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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361화 (361/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61화

매그너스 군단이 흉악한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시몬은 펜타모니엄에 와서 듣게 되었다.

-와인은요?

-지금은 임무 중이니 됐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그것도 어제, 보름달이 뜬 숙소의 옥상에서 카쟌이 불러냈을 때였다.

-임무에 대해 보고할 게 있다.

카쟌에게 들은 이야기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몇 달 전에 있었던 매그너스의 '로크섬 침입사건'.

비록 진짜가 아닌 분신이었다고 해도, 매그너스가 로크섬 안에 들어왔다는 사실은 큰 이슈였다. 아군 측에 내통자가 있지 않은 이상 그런 식의 침입은 불가능했으니까.

이에 네프티스는 전담 수사단을 꾸렸고, 사건 당시 당직이었던 까마귀 '에반겔로스'를 조사해 그가 매그너스와 내통하고 있다는 혐의를 찾아냈다.

하지만 네프티스는 바로 그를 잡아들이지 않았고, 에반겔로스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저주를 걸어둔 다음 확실한 증거를 잡을 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 저주는 에반겔로스가 '매그너스'라는 말을 입에 담을 때, 본부에 신호가 가는 저주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에반겔로스가 펜타모니엄에 파견 온 시점에서 몇 번이나 '매그너스'라는 말을 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즉시 네프티스의 최측근인 까마귀 두 명이 넘어와 그를 구속했고, 정신계 저주를 걸어 정보를 발설하게 하던 도중 뇌가 타버렸다. 에반겔로스도 만만치 않았던 게, 특정 키워드가 발동되면 죽음에 이르는 저주를 스스로 걸어놨던 것이다.

-에반겔로스가 너무 일찍 죽는 바람에, 까마귀들이 알아낸 정보는 단 두 가지다.

카쟌이 시몬을 향해 두 개의 손가락을 펼쳐 보였다.

-첫째, 매그너스 군단의 에이션트 언데드가 이 판테모니엄에 와 있다. 그리고 둘째.

그 두 번째 손가락이 시몬을 가리켰다.

-그들은 바로 내일, 너를 손에 넣기 위해 어떤 계획을 실행할 거란 사실이다.

에반겔로스는 모든 계획이 시간에 맞춰 일어나도록 세팅한 뒤에 죽었다. 그 계획의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사전에 막을 수도 없다.

그래서 까마귀들은 지금까지 알아낸 정보만이라도 펜타모니엄 측에 알렸고, 펜타모니엄은 그런 유치한 납치사건에 흔들리지 않겠다며 경비를 세 배로 강화하고 학술회 강행의 뜻을 밝혔다.

-그들의 목적은 시몬, 너다. 로크섬으로 복귀하라는 까마귀들의 권고가 내려왔다. 지금 바로 짐을 싸서.......

-아뇨.

시몬은 고개를 저은 후 카쟌과 눈을 맞추었다.

-이건 위기인 동시에 기회예요. 제가 미끼가 되겠습니다.

시몬이 있든 없든, 펜타모니엄에서 그들의 계획 자체는 실행될 것이다.

그리고 납치 계획을 실행할 에이션트 언데드는 아직 협력자인 '에반겔로스의 죽음'을 모르고 있다.

시몬은 이 두 가지 사실에 근거하여 과감하게 결단했다.

-너 자신을 미끼로 에이션트 언데드를 끌어내겠다는 발상 자체는 좋지만, 역시 너무 위험해.

-위험하다구요?

시몬이 교복 자락을 움켜쥐었다.

-그럼 돌려 말해서, 제가 안전한 때가 있었나요? 로크섬에서도, 펜타모니엄에서도, 매그너스는 언제든지 절 위험에 몰아넣었어요! 어딜 가도 그의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차라리-

시몬의 눈이 진지하게 빛났다.

-제 쪽에서 반격하겠습니다.

결국 카쟌은 통신으로 시몬의 제안을 까마귀 측에 알렸고, 까마귀들도 이를 수락했다.

-카쟌. 한 번 더 확인할게요. 그 에이션트 언데드가 에반겔로스의 죽음을 모르는 건 확실하죠?

-그래, 확실하다. 시신 부검 결과 다른 저주의 흔적은 없었다더군.

-좋아요. 그럼 지금부터는 저와 제 군단에 맡겨주세요.

시몬은 아공간에서 대기하고 있던 에르제베트를 불러와 에반겔로스로 변신하도록 시켰다.

그리고 에반겔로스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활동하며, 습격자들 측에서 먼저 접근해 오길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에이션트 언데드인 '좀비집사'의 계획이 시작되었다.

좀비집사의 계획은 모두가 예상했던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단순한 기습 납치가 아니라, 무려 펜타모니엄 결계에 구멍을 뚫고 좀비들을 도시로 불러들인 것이다.

그래도 까마귀 측의 귀띔을 받은 펜타모니엄은 빠르게 대응해서 피해를 최대한으로 줄였으나, 좀비집사의 노림수는 촘촘했다.

그는 시몬의 움직임에 따른 여러 가지 플랜을 세워놓았다. 그리고 메인 플랜은 '사샤'였다.

외부의 공격으로 경보가 울리면, 펜타모니엄은 모든 유리탑에 자동으로 결계가 펼쳐지도록 설정했다. 그때 사샤가 있는 유리탑에 좀비들을 흘려보내 1층을 엉망으로 만들면, 시몬이 사샤를 구하러 결계를 찢고 들어와 줄 거라고 예상했다.

시몬은 중립지대에서 성녀의 결계도 뚫었다. 이 중립지대에서 펜타모니엄의 결계를 찢고 들어올 수 있는 건 시몬 뿐이라는 사실까지, 좀비집사는 정확히 짚었다.

그렇게 외부와의 모든 접촉이 차단된 결계 안의 장소에서, 시몬과 좀비집사가 만났다. 이어서 에반겔로스가 사샤를 납치해 왔고, 모든 것은 완벽히 자신의 각본대로 흘러갔다고 생각했으나.

[애초에 처음부터 난-]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에반겔로스의 얼굴이 반으로 갈라졌다.

[당신 편이 아니었는데?]

아군이라 철석같이 믿고 있던 에반겔로스는 사실 변신한 에르제베트였다. 그녀는 사샤를 납치한 게 아니라 '보호'한 거였다.

네프티스의 정보 안배. 그리고 그것을 200% 활용하며 역으로 좀비집사의 뒤통수를 친 시몬의 기지가 만들어낸 쾌거였다.

그리고 시몬은 붙잡은 좀비집사의 영속 마법진 하나를 찢어서 주인인 매그너스와의 통신로를 열었다.

그리고 말했다.

"포로 교환을 하자. 이 녀석을 구하고 싶다면 아케뮤스를 데려와."

제5 군단장 매그너스를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릴 수 있는 한 수.

시몬은 이 기회에 반드시 아버지의 언데드를 탈환할 생각이었다.

[크으윽!]

거미줄에 붙들린 좀비집사가 분한 얼굴로 몸을 비틀었다.

[듣지 마십시오! 군단장님! 그들이 저를 협상의 도구로 쓸 생각이라면 절대로 절 소멸시키지 못할 겁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렸다.

[나는 상관하지 말고 이들을 전부 죽여라!]

-어어어어!

-우어어어어어!

스무 기 가까이 되는 하얀 좀비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세르네와 카쟌, 그리고 프린스와 에르제베트가 시몬 쪽으로 붙으며 임전 태세를 취했다.

[흐, 흥! 수가 좀 많긴 많네!]

프린스가 가장 앞으로 튀어나왔다.

[물론 난 히어로니까 절대 쫄진 않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카쟌이 느긋한 투로 말했다.

"최고의 지원군을 불러놨으니."

쏴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건물 천장에서 다량의 바닷물이 폭포처럼 떨어져 내렸다.

건물 전체를 침수시킬 기세로 콸콸콸 밀려든 검은 바닷물은 하얀 좀비 무리를 단숨에 휩쓸어 집어삼켰다. 마치 블랙홀이 빛을 집어삼키는 것처럼 하얀 좀비들의 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때 묻지 않은 소년의 꿈은 그 무엇보다 값진 법!"

그리고 그 검은 바닷속에서, 거인 같은 덩치의 남자가 오른팔을 세워 들고 있었다.

"그 꿈을 방해하려는 자는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음!"

시몬이 활짝 웃으며 소리쳤다.

"판타서스 회장님!"

키젠의 학생회장, 판타서스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중앙으로 모여든 바닷물이 펑! 소리와 함께 하얀 좀비들을 사방으로 날려 보냈다.

콰쾅!

쿠웅!

가공할 만한 파괴력. 스무 기의 하얀 좀비들이 모두 유리벽에 강하게 부딪히며 주르륵 쓰러졌다.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팔다리와 목이 반대 방향으로 꺾여 버렸다.

판타서스가 하하하하! 호탕하게 웃었다.

[저거 인간 맞아?]

프린스가 다소 얼빠진 소리를 냈다. 그때 붙잡혀 있는 좀비집사가 희미한 미소를 보였다.

[소용없습니다.]

스륵.

스으.

전신의 뼈가 박살 나고 살덩이가 무너져 반죽이 되는 충격을 받았으나, 어느새 쓰러졌던 스무 기의 하얀 좀비들이 모두 흐느적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을 얕보지 마십시오. 몸이 가루가 되는 순간까지 움직일 겁니다!]

에르제베트가 손가락을 움직여 좀비집사를 더 강하게 조였으나, 그는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상관하지 말고 저 덩치부터 죽여!!]

쿵! 쿵! 쿵! 쿵!

하얀 좀비들이 판타서스에게 달려들었다. 시몬이 다급하게 외쳤다.

"판타서스 회장님! 피해요!"

"음, 괜찮다!"

그는 제자리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팔짱만 낀 채 여유만만이었다. 가장 선두로 달려든 하얀 좀비가 무방비 상태인 판타서스를 향해 팔을 휘둘렀지만.

쿵!

이내 판타서스에 닿지 못하고 이마부터 바닥에 떨어져 쓰러졌다.

쿵! 쿵!

그 뒤의 하얀 좀비들도 마찬가지였다. 흐느적거리며 다가오던 언데드들의 걸음이 점점 느려지더니 풀썩풀썩 엎어졌다.

[아, 아니!]

잠시 후, 가운데에 위치한 판타서스를 중심으로 스무 기의 하얀 좀비들 모두가 원을 그린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어떻게 이런......?! 내 백귀들에게 무슨 짓을 한 겁니까!]

"그냥."

판타서스가 씩 웃으며 손가락을 세웠다.

"재웠다!"

모두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거미줄에 묶인 좀비집사가 발작하듯 소리쳤다.

[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언데드에게 수면이란 개념은 없어!!]

"확실히 그렇지."

판타서스 턱을 슥슥 쓸었다.

"그렇다면 언데드에게도 '의식을 포함한 모든 활동을 멈춘 채 가만히 누워 있는 행위'를 수면이라고 정의한 뒤에 실행하도록 하지."

[!!! 그게 무슨 개소리......!]

"그 개소리가."

판타서스가 두 팔을 펼쳤다.

"지금 이렇게 벌어져 있지 않나."

그제야 좀비집사가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생물은 물론, 망자의 섭리마저 간단히 씹어버리고 수정해 버리는 저주술사.

이게 바로.

'키젠 교내 최강의 네크로맨서!'

시몬의 눈이 존경심으로 초롱초롱하게 변했다.

"하하하하하하하!!"

판타서스의 웃음소리를 듣고 있던 시몬이 깜짝 놀라 카쟌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목소리를 죽였다.

"카, 카쟌! 근데 저 판타서스 회장님한테 들켜도 돼요?"

"뭘 말이냐?"

"......제가 군단장이란 거요."

"걱정 마라. 회장은 나와 같이 네프티스 님의 최측근이다. 믿을 만한 사람이지."

시몬이 안도했다. 그래서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둘이 그렇게 친한 거였구나.

그때였다.

-재미있군.

이 자리에 없는 제3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몬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뿌드득! 뿌득!

좀비집사의 이마가 갈라지더니, 그 사이로 사람의 눈이 튀어나왔다.

눈동자는 꾸득거리는 소리를 내며 주위를 잠시 살피다가 정확히 시몬을 응시했다.

-내 부하를 붙잡아서 뭐 하는 짓이냐? 시몬 폴렌티아.

목소리는 좀비집사의 몸에 그려진 영속 마법진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구, 군단장님!]

좀비집사가 면목 없다는 듯 고개를 떨구었다. 마법진에서 음침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게 무슨 꼴이냐? 집사. 넌 너무 착해빠져서 문제야. 펜타모니엄을 멸절시킬 생각으로 달려들라니까.

[......면목 없습니다.]

시몬이 몸을 돌려 이마에 튀어나온 매그너스의 눈동자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다른 말은 필요 없어. 내 요구는 단 하나."

시몬의 눈이 번뜩였다.

"아케뮤스와 이 녀석의 교환이다."

-크하하하하하!

커다란 웃음소리가 튀어나왔다. 시몬은 입을 다물고 잠자코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당돌해. 아주 당돌해.

시몬은 매그너스의 목적을 짐작하고 있었다.

더 많은 에이션트 언데드를 손에 넣는 것.

그런 그가 자신의 소중한 에이션트 언데드를 그냥 날릴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리고 마침내, 매그너스의 입이 열렸다.

-시간과 장소를 말해라, 애송이.

* * *

사태는 신속하게 수습되었다.

결계에 구멍이 뚫리고 외부의 좀비들이 들어왔으나, 펜타모니엄 측은 빠른 대응으로 민간 피해를 최소화했다. 네크로맨서들의 행사답게 싸울 수 있는 전투원이 많았던 것도 큰 이점이었다.

무엇보다, 이 일을 벌인 좀비집사의 목적은 애초에 '학살'이 아니라 전시상황을 발동하게 해서 유리탑의 결계를 켜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전형적인 양아치 기질의 매그너스와는 달리, 좀비집사는 군단의 평판을 중시하는 타입이었다. 매그너스의 명령으로 시몬 납치 작전은 실행하겠지만, 전 왕국의 귀족들이 모인 이 행사에서 5군단이 암흑연합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건 최대한 피하고 싶었다.

오죽하면 주인인 매그너스도 그런 부분을 지적했다.

-넌 너무 착해빠져서 문제야. 펜타모니엄을 멸절시킬 생각으로 달려들라니까.

결국 펜타모니엄 사태는 수습됐고, 좀비집사는 시몬에게 붙잡혔다.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행사를 강행하기에는 분위기가 너무 어수선해졌기에, 펜타모니엄은 학술회 종료를 선언하고 사람들을 돌려보내기로 했다.

시몬도 꼼짝없이 키젠에 돌아갈 예정이었으나, 여기서는 학생회장 판타서스가 자신의 직권으로 힘을 써 주었다.

그리고 이제.

포로교환이 시작된다.

휘이이이이잉-

장소는 펜타모니엄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인적없는 벌판.

풀이 드문드문 자라난 드넓은 평야에서, 시몬은 피어의 본 아머를 입은 채 서 있었다.

그 옆에는 에르제베트의 거미줄과 저주 부적 등으로 전신을 구속당한 좀비집사가 있었다.

시몬은 아무 말 없이 손목에 찬 시계를 확인했다.

'이제 5분 전.'

긴장감에 입가가 바싹 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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