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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359화 (359/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59화

좀비들이 난입한 이 유리탑 건물 안에 사샤가 있다.

그녀가 위험하다. 결계가 닫힌 저 건물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몬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결계를 뚫고 들어가겠습니다."

"그건 불가능해."

카쟌이 고개를 저었다.

"이 결계는 펜타모니엄 도시를 둘러싸고 있던 것과 같은 종류다. 흑마법으로 만들 수 있는 가히 최고 수준의 결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군단장의 힘을 쓰면 뚫고 들어갈 수 있어요."

시몬은 아공간을 열고 피어를 불러들였다. 외부 일정이었으니 비상 상황에 대비해 피어도 아공간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크흐흐! 결국 이렇게 되는군!]

시몬은 로브를 겉에 걸쳐서 교복을 가리고, 그 위에 피어의 본 아머를 입었다. 마지막으로 피어의 애검인 파멸의 대검까지 들었다.

'진짜는 느낌부터가 다르네.'

공성전에서 잠시 딕의 대검을 써봤지만, 역시 이 파멸의 대검만은 못했다.

시몬은 검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그러곤 숨을 크게 들이마시었다.

카쟌과 세르네, 그리고 프린스는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시몬은 매번 해오던 의식에 들어가며,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공간째로-'

그의 두 팔이 자연스레 아래로 내려간다.

'베어버리는 감각!'

쩌어어어어어어엉!

놀랍게도, 카쟌이 단언했던 최고 수준의 결계가 큰 상처가 나며 벌어졌다.

"......대단하군."

예상치 못했다는 듯, 카쟌이 살짝 입을 벌렸다.

"후후훗."

반면 세르네는 시몬을 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시몬은 약간 소름이 끼치는 걸 느끼며 대검을 내렸다.

"자, 닫히기 전에 빨리 들어가죠."

[가자! 가!]

프린스가 앞장서고 세 사람도 결계 안으로 들어갔다. 가장 마지막 차례인 세르네가 들어오는 것으로, 결계가 바로 복구되어 버렸다.

'무사해 줘, 사샤.'

시몬은 피어의 투구를 눌러쓰고 유리탑의 1층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내부는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마나 공급이 끊겼는지 실내조명은 꺼져 있었고, 소파는 갈기갈기 찢어져 솜뭉치가 바닥에 흘러다녔다. 벽에 걸려 있던 액자나 난초가 엎어져 있고 곳곳에 핏자국이 보인다.

"단순한 좀비들의 습격은 아니다."

카쟌이 핏방울을 쓸어보며 말했다.

"펜타모니엄의 유리탑을 지키는 네크로맨서마저도 뚫렸다면, 좀비 외에 뭔가가 더 있다는 뜻이겠지. 조심해서 움직이자."

"네."

시몬은 일단 마법진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보았다. 그러나 마법진은 좀비의 손톱자국 같은 것이 긁고 지나간 흔적이 보인다. 손상이 심각해서 복원하는 건 불가능했다.

[이러면 계단으로 올라가야겠네.]

프린스가 혀를 차며 말했다.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시몬 일행은 건물 로비에서 빠져나와 계단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원형 계단 같은 곳이었는데, 중앙이 뻥 뚫려 있고 계단이 빙빙 중심을 휘감듯이 올라가고 있었다. 천장은 상당히 높아 보였다.

시몬이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가시죠."

* * *

유리탑 37층.

특수 병실 안.

"......."

환자복을 입은 작은 소녀가 몸을 웅크린 채 덜덜 떨고 있었다.

모든 상황은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일어났다.

건물 전체에 경보가 울리자 어른들은 극도로 당황하며 웅성거렸다. '안전한 50층', '총대피' 같은 이야기가 들렸다.

-금방 올게.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렴!

연구자 언니가 그렇게 말했다.

평소 그녀의 말을 잘 따르던 사샤였기에 그녀는 병실에서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연구자 언니와 어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우어어어어어.

문밖에서 들리는 무서운 울음소리.

저벅저벅 젖은 발소리가 들린다.

누가 들어도 정상적인 걸음은 아니었다. 그것은 흐느적거렸고, 간혹 중심을 잃고 벽에 부딪히는지 쿵 쿵 소리도 났다. 그때마다 사샤는 깜짝깜짝 놀랐다.

'들어오면 어쩌지?'

그녀는 겁먹은 토끼처럼 몸을 웅크린 채 오들오들 떨었다.

혹시나 숨 쉬는 소리도 들릴까 봐 숨도 흡 하고 참았다.

제발 지나가세요.

그냥 지나가 주세요.

그녀는 눈을 감고 빌었다.

'......카미 언니, 시몬 오빠.'

쿵!

사샤가 화들짝 놀라며 입을 틀어막았다. 이번에 들린 소리는 바로 그녀가 숨어 있는 병실의 문에서 났다.

쿵! 쿵!

-우어어어어어!

안으로 들어오려 하고 있다!

온몸의 피가 굳어지는 것 같았지만, 다행히도 저 괴물은 미닫이문을 여는 원리를 모르는 것 같았다.

사샤가 용기를 내어 문 쪽으로 다가가려는 그때.

드르르륵!

우연찮게 몸으로 문을 밀어내며 좀비가 안으로 들어왔다.

-우어어어어어!

시뻘건 피를 뒤집어쓴 좀비가 입을 쩍 벌리며 사샤에게 달려들었다.

"꺄아아아!"

그녀가 머리를 두 팔로 감싸며 몸을 웅크렸다.

그리고.

푸욱!

귓가에 울리는 살덩이가 꿰뚫리는 소리.

뺨에 따뜻한 물방울 같은 게 튀었다.

사샤가 벌벌 떨며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어깨에서 뻗어 나간 나뭇가지가 좀비의 가슴을 뚫고 지나간 모습이 보인다.

"으."

사샤가 그 모습이 끔찍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또 다른 나뭇가지가 뻗어 나가 좀비의 머리를 퍽! 하고 관통해 버렸다.

"......."

사샤가 숨을 헐떡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새 그녀가 앉았던 자리는 크고 작은 나뭇가지와 나뭇잎으로 가득했다.

'문을 닫아야 해.'

사샤는 엉금엉금 기어서 문 앞에 도착했다.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도록 문을 당기며, 복도 쪽의 상황을 보려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

실책이었다. 복도에 어슬렁거리던 좀비들과 눈을 딱 마주치고 말았다.

-우어어어어!

-어어어!

좀비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아.'

공포에 질린 사샤가 오들오들 떨었다.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엄살이 너무 심한 거 아냐?]

그때 어떤 목소리가 들렸다.

[넌 저것들보다 더한 괴물이잖아.]

그것은 사샤, 본인의 목소리였다.

이능이 폭주하고, 성녀로 각성하고, 거대한 나무가 되었다 구출되고, 펜타모니엄의 피시험자가 되고.

보통의 사람은 태어나서 한 번 하기도 힘든 고난을 연달아 겪었다.

살아남기 위해, 뇌는 그 끔찍한 기억의 대부분을 소거했으나.

거부된 그 기억들은 사샤의 기저의식 아래 또 하나의 인격을 생성했다.

[싸워.]

싸우라고 떠미는 목소리에, 사샤는 두근두근 뛰는 심장을 느끼며 가슴에 손을 올렸다.

이곳의 어른들은 절대로 허락 없이 이 힘을 쓰지 말라고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녀가 가슴에 새겨진 영속마법진을 작동시켰다.

촤아아아악!

촤아아악!

그러나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녀의 몸에서 나뭇가지들이 줄기줄기 뻗어 나가더니 열 마리가 넘는 좀비들을 모조리 꼬챙이로 만들어 버렸다. 나뭇가지의 겉면에는 칠흑이 일렁이고 있었다.

"흡!"

사샤가 팔을 휘둘렀다. 나뭇가지들이 방향을 틀어 유리창을 부수고 꿰뚫은 좀비들을 내던졌다. 좀비들의 울음소리가 멀어지는 게 들린다.

-우어어어어!

그때 다른 개체보다 덩치가 세 배나 큰, 뚱보 좀비가 벽을 타고 사샤에게 돌진해 왔다.

그녀가 팔을 뻗어 나뭇가지들을 보냈지만.

퍽!

뚱보 좀비의 두꺼운 살가죽을 관통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사샤는 즉시 나뭇가지 한 줄기를 강하게 붙잡으며 눈을 감았다.

<인챈트>

나뭇가지의 색깔이 석탄처럼 새까맣게 변했다. 인챈트된 나뭇가지는 뚱보 좀비의 몸통을 완전히 꿰뚫고 들어가 벽에 처박아 넣었다.

-키에에에에에엑!

뚱보 좀비가 고통스럽게 버둥거리고 있다. 사샤는 다시 한번 좀비를 관통한 나뭇가지에 손을 얹고는 눈을 감았다.

그녀의 손바닥에 놀랍게도 '저주'가 만들어지고 있다.

<다프네(Daphne)>

저주가 나뭇가지를 타고 흘러가 좀비의 몸에 도착했다. 뚱보 좀비의 몸에, 사샤처럼 나무줄기와 나뭇잎이 마구마구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케엑! 케에에에에엑!

나무줄기가 점점 커져갔고, 반대로 뚱보 좀비의 몸은 점점 좀비처럼 말라붙어 갔다. 좀비가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필사적인 건 사샤도 마찬가지였다.

마침내.

"하아. 하아."

뚱보 좀비는 온데간데없이, 그 자리에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만 덩그러니 남아 있을 뿐이었다.

사샤가 땀을 뚝뚝 떨어뜨리며 주저앉았다.

[잘했어, 아주 잘했어. 계속 그렇게 하는 거야.]

또 다른 사샤의 인격이 속삭였다. 부담감을 느낀 사샤가 소리쳤다.

"저, 저리 가! 자꾸 날 현혹하지 마!"

[현혹? 현혹이라니. 나는 네 본질이야. 착한 척하지 마. 학살자.]

마치 뱀의 혓바닥 같은 목소리가 사샤의 귓가에서 살랑였다.

[폭주해서 커다란 나무가 됐을 때, 기억나? 마을 사람들을 모두 죽였잖아.]

'아냐. 그건 내가 죽인 게 아니야!'

[글쎄 과연 그럴까?]

'그만해!'

또 다른 인격이 웃었다.

[좋아, 좋아. 그럼 다른 이야기를 하자. 키젠에 들어가고 싶지? 가서 시몬 오빠를 만나고 싶지?]

'.......'

그 물음에 사샤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하지만 시몬 오빠와 너는 큰 접점이 없어. 임무에서 한 번 만난 정도뿐이잖아. 시몬 오빠도 곧 너에 대해 신경을 끄게 될 거야.]

그 말에 사샤는 덜컥 겁을 집어먹었다.

'그, 그럼.......'

[시몬 오빠는 키젠의 특례 1번 입학생이래. 그 사람과 어울리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겠지?]

'.......'

그녀가 작은 주먹을 꾹 쥐는 그때.

저벅. 저벅.

복도 끝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또 다른 인격을 쫓아 보낸 사샤가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아직도 좀비가 더 있어?'

그러나 복도로 모습을 드러낸 건 사람이었다.

검은 깃털 망토를 두르고 배가 툭 튀어나온 어른이었다.

"여기 있었구나. 네가 사샤지?"

그녀가 어깨를 움츠리며 경계했다.

"누, 누구세요?"

"나는 키젠 소속의 네크로맨서, 에반겔로스라고 한단다. 연구원들의 부탁을 받고 널 구하러 왔어."

"아!"

그 말에 사샤의 눈이 급격히 커졌다.

키젠이라면 시몬과 카미바레즈와 같은 소속이다! 믿을 만한 사람이다!

그녀의 경계감이 빠르게 허물어지며, 뒤늦은 안도의 감정이 밀물처럼 밀려들며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래, 그래."

에반겔로스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그러고는 훌쩍이고 있는 사샤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상냥하게 말했다.

"내가 왔으니 이제 안심해도 된단다."

"시몬 오빠는요?"

"우리 학교 학생을 말하는 거지? 무사하니 걱정하지 말렴."

"다행이에요! 정말 다행이에요!"

이내 사샤가 그의 품에 안겨 펑펑 울음을 쏟아냈다.

그리고.

상냥한 미소와 함께 그녀의 등을 가볍게 토닥이던 에반겔로스는 어느새, 싸늘한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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