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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369화 (369/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69화

"아하하! 그런 거 아냐."

비로소 무슨 상황인지 깨달은 시몬이 모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벤야 선배와 로체스트에 간 건 리치 제작 재료를 받기 위험이었으며, 어젯밤 기숙사에 들어오지 못한 이유는 밤새 리치를 제작하느라 정신이 팔려서 라고 밝혔다.

사실이기도 했고 지극히 시몬스러운 이유였기에, 메이린과 카미바레즈는 납득했다.

하긴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시몬이 여선배를 꼬셔서 야반도주할 성격은 결단코 아니었다.

"못 말린다니까."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던 강의실 분위기가 순식간에 누그러들었다.

메이린은 예쁘게 웃는 얼굴로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넘겼다.

"시몬답네요."

카미바레즈도 생글생글 웃었다. 갑자기 분위기가 샤랄랄라 핑크빛 꽃밭으로 바뀌는 것을 느끼며 딕은 인상을 찌푸렸다.

"근데 난 왜 맞은 거야?"

그의 머리에는 작은 혹이 나 있었다.

"입 닥쳐."

"조용히 해주세요."

메이린이 얼굴을 붉히며 으르렁거렸고, 카미바레즈도 뾰로통한 투로 말했다.

딕이 뻔뻔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나 참~ 니들이 궁금해하던 걸 돌직구로 딱! 해결해 줬으면 감사하게 생각해야지!"

"아, 닥치라고! '벤야 선배랑 재미 좀 봤냐'가 뭐냐? 더럽게!"

"어허!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숭고한 기적을 더럽다고 표현해? 남녀 둘이 들어가서 셋이 되어 나오는 기적을......!"

"하지 말라고!!"

귓불까지 시뻘겋게 변한 메이린이 딕의 등짝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시몬과 카미바레즈가 작게 웃음을 지으며 마주 보았다.

"시몬! 그럼 어젯밤에 리치를 완성한 거예요?"

"음."

시몬이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

"완성은 했는데 상황이 약간 복잡해졌어."

일일이 설명하는 것보단 그냥 보여주는 게 나으리라.

아공간을 열어서 헤르세바를 불러왔다. 공중으로 휙 날아오르는 지팡이의 모습에, 메이린은 얼른 스커트를 붙잡으며 이를 갈았다.

"변태 지팡이 아렐델루......!"

"이젠 아렐델루가 아냐."

시몬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손바닥을 펼쳤다.

"소개할게. 내 새로운 소환수가 된 리치, 헤르세바야."

[뭐야? 이 꼬마들은.]

헤르세바의 목소리를 들은 조원들이 깜짝 놀란 반응을 보였다.

"지, 지팡이가 말을 해?"

"여자 목소리예요!"

[새삼스럽게 뭘, 말하는 지팡이 처음 보니?]

헤르세바가 자유자재로 공중제비를 돌며 말했다. 메이린이 시몬을 보았다.

"근데 리치 만들었다며? 리치는 어디 가고 이 지팡이는 뭔데?"

"이 지팡이가 그 리치야."

"????"

시몬은 느긋하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설명했다.

리치는 무사히 완성됐지만, 지팡이와 연동하는 과정에서 리치의 정신이 지팡이로 넘어가 버렸다. 본체인 리치는 식물인간처럼 제힘으로 움직이지 못하지만, 라이프베슬은 정상적으로 뛰고 있다.

그리고 본체와 지팡이의 거리가 가까우면, 지팡이만으로도 흑마법을 쓰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는 이야기까지.

"대박인데!"

설명을 다 들은 딕이 흥분한 얼굴로 책상을 두들겼다.

"흑마법이란 게 원래 변수가 겁나 많다지만, 이런 경우는 또 처음 들어봐! 그럼 이제 오버로드처럼 전용 아공간 만들어서 리치의 본체만 지키면 되는 거 아냐?"

"안 그래도 아공간 장인분께 이야기해 뒀어."

어느새 헤르세바는 카미바레즈의 무릎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녀가 생글거리며 지팡이를 부드러운 손길로 쓰다듬자 헤르세바가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응 그래, 거기. 손잡이 아랫부분! 거길 조금 더 주물러 봐 꼬마야.]

"아하하! 고양이 키우는 것 같아요."

메이린은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술사의 칠흑을 소모하지 않고 미라를 만드는 능력이라, 소환술사다운 힘이긴 해."

"근데 이제 시몬을 누가 막냐."

딕이 키득거리며 말했다.

"오버로드랑 친위대만으로도 그렇게 강했는데, 여기서 또 새로운 무기를 장착했네!"

"자, 자! 이제 잡담 끝! 말 그만하고 책이나 펴."

메이린이 냉정하게 말하며 손뼉을 쳤다.

"시험공부 하러 모인 거잖아. 목적을 잊지 마."

"네, 메이린!"

[앗! 뭐야? 왜 쓰다듬는 걸 멈추는 거야! 계속해 줘!]

* * *

기말고사와 진급시험을 앞두고, 키젠에서의 나날은 어느 때보다 빠르게 흘러갔다.

우선은 '방과 후 BMAT'의 마지막 경기가 있었다.

시몬은 초록색 카드만 모으면 최고조합을 완성할 수 있었지만, 이쪽은 사령학 테마라는 점이 맘에 걸렸다.

그래서 대책을 세웠는데, 바로 같은 반의 '신디 비바체'와의 협력이었다. 그녀 또한 소환학 테마인 노란색 카드를 구해야 했기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고, 두 사람은 함께 마지막 BMAT에 참전했다.

사령학 테마에서는 신디가 활약했고, 소환학 테마에서는 시몬이 활약했다.

그 결과.

1위 - 시몬 폴렌티아 (25점)

1위 - 샤텔 마에르 (25점)

3위 - 메리다 휴 이켈 (16점)

3위 - 글렉 크로우 (16점)

5위 - 헥토르 무어 (15점)

빨주노초파남보 7장 조합에 황금카드까지. 시몬은 최고조합을 완성했다.

최고조합 24점에 더해, 공성전 수성팀 최고 공로자로 선정되어 1점을 추가로 받아서 도합 25점. 당연히 1등을 따냈다.

그리고 같은 공동 1위의 거인혼혈 샤텔은 최고조합 24점에, 타깃 플레이어 킬을 한 차례 성공해서 1점 추가. 25점을 완성했다.

가히 이름값을 한 두 소년의 활약이었다.

그 외에도 고순위는 대부분 모든 과목을 빠짐없이 잘하는 학생들이 차지했다.

이렇게 4차 방과 후 BMAT라는 큰 산도 지나갔다.

이제 학생들에게 남은 건 세 가지.

2학년 승급 시험.

기말고사.

그리고 두 가지의 빅 이벤트를 위해 거쳐야 할 관문, 요즘 학생들의 골머리를 썩이게 하는 각 과목 수행평가들이었다.

학생들은 짙은 피로를 느끼며 밤을 새우기 일쑤였지만, 시몬의 경우에는 상황이 그나마 나았다.

소환학의 마지막 수행평가인 <마법형 언데드 창작 및 논문>.

혈류학의 마지막 수행평가인 <심장과 관련된 흑마법 시현>.

두 과목의 마지막 수행평가 두 개를 전부 '리치'로 커버할 수 있게 됐으니까.

나머지 과목들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마투학 수행평가인 <조교와의 대인전>은, 촉파를 비롯한 시몬만의 오리지널의 마투학을 순조롭게 개발 중이었고.

맹독학에서도 '면역계' 수업에서는 확실한 두각을 드러내고 있었으니 든든했다.

칠흑역학은 전체적으로 무난한 수준, 하지만 이번 펜타모니엄 학술회 준비로 이론이 튼튼해져서 기말고사 성적은 기대해 볼 만했다.

이제 시몬은 당분간 저주 공부에 집중하기로 했다.

저주학의 마지막 수행평가인 <세 개 이상의 저주를 이용한 시너지 저주>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라도, 바힐의 4대 저주를 모두 익혀서 콤펠로니아라는 저주를 손에 넣어야 했다.

현재 4대 저주 중에서 시몬이 마스터한 저주는 두 가지.

무통의 저주 인돌렌스(Indolence). 고통이나 통증을 잠시 미뤄뒀다가, 선택한 상대와 한 번에 나누어 받는 저주였고.

적대의 저주 호스틸(Hostile). 두 대상을 서로 적대하게 하는 저주였다.

일단은 이 두 가지 저주의 공통점은 찾기 힘들었다. 우선 네 가지 저주 모두 습득한 뒤에야 콤펠로니아로 향하는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은 망상의 저주, 딜루젼(Delusion).'

혼자서 익히는 데 성공한 다른 두 저주와는 달리, 이 저주는 상당히 어려웠다.

바힐을 찾아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시몬~"

시몬이 고개를 돌리자 뽀송뽀송한 샴푸 향기가 났다.

쪼그려 앉아 있던 카미바레즈가 책상 위로 고개를 빼꼼 들며 배시시 웃어 보였다.

"다음 수업 들으러 가요!"

"아."

정신없이 공부하더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지나 있었다. 시몬이 짐을 챙기며 물었다.

"오후 수업이 뭐더라?"

카미바레즈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발터 교수님의 혈류학이요!"

"......아하."

펜타모니엄에서부터 승승장구. 미라와 이능을 쓰는 리치까지 제작.

요즘 모든 면에서 잘 풀리는 시몬에게 있어, 유일하게 진전이 없고 찜찜한 점을 말하라면.

바로 발터에 대한 조사였다.

시몬은 딕과 카쟌의 협력으로 여러 조사를 진행했지만, 원하는 결과는 얻지 못했다.

우선 딕에게 의뢰했던 조혈주사 성분 조사는, '인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일말의 문제점도 발견하지 못했음', '효과가 점점 떨어질 수는 있으나 안전에는 문제없음'이라는 펜타모니엄 학자들의 실험 결과를 받았다.

발터가 최근 학생들에게 주사하고 있는 '조혈주사'에 의문을 느껴서 의뢰를 했는데, 오히려 시몬의 조사가 조혈주사의 안정성을 검증해 버린 격이 된 것이다.

그리고 시몬이 가장 결정적인 증거라고 생각했던 '필적감정' 의뢰.

발터의 연구실에서 발견한 '발터의 서명'과.

신성연방 열차에서 발견한 '혈천교의 주교 유다'의 서명.

이 두 서명이 같은 사람이 했다는 것만 증명된다면 시몬은 당장에라도 네프티스에게 연락해서 발터를 잡아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두 서명은 완전히 다른 사람의 필체임을 보증합니다.]

랭거스틴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필체 검증사의 보증. 이번에도 발터와 유다가 다른 사람이라는 증거만 생기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카쟌에게 의뢰했던 내용. 발터와 연결고리가 있던 '카론 백작'에 대한 조사는, 공교롭게도 카론 백작이 선박 사고 때문에 실종되는 것으로 지지부진하게 끝났다.

카쟌과 도둑길드는 사고가 인위적일 수 있다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조사했으나, 사건 당일은 파도가 높고 폭풍우가 치는 날이었기에 당위성이 떨어졌다.

'으.'

증거 없음.

조혈주사는 안전.

무엇보다 '혈류학 교수 발터'와 '혈천교 주교 유다'는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증거까지.

이쯤 되면 시몬도 혼란스러웠다. 이제는 발터 교수를 의심하던 건 전부 내 착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사실 시몬에게도 결정적인 증거는 없었고, 대부분이 자신의 '감'에 기인한 의심이었으니까.

그럼에도 시몬은 '발터는 수상한 사람이다'라는 생각만큼은 버리지 않고 있었기에, 조혈주사를 맞는 건 거부하고 있었다.

-네 생각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구나. 강요할 수는 없으니까.

시몬의 주사 거부에도, 발터는 오히려 미소 지으며 시몬의 선택을 존중해 주었다. 거기에 주사를 맞지 않은 시몬을 위해 간혹 보여주는 이런저런 배려까지.

증거가 나오지 않으니 다른 도리가 없었다. 당분간은 조금 더 공부와 훈련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대로는 괜한 사람 의심하는 것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발터 교수님의 건강 문제로 오늘은 휴강입니다."

혈류학 수업을 들으러 강의실에 들어왔을 때, 수석조교가 그렇게 말했다.

곳곳에서 남학생들의 폭죽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지만, 몇몇 여학생들이 지그시 눈치를 주었다.

"철이 너무 없어도 문제야. 문제."

메이린도 그렇게 말하며 휘파람을 불고 있는 딕의 정수리를 교과서로 가볍게 때렸다. 딕이 악! 소리를 내며 뒷머리를 붙잡았다.

"지도 좋으면서 왜 때려!"

"예의는 지켜 밥팅아!"

카미바레즈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손을 모았다.

"요즘 발터 교수님, 기침도 많이 하시고 그래서 조금 걱정이네요."

"금방 회복하실 거야."

메이린이 말했다. 시몬도 고개를 끄덕이며 짐을 챙기고 있는데.

"아! 맞다. 니들 그거 아냐?"

딕이 불쑥 튀어나와 시몬의 목에 팔을 걸었다.

"내일 샤마임(Shamime) 축제잖아."

"알지."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모르는 사람도 있니?"

메이린이 핀잔을 주었다.

샤마임은 암흑연합의 가장 큰 축제이자 공휴일 중 하나로, 망자들의 원혼을 기리는 날이었다.

"저번 주에 드레스 코드도 받았잖아요!"

카미바레즈가 신이 난 듯 말했다.

"응, 드레스는 좀 신경 쓰이네. 시험 기간인데 귀찮게. 그냥 대충 입던 거 입고 가면 되겠지?"

라고 말하는 메이린은 무려 샤마임 축제 3주 전부터 주문한 값비싼 드레스를 입을 생각에 상당히 들떠 있었다.

"근데 말야."

딕이 히죽 웃었다.

"그 샤마임 행사에서 결투평가 공지를 한대."

"아, 결평? 슬슬 할 때가 되긴 했지."

메이린이 별 감흥 없이 말했다.

"가뿐하게 1승 챙기고 넘기면 되지. 진급시험 전에 실력을 시험해 볼 괜찮은 이벤트네."

'드디어!'

반면 시몬은 입꼬리가 하늘로 승천하고 있었다.

헤르세바의 데뷔전! 상위 스쿼드의 결투평가라면 부족함이 없다.

"아니, 아니. 이번엔 평범한 결평이 아냐! 이번에는 무려 지목제일지도 모른대."

"방금 그 말."

네 사람이 움찔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커다란 언덕이 솟아오르며 두 눈이 번쩍였다.

"거짓말은 아니겠지?"

헥토르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시몬을 노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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