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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364화 (364/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64화

소환학관.

3층 실습실.

명상에 들어간 수도사처럼, 천천히 집중력을 끌어올리던 시몬이 눈을 떴다.

그의 앞에는 접시에 담긴 '심장'들이 실습실 책상에 놓여 있었다.

두꺼비나 작은 포유류 등의 실험용 심장이었는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그 크기가 줄어들었다. 물론 난이도는 심장의 크기가 작을수록 높아진다.

"준비됐나?"

뒤에 서 있는 소환학 교수 아론은 타이머를 들고 있었다. 시몬이 고개를 끄덕이며 씩씩하게 말했다.

"준비됐습니다!"

"시작해라."

시몬은 가장 왼쪽에 놓인 심장을 향해 성큼 다가갔다.

우선 자신을 보조해줄 툴(Tool) 마법진을 허공에 몇 장 띄워놓고, 클라우드로 심장을 감싸 허공에 띄웠다. 그러곤 심장이 터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겉면에 초소형 마법진을 새겨 넣었다.

'첫 번째 띠.'

마법진이 작동한다. 흘러나온 칠흑이 천천히 아치를 그리며 심장을 중심으로 원을 형성했다.

"됐다!"

시몬이 손을 떼도 심장은 공중에 둥둥 뜬 채 유지되어 있었다. 아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다. 다음."

심장을 중심으로 비스듬하게, 시계방향으로 띠가 하나 흐르고 있다. 시몬은 바로 그 옆에 반시계방향으로 흐르는 띠를 하나 더 구축했다.

'두 번째도 오케이야.'

사실 여기서부터가 고비였다.

X자로 교차되어 움직이는 두 개의 띠 안에, 가장 작은 띠를 만들어야 한다. 심장의 좌우로 왔다 갔다 움직이는 세 번째 띠다.

시몬이 두 팔을 신중하게 세워 들었다.

'집중......!'

심장에 마법진을 그리고, 이에 호환되는 세 번째 띠를 절반 정도 만들기 무섭게.

퍽!

심장이 폭발하듯 터져 버렸다. 사방으로 피가 튀어서 주위가 엉망으로 변할 뻔했지만, 아론이 미리 펼쳐둔 투명한 막에 막혔다.

"성급했다."

아론이 손에 든 타이머를 껐다.

"세 번째 띠를 만드는 데 급급해서, 다른 두 띠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아."

"각 요소의 조화를 이해해야 한다. 시몬."

아론이 직접 시범을 보였다. 공중에 띄워둔 심장에 마법진을 새기고, 두 개의 띠를 빠르게 펼쳤다.

"이제 세 번째 띠가 만들어질 때의 움직임을 잘 봐라."

두근! 두근!

흑마법에 의해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었다. 아론이 마법진을 그리고 세 번째 띠를 둘렀다.

세 번째 띠는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속도로 그려지는 게 아니었다. 심장의 박동에 따라 멈췄다가 그려졌다가, 멈췄다가 그려졌다가를 반복했다.

"조화에 순응하고, 흐름을 받아들여라."

첫 번째 띠가 한 바퀴, 두 번째 띠가 0.8바퀴 회전했을 때, 세 번째 띠도 작동을 시작한다.

"마치 피아노 부품처럼. 작은 요소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해라."

그렇게 세 번째 띠가 완성되었다.

심장을 중심으로 좌우로 왔다 갔다 하는 움직임. 한번 끝으로 가는 속도가, 심장이 박동하는 속도와 같았다.

'그렇구나.'

단순히 영속적인 띠를 두른다는 개념이 아니었다. 마치 펌프질하는 심장이 세 개의 띠를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조화로움.

심장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이 단순히 세 개의 띠가, 시몬은 화려함의 극치라고 생각했다.

"라이프베슬을 단순히 언데드의 심장이라고 생각하지 말도록."

아론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망자의 가슴에 살아 숨 쉬는 심장을 달아주는 행위다. 소환을 뛰어넘어 창조에 가까운 의식이니 경건함을 가지고 임해라. 어떻게든 될 거라는 생각을 버리고 모든 것을 하나부터 끝까지 통제해라."

"명심하겠습니다."

아론이 다시 타이머를 들었다.

"아직 심장은 많다. 다시 해보도록."

"네!"

시몬은 몇 개의 심장을 연달아 터뜨리면서 실패했다.

하지만 실패할 때마다 개선점도 찾았다.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넘어질 때마다 성공을 위한 조각들을 하나하나 주워서 주머니 속에 쑤셔 넣고 다시 달린다.

'방금은 뭐가 문제였지?'

머릿속으로 이론을 떠올리고, 스스로 논파하길 반복한다.

표본이 많을수록 가설의 신뢰도 또한 높아지게 마련이다.

실패가 쌓이며 점점 더 높은 디딤대를 구축해 나간다.

그렇게 마침내.

"오늘 하루만 16번째 시도. 도합 216번째 시도 만에."

아론이 타이머를 끄며 말했다.

"성공을 축하하마. 시몬."

시몬의 눈앞에 회전하는 세 개의 띠가 보인다.

동공이 반쯤 풀린 채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던 시몬이 찌릿찌릿하게 올라오는 전율을 느끼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아자!"

두 팔을 머리 위로 힘껏 세우며 넘어졌다.

온몸이 땀에 심장에서 튄 피로 흠뻑 젖었지만 성취감에 웃음이 나왔다.

아론은 그런 제자를 흡족하게 바라보다가 등을 돌렸다.

"뒷정리는 하고 나와라."

"네! 감사합니다 교수님!"

아론이 실습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 순간.

"흐꺅?!"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뽀송뽀송한 수건과 물통을 품에 안은 카미바레즈가 어깨를 움츠린 채 서 있었다.

"아, 아, 아! 안녕하세요 아론 교수님!"

얼굴이 시뻘게진 카미바레즈가 허리를 꺾으며 인사했다.

아론이 옅은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카미바레즈 우르슬라. 소환학 실습실에 볼일 있나."

"아, 그, 그게......."

"농담이다. 들어가 봐라."

"네, 네에!"

카미바레즈가 시몬의 이름을 외치며 안으로 달려갔다.

"학교생활은 제대로 하고 있군."

아저씨 같은 미소를 흘린 아론이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슬리퍼를 질질 끌며 걸음을 옮겼다.

* * *

"자~ 이것들아! 준비됐냐!"

오후의 맹독학 수업.

맹독학 교수 별야가 큰 소리로 외쳤다.

"삼켜!"

학생들이 일제히 입에 물고 있던 알약을 삼켰다. 순식간에 전신에 두드러기가 올라왔다.

"혈독을 형성하고 몸의 면역계를 자극해 저항체계를 일으켜! 두드러기가 사라진 녀석부터 손들고 조교들한테 체크받아!"

시몬은 눈을 감으며 체내의 흐름에 집중했다.

학기 초부터 대 이슈였던 '독 먹기 수업'에서 이어지는 별야의 면역계 수업.

이제는 독을 먹고 버티는 수준을 넘어서, 몸에 해를 끼치는 부정한 물질이 들어왔을 때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고 항체를 만들어내 몸을 안정시킬 수 있는지가 수행평가 항목이었다.

시몬은 '칠흑 맹독계'의 흑마법의 수준 자체는 평범했지만, 이 면역계 수업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발단은 아마도, 카미바레즈와 함께했던 '데저트 스콜피온' 사냥 때부터였을 것이다.

몬스터의 독에 감염된 시몬은 정신을 잃고 위험한 상황까지 갔지만 기어이 그 독을 이겨내는 데 성공했다.

그 이후로 흑마법을 기반으로 한 시몬의 저항체계는 상당한 수준까지 상승했다. A반 교실에서 가장 빠르게 두드러기가 멎고 있었다.

척!

마침내 거울을 보고 얼굴에 두드러기가 없는 것을 확인한 시몬이 번쩍 손을 들어 올렸다. 그 모습을 본 조교가 타이머를 보았다.

"시몬 폴렌티아 학생! 6분 10초!"

곳곳에서 학생들이 술렁이는 소리가 들렸다.

수석조교가 시몬의 몸 상태를 한 번 더 체크하고는 칠판의 1등 자리에 시몬의 이름을 적어넣었다.

"헥토르 무어 학생! 6분 43초!"

"망할!!"

헥토르가 주먹으로 책상을 내려치며 분노했다. 그 모습을 본 별야가 깔깔 웃어댔다.

"야, 잘했다 드래곤! 2등도 잘한 거야!"

헥토르가 표정을 싹 바꾸며 공손히 별야에게 고개를 숙였다. 딕이 그 모습을 보며 '두 얼굴의 헥토르'라며 낄낄댔다.

그렇게 시간은 차이가 있었지만, 반의 모든 학생들이 저항체계 형성에 성공했다.

"이젠 다들 뭐 쉽게 하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주말 잘 보내라~"

"수고하셨습니다!"

오늘의 마지막 수업이었던 별야의 맹독학도 끝났다.

시몬과 딕이 잡담을 주고받으며 기숙사로 돌아가려는데 같은 A반의 맹독학 지망인 남학생 두 명이 따라붙었다.

"시몬! 대체 무슨 수로 저항계 능력을 올린 거야?"

"좀 가르쳐 주라!"

딱히 숨길 것도 없었기에, 시몬은 카미바레즈와 함께 다녀왔던 데저트 스콜피온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야기를 들은 남학생들은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었다.

"우, 우리도 데저트 스콜피온 독에 한번 당해봐야 하나?"

"자살 방법도 가지가지인 거 알지?"

딕이 낄낄대며 꿈도 꾸지 말라고 말했다.

그렇게 네 남자들이 시시껄렁한 잡담을 나누며 걷고 있는데, 실습실 밖에서 한 여학생이 기웃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짧게 줄인 스커트에 난이도 있는 눈 화장. 그리고 크림색 머리카락의 이 소녀는 누군가를 찾고 있는 것 같았다.

"와."

같이 가던 남학생이 순수한 탄성을 흘렸다.

"저 여자 누구야?"

"야, 야. 말조심해."

딕이 기겁하며 눈치를 주었다.

"2학년 선배님이시잖아."

1학년들의 입장에서 키젠 2학년 선배들은 절대적인 존재였다. 그 남학생이 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아!"

그때 바로 2학년 선배가 이쪽으로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제군아~"

"?"

그들이 누굴 부르나 싶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시몬이 눈을 크게 떴다.

"벤야 선배님!"

시몬이 다른 세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달려갔다. 남겨진 딕과 두 남학생들은 부러움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벤야라면 그 벤야 바닐라 선배 맞지?"

"......인생."

두 사람이 반갑게 인사하며 뭐라 뭐라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다 시몬이 흥분한 얼굴로 벤야의 손목을 붙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그녀가 '잠깐 제군아!'를 외치며 끌려갔다.

"오우."

세 남자의 눈에 부러움의 감정이 더 커졌다.

"......시몬 쟤 보기보다 과감한 면도 있네."

"딕!"

그때 뒤에서 메이린과 카미바레즈가 달려왔다.

"시몬은요?"

딕이 어깨를 으쓱했다.

"아름다운 여선배의 손목을 잡아끌고 어디론가 달려가던데?"

"네?"

"뭐?"

카미바레즈와 메이린의 표정이 동시에 얼어붙었다.

* * *

드디어.

때가 왔다.

-네가 주문한 라이프베슬용 심장이 도착했어! 지금 로체스트에 와 있대.

꿈에 그리던 리치를 만들 때가 찾아왔다.

바로 오늘 밤.

시몬은 리치 제작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같이 가~!"

시몬이 뒤를 돌아보자, 저 멀리서 벤야가 숨을 헐떡이며 달려오고 있었다. 아무리 칠흑을 밟고 달려도 시몬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시몬이 뒤늦게 너무 흥분했다는 걸 깨닫고는 걸음을 멈췄다.

"죄송해요!"

"아, 정말!"

벤야가 아공간을 열더니 그 안에서 해골마를 꺼냈다. 단숨에 그 위로 올라탄 그녀가 팔을 펼치며 외쳤다.

"잡아!"

차악!

시몬이 그녀의 손을 잡고 해골마의 몸통을 밟은 다음 그녀의 뒷자리에 올라탔다.

"혹시 말 몰아봤니?"

"네! 제가 할까요?"

"부탁해."

벤야가 두 다리를 옆으로 뺐고, 시몬이 그녀를 지나 말고삐를 붙잡았다.

그렇게 해골마는 최고 속도로 로체스트에 도착했다.

"순식간에 왔네요!"

먼저 바닥에 내려온 시몬이 신사처럼 벤야의 손을 잡아주었다.

"땡큐."

그녀도 사뿐하게 바닥에 내려와 아공간에 해골마를 집어넣었다.

"이쪽이야, 가자!"

"네, 선배님."

이번 펜타모니엄 학술회에서 큰돈을 손에 넣은 시몬은 큰맘 먹고 제대로 지르기로 했다.

시몬이 이번에 바닐라에 주문한 물건은 '헤르세바의 심장'.

무려 '2만5천 골드' 가치를 가진 리치의 라이프베슬 재료가, 지금 로체스트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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