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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346화 (346/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46화

"하아! 하아!"

딕과 메이린은 경사진 시가지 계단을 전속력으로 뛰어오르고 있었다.

"아니, 근데 이해할 수가 없네!"

딕은 달리면서도 충격에 빠진 얼굴로 소리치고 있었다.

"수호석은 어쩌다 깨진 거야? 거기에 공성팀에 헥토르가 있는 건 또 뭐고!"

"질질 짜는 소리 그만하고 달리기나 해."

총사령관인 시몬의 지시는 간단했다.

모든 키젠 학생들의 왕궁 집합 명령.

시몬은 더 이상의 수성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건 그렇고, 왕궁은 누가 지키고 있는데?"

메이린이 물었다.

"고울이랑 펭겔."

딕이 대답했지만, 메이린은 누가 누군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그래서 덧붙였다.

"고울은 그냥 평범한 혈류술사고, 펭겔은 중~상위 스쿼드급인데, 헥토르가 상대라면 둘 다 얼마 못 버틸 거야. 혹여나 펭겔이 밴쉬의 포옹을 헥토르한테 걸 수나 있다면 모르겠지만."

"......밴쉬의 뭐?"

"그런 게 있어."

딕의 고개가 위로 향했다.

"아! 제발! 누가 먼저 눈치 까고 빠르게 가줬으면 좋겠는데......!"

* * *

게임의 목표인 '왕'으로 향하는 마지막 장소인 왕궁 앞 공터.

헥토르와 시몬이 서로 거리를 둔 채 마주 보고 서 있었다.

"......네놈."

그런데 시몬과 싸우게 돼서 기뻐해야 할 헥토르의 표정은, 무섭게 일그러져 있었다.

"꼴이 그게 뭐지?"

시몬은 누가 봐도 막 전투를 마치고 온 모습이었다. 옷과 머리카락에 흙이 묻어있는 건 물론, 얼굴은 창백했고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헥토르의 머리가 굴러갔다.

이 녀석을 이렇게 만들 수 있는 건 자신 외에는 공성팀에서 딱 한 명.

"......쥴을 쓰러트린 게 네놈이냐."

"맞아."

시몬이 애써 여유 있는 모습으로 말했지만, 숨은 어쩔 도리없이 헐떡이고 있었다.

헥토르의 인상이 와락 구겨졌다.

'나는 만전의 시몬 폴렌티아와 붙고 싶다고 했을 텐데!'

헥토르는 엘리사와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내 말에만 따라주면 게임도 이기고 시몬이랑 싸울 수 있다니까?

-필요 없다, 버러지. 나는 단독으로 움직이겠다.

-그러면 절대 네가 바라는 상황은 안 나올걸? 시몬은 총사령관이야. 수성팀에서 자기네들 보스를 순순히 너랑 붙게 해주겠어?

-.......

그럴듯한 말이었다. 헥토르가 잠시 생각에 잠기자, 엘리사가 재빨리 설득을 시작했다.

-나만 믿어. 최고의 무대를 마련해 줄게.

엘리사의 계획은 다음과 같다.

먼저 외성을 점령하고 내성 공성전으로 돌입한 다음, 모종의 수를 써서 수호석을 깨트린다. 수호석이 깨지자마자 헥토르는 시룡으로 변신해서 성 꼭대기에 있는 왕궁에 도달한다.

그리고 왕궁에서 수비병력이랑 싸우다 보면 제일 먼저 시몬이 달려올 거라고, 내가 그렇게 만들 거라고, 엘리사는 확신조로 말했다.

물론 그녀의 계획대로 시몬이 도착하긴 했으나, 그는 이미 너덜너덜해져 있는 상태였다.

"한 가지 묻지."

헥토르가 도끼눈을 뜨며 말했다.

"쥴을 상대한 건 네 판단인가?"

시몬은 대답할지 망설였지만, 밝혀서 별문제 되는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니, 쥴 쪽에서 먼저 끈질기게 쫓아오던데."

헥토르가 코끝을 확 찌푸리더니 고개를 젖히며 소리쳤다.

"엘리사 셀리이이이인!!!!"

쩌렁 쩌렁!

시몬이 귀를 틀어막았다.

'......드, 드래곤 피어?'

성벽에서 늑대인간 학생이 썼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소리 저주였다.

딕은 헥토르가 아직 드래곤 피어를 쓸 정도는 아니라고 했지만, 시몬이 보기에 저걸 완성하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같았다.

"......이 싸움이 끝나면 그 여자도 가만두지 않겠다!"

짓씹듯이 내뱉은 헥토르가 다시 시몬을 노려보았다.

'망할.'

착잡했다.

놈은 특례 5번을 잡고 바로 자신을 상대하고 있다.

지쳐 있는 놈을 쓰러트려 봐야, 헥토르 본인에게 있어서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엘리사 딴에는 필승을 위한 배려였을지도 모르겠으나 극도로 불쾌할 뿐이다.

'하지만.'

제멋대로 굴기에는 이 시험은 중요했다.

또한 자신과의 승부가 2순위로 밀리긴 했어도 그렇게 고대하던 시몬 폴렌티아와 전투인 것도 맞다.

"친위대를 꺼내라."

헥토르가 고압적으로 말했다.

"그 정도는 기다려 주마."

"미안한데, 친위대를 쓸 정도의 힘은 안 남아 있어."

헥토르의 목에 핏대가 붉어졌다.

"그 칼잡이한텐 전력을 다하고, 난 친위대 없이도 이길 수 있단 거냐!"

'......아니, 어떻게 그 말을 그렇게 해석할 수 있지?'

시몬이 한숨을 푹 쉬고는 팔을 들었다.

아공간이 열리고 그의 뒤로 다섯 기의 스켈레톤 메이지가 내려왔다.

여기서 친위대를 한 번 더 쓰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다. 급조한 기술이지만, 찬물 더운물 가릴 때가 아니었다.

시몬이 허공에 마법진을 펼쳤다.

딸칵! 딸칵! 딸칵!

다섯 기의 스켈레톤 메이지의 두개골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어서 시몬의 몸에서 흘러나온 클라우드가 메이지들의 두개골을 뒤덮었다. 마치 중심에는 두개골이, 그 주위에는 에메랄드빛 연기가 주위를 휘감은 모습이 되었다.

<시몬 오리지널 - 스컬드론>

시전자인 시몬을 중심으로 스켈레톤 메이지의 두개골이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헥토르가 인상을 구겼다.

"친위대의 마이너 버전 같은, 그딴 기술로 날 상대하겠다고?"

그의 등 뒤에 달린 용의 날개가 촤아악 펼쳐졌다.

"후회하지 마라. 시몬 폴렌티아!!"

"마이너라니 무슨 소리."

시몬이 씩 웃으며 자세를 낮췄다.

"나름대로 회심의 기술이야."

헥토르가 문답 무용으로 돌진해 왔다.

그와 동시에, 공중에 떠 있는 스컬드론의 턱뼈가 열리더니 그 안에서 검푸른 불꽃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다크 블레이즈>

화염구가 날아오자 돌진하던 헥토르의 눈이 커졌다.

'지팡이랑 몸체도 없이, 두개골에서 바로 마법을?'

헥토르가 급히 방향을 바꾸어 피했고, 화염구가 펑펑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

그리고 헥토르가 화염구를 피하느라 정신없는 사이, 시몬이 역으로 돌진해서 주먹을 내질렀다.

<홍펭 오리지널 - 취타>

터어어엉!

가드 자세로 막아낸 헥토르가 '큭'하는 소리를 내며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매달려 있던 시룡의 비늘들이 후두둑 떨어졌다.

"크훕!"

이번에는 헥토르가 성큼 전진하며 주먹을 세웠다.

퍼어어엉!

그런데 난데없이 등 뒤에서 뭔가 폭발하는 게 느껴졌다. 헥토르가 휘청거리며 눈동자를 돌리자, 스컬드론이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런 개 같은......!"

빠아악!

이번에는 시몬이 회축으로 헥토르의 안면을 걷어찼다.

'좋아, 먹힌다!'

스컬드론과 함께 싸우는 시몬의 전투는 스타일리쉬 그 자체였다.

마투로 헥토르를 상대하면서 사방에 스컬드론을 띄워놓고 마법을 날려댔다.

화염구를 신경 쓰면 시몬이, 시몬을 신경 쓰면 화염구가. 여섯 방향에서의 공세에 헥토르는 일방적으로 공격을 허용 당했다.

"새끼!"

헥토르의 두 눈에 귀기가 일렁였다. 그가 떨쳐내듯 두 팔을 세우자, 산탄처럼 날아간 시룡의 비늘들이 스컬드론의 두개골에 부딪혔다.

퍼벅! 퍽!

스컬드론과 연결된 시몬이 움찔하자 헥토르가 득달같이 달려와 시몬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뻐어어억!

시몬이 간신히 가드를 세워 막았지만 헥토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래, 이런 방식으로 싸워야 하는 거군."

헥토르가 뒤로 물러나 팔을 휘둘렀다. 아까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뼛조각들이 올라가 '본 스피어'를 만들어냈다.

"가라!"

본 스피어는 스컬드론에게 날려 보내고, 헥토르 자신은 시몬에게 돌진했다.

"움직여!"

시몬도 스컬드론을 컨트롤해서 본 스피어를 피하게 하고 헥토르와 맞섰다.

타다닷! 퍽! 파앗!

두 소년이 격렬하게 타격을 주고받다가 동시에 뒤로 물러난다.

헥토르 다시 본 스피어를 일으키려 했지만.

<다크 블레이즈>

<다크 블레이즈>

<다크 블레이즈>

스컬드론의 공격이 더 빨랐다. 헥토르가 용의 날개로 자신의 몸을 가리는 방어자세를 취하며 화염구를 막아냈다.

"허억! 후우!"

시몬이 숨을 헐떡이며 다시 자세를 다잡았다. 헥토르가 입가에 피를 닦으며 미소 지었다.

"좋아, 좋아. 좋아!!"

이거다.

100% 전력이 아니라 성에 차지 않았지만, 바로 이런 느낌을 원했다!

이 녀석은 흔해 빠진 학생들과 격이 달랐다. 꺾어 짓눌러야 할 목표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다.

헥토르의 전신이 불룩거리며 커지기 시작했다.

무어가문의 드래곤 폼(Dragon Form).

아까는 헥토르의 몸에 드래곤의 파츠들이 덜렁거리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40% 정도 드래곤의 모습이 가까워졌다.

비늘이 자리를 잡았고, 날개의 움직임도 자연스러워졌다.

"죽여주마!"

공중으로 날아오른 헥토르가 시몬의 스컬드론을 향해 돌진했다.

<피어스 오브 블리자드>

촤아아아아아아아!

돌풍이 일어났다.

얼음 조각들과 함께 몰아치는 거친 눈보라에, 헥토르가 급히 방어 자세를 취하며 바닥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내려온 자리에는 어느새 끈끈이 웅덩이 같은 것이 있었다.

"메이린 나이스!"

어느새 튀어나온 딕이 히죽 웃으며 두 팔을 휘둘렀다.

<맹독채찍>

독으로 이루어진 채찍이 헥토르에게 날아갔다. 그는 브레스를 약하게 쏴서 채찍을 파괴하고는 힘으로 끈끈이를 뜯어내고 재차 날아올랐다.

"딕! 메이린!"

시몬이 반갑게 소리쳤다.

"기다렸어? 총사령관님."

메이린이 한쪽 눈을 윙크하며 말했다. 그녀와 딕이 시몬을 지키듯 앞으로 나오자, 헥토르가 인상을 팍 구겼다.

"버러지들 따위가! 내 승부를 방해하지 마라!"

"미친 거 아냐? 당장 왕궁이 털리게 생겼는데 승부 같은 게 어딨어?"

딕이 느물거리며 말했다. 순식간에 전황은 1:3이 됐다.

"시몬!"

"도우러 왔어!"

게다가 시몬이 통신을 들은 수성팀의 학생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1:3에서 1:9까지 불어났다.

"저 녀석은 절대 놓치지 마."

딕이 아공간에서 그물을 꺼내며 말했다.

"헥토르만 잡으면 전황을 바꿀 수 있어."

"그래, 좋다."

헥토르의 드래곤 폼이 더욱 진행되며 확연한 용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전부 덤벼라. 나 혼자서 상대해 주......!"

투콰앙-!

투콰아아아앙!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늘에서 포성음과 함께 대포알이 내려왔다. 수성팀 학생들이 다급히 물러났고, 누군가의 아연실색한 외침이 들렸다.

"에, 엘리사의 유령선이다!"

저 멀리 공중에 투명한 유령선 세 척이 떠 있었다.

이내 유령선에서 공성팀의 학생들이 하나둘씩 떨어져서 헥토르의 뒤로 합류했다. 학생들 간의 머릿수가 순식간에 맞춰졌다.

"헥토르! 도우러 왔어!"

"핫하! 타이밍 완벽하지 않았냐?"

'......망할!'

아군들은 헥토르의 속도 모르고 그렇게 말했다.

헥토르가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이제 좀 제대로 시몬과 싸워보나 했더니 단체전이 되어버렸다.

그가 아군 학생들을 돌아보며 사나운 표정으로 뇌까렸다.

"시몬 폴렌티아는 내가 잡는다. 건드리면 니들부터 각오해라."

"아, 알았어."

두 무리의 학생들이 전투 자세를 취했다.

"가자!"

그러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공성팀과 수성팀의 학생들이 서로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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