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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373화 (373/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73화

화아아악―!

바닥에 꽂힌 지팡이, 헤르세바에서 눈부신 광채가 쏟아져 나왔다.

영역반전에 잠식됐던 수묵화의 검은 바닥이, 농밀한 황금색으로 변해가기 시작한다.

"이런 미친......!"

관중석에서 지켜보고 있던 특례 7번의 엘리사가 식은땀을 흘렸다.

"저건 흑마법이 아니야! 이능이잖아!"

"음흐흐흐흐!"

옆자리의 딕이 음흉한 웃음을 흘렸다. 엘리사가 얼른 고개를 돌렸다.

"이봐, 장사치! 어떻게 된 거야?"

"보다시피, 이제 시몬은 저런 것도 가능하다 이거지~"

그녀가 코끝을 찌푸렸다.

"잘난 척하지 말고 대답이나 해! 원래 시몬이 이능을 가지고 있었어? 아님 그동안 힘을 숨겼다가 상대가 샤텔이니까 최선을 다하는 거야?"

"시몬은......!"

대답은 딕의 너머에서 들려왔다. 카미바레즈가 가슴에 손을 얹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한 번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이 없어요."

그럼그럼. 하고 그 옆의 벤야도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사는 조금 무안한 표정이 되었다.

"아, 알았어. 왜 정색을 하고 그래?"

"그 말대로―"

딕이 어깨를 으쓱했다.

"저건 시몬이 새롭게 장착한 힘이야."

"......이능은 선천적인 힘인데 뭔 개소리?"

"흐흐흐! 모르면 닥치고 감상해! 여기서 저 기술을 쓴 걸 보면 시몬도 힘을 숨길 생각은 없어 보이니까."

* * *

경기장 내부.

"......."

샤텔은 당황하고 있었다.

'영역반전'의 힘이 경기장 전체에 적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 지팡이의 힘으로 황금화된 바닥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영역반전과 대립되는 힘. 지금 이 순간에도 황금의 땅은 샤텔의 영역을 밀어내며 점점 세력을 확대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황금의 땅에 우뚝 버티고 서 있는 소년.

시몬 폴렌티아.

그가 입은 결투용 슈트 위에는 휘장, 혹은 붕대 같은 것이 빙글빙글 돌아가며 의복처럼 기능하고 있었다. 저건 마투의 흑의도, 칠흑막도 아닐 것이다.

이능(異能).

시몬 폴렌티아는 지금 이능을 쓰고 있다.

"놀랐나 보네."

시몬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세워 들었다.

"반격은 지금부터야."

쿠구구구구구구!

그의 손짓에 따라 경기장 전역이 뒤흔들리며, 황금의 땅에서 뭔가가 올라오고 있었다.

"!"

그것은 건축물의 지붕.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니다.

커다란 '도시 전체'가, 바닥에 파묻혀 있는 자태를 드러내듯 올라왔다.

저벅! 저벅!

무수한 발소리가 황금바닥을 울린다.

방금 만들어진 건물의 문에서, 붕대로 몸을 휘감은 괴물들이 휘적거리며 튀어나왔다.

관중석의 사방팔방에서 비명과 경악성이 교차했다.

"미라(Mirra)다!"

"진짜 미라야!"

웅성 웅성 웅성!

전설 속에서나 언급되던 고대 언데드의 출현에, 관중석 전체가 대충격에 휩싸였다.

샤텔의 입장에서도 더 이상은 방관할 수 없었다. 아직 헤르세바의 황금화가 닿지 않은 지점에 영역반전을 일으켜, 바닥을 띄워 탄환처럼 날려 보냈다.

그 모습을 본 시몬은 슬쩍 건물 뒤로 몸을 피했다.

꽝!

쩌엉!

바닥과 황금 구조물이 부딪치며 고막이 찢어질 듯한 굉음이 연신 터져 나왔다.

"가라!"

이어지는 시몬의 외침에, 미라들이 하나둘씩 전진했다.

외견은 마치 붕대에 휩싸인 좀비. 하지만 좀비보다 더 크고 빠르며 움직임도 자연스럽다.

-갸갸갹갹갸갸갸갹!

미라들이 우르르 몰려오는 모습을 보며, 샤텔도 한결 진중한 얼굴로 흑마법 구사에 집중했다.

<영역반전 - 조정>

전면에는 흙으로 성벽을 세워서 미라들의 접근을 막은 다음, 경기장의 파편, 토사, 자갈 등을 모조리 띄워올렸다.

꾸드득! 꽈득!

그러고는 공중에서 파편들을 재조립했다. 약간의 공정을 거치자 그 끝이 날카로운 송곳의 형태로 깎여 나갔다.

이내 샤텔이 손바닥을 내리는 것을 신호로.

콰콰콰콰콰콰콰쾅!

초광범위 물리 폭격이 도시 전역에 퍼부어진다.

"와......!"

관중석 곳곳에서 얼빠진 탄성이 터져 나온다.

도시를 짓는 시몬, 그리고 도시를 폭격하는 샤텔.

두 사람의 싸움은 이미 일반적인 결투평가의 영역을 아득히 넘어서고 있었다.

쿠구구구-

도시 전역에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

광범위 폭격을 손짓 한 번에 이루어낸 샤텔은 덤덤한 얼굴로 스크린을 보았다. 배리어 게이지를 확인해보니 아쉽게도 시몬은 공격에 맞지 않았다.

팽팽―!

"?"

샤텔이 뒤를 돌아보자, 어느새 후방으로 돌아온 미라 한 기가 붕대를 던져 그의 왼팔을 휘감고 있었다.

스륵! 스르르륵!

다른 미라들도 마찬가지였다. 채찍처럼 날아온 붕대들은 샤텔의 팔과 머리, 허벅지를 감쌌다.

샤텔은 힘으로 떼어놓으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압박이 강했다.

터업. 텁.

어느새 샤텔이 세워뒀던 드높은 성벽도, 미라들은 붕대를 밧줄처럼 이용해 가뿐하게 올라오고 있었다. 언데드라지만 붕대의 활용력이 상당히 뛰어나다.

이대로는 위험했다.

"흡!"

샤텔의 눈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영역반전 - 제어>

자신을 묶고 있던 미라들은 바닥에서 창날을 올라오게 해 꿰뚫었고, 성벽은 허물어뜨려서 토사와 함께 미라들을 가두었다.

근처를 정리한 샤텔이 고개를 움직여 주위를 크게 둘러보았다.

"......."

어느새 그는 포위당해 있었다. 경기장의 우측과 촤측라인은 물론, 후방까지.

샤텔이 딛고 있는 땅의 일부를 제외한 전역이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마치 땅따먹기.

이제 시간이 지나서 건물이 올라오면 저곳에서도 미라들이 나올 것이다.

"소용없어 샤텔."

도심 내에서 시몬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도시에서 빠져나가는 건 불가능해."

와아아아아아-!!

관중석은 이미 난리가 났다.

경기장 전체가 금빛으로 번쩍번쩍. 시몬의 화려한 신기술에 모두가 입을 벌리며 지켜보고 있었다. 2학년 3학년 선배들도 기탄없이 함성을 지르고 손뼉을 쳤다.

"미쳤네. 1학년이 수십 기의 언데드를 조종하는 게 가능해?"

"최소 40기는 넘어 보이는 것 같은데요."

"지가 군단장이야 뭐야?"

"최소한 사념 접촉 방식은 아닌 것 같네."

학생들은 새로운 기술을 만끽하고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

결국 샤텔도 계획을 바꾸었다. 우선 바닥 파편을 일으켜서 둥그스름한 원형칼날의 형태를 빚어냈다.

그렇게 15개의 칼날이 완성되는 순간, 무릎을 굽히고 도시를 향해 도약했다.

쿠우우웅!

길가의 미라 두 마리를 짓밟으며, 샤텔은 시몬이 있던 도시의 중심지에 내려왔다.

어느새 건물은 크게 높아져서 3미터가 넘는 샤텔의 키와 비슷하게 커져 있었다.

-갸갸갹!

-갹갸갸갸갹!

하지만 이곳은 적진 한복판인 만큼 미라들이 몰려들었다. 샤텔이 팔을 휘둘렀다.

위이이이이잉!

원형톱날들이 반응했다. 톱날들은 샤텔을 보호하듯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사방으로 밀려드는 미라들을 통으로 갈라 버렸다.

원형톱날이 지나갈 때마다 미라들의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되었다. 지붕에서 쏟아지는 미라들이 샤텔에게 붕대를 날렸지만, 이 원형톱날은 붕대도 가뿐히 잘라냈다.

처음 보는 언데드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샤텔은 대미라전의 공략법을 만들어낸 것이다.

쿵! 쿵! 쿵!

이제 술래잡기가 시작되었다.

샤텔은 시몬을 찾아 도시를 활보했고, 마침내 그의 시야에 시몬이 좁은 골목으로 헐레벌떡 도망치는 모습이 보였다.

샤텔도 속도를 내어 뒤따르는 그때.

"!"

기척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니, 붕대에 묶인 좀비 하나가 공중에서 날아오고 있었다.

-갸갸갹!

무려 뒤에 있는 미라가 붕대로 좀비를 묶어서 던진 것이다.

그와 동시에 시몬이 오른손을 꾸욱 주먹 쥐었다.

<시체폭발>

꽈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좀비가 터져 버렸다. 그 폭발에 천하의 샤텔도 휘청하며 자리에 엎어졌다.

[시몬 폴렌티아 : 98%]

[샤텔 마에르 : 87%]

"됐다!"

"처음으로 샤텔이 피해를 입었어!"

아무리 칠흑막을 두르고 있더라도 시체폭발의 화력만큼은 100%로 막지 못한다.

샤텔의 방어를 공략할 여지가 생기자, 시몬도 즉각 반격으로 전환했다. 도시 곳곳에서 미라와 좀비들이 콤비를 이루었다.

미라들은 붕대로 좀비를 묶은 다음 도시의 지형지물을 이용해 던지기 시작했다. 지붕을 붕대로 휘감아 원심력으로 던지거나, 기습적으로 건물 천장이나 창밖에서 떨어뜨리기도 했다.

그리고 좀비들이 샤텔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면.

<시체폭발>

시몬이 시체폭발로 터뜨렸다.

꽈아아아아앙!

퍼어엉!

샤텔이 다시 수세에 몰린다. 아무리 원형톱날의 성능이 좋아도, 시몬을 찾는 동시에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좀비들을 날리는 이 모든 공격을 막기는 어려웠다.

"언데드 컨트롤이 예술이야!"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들은 극도로 흥분한 상태였다.

"진짜 샤텔도 이겨 버리는 거 아냐?"

"뭐가 됐든 역대급 결평이네."

이제는 시몬을 응원하는 소리가 샤텔팬들의 목소리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화려하고 현란한 경기 운영이었다.

"아주 푹 빠져 있네? 회장."

교수들이 앉는다는 경기장의 VIP석, 그곳에 자리하고 있는 키젠의 부회장이 말했다.

그리고 부회장의 앞에는 산더미만 한 덩치의 판타서스가 벌떡 일어나 아이처럼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음! 당연하다!"

판타서스가 입꼬리를 올렸다.

"언젠가 내 뒤를 이어줬으면 하는 소년의 결투평가니까!"

그 말을 들은 부회장이 피식 웃었다.

"그 힘든 자리를 짬 시키려 하다니, 너무하네."

"짬이 아니라 꿈이다!"

꽈아아아아앙!

한편 시체폭발을 피해낸 샤텔의 몸이 주르륵 뒤로 물러났다. 이제는 시몬을 찾는 것보다 그의 공격을 피하기 급급한 상황까지 왔다.

게다가 미라의 개체 수는 줄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스으.

결국 수세에 몰린 샤텔이 오른발을 들었다.

영역반전 마법진은 줄곧 그의 신발 밑창에 붙어 있었다.

'저기 있었구나.'

시몬은 건물 벽 뒤에 숨은 채 그 모습을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

'어쩐지 발에 닿은 지점만 황금화가 풀린다 했어. 헤르세바, 다시 시체폭발 간다.'

[오케이~ 폭발 타이밍 잘 맞춰!]

그때 샤텔이 신발 밑창에서 사이즈를 줄인 영역반전 마법진을 뽑아내는 동시에, 등에 펼쳐진 또 하나의 마법진을 뽑아냈다.

그 모습을 본 시몬이 혀를 내둘렀다.

'그렇게 싸우면서도 등 뒤에 또 다른 흑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던 거야?'

이내 샤텔이 두 개의 마법진을 맞부딪혔다.

파직! 파직!

융합 마법진.

3학년 때나 배우는 초고난도의 흑마법이었다.

"시몬 폴렌티아."

웅웅!

샤텔이 말했다. 마치 마이크를 대고 말한 것처럼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시몬은 깜짝 놀라며 귀를 기울였다.

"날 상대로 상성이 좋. 다고 한 그 이야기."

파지지직!

이내 두 개의 마법진이 하나로 합쳐졌다.

"그대로 돌. 려 주마."

<샤텔 오리지널 - 영역장악>

화아아악!

마법진이 발동하는 순간, 찬란하게 빛났던 황금도시 전역이 정전이 일어난 것처럼 어두워졌다.

[꺄아악! 뭐야 이거?]

대지가 장악당하자 모든 건축물과 미라들도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시몬이 등을 기대고 있던 건물도 녹아내렸다.

'헤, 헤르세바? 어떻게 된 거야?'

[으으윽! 꾸, 꿈쩍도 안 해! 내 능력이 안 들어!]

어느새 휘황찬란한 황금도시가 허상처럼 무너져 내리고, 영역장악에 점령당한 검은 경기장 바닥만이 보였다.

샤텔이 고개를 돌려 휑한 벌판 위의 시몬을 노려보았다.

"찾. 았다."

'......윽!'

시몬은 일단 바닥에 꽂혀 있는 헤르세바부터 뽑아 들어 회수했다. 샤텔은 천천히 손가락을 하늘을 향해 세웠다.

"?"

시몬의 시선도 아주 잠깐 하늘을 향하는 순간.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

경기장 바닥 전체가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꺄아아!"

"무슨 일이야?!"

사방에서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시몬도 당황한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관중석 1층에 있던 학생들의 모습이 내려가고 있다. 아니, 그들이 내려가는 게 아니라 시몬이 하늘로 치솟고 있는 거였다.

콰앙!

마침내 경기장의 천장이 박살나며, 찬란한 햇빛이 시몬의 머리 위로 드리워졌다. 서늘한 바깥바람이 시몬의 머리카락을 휘날렸다.

어느새 경기장은 상공에 떠 있었다.

'......자, 장난 아닌데.'

시몬이 이마의 식은땀을 소매로 훔쳤다.

칠흑 대지계로 그냥 경기장을 띄워버리다니, 샤텔의 스케일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 제는. 피할 수 없.다."

샤텔의 눈빛이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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