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60화
유리탑, 원형 계단.
시몬 일행은 정신없이 계단을 달려 위로 향하고 있었다.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걸로도 모자라서, 난간을 밟고 점프해 다음 난간에 도달하는 방식으로 움직였다.
이렇게 달리면 금방 도착해야 정상이었지만.
-어어어어!
-우어어어어!
방해꾼들이 있었다. 마치 올라가게 두지 않겠다는 듯, 각 층에서 네발로 뛰는 좀비들이 끝도 없이 몰려들었다.
[비켜!]
프린스의 눈이 번쩍이자, 천장에서 내려오는 좀비 몇몇의 눈이 그와 똑같은 색으로 변했다.
시몬이 즉시 검을 쥐지 않은 왼손을 들어 주먹 쥐었다.
'시체폭발!'
폭음이 연달아 울려 퍼지며, 좀비들의 잔해가 떨어져 내렸다.
"어머! 조심해 주세요 시몬."
세르네는 어디서 가져왔는지 우아하게 우산을 펼쳤다. 후두둑 하고 좀비의 잔해들이 그 위로 떨어졌다.
"더러운 거 묻을 뻔했잖아요."
'......여유 넘치네.'
세르네는 깃털 몇 장을 등 뒤에 붙여놓고는 사뿐거리며 날아오르고 있었다.
무게에 변화를 준 건지 우산만으로도 공중에 둥둥 뜨고 있었다.
"그보다 세르네! 지금 몇 층쯤 왔는지 기억해?"
시몬이 그렇게 물으며 파멸의 대검을 휘둘렀다. 뛰어드는 좀비 세 마리의 몸이 동시에 갈라졌다.
"15층이다."
대신 대답한 카쟌이 야수 같은 몸놀림으로 난간을 밟고 뛰어다니며 손톱을 휘둘렀다. 좀비들이 연신 종잇장처럼 찢어졌다.
"그리고 사샤가 있던 병실이 37층이었지."
"아직 절반도 못 온 거예요? 싫어라~"
세르네가 손짓하자 깃털들이 유도화살처럼 날아가 좀비들의 머리에 팍팍 꽂혔다. 축 늘어진 좀비들이 유리창을 깨고 밖으로 떨어졌다.
[크합! 히든카드 펀치!!]
프린스의 주먹이 내질러지자, 우악스러운 위력의 충격파가 뻗어 나가며 내려오는 좀비들을 모조리 날려버렸다.
[야!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프린스가 주먹을 내리며 말했다.
[위에서 좀비들이 계속 계속 밀려들고 있잖아!]
카쟌도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 포탈 같은 것으로 외부의 좀비를 건물 내부로 옮기는 것 같다."
시몬이 표정이 진지해졌다. 방해하는 자가 누군진 모르겠지만, 아마도 자신들이 올라오는 걸 원치 않는 모양이었다.
"더 빨리 가야겠어요."
펄럭!
무형의 망토를 휘날리며, 시몬이 한 발로 난간을 밟았다.
"다들 속도를 더 올려주세요!"
[여기서 더 올리라고? 말도 안 돼!]
"그거 알아 프린스?"
시몬이 프린스를 돌아보았다.
오른손을 들어 땀에 젖은 앞머리를 최대한 멋들어지게 쓸어넘기며 빛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땀방울이 빛에 반사되어 반짝였다.
"원래 히어로는 시련을 받을수록 강해지는 거야."
[!!]
그 말에 프린스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그런 건 상상도 안 해봤다는 듯, 온몸이 전율로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방금 그 말......!]
프린스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난간을 짓밟았다.
[멋있어!!]
그러고는 굽힌 무릎을 펼치더니, 난데없이 단신으로 좀비들에게 돌진했다.
[히어로!]
칠흑을 휘감은 프린스의 오른 주먹이 충격파를 일으키며 내려오는 좀비들을 날려 버렸다.
[시련!]
이어지는 왼손이 또 한 번 굉음을 토해내며 좀비들을 튕겨냈다.
[강해진다아!]
전력으로 난간 위를 뛰어다니며 좀비들을 다 박살 내고 다니는 프린스를 보곤 세르네가 고개를 갸웃했다.
"저 꼬맹이 왜 저래요?"
시몬은 뒤늦게 민망함이 밀려든 듯 흠흠 하고 헛기침을 했다.
"......프린스가 원래 저런 말들을 좋아해."
프린스 덕분에 남은 세 사람은 다소 편하게 잔당만 처치하며 원형계단을 올라갔다.
프린스가 온갖 고함을 내지르며 고양감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시몬! 네 말이 맞았어!!]
그러곤 아까 시몬이 했던 포즈처럼 오른손으로 앞머리를 쓸면서, 눈만 남겨놓고 얼굴을 덮는 자세를 취했다.
[진짜 시련을 받을수록 더 강해지는 것 같아!]
세르네가 큰 소리로 외쳤다.
"와아~ 정말 멋있어요! 히어로님!"
그 말에 프린스의 얼굴이 화악 달아올랐다. 콧김을 한번 뿜은 그가 '나한테 맡겨!'를 외치며 내려오는 좀비들을 쓸어버렸다.
"이렇게 하면 되는 거죠?"
세르네가 손을 내리며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시몬이 쓴웃음을 지었다.
"......자, 잘하네."
"에이션트 언데드들은 세상에서 가장 미스테리한 존재라는 말이 사실인가 봐요."
그렇게 프린스의 대활약으로 30층까지 올라왔다.
30층에는 천장이 있었고, 그 위층으로 올라가려면 다른 루트의 계단으로 가야 했다.
[흐엑! 허억! 헉!]
프린스가 바닥에 엎어져서 거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괜찮아?"
"멋있었어요! 히어로님!"
시몬과 세르네가 그의 옆에서 열심히 바람을 불어넣고 있었다. 숨을 헐떡이던 프린스가 두 사람을 째릿 노려보았다.
[니들 혹시 날 이용하려고 달콤한 소릴 한 건 아니지?]
"에이, 설마요~"
세르네가 여우 같은 눈웃음을 흘렸다.
"더 많은 사람들이 프린스 님의 영웅적인 면모를 봤어야 했는데~"
[.......]
프린스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자, 그녀가 두 손을 포개어 모으며 아쉽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죠. 시민들이 알아주지 못해도 묵묵히 악당과 싸우는 게 히어로의 본분이니까요."
[!!]
다시 스위치가 눌러졌는지 프린스가 벌떡 일어났다.
[음, 음! 그 말이 멋있어! 맞아! 나는 누가 인정해 주지 않아도 열심히 싸울 거야!]
세르네가 시몬 쪽을 돌아보며 눈을 찡긋했다.
'......나보다 더 프린스를 잘 다루는 것 같은데.'
"조용히."
한편 카쟌은 벽을 손바닥으로 스르륵 쓸면서 가고 있었다.
그러다 걸음을 멈추고 주먹으로 가볍게 벽을 툭 치자, 환상 마법이 녹아내렸다. 그 뒤로 커다란 마법진이 보였다.
"예상대로다. 바깥에 있는 좀비를 건물 내부로 끌어들이는 마법진이야."
카쟌이 주먹에 칠흑을 모아 내지르자 마법진이 완전히 산산조각 났다.
"이걸로 좀비의 공급은 멈췄을 거다. 가자."
"네!"
네 사람이 다시 달렸다. 30층은 하층과 상층을 가르는 통로.
31층부터는 온갖 지식과 극비 자료들이 보관된 장소였다. 일반인 통행 금지 구역이기에 신분이 확실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었다.
"이쪽이다."
카쟌이 익숙한 듯 달려서 세 사람을 인도했다.
탁 트인 광경이 펼쳐졌다.
더운 공기가 느껴지며 열대 지방처럼 건물 안에 나무와 풀들이 자라나 있다. 그리고 이 커다란 공간에도 각 층이 존재한다.
'37층.'
시몬은 손가락으로 빠르게 층을 셌다. 여기서 7번째에 사샤의 병실이 있다.
바로 그때.
[어서 오십시오. 7군단과 키젠 여러분.]
네 사람이 일제히 동작을 멈추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조심해라! 이건......!"
카쟌의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얀 뭔가가 들이치더니 꽝! 소리와 함께 카쟌이 날아갔다.
"카쟌!!"
-어어어어.
하얀 좀비.
전신이 하얗고 근육질에 키는 2미터가 넘을 정도로 거대했다. 얼굴에는 눈이 다섯 개 달려 있다.
네크로맨서로서 좀비라는 건 바로 알 수 있었지만, 보통의 좀비와는 완전히 다른 격이 느껴졌다.
[느껴지나? 소년!]
그때 전투에 집중하던 피어가 말을 걸어왔다.
[저건 군단화된 좀비다.]
"네?"
이번엔 또 다른 하얀 좀비가 달려들어 세르네를 공격했다. 그녀가 깃털을 꺼내 칠흑방패를 펼쳤지만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어머."
세르네도 파워에 놀란 듯 눈을 끔뻑였다.
[누구냐! 정체를 드러내!]
프린스가 소리쳤다.
그때 마침 발걸음 소리와 함께 3층 높이의 층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보였다. 연결된 피어의 사념에서 강한 적대감이 느껴졌다.
[역시 놈이었나!]
'피어, 누군지 알아요?'
[매그너스 군단의 에이션트 언데드, 좀비집사다.]
좀비집사는 피부가 창백한 것만 빼면, 거의 평범한 인간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멀쩡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집사복을 입고, 외눈안경을 썼다.
무엇보다 전신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양의 칠흑.
그 존재감이 에이션트 언데드임을 증명하는 듯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그가 정중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시몬이 인상을 굳혔다.
"당신이 이 모든 일의 원흉인가?"
[보다시피 그렇습니다.]
좀비집사가 자세를 바로 세우며 말을 이었다.
[저희 군단장께서 제7 군단장님과 이야기하시길 원하십니다. 같이 가주시겠습니까?]
[개소리-]
시몬이 뭐라 하기도 전에, 프린스가 순식간에 좀비집사에게 달려 나갔다.
[집어치워!!]
거대한 충격파를 동반한 프린스의 주먹이 내질러졌다.
터업.
그러나 너무나도 평온한 모습으로, 좀비집사가 프린스의 주먹을 낚아챘다.
[아!]
[당신도 좀비에서 파생된 에이션트 언데드군요.]
이번엔 좀비집사의 왼손이 뻗어 나갔다.
[같은 좀비로서 한 수 가르쳐 드리지요.]
푸우우우욱!
그의 손이 프린스의 가슴을 뚫고 등에서 빠져나왔다. 프린스가 '커헉!' 하고 피를 토했다.
"프린스!"
시몬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칼이나 화살도 맨몸으로 튕겨내던 프린스의 몸이 가볍게 구멍이 뚫려 버렸다.
[설마 이걸로 끝난 겁니까? 조금 당혹스럽군요.]
그때 프린스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영혼이 빠져나가듯 올라가더니, 평범한 좀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음?]
부우우웅!
이번엔 시몬이 오버로드로 날린 새로운 좀비가 총알처럼 날아가고 있었다.
콰르릉! 소리와 함께 그 좀비에 검은 벼락이 떨어졌다.
[몇 번이고 죽여봐!]
그 좀비가 다시 프린스의 모습으로 변해 주먹을 내질렀다.
[계속 살아나 족쳐주마!]
뻐어어어억!
좀비집사가 급히 팔꿈치를 들어 그 공격을 막아냈다.
[부활능력입니까? 대단하군요.]
[입 닥쳐!]
프린스의 허리를 비틀어 발차기를 날렸지만 그것마저도 좀비집사는 가볍게 막아냈다.
[아케뮤스를 돌려줘!!]
[아케뮤스?]
[원래 우리 군단이 돼야 했을 녀석 말야!]
[아하.]
좀비집사가 뒤로 물러나며 미소를 지었다.
[전 7군단 에이션트 언데드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죄송하지만 그럴 순 없습니다. 그는 이제 5군단의 식구입니다.]
그렇게 말한 좀비집사가 한숨을 쉬었다.
[이미 한번 해체된 군단에 대한 충성심이 어찌나 강한지, 좀처럼 말을 안 듣더군요.]
[아케뮤스를 어떻게 했어!]
[가둬놓고 고문하고 있습니다. 매그너스 님께 충성을 바칠 때까지.]
그 말을 들은 프린스의 눈에 화마 같은 분노가 일렁였다. 그가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당신의 상대는 제가 아닙니다."
딱!
좀비집사가 손가락을 튕기자, 갑자기 바닥에서 튀어나온 하얀 좀비가 주먹을 내질렀다.
쩍! 소리와 함께 프린스의 몸이 수십 미터를 날아갔다.
꽈꽈광!
프린스가 근처에 있던 분수대를 박살 내며 들어갔다. 그러나 무너진 잔해의 어둠 속에서 프린스의 안광이 번뜩였다.
[이쯤이야!]
프린스가 왕관의 능력을 발동해 하얀 좀비의 통제권을 가져오려 했다.
하지만.
[아, 안 먹혀?]
[당신에게도 좀비를 움직이는 능력이 있군요. 하지만 이들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좀비집사가 미소를 지었다.
[백귀는 제가 만들어내 제 명령만을 따르는 정예병이니까요.]
저 하얀 좀비들은 확실히 강했다. 카쟌과 하얀 좀비가 거의 호각으로 싸우고 있었고, 세르네마저도 하얀 좀비에게 붙들려 있었다.
[그보다 제7 군단장님.]
좀비집사가 다시 시몬을 보았다.
[다시 한번 제안합니다. 저희 군단장님을 만나 뵈러 가시죠.]
"거절한다."
시몬이 싸늘하게 말했다.
"정신이 나간 게 아닌 이상, 내가 그 사람과 대면할 이유는 없어."
[그거 아쉽군요.]
그가 손가락을 딱 튕겼다.
[이런 수단을 써서 유감입니다만.]
"......!"
시몬의 눈동자가 커졌다. 어둠이 내려앉은 복도에서 누군가 다가오고 있었다.
까마귀 로브를 입은 네크로맨서. 그리고 그 옆에는 정신을 잃은 채 칠흑으로 이루어진 밧줄에 붙잡혀 둥둥 떠 있는 소녀가 보였다.
"사샤!!"
[중립지대에서 당신이 목숨을 바쳐 구해낸 소녀죠. 이 소녀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좀비집사가 손을 뻗었다.
[무장을 해제하고 이리로 오십시오.]
시몬이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잠깐만요! 시몬!"
세르네가 하얀 좀비를 상대하며 소리쳤다.
"정신 차려요! 설마 저런 꼬맹이 하나 살리려고 가는 건 아니죠?"
[물론.]
좀비집사가 세 번째로 손가락을 튕겼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각 층에서 하얀 좀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수만 가히 스무 기가 넘어갔다.
프린스와 카쟌이 표정을 굳히며 뒷걸음질 쳤다.
[이 소녀를 포기하고 싸우겠다고 해도 당신들에게는 승산이 없습니다. 이쪽에는 현역 까마귀도 있지요.]
그 말대로라는 듯, 에반겔로스가 히죽 웃었다.
[유리탑에 펼쳐진 결계 때문에 외부의 도움을 구할 수도 없습니다. 자, 마지막 제의입니다. 무장을 해제하고 이리로 오십시오.]
"......."
시몬은 눈을 감고 고민에 잠겼다.
그렇게 길고 긴 생각 끝에, 시몬이 눈을 떴다.
터엉!
그가 파멸의 대검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래, 알겠어."
[소년!]
시몬이 피어와의 사념 연결을 해제하자, 시몬의 몸에 붙어있던 피어의 본 아머가 해체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시몬! 이성적으로 판단해라!"
카쟌이 하얀 좀비의 공격을 막아내며 소리쳤다. 시몬은 입을 굳게 다물고 저벅저벅 좀비집사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훌륭합니다. 말이 통하시는 분이셨군요.]
좀비집사가 미소 지었다.
[야 이 멍청아!!]
프린스가 소리를 지르며 시몬에게 달려들었지만 중간에 끼어든 하얀 좀비의 주먹에 막혀 날아갔다.
[당신만 온다면 모두의 목숨은 보장하겠습니다. 자, 이리로.]
시몬과 좀비집사의 거리가 점점 더 가까워졌다. 그럴수록 좀비집사의 미소도 짙어져 갔다.
[그래요. 조금만, 조금만 더......!]
"근데 말야."
좀비집사에게 다가가며, 시몬이 옅은 미소를 흘렸다.
"너무 쉽다고 생각 안 해?"
꾸우우욱!
순간, 좀비집사는 숨이 턱 막히는 것을 느꼈다. 목에 갑자기 엄청난 압력이 느껴진다.
[!]
어느새 그의 목이 검푸른 줄 같은 것으로 팽팽 조여 들어가고 있었다.
아니, 목뿐만이 아니었다. 전신이 줄에 휘감겨 있었다.
[아아~]
좀비집사는 등에 소름이 쫙 돋는 것을 느꼈다. 악마처럼 입꼬리를 올린 에반겔로스가 검은 줄로 그를 포박하고 있었다.
[서, 설마 배신한 겁니까?! 에반겔로스!]
[배신?]
에반겔로스의 입에서 변조된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애초에 처음부터 난-]
파스스슥.
에반겔로스의 얼굴에서 절반이 무너져 내렸다.
그 반은 여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당신 편이 아니었는데?]
좀비집사의 표정이 심각하게 얼어붙었다.
'......함정이다!'
에반겔로스가 아니었다. 저 존재감은 틀림없이 에이션트 언데드다.
[나이스 에르제베트!!]
프린스가 신이 나서 외쳤다.
좀비집사는 급히 온몸에 칠흑을 일으키며 빠져나가려 했지만.
타닷!
시몬이 무서운 속도로 그에게 내달렸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피어의 본 아머가 쏜살같이 날아와 입혀지고 이내 파멸의 대검까지 손에 들렸다.
그리고.
푸우우욱!
회복을 막는 파멸의 대검이 좀비집사의 복부에 틀어박혔다.
[끄, 아아아아아악!]
좀비집사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댔다. 시몬이 뒤를 돌아보았다.
"연기는 이제 그만해도 돼요."
그 말이 무섭게.
꽈앙!
댕강!
카쟌이 팔꿈치로 하얀 좀비의 얼굴을 짓이겨 버리고, 세르네가 깃털검으로 하얀 좀비의 목을 베었다.
[......말도 안 돼!]
좀비집사가 고통으로 덜덜 떨며 말했다.
[대체 언제부터 알고 있었던 겁니까!]
"알았던 건 얼마 되지 않았어. 그보다."
시몬이 그의 몸에 그려진 마법진을 살피기 시작했다.
좀비집사가 발버둥 쳤지만 에르제베트가 손가락을 까닥하자, 온몸이 거미줄로 강하게 조여오며 움직일 수 없게 됐다.
"찾았다."
시몬이 그 마법진의 겉표면을 대검으로 살짝 찢은 다음, 그것을 붙잡고 옆으로 강하게 잡아당겼다.
쩌어어어어억!
좀비집사가 비명을 질렀다. 강제로 늘어난 마법진에 이질적인 사람의 눈동자가 튀어나왔다.
"보고 있지? 매그너스."
시몬이 비릿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포로 교환을 하자. 이 녀석을 구하고 싶다면-"
시몬의 계획은 처음부터.
"아케뮤스를 데려와."
아버지의 에이션트 언데드를 탈환하려는 게 목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