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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377화 (377/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77화

시몬과 샤텔이 맞붙었던 제1 경기장은 하늘로 올라갔다가 산산조각 났고.

메이린과 세르네가 싸웠던 제3 경기장은 불바다가 됐다.

결국 키젠 측에서는 두 경기장 모두 사용중지 명령을 내렸다. 관리자들은 다른 경기 장소를 협조하느라 다리에 쥐 나도록 뛰어다녀야 했다.

그리고 시몬과 딕, 카미바레즈는 메이린을 맞이하러 대기실이 있는 계단을 내려왔다. 저 멀리 복도에서 메이린이 수건을 뒤집어쓴 채 다가오고 있었다.

후끈한 열기가 가득한 경기장과는 반대로, 본인이 쓴 냉기 때문에 코를 훌쩍이면서.

"메이린-!"

카미바레즈가 울먹이며 달려가 그녀의 품에 힘껏 뛰어들었다. 메이린이 '아'하고 무안한 미소를 지었다.

"카미. 나 지금 더러운데."

"으흑! 정말 걱정했어요 메이린!"

결국 으아앙 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카미바레즈였다. 메이린의 품에 안긴 그녀의 얼굴도 숯검댕이가 되어갔지만 개의치 않았다.

메이린도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등을 쓸어주었다.

"크으으! 이번 경기는 진짜 개쩔었어! 이런 게 바로 졌잘싸지!"

딕이 호들갑을 떨며 마지막에 메이린이 칠흑빙결계를 내리치는 모습을 재현했다.

뒤따라 걸어온 시몬도 빙긋 웃으며 말했다.

"후회 없이 싸웠어?"

"......시몬!"

시몬과 조원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메이린은 안도감과 함께 코가 시큰거리며 눈앞에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얘들 앞에서 우는 건 부끄러웠다. 필사적으로 감정을 수습하며 힘껏 웃어 보였다.

"넌 이겼어?"

그녀의 물음에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샤텔을 이기다니, 너도 진짜."

두 사람이 잔잔한 웃음을 흘렸다.

그때 메이린의 품속에 얼굴을 묻고 있던 카미바레즈가 빼꼼 고개를 들었다.

"메이린! 마지막에 정말 멋있었어요!"

"어? 그, 그래? 난 뭐가 어떻게 된 건지도 모르고 무아지경이어서......."

"마지막에 미친 듯이 세르네를 몰아붙일 때, 약간 여자 시몬 같았어요!"

그 말에 메이린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카, 카미! 그거 진짜 칭찬이야?"

카미바레즈가 얼굴을 부빗하며 미소 지었다.

"저한텐 완전완전 칭찬이에요."

"너, 너어!"

네 사람 모두 왁자지껄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허리를 꺾으며 낄낄 웃어대던 딕이 천장에 붙어 있던 시계를 보고는 깜짝 놀란 표정을 보았다.

"와 씨,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냐! 카미! 슬슬 우리 경기도 준비해야 해!"

"네, 딕!"

세 사람이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향했다.

시몬도 바로 뒤따르려는데.

살랑-

그의 고개가 돌아갔다. 어느새 어깨에 깃털 한 장이 사뿐하게 내려앉고 있었다.

-고마워요.

깃털이 몸에 닿자 갑자기 세르네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반대편 복도 벽에 등을 기댄 채 손을 휙휙 흔들고 있었다.

"......세르네."

"우리 메이린을 도와줘서 고마워요. 그 아이는 상아탑의 중요한 인재니까, 후계자인 제가 인사를 드리는 게 맞겠죠."

그녀가 스커트 자락을 살짝 붙잡고는 고개 숙여 예를 취했다. 반면 시몬은 미간을 좁힌 채 한숨을 쉬고 있었다.

"메이린을 한계까지 밀어붙인 건 메이린을 위해서였다, 뭐 그런 소릴 하려는 건 아니지?"

"우후훗. 사실 처음엔 그럴 의도였어요~"

세르네의 입가에 소악마 같은 미소가 걸렸다.

"다만 우리 귀여운 메이린이 이를 갈면서 빠득빠득 덤벼드는 걸 보니 스위치가 눌러졌달까? 괴롭히고 싶어졌달까? 처음 생각했던 구상이 살짝 틀어져 버렸다니까요."

시몬이 떨떠름한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넌 성격이 나빠."

"그게 매력 아닌가용?"

낯빛 하나 안 바꾸고 제 입으로 그런 소릴 하는 세르네를 보며 시몬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야."

터업.

"둘이서 뭐 하냐?"

메이린이었다. 그녀가 시몬의 어깨를 붙잡더니, 강하게 잡아당겨 자신의 뒤로 숨겼다. 시몬은 다소 놀란 눈으로 그녀의 등을 보았다.

"어머~"

세르네가 의외라는 듯 말했다.

"환상 마법을 쓰고 있었는데 어떻게 알았어?"

"누굴 빡통으로 아나."

메이린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천장을 가리켰다. 어느새 벽면에 '환상 무력화'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야, 재밌지? 솔직히 나 정도는 언제든지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세르네는 그저 입을 다물고 은은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 계속 그렇게 방심하고 있어라. 1학년 학기 말에 70%까지 닿았어. 2학년엔 무승부까지 만들 거야. 그리고 3학년 졸업 때."

착!

메이린이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리며 당당하게 선언했다.

"반드시 널 꺾을 거야. 상아탑 후계자 자리도 받아 간다."

세르네의 눈매가 여우처럼 휘어졌다. 그러고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기대할게~"

세르네는 등을 돌렸다. 시몬에게 눈을 한번 찡긋해 보이고는, 주위의 공간이 일그러지는 효과와 함께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으휴."

허리에 손을 올린 메이린이 재수 없다는 듯 혀를 찼다. 그러고는 시몬을 돌아보았다.

"야."

당황한 시몬이 더듬거리며 말했다.

"자, 잠깐만! 메이린! 내가 뭘 어떻게 한 게 아니라 세르네가 갑자기......!"

"고마워."

시몬이 말을 멈췄다.

세르네와 관련된 일이라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지금 메이린의 눈동자에는 포근한 호의가 감돌고 있었다.

"관중석에서 네가 해준 이야기가 큰 도움이 됐어."

흐트러진 귀밑머리를 쓰윽 넘긴 그녀가 새초롬하게 말했다.

"네가 아니었음 지금쯤......."

"전부 네가 노력한 결과잖아?"

그렇게 말한 시몬이 성큼 걸음을 옮겼다. 저 멀리서 딕과 카미바레즈가 손을 흔들며 기다리고 있었다.

"적어도 오늘은 순수하게, 네가 이뤄낸 성취에 기뻐해."

"......."

앞서 나가는 시몬의 등을 보며, 그녀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가, 같이 가! 멍충아!"

* * *

이번 결투평가가 올해 1학년 마지막 결투평가라고, 키젠본부에서 공식적으로 밝혔다.

시몬은 상위 스쿼드. 무패 기록을 달성했다.

메이린도 지금까지 쭉 무패였지만 마지막에 세르네를 만나 패배해서 중위 스쿼드에.

카미바레즈는 중위 스쿼드에서 한번 이겨 상위 스쿼드. 딕은 하위 스쿼드에서 마감했다.

다만 결투평가의 성적은 결투 내용에 따른 세부평가가 주가 된다. 메이린은 중위 스쿼드지만 어지간한 상위 스쿼드 학생보다 높은 성적을 받을 것이다.

물론 최종 스쿼드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부분도 있다.

처음에 높은 스쿼드에 있었다고 해도, '현 최하위 스쿼드'의 하위 100명은 즉시 키젠에서 퇴학당하게 됐다. 통합 2학기로 들어오면서 결투평가의 비중이 떨어져 퇴학자가 줄어든 게 이 정도였다.

그렇게 입학 당시 기준 키젠 전교생 1,000명 중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건 647명.

앞으로 각종 수행평가와 기말고사, 임무평가 등에서 나오는 성적 미달자들, 그리고 무엇보다 진급시험 탈락자까지 포함되면 생존자는 급속도로 줄어나갈 게 뻔했다.

그리고.

중요한 난관인 과목별 '최종 수행평가'가 시작됐다.

먼저 홍펭 교수의 마투학의 「조교 대인전」.

"크하하하!"

시몬이 상대할 마투학 조교는, 시몬과 악연이 있던 그 '브레드'였다.

"뭐 하냐? 시몬 폴렌티아! 그때처럼 까불어보라고!"

대련장에서 브레드의 주먹이 무수히 뻗어 나가며 시몬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시몬은 철저한 방어로만 일관했다.

이번 조교 대인전 수행평가의 룰은 마투만을 이용할 것.

마법진을 쓰면 실격.

그리고 학생의 배리어 게이지가 다할 때까지, 조교를 상대로 뭐든지 '세 방의 유효타'를 먹이면 A+ 확정이다.

"뭐 해! 제대로 덤벼보라니까!"

브레드는 사심 가득 담긴 주먹을 내지르고 있었다.

다른 학생들을 상대로 적당히 손속을 두었지만 시몬을 상대로 그런 건 없었다. 가드자세를 올리고 있는 시몬의 배리어 게이지가 벌써 절반가까이 떨어졌다.

하지만.

"새끼!!"

시몬은 침착했다. 가드자세에서 웅크리고 있어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기회를 엿보는 눈빛에 브레드는 더더욱 약이 올랐다.

'그래 봐야 결국 공격수단은 취타, 천흉, 착검 중 하나! 절대 안 맞아준다!'

브레드가 연타를 끊고 오른 주먹을 뒤로 뺐다. 칠흑이 거칠게 일렁이는 모습에 딕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시몬! 천흉이야!"

"피해요!"

상대의 방어를 관통하는 천흉.

브레드가 히죽 입꼬리를 올리며 방어자세를 취한 시몬을 향해 오른 주먹을 내지르는 그때.

스윽.

시몬은 스스로 가드를 열며 전진, 브레드의 천흉을 그냥 가슴으로 받아냈다.

"뭣?!"

관통기라는 걸 알고 있어도 이런 짓은 어지간한 강심장이어야 했다.

시몬은 브레드에게 바짝 다가가며 오른손을 그의 옆구리에 찰싹 붙였다.

그러곤 힘껏 밀었다.

<시몬 오리지널 - 촉파>

터어어엉!

브레드의 몸이 밀려났다. 타격이 명중했음을 뜻하는 첫 번째 불이 들어왔다.

쿠웅!

"크윽!"

브레드가 경기장 끝으로 날아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뭐야, 뭔 기술에 당한......!'

그리고 고개를 들자마자, 검지와 중지를 붙인 채 딱밤 튕기기 자세를 취하고 있는 시몬의 모습이 보였다.

<시몬 오리지널 - 파풍(爬風)>

시몬이 손가락을 튕기는 것으로 둔탁한 소리와 함께 브레드의 이마에 충격파가 터져 나갔다.

또 하나의 불이 들어오자 지켜보던 학생들이 환호했다.

"뭐야뭐야?"

"잘한다! 계속 밀어붙여!"

브레드는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을 들었다.

그래 봐야 학생 수준이니까 삼대 마투기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오리지널 기술이 튀어나왔다.

'빌어먹을! 새로운 마투기는 오리지널 마법진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데!'

브레드가 번쩍 몸을 일으켰다.

'더 시간을 주면 안 돼!'

무슨 일이 있어도 3회 타격만큼은 허용할 수 없다. 이건 조교로서 자존심의 문제였다.

브레드가 칠흑을 짓밟고 시몬에게 돌진했다.

"후우우."

그때 시몬은 호흡을 길게 가져가며 팔을 유려한 동작으로 휘젓고 있었다.

무언가의 준비 자세.

그의 주먹에 칠흑이 비정상적으로 뒤엉키는 모습이 보였다. 고작 학생이 상대였지만, 브레드의 눈에 초조함이 일렁였다.

'제길! 뭐야?'

근접기?

원거리 타격?

카운터?

그라운드 기술?

도저히 무슨 마투기인지 알 수 없었다.

당황한 브레드가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시몬의 움직임을 살펴보려는 그때.

쿵-!

시몬이 대뜸 주먹을 바닥에 내리쳤다. 지면이 꿀렁이며 흔들리더니 브레드의 발밑에서 퍽! 소리와 함께 흙 파편이 분수처럼 튀었다.

'1학년이 파동계를......!'

흙과 자갈 따위가 브레드에 부딪쳤지만 이 정도로 세 번째 불빛은 켜지지 않았다.

물론.

스르륵.

시몬의 노림수는 왼손에 있었다.

오른 주먹으로 바닥을 찍은 다음, 물 흐르는 듯한 동작으로 후속공격이 온다. 휘둘러지는 그의 왼손에는 칠흑이 삐쭉한 칼날의 모양을 이루고 있었다.

<홍펭 오리지널 - 착검(着劍)>

촤아아아아아아악!

솟구치는 흙더미로 브레드의 시야를 가리고, 흙더미와 함께 상대를 그어버리는 원거리 공격기 착검.

브레드가 급히 몸을 젖혀 피하려 했지만.

쩍!

검격은 옆구리와 팔을 스치고 지나갔다. 마침내 세 번째에도 불빛이 들어온다.

"경기 중지!"

홍펭이 손뼉을 짝! 치며 소리쳤다.

"지몬 폴렌티아 학쟁! 마투학 조교에게 3번의 타격을 명중지켰으므로 A+ 확정이에요!"

시몬이 주먹을 치켜들며 환호했다. 딕과 메이린, 카미바레즈가 마구 소리쳤고, 다른 학생들도 첫 'A+'에 환호하며 손뼉을 쳐주었다.

"......어?"

브레드는 멍청하게 얼빠진 표정으로 입만 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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