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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345화 (345/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45화

아온 성에는 내성 전체를 둘러싸는 투명한 막이 존재한다.

이것으로 외부에서 내성으로 향하는 공중으로의 침입이나 투석 공격을 모두 막아낼 수 있는데, 이 방어막을 유지하는 장치가 바로 '수호석'이다.

"하아, 하아."

시몬은 지금 막 수호석이 있는 내성 시가지에 도착한 상태였다.

커다란 크리스탈은 완전히 깨져서 잔해만 남아 있었고, 곳곳에 전투의 흔적이 보였다.

이 곳을 지키고 있던 키젠 학생 한 명과, 수인병들까지 모두 당한 모양이었다.

'대체 어느 틈에.'

시몬이 쪼그려 앉아 깨진 크리스탈 잔해를 살펴보고 있는데, 돌연 뒤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이그저스트>

등 뒤에서 저주 한 줄기가 쇄도해 왔다. 재빨리 몸을 틀어서 피한 시몬이 자신도 저주를 준비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반응 좋네."

처음 보는 키젠 남학생 한 명이 다가오고 있었다.

교복은 흙이 묻어 엉망으로 더러워져 있었고 몸 곳곳에서 피가 흐르는 게 보인다.

시몬이 손을 내리며 말했다.

"수호석을 깬 게 너야?"

"정답."

사실 쥴이 맡은 임무는 '시몬 사냥' 외에도 하나가 더 있었다.

쥴은 내성을 넘어 시가지에 들어오는 순간, 품에 지니고 있던 돌 모양의 체스말을 몰래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체스말은 우뚝거리며 커지더니 사람의 형상으로 변했다.

"난 가고일 테크트리를 타고 있는 네크로맨서야. 석상이나 돌로 변할 수 있지. 설명은 충분히 됐냐?"

그가 펼쳐둔 마법진을 스스로의 몸에 붙이자 피부가 단단해지며 돌의 색깔로 변했다.

시몬은 저 흑마법을 알고 있었다.

'석상화(Statue Form).'

중간고사 시험 문제에 나온 흑마법을 직접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석상화 상태에선 흑마법을 쓸 수 없지만, 강력한 저주면역을 가지며 물리공격에 거의 면역이라고 배웠다. 무엇보다 무생물처럼 변해서 칠흑을 감지하기가 어려워지기에, 프로 네크로맨서들도 잠복할 때 사용한다고 한다.

"그래, 처음부터 너흰 엘리사의 손안에 놀아나고 있었던 거야!"

쿠웅! 쿠웅! 쿠웅!

그가 바닥을 울리며 돌진해 왔다.

이에 맞서는 시몬이 주먹을 쥐고 칠흑을 끌어모으는 모습이 보였다.

'멍청하긴! 내 몸은 물리공격에 면역이야!'

남학생이 언어 그대로의 돌주먹을 내질렀지만, 가벼운 스탭으로 피해 넘긴 시몬은 순식간에 상대의 등을 잡았다.

'얘는 처음부터 한계였어.'

칠흑이 부족해서 등 쪽은 휑하니 석상화가 되어 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시몬이 주먹이 그의 등을 강타했다.

<홍펭 오리지널 - 취타>

쩌어어어어엉!

그가 수 미터를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배리어가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라크 스톤빌 탈락.]

[수성팀 (11/15)]

[공성팀 (10/15)]

"수고했어."

아마도 이 녀석의 역할은 수호석을 깬 것으로 끝이었으리라.

가고일 학생이 허공에 흩어져 사라지고, 시몬의 고개가 성의 꼭대기로 향했다.

'왕궁이 위험해.'

시몬이 총사령관 명패를 들어서 통신으로 지시를 내린 다음, 자신도 왕궁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 *

"요, 용이 나타났다!"

"진짜 그 전설속의 용이야! 도망쳐!"

수인족들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전신이 어두운 비늘로 뒤덮인 '시룡(屍龍)'이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비상하는 모습에, 아온 왕국의 병사들은 극도의 공포에 질려 있었다.

용이 천둥 같은 포효를 한번 내지를 때면, 병사들은 무기를 떨어뜨리고 도망치기 바빴다.

검은 용은 성 위를 유유히 비행하며 주요 기물을 파괴하고 병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린 다음, 마지막으로 아온 성의 꼭대기에 도착했다.

상공에서 왕궁을 내려다보던 용이 아가리를 쩍 벌렸다.

<드래곤 브레스>

콰아아아아아앙!

검은 구체가 쏘아져 나가 왕궁에 부딪혔다.

굉음과 함께 대폭발을 일으키며 주위가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뒤흔들린다. 돌조각들이 후두둑 떨어진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용이 눈을 찌푸렸다.

'......역시나.'

왕궁은 파괴 불가능한 오브젝트였다.

왕을 죽이기 위해서는 몸집을 작게 해서 직접 궁 안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검은 용이 바닥에 내려오더니 그 덩치가 점점 줄어들었다. 긴 파충류의 주둥이가 들어가며 사람의 얼굴로 변했으며 몸에 빈틈없이 말라붙어 있던 비늘들도 대롱대롱 매달리는 모습이 되었다.

시룡(屍龍)으로 변신할 수 있는 무어 가문의 고유한 힘.

마치 용의 잔해를 매단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온 헥토르가 왕궁을 향해 저벅저벅 걸음을 옮겼다.

덜컹!

그때 왕궁의 문이 열리며 철판 갑옷을 걸친 수인족 기사들이 우르르 달려 나왔다.

채앵!

챙!

그들이 검을 뽑으며 헥토르 쪽으로 겨누었다.

"우리는 왕실 기사단이다 찍!"

"찍! 찍! 사악한 칸 왕국의 가디언은 물러나라 찌익!"

헥토르의 이마에 빠직하고 굳은살이 생겼다.

"가짜 따위가 내게 명령하지 마라."

"찍찍! 쳐라!"

"아이움 아온!!"

모든 기사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헥토르는 짜증스럽게 혀를 차며 아공간을 열었다.

"싸워라, 머저리들."

아공간에서 스켈레톤들이 내려왔다.

스켈레톤들은 아공간에서 벗어난 즉시 몸체가 분해되어 올곧은 일자 형태로 재조립되었다.

<본 스피어>

헥토르가 귀찮은 표정으로 팔을 휘둘렀다. 공중에 두둥실 떠오른 뼈의 창들이 소름 끼치는 파공음을 폭발시키며 날아갔다.

퍼억! 퍽! 퍽!

날아간 뼈의 창은 철판 갑옷을 꿰뚫어버리며 기사 수인들을 일격에 절명시켰다. 동료들이 허망하게 픽픽 쓰러져 갔지만, 기사들은 물러서지 않고 더더욱 속도를 높였다.

스으.

헥토르가 손가락을 뻗었다. 그의 손끝에서 날아간 주홍빛 저주가 정면에서 달려오고 있는 기사 한 명과 그 뒤의 동료 네 명을 선처럼 연결했다.

"크아압!"

선두의 기사가 검을 들어 올렸다.

헥토르의 몸에는 시룡의 비늘이 듬성듬성 붙어 있어 그 빈 공간을 제대로 포착하고 휘둘렀으나.

깡!

헥토르의 비늘은 스스로 움직여 검을 막아냈다.

"아, 아니!"

이제는 태산 같은 덩치의 헥토르가 주먹을 치켜세웠다. 그의 몸으로 드리워진 거인 같은 그늘에, 기사는 공포에 떨었다.

쩍!

헥토르의 주먹이 기사의 투구에 꽂혔다. 투구와 두개골이 동시에 찌그러지며 기사가 픽 쓰러졌다. 동시에 그와 저주로 연결되어 있던 네 명의 기사들도 머리에 똑같이 충격을 받으며 허물어졌다.

"나는 네크로맨서다. 버러지들아."

뻐억!

헥토르의 발길질에 또 하나의 기사가 쓰러졌다. 하늘에서 재조립을 마친 본 스피어들이 장대비처럼 쏟아져 내려 기사들의 몸을 관통했다.

"날 막으려면 적어도."

그가 몸을 한 바퀴 회전했다. 등 뒤에 달려 있는 용의 날개가 칼날처럼 버려지며 기사들의 몸을 베고 지나갔다.

"시몬 폴렌티아를 데려와라!"

헥토르가 움직이는 족족 기사들이 목숨을 잃었다.

아온 왕국 최정예의 왕궁기사단을 헥토르가 전멸시키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5분이었다.

"몸풀기도 되지 않는군."

헥토르가 콧방귀를 뀌며 왕궁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그저스트>

팟! 하고 측면에서 저주 한 줄기가 쏜살같이 날아왔다. 헥토르가 오른손에 '캔슬레이션'을 만들고는 휘둘러 저주를 쳐냈다.

"왕궁으로는 못 보내요! 헥토르 무어!"

어느새 수성 측의 키젠 여학생이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그녀가 공중에 띄워둔 마법진을 일제히 발동시켰다.

<이그저스트>

<블라인드>

<페인트>

헥토르는 무심한 표정으로 몸을 틀어 저주를 피하거나 캔슬레이션을 펼쳐 무효화했다.

마지막 저주는 주먹에 칠흑을 끌어모은 다음, 저주가 날아오는 타이밍에 맞춰 방출해 깨트렸다.

"......이럴 수가!"

여학생의 얼굴이 바싹 굳었다. 이번엔 헥토르가 팔을 뻗었다.

<스트랭글(Strangle)>

그녀가 기겁하며 두 손바닥을 붙여 '캔슬레이션'을 만들었으나, 헥토르의 저주는 캔슬레이션 마법진을 정면으로 통과해 그녀의 몸에 파고들었다.

"커흑!"

그녀가 목을 부여잡으며 자리에 풀썩 쓰러졌다. 눈에 눈물이 맺히며 입에서는 켁켁 소리가 났다.

"형편없다."

헥토르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팔을 내렸다.

"중, 하위 스쿼드에서나 유행하는 저주 연사에 집착해 봐야, 상위 스쿼드급에선 통하지 않는다 쓰레기."

"물러나 펭겔!"

이번에는 왕궁의 입구를 곱슬머리의 남학생이 가로막았다. 헥토르의 표정에 짜증이 섞였다.

"네놈들 같은 잔챙이는 필요 없다. 시몬 폴렌티아를 불러와라!"

"미안하지만 시몬은 좀 바빠서!"

남학생이 씩 웃으며 손바닥에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혈류학의 기본기인 <블러드 실크>, 피로 이루어진 비단이 남학생의 몸을 뒤덮었다.

"너 정도는 내 선에서 정리할 수 있어!"

'이번엔 혈류술사인가.'

헥토르는 차가운 표정으로 기다렸다. 남자의 몸을 걸치듯 덮은 블러드 실크가 몇 겹으로 꼬이고 뭉치며 전신을 단단히 보호했다.

<블러드 로브>

흑마법 시전을 마친 남학생이 헥토르에게 돌진했다.

이에 헥토르는 자신의 몸에 매달린 비늘들을 날카롭게 만들어 날렸다.

퍽! 퍽! 퍽!

물론 남학생의 블러드 로브는 모든 비늘 탄환을 완벽하게 박아냈다.

"미안하지만 이건 내 오리지널 흑마법이야!"

후웅!

남학생이 주먹을 휘둘렀다. 헥토르가 몸을 옆으로 기울여 주먹을 피했지만, 동시에 블러드 로브가 부풀어 오르더니 가시처럼 변해서 헥토르의 몸을 찔렀다.

'성공......!'

헥토르의 표정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같잖다. 쓰레기."

<홍펭 오리지널 - 천흉>

복잡한 동작이나 수 계산 없이, 그저 순수하게 내질러진 헥토르의 주먹이 남학생의 복부에 틀어박혔다.

"커헉!"

그 타격은 블러드 로브를 지나서 남학생의 몸에 직격했다. 그가 헛구역질을 하며 배를 부여잡고 비틀거렸다.

"뭐가 오리지널이냐."

성큼성큼 따라잡은 헥토르가 남학생의 얼굴을 후려쳤다.

쩍!

"개나 소나 원래 기술에 약간의 변화만 줘놓고 오리지널 오리지널."

으적!

"한 번에 50명씩만 깨작깨작 떨어뜨리니."

뻐어어억!

"아직도 이런 쓰레기들이 키젠에 남는 거다."

빠아아아아아악!

헥토르는 이제 천흉도 쓰지 않고 맨주먹으로 남학생을 두들겨 패고 있었다. 결국 '블러드 로브'가 해제되며 맨몸의 남학생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가 부르르 떨며 애원하듯 팔을 들었다.

"그, 그만......!"

쩍!

헥토르가 남학생의 턱을 후려 찼다. 그의 눈에 흰자가 보이며 바닥에 픽 쓰러졌다.

[에먼스 폴로렌스 탈락.]

[수성팀 (10/15)]

[공성팀 (10/15)]

"별의별 버러지들이 귀찮게......!"

그렇게 중얼거리던 헥토르가 옆을 보지도 않고 팔을 휘둘렀다.

쨍!

날아온 저주를 캔슬레이션으로 가볍게 쳐낸 그가 고개를 돌리자, 아까 그 펭겔이라고 불린 여학생이 숨을 헐떡이며 서 있었다.

"꼴에 저주술사라고, 내 스트랭글을 해제했나."

헥토르가 사신처럼 다가갔다. 펭겔은 파들파들 떨고 있으면서도 눈에 힘을 주며 두 손을 세웠다.

"하아아아!"

그녀의 손끝에서 저주가 연이어 펑펑 날아갔다. 그러나 헥토르는 한쪽 팔을 휙휙 움직이는 것만으로 저주를 쳐내거나 부쉈다.

준비한 저주가 다 떨어진 그녀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 쳤다.

"결국 또 저질 저주 연사인가. 쓰레기 같은 습관은 못 고치겠군."

헥토르가 지면을 내려 앉히며 돌진했다.

순식간에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진 그때.

'걸렸어!'

펭겔이 히죽 웃었다. 헥토르는 흐릿해진 그녀의 몸을 그대로 통과해 지나갔다.

'망할, 혼령화였나!'

그녀가 몸을 빙글 돌려 등을 보인 헥토르의 몸을 끌어안았다.

<밴쉬의 포옹>

포옹으로 발동하는 흑마법의 효과가 발현되자, 헥토르의 몸이 회색으로 변하며 움직임이 완전히 멈춰 버렸다.

"안됐네요. 사실 난 저주술사가 아니라 밴쉬 일족이에요."

저주술사인 척 속인 건 페이크. 펭겔의 지망 과목은 사령학이었다.

"밴쉬의 포옹은 껴안은 상대의 움직임은 물론 사고 자체를 차단하죠."

그녀가 헥토르의 뺨을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워낙 헥토르의 덩치가 커서, 마치 매미가 나무에 매달려 있는 듯한 모습이 되어버렸다.

"그럼 이제, 못 움직이게 된 무어 가문 도련님을 어떻게 마무리해 볼......."

푸욱! 푹! 푹! 푹! 푹!

등이 불에 달궈진 것 같은 통증을 느끼며 그녀의 동공이 흔들렸다.

어느새 그녀의 등 뒤에는 헥토르의 비늘이 표창처럼 꽂혀 있었다.

"아!"

고통으로 그녀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집중력이 무너지고 헥토르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저주술사든 사령술사든 상관없다."

덥석.

헥토르가 한 손으로 펭겔의 머리를 붙잡아 들었다.

"아, 아아아아악!!"

"접근과 동시에 같잖은 잔머리나 굴려댈 게 뻔하니."

헥토르는 상대가 과도하게 저주연사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고는 뭔가 노림수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미리 비늘에 칠흑을 심어 넣고 뒤로 빼둔 다음, 일정 시간 뒤에 자신이 컨트롤하지 않으면 자신 쪽으로 되돌아오도록 했다.

"이대로 꺼져라."

쩌적!

쩍!

헥토르의 괴물 같은 아귀힘에, 붙잡힌 그녀의 배리어 게이지가 쩍쩍 깨져 나갔다.

바로 그때.

"!"

헥토르의 안면으로 신발 밑창이 불쑥 나타났다.

쩌어어어억!

헥토르가 간신히 다른 손을 세워서 가드했다.

그가 뒤로 주르륵 밀려나고 한 소년이 펭겔을 안고 바닥에 내려왔다.

비로소.

"크......!"

숨길 수 없는 기쁨을 뿜어내며, 헥토르의 입가가 괴물처럼 벌어졌다.

"안 그래도 네놈과의 전투가 더럽게 그리워지던 찰나였다! 시몬 폴렌티아!!"

시몬이 품에 안은 펭겔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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