕의 외침에 시몬이 얼른 자세를 낮췄다. 머리 위로 검은 섬광 같은 게 날아와 벽에 부딪혔다.

'저주!'

시몬이 식겁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자, 성벽 위에 해골 목걸이를 목에 건 키젠 남학생이 보였다. 그의 손끝에서 저주가 연달아 발사되었다.

"저주술사다! 피해!"

시몬과 딕이 자세를 바짝 낮추고는 엄폐물 뒤로 달려 나갔다. 남학생의 손끝에서 연사 되는 저주들이 서로 다른 빛을 뿜으며 엄폐물에 부딪혔다.

"귀찮게!"

딕도 손가락을 뻗었다.

<이그저스트>

그의 손끝에서 검은 연기가 번뜩이며 날아갔지만 저주술사는 얼른 자세를 낮춰 성벽 뒤로 숨어버렸다. 딕의 저주가 성벽에 부딪혀 사라지고, 빼꼼 고개를 내민 저주술사가 다시 저주를 쐈다.

"우왁!"

딕이 그 저주에 맞으며 바닥을 뒹굴었다.

"딕!"

"으아악! 씨! 이게 뭐야!"

딕이 온몸을 발작적으로 긁어대기 시작했다. 피부에 뻘건 반점이 일어나는 게 보인다.

"한 명 잡았고."

딕을 무력화시킨 저주술사가 음침하게 웃으며 이번에는 시몬을 바라보았다. 이때 시몬도 대검을 쥐지 않은 손으로 저주를 손바닥에 그리고 있었다.

두 사람의 저주는 거의 동시에 완성됐다.

<티클링>

<시크니스>

두 소년이 동시에 팔을 뻗는 순간 서로의 저주가 교차되며 날아갔다.

시몬은 고개를 꺾는 것만으로 피했지만.

'뭐 이리 빨라!!'

딕의 이그저스트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속도로 날아간 시크니스가 저주술사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큭!'

저주술사가 휘청거리며 한쪽 무릎을 꿇는 사이, 시몬이 얼른 딕을 어깨에 들쳐메고 달렸다.

"절대 안 놓쳐!"

저주술사가 시몬을 따라 달리면서 저주를 준비해 날렸다.

"!"

그러나 얼마 달리지도 않았는데 시야가 빙글빙글 회전했고, 결국 자리에 털썩 엎어졌다. 그 모습을 본 칸 왕국 병사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시잇! 가디언님!"

"괜찮으십니까! 싯!"

덜덜덜.

저주술사가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며 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우웨에엑!"

결국 속에 든 걸 게워내고 말았다. 병사들이 얼른 몇 걸음 뒤로 멀어졌다.

* * *

"딕, 조금만 기다려."

시몬이 딕을 빈집에 눕히고 마법진을 그렸다.

"으아아아......!"

딕은 손톱으로 미친 듯이 몸을 긁느라 곳곳에 시뻘건 손톱자국이 나 있었다. 침착하게 마법진을 완성한 시몬이 그것을 딕의 몸에 대고 발동시켰다.

<캔슬레이션>

딕의 몸에 검푸른빛이 일렁이더니 서서히 그의 동작이 멈추기 시작했다. 두드러기 같은 것도 빠르게 가라앉자 딕이 두 팔을 축 늘어뜨렸다.

"......와, 진짜 죽는 줄 알았어. 2스택짜리 저주야."

시몬이 손을 내밀었다.

"계속 싸울 수 있겠어?"

"당연하지."

딕이 시몬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다시 집 밖으로 나와보니 어느 정도 전세가 안정되어 있었다. 수성 측의 다른 키젠 학생들도 바쁘게 돌아다니며 병사들의 후퇴를 도왔다.

시몬이 총사령관 명패로 지시를 내렸다.

"내성 남문은 한계까지 열어놓고 후퇴하는 병사를 받아줘! 메이린도 너무 외성 남문에 오래 있지 마. 자칫하면 둘러싸일지도 몰라. 나머지는 뚫린 성문으로 들어오는 적병들의 방어에 집중해!"

시몬과 딕도 이제 내성으로 향하기로 했다.

주거지를 벗어나 조금 더 가니 성벽이 하나 더 나왔다. 외성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높고, 두꺼운 벽돌로 지어져 있었다.

"내성은 아군이 전멸하는 한이 있더라도 지켜야 해."

딕이 말했다.

"칸 왕국이 내성까지 돌파하는 순간, 계단을 타고 왕성까지 다이렉트로 올 거야. 중간에 공중 결계 '수호석'까지 부서지면, 엘리사가 유령선을 타고 하늘에서 공격하겠지. 우리한텐 그것만큼 최악의 시나리오가 없어."

두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성벽으로 걸어갔다.

여전히 남문의 정체가 계속되고 있었기에, 내성에서는 안전한 라인만 성벽에 사다리를 내려놓고 아군 병사들을 올라오게 하고 있었다. 나름 괜찮은 방법이었다.

시몬과 딕도 줄을 선 채로 기다리고 있었다.

"딕, 먼저 올라가."

"어어. 먼저 가 있는다."

딕이 사다리를 올라가고 시몬은 지상에서 뒤를 돌아보며 서 있었다. 혹시 추격대가 들이닥치면 병사들이 올라갈 시간을 벌어줄 생각이었다.

"찌익! 추격대를 저지해라!"

그리고 아온 왕국 병사들은 결사대를 조직해 성벽 앞에서 목책을 쌓는 등 방어진을 구축하고 있었다.

칸 왕국들은 기마대가 많다. 기병을 막을 수 있도록 목책 앞에 땅을 파고 장애물을 설치했다.

"찍! 누구냐!"

그런데 결사대의 방어진 앞으로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었다.

"멈춰라! 찍! 움직이면 쏜다!"

결사대가 활을 겨누며 위협했지만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때 남자가 허리에 찬 검 자루에 손을 얹는 모습이 보였다.

'무슨 일이지?'

시몬도 앞으로 걸어 나와보았다.

쩌어어어어어어엉!

그 뒤에 일어난 광경에, 시몬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저 수많은 목책들과 장애물들, 그리고 결사대 병사들까지 모조리 반으로 갈라지며 공중으로 떠오른 것이다.

'방어진을 일격에?'

시몬이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앞을 응시했다.

터벅. 터벅.

그 남자의 모습이 점점 더 가깝게 보인다. 한쪽 눈에 안대를 쓴 소년이었다.

"와! 쟤가 공성팀에 있었어?"

딕도 그 모습을 보고는 시몬에게 소리쳤다.

"시몬! 엘리사가 문제가 아니었어! 저 녀석은......!"

촤아아아아아악!

내성의 성벽에 기다란 선이 그어졌다. 성벽에 놓았던 사다리가 반으로 갈라지며 거기에 올라탔던 병사들이 모조리 추락했다.

"으헛!"

딕도 마찬가지로 바닥에 떨어졌다. 시몬은 눈에 힘을 주며 그 소년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타닷!

그때 소년의 모습이 사라졌다.

경계하고 있던 시몬이 눈을 부릅뜨며 손에 든 대검을 앞으로 세웠다.

까아아아아앙!

거의 동시에 허공에서 나타난 장검이 시몬의 대검에 부딪혔다. 폭발적인 굉음이 전장을 뒤흔들었다.

'크으!'

손목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충격을 느끼며, 시몬은 갑자기 앞으로 튀어나온 나타난 소년을 마주했다.

"우리 구면이지?"

"그렇소."

소년이 대답했다.

그는 특례 5번, 쥴 빈체레였다.

"오늘 컨디션은-"

특이하게도, 그는 검집에 검이 꽂혀 있는 상태로 휘두른 거였다.

쥴이 뒤로 한 발짝 물러나며 장검을 허리띠에 매고는 손잡이를 앞으로 기울였다.

"나쁘지 않군."

"!"

시몬이 즉시 허리를 젖혔다. 내성 전체를 가를 듯한 거대한 검격이 기울어진 형태로 내려와 성벽에 긴 흉터를 남겨 버렸다.

'......와.'

시몬의 이마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이 녀석은 그동안의 적들과는 격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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