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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347화 (347/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47화

네크로맨서들의 단체 전투는 치열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처음엔 스무 명가량의 전투였으나, 언데드를 꺼내며 거의 50 대 50의 대규모 전투가 펼쳐졌다.

사방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언데드들이 울부짖으며, 저주의 파편이 튀었다.

"뚫어! 뚫고 들어가!"

"얼음벽 좀 쳐봐! 메이린!"

"무리할 필요 없어! 언데드 보내고 뒤에서 저주만 쏴!"

모두가 목에 핏대를 세우고 악을 질러대며 싸웠다.

어느새 카드나 상품 같은 목적은 그들의 머릿속에 없었다.

이기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왕궁 앞마당에서 피 튀기는 전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령선에 타고 있던 엘리사는 조금 다른 전술을 취했다.

'너무 가까이 가면 메이린의 칠흑화염계에 당할 테고, 포탄을 쏘자니 아군도 맞을 것 같고.'

결국 엘리사의 선택은 내성 공략이었다.

유령선 세 척을 살짝 기울인 다음, 아래로 일제 포격을 가해 성벽 위의 병사들을 싹 쓸어버렸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수성팀의 네크로맨서들은 모두 왕궁에서 싸우고 있다.

엘리사의 일방적인 폭격에 내성의 방비가 흐트러졌고, 결국.

[내성 북문이 돌파당했습니다!]

[아온 왕국 병사들의 사기가 극도로 떨어집니다.]

[칸 왕국 병사들의 사기가 상승합니다.]

칸 왕국이 성문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본 시몬은 총사령관 명패를 들고 지시를 내렸다.

"앞서 말한 플랜 E를 실행하겠습니다. 최소한의 병력을 제외하고, 전 병력 왕궁으로 올라와 주세요."

지휘권을 가진 총사령관의 지시는 무려 왕궁으로의 후퇴.

성문 틀어막기도, 시가전도 아닌, 완전 후퇴였다.

수인 부관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반발이 있었지만, 가디언인 총사령관의 명령은 곧 왕의 명령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아온 왕국 병사들은 시몬의 말대로 움직였다.

'좋아, 일단 이대로.......'

콰쾅!

"시몬 폴렌티아!!!"

사방에서 치미는 불꽃과 얼음을 뚫고, 헥토르가 돌진해 왔다.

그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그러나 그가 브레스를 발사하는 것보다, 시몬 주위에서 날아다니고 있는 스컬드론의 다크 블레이즈가 더 빨랐다.

화염구에 연달아 맞으며 검은 연기를 흩뿌리던 그는, 뒤따르는 메이린의 블리자드와 쏟아지는 다른 학생들의 저주에 결국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망할!"

폭연 속에서 물러난 헥토르가 애꿎은 나무를 주먹으로 때렸다. 같은 공성팀의 학생이 '캔슬레이션'을 걸어주며 타이르듯 말했다.

"헥토르! 저렇게 언데드로 버티고 저주만 쏴대는 이상 강행 돌파는 힘들어."

"버러지들이......!"

헥토르가 이를 갈다가 뒤를 보았다. 공성팀 아군들이 슬슬 헥토르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 보인다.

"지금부터는 내가 지휘한다!"

드디어 헥토르가 아군을 써먹을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 * *

"딕! 메이린! 10분만 버텨줘!"

한편 시몬은 왕궁 안으로 들어와 새로운 흑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스컬드론을 해제하고, 다시 두개골을 몸통에 붙여놓은 그는 허공에 네 개의 마법진을 펼쳤다.

<시몬 오리지널 - 마기브 시스템>

허공에 펼쳐둔 마법진과, 스켈레톤 메이지의 마법진이 연결된다. 가볍게 심호흡을 한 그가 집중력을 발휘해 룬어와 수식을 바꾸었다.

그렇게 마기브 시스템으로 스켈레톤 메이지들의 사용 마법을 변경한 시몬은, 다시 이들을 데리고 왕궁 밖으로 나왔다.

꽝!

왕궁 밖으로 나오자마자 시몬의 발밑으로 폭발이 일어났다. 잠깐 다녀온 사이 적의 공세가 훨씬 강해져 있었다.

"크하하!"

한 남학생이 '혼령화'로 수성팀의 불길을 뚫고 들어왔다.

그가 시몬을 발견하고는 손안에 낫을 만들어 달려들었다.

<바운스(Bounce)>

그가 공격을 위해 혼령화를 푸는 순간, 번개처럼 저주가 날아왔다. 그의 몸이 다시 왔던 곳으로 튕겨 나갔다.

"야! 뭘 그렇게 멍 때려?"

저주를 발사한 메이린이 숨을 헐떡이며 시몬에게 다가왔다.

"준비한 거 있음 뭐라도 해봐!"

"고마워."

이 전투에서 가장 큰 활약을 하는 건 메이린이었다.

혼자 얼음벽을 치고, 화염을 날리고, 핀 포인트 저주 사격에, 사념으로는 스켈레톤 운용까지. 완전히 물이 오른 실력을 선보였다.

시몬도 천천히 눈을 감고는 두 팔을 세워 들었다.

'일어나.'

느껴진다.

밑에 파묻어둔 괴물이.

'일어나.'

사념으로 서서히 괴물을 깨운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어느 순간, 바닥이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한다. 정신없이 공격을 주고받던 학생들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이, 이번엔 또 뭐야?"

"......지진?"

메이린이 얼른 고개를 돌리자 시몬이 눈을 감고 뭐라 뭐라 중얼거리고 있었다. 마치 주문을 읊는 것 같았다.

"거기 있었나!"

<스트랭글>

헥토르가 팔을 휘둘러 저주를 날려 보냈다.

<캔슬레이션>

잽싸게 시몬의 앞을 가로막은 메이린이 팔을 휘둘러 저주를 파훼해 버렸다.

"버러지가 감히!"

"어림없어."

두 사람이 치열하게 저주를 주고받는 가운데, 점점 바닥이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저주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헥토르가 메이린이 발사하는 얼음을 뚫고 시몬에게 돌진했다.

콰콰콰콰쾅!

그때 바닥이 통째로 박살 나며, 아래에서 뭔가 시커먼 게 솟구쳐 올랐다. 돌진하던 헥토르가 거기에 부딪혀 쾅! 소리와 함께 날아갔다.

"허, 허어억!"

산더미만 한 괴물의 아가리가 바닥에서 튀어나왔다.

-기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난데없는 초대형 몬스터의 난입에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 저거 그거 맞지?"

메이린이 벌벌 떨며 딕을 보았다.

"시몬이 3차 BMAT의 바다에서 잡았던 그거잖아!"

"맞아. '괴공'이야."

비늘이 듬성듬성 남은 몸에, 곳곳의 살이 흘러내리는 좀비가 된 괴공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으로 끔찍하고 위협적이었다.

시몬이 절대명령을 내렸다.

[쓸어버려.]

쿠쿵!

괴공이 거대한 몸통을 뒤틀고 팔을 휘두를 때마다 공성팀 학생들이 한두 명씩 나가떨어졌다. 마치 산이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막아!"

공성팀 학생들이 각종 흑마법을 쏴댔지만 괴공은 마치 간지럽다는 듯 공격을 계속했다. 일격 일격에 바닥이 박살 나고 학생들이 휘말려 날아갔다.

"야, 평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니네 저 몬스터 시체 건져 올려서 팔아먹는다며!"

"흐흐, 설명하자면 좀 긴데."

해저에서 건져 올려진 괴공은 부위별로 경매에 올라갔다. 브레스를 사용하는 기관과 특정 피부조직은 바닐라에 의해 비싸게 팔렸고, 시몬은 2,000골드를 손에 넣었다.

하지만 중요 부위가 빠진 괴공의 껍데기는 아무도 사려 하지 않으려 했다. 희귀 몬스터라서 전시 목적으로 사려는 귀족들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상태가 너무 나빠서 외면당했다.

누군가 30골드에 사겠다는 의향을 보이긴 했지만, 시몬은 거절하고 그냥 자신이 쓰기로 했다.

그래서 저번에 친해진 바닐라 장인 네크로맨서들의 도움을 받아 괴공을 좀비화시켜 둔 것이다.

"지속시간은 20분. 일회용 언데드야."

"뭐어? 20분에 일회용? 그딴 걸 어디에 쓰는데?"

딕이 어깨를 으쓱했다.

"일단 지금 당장은 요긴하게 쓰고 있잖아."

확실히 대단하긴 했다.

공성 측 학생들이 공격을 퍼부어도, 괴공은 조금의 타격도 받지 않는 모습이었다.

'후우.'

헥토르가 숨을 헐떡이며 괴공을 바라보았다.

시몬은 3차 BMAT에서 저걸 온전한 상태에서 잡았다.

'놈이 해냈으면 나도 해낸다!'

헥토르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거의 완전한 시룡의 모습으로 변한 그가 브레스를 괴공의 등에 날려댔고, 괴공도 산더미만 한 몸을 일으켜 헥토르를 쫓았다.

"무슨 괴수 만화냐!"

두 괴물들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그때.

-전투 중에 미안하지만 이제 물러나야 해!

모든 공성팀 학생들의 카드에서 엘리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온 왕국 병사들이 올라오고 있어. 거기 있으면 둘러싸여!

그랬다. 총사령관 시몬의 명령은 왕궁으로 후퇴할 것.

내성에서 도망쳐 온 아온 왕국 병사들이 모두 계단을 타고 왕궁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이대로 있으면 위아래에서 협공을 당하게 된다.

-뒤에 유령선 한 척을 준비해 뒀으니 올라타!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온 왕국의 병사들이 빽빽하게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결국 공성팀 학생들은 하는 수 없이 엘리사의 유령선에 올라탔다.

-기이이이이이이이이이!

괴공이 부르짖으며 유령선을 떨어뜨리려고 했지만, 아무리 괴공이라도 하늘을 날지는 못했다.

"힘들게 한번 쫓아내긴 했는데."

메이린이 이마의 땀을 닦으며 시몬을 바라보았다.

"이제 어쩔 거야?"

상황은 여전히 수성 측이 압도적으로 불리했다. 시간은 아직 6시간 넘게 남아 있었고, 내성도 뚫렸다.

아군이 계단을 타고 올라오고 있었지만, 이제 그 10배에 달하는 칸 왕국의 병사들도 내성을 지나 시가지로 올라올 예정이다.

공성팀 학생들도 칸 왕국 병력이 올라오면 다시 내려올 테고, 결국 왕궁 전체가 포위당할 것이다.

전 병력이 파괴 불가능한 오브젝트인 왕궁 안에 들어가서 농성한다고 해도, 네크로맨서에게 있어 독가스나 광범위 저주 등 내부에 있는 병사들을 공격할 방법은 많다.

"내게 맡겨."

시몬은 그렇게 말하며 괴공을 바라보았다. 괴공이 곧장 시몬의 명령에 따라 올라왔던 시가지를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곤 총사령관 명패로 다시 한번 지시를 내렸다.

"전 병력 왕궁으로 이동하세요."

점점 시커먼 칸 왕국의 병사들이, 도망치는 아온 왕국의 병사들을 따라 계단을 올라오기 시작했다. 시몬을 비롯한 학생들이 바로 지원을 나갔다.

그들은 마지막 칠흑을 쥐어짜서 칸 왕국의 추격을 견제하며 아군을 왕궁으로 이동시켰다.

"서둘러요!"

"빨리빨리!"

아온 왕국의 병사들이 왕궁으로 들어오기 시작할 즈음, 이제 칸 왕국의 병사들은 중턱까지 다다랐다.

"으, 징그러워."

메이린이 미간을 구기며 그렇게 말할 정도로, 중턱까지 빽빽하게 칸의 병사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아온 왕국의 병사들은 긴가민가하며 왕궁으로 들어갔다.

웅성 웅성 웅성.

"왕궁은 비좁으니 흑요석 광산까지 들어가세요!"

"빠르게 이동하세요!"

병사들이 왕궁까지 밀린 모습을 본 민간인들은 공포에 떨며 자기들끼리 끌어안고 있었다.

왕좌에 결연하게 앉아 있던 국왕은, 병사들이 성벽을 버리고 궁 안으로 들어오자 깜짝 놀랐지만 그도 가디언들을 믿겠다며 따로 제지하지는 않았다.

"조금만 더."

칸 왕국의 병사들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에도, 시몬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조금만, 조금만 더."

칸 왕국의 병사들이 이제는 왕궁의 코앞까지 도달했다. 유령선에 탄 채로 물러나 있던 헥토르와 공성팀 학생들도 모두 내렸다.

"스스로 궁지에 몰려주시네."

"연기 독 괜찮은 조합 아는 사람?"

공성팀 학생들은 벌써 이겼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시몬은 허공에 네 개의 마법진을 띄워놓고 침착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스켈레톤 메이지들도 모두 지팡이를 든 채 마법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저, 적들이 옵니다!"

"이제 왕국도 끝인가."

왕궁에 들어온 병사들의 체념하는 소리가 하나둘 튀어나올 무렵, 비로소 흑마법을 준비하고 있던 시몬이 손바닥을 펼쳤다.

그 자세를 본 메이린이 움찔했다.

"야! 너 설마?"

시몬의 손바닥은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스켈레톤 메이지들도 그를 따라 일제히 지팡이를 바닥에 내리찍었다.

눈을 감고 집중하고 있던 시몬이 천천히 눈을 뜨자, 눈의 색깔에 노란빛이 살짝 감돌았다.

완벽한 몰입 상태.

[시체(Corpse)-]

그가 주먹을 불끈 쥐며 입술을 달싹였다.

[-폭발(Explosion).]

쿵!

아득히 먼 곳에서. 어떤 진동이 느껴졌다.

쿠구구구구구구-!

그 진동이 점점 확대되며 거대한 소음을 동반했다. 급기야.

――――――――――――!

아온 성 전역이 순식간에 검푸른 빛으로 가득 차올랐다.

쿠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바닥이 무너져 내린다. 왕궁으로 올라오던 칸 왕국의 병사들이 아우성을 지르며 떠내려갔다.

기둥이 박살 나고 집이 깨지고, 언덕이 무너지고, 모든 게 무너져 내린다. 주위가 순식간에 시꺼먼 연기로 뒤덮이며, 칸 왕국의 병사들이 비처럼 떨어졌다.

"이런 정신 나간 새끼!"

헥토르가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설마 그 괴공을 시체폭발로......!"

쿠르르르르르르!

한 왕국의 수도.

아온 성이 아군의 손에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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