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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383화 (383/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83화

드디어 진급시험 + 5차 BMAT 당일.

1학년 전교생은 스칸버 항구라는 곳으로 텔레포트 되었다.

던전이 있는 섬이 하필이면 좌표고정이 어렵고 위험한 장소라, 이렇게 항구에서 배를 타고 가야 한다는 모양이었다.

학생들은 조교들의 통제에 따라 쫄래쫄래 선착장으로 걸어가 준비된 4인용 나무배에 올라탔다. 섬의 주민들이 배 한 척당 한 명씩 노를 들고 서 있었다.

"큰 배는 네 명씩! 작은 배는 세 명씩 앉으세요!"

활력 넘치는 소년 소녀들을 통제하느라 조교들은 목이 쉬어라 소리치고 있었다.

"네 명 다 탈 자리가 없네."

선착장을 돌아보고 온 메이린이 허리에 손을 얹으며 중얼거렸다.

"한두 명씩 찢어져서 타야겠어."

"네. 어쩔 수 없네요."

카미바레즈가 아쉬운 웃음을 흘렸다.

"시험 전에 조금이라도 다 같이 있고 싶었는데......."

그 말에 시몬과 메이린이 움찔한 표정을 짓더니, 서로 급히 눈빛을 교환했다.

마침내 두 사람의 시선이 향한 곳은 딕이었다. 빨리 뭐라도 해보라는 눈빛이었다.

"우후후! 해결사가 나설 차롄가?"

딕은 자신감 넘치는 걸음걸이로 섬주민들에게 다가갔다. 대륙어를 모르는 사람들이라 손짓 발짓으로 뭔가를 막 설명했다.

"학생! 자리로 돌아가세요!"

조교 한 명이 큰 소리로 외쳤지만 딕은 배를 부여잡으며 화장실이 급하단 시늉으로 변명했다.

결국 조교가 한숨을 쉬며 다른 곳으로 떠나자, 잽싸게 섬주민과 대화를 재개했다.

"სყლჹჺჟ!"

주민이 뭐라고 말하며 어딘가로 뛰어갔다. 그렇게 잠시 뒤.

"와아아!"

카미바레즈와 메이린이 서로 껴안고 폴짝폴짝 뛰었다.

주민이 직접 본인 소유의 배를 가지고 온 것이다.

딕이 금화 하나를 슬쩍 찔러주며 '요! 요! 우리는 이제 친구!'를 외쳤다. 두 사람이 주먹을 맞부딪히고 손뼉을 치는 게 아주 잘 통하는 모습이다.

"됐어, 다들 올라타!"

모두가 쪼르르 배로 이동했다. 개인 배라서 그런지 조금 더 크고 아늑하기까지 했다.

"조교 쌤! 저래도 돼요?"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옆 배의 엘리사가 조교들에게 일러바쳤다.

"꼬우면 너도 사비 쓰시든가."

딕은 낄낄 웃으며 옆자리의 시몬과 유쾌하게 하이파이브하고는 말했다.

"아~ 아쉽겠네. 대륙어가 안 통하는 동네에서 정치가의 혓바닥은 무의미하지? 돈은 어딜 가든 통하는데."

"저 장사치가......!"

누가 시몬 친구 아니랄까 봐 재수 없었다. 엘리사가 분노로 부글부글 끓건 말건 안락한 배에 드러누운 딕이 뒷머리를 받쳤다.

"정말 고마워요 딕!"

막 배로 건너온 카미바레즈가 활짝 웃었다.

"최고의 선물이에요!"

공교롭게도 카미바레즈는 진급시험 당일인 오늘이 생일이었다. 딕은 가볍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너무 띄워주지 마, 카미. 저러면 또 일주일 내내 자뻑하니까."

그렇게 말하며 메이린이 배에 올라타려고 했다. 그런데 물살 때문에 배가 흔들리더니 선착장과의 간격이 멀어졌다.

"아."

다리를 쭉 뻗으려던 그녀가 주춤거리며 다시 다리를 오므렸다. 분홍빛 입술을 살짝 깨문 모습은 명백히 겁먹은 표정이었다.

"어, 쫄았냐? 방금 메이린 쫄았음?"

그 모습을 캐치한 딕이 바로 놀려댔다.

메이린이 째릿하고 그를 노려보더니,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누가 쫄아아!"

그러곤 전속력으로 달려서 점프해 배로 뛰어들었다.

텅-!

끼익! 끼익! 끼익!

배가 급격히 흔들리며 차가운 물방울이 튀었다. 어설프게 착지한 그녀가 '왓!' 하는 소리를 내며 크게 휘청거렸다.

몸의 균형이 쏠리며 바다에 빠지려는 순간.

착!

번개처럼 나타난 시몬이 사뿐하게 그녀를 받아냈다. 동시에 다리를 길게 벌리고 칠흑을 일으켜 배의 균형을 유지했다.

끼익- 끼익- 끼이이-

조금씩 흔들리던 배가 이내 서서히 잠잠해졌다.

"......아."

졸지에 시몬의 품에 안기게 된 메이린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 색색 숨을 뱉는 입술, 실시간으로 발그레해지는 볼까지.

온몸이 바짝 굳어서 움직이지 않았다.

"괜찮아?"

시몬이 팔에 힘을 주었다. 그녀의 둥그스름한 어깨를 잡고 가볍게 세워놓고는 빙긋 미소 지어 보였다.

"아, 응."

그녀가 머리카락을 쓰윽 쓸어넘기더니 무릎을 모으고 앉았다. 그러곤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땡큐."

하마터면 시험 전에 물에 빠져서 쪽팔림이란 쪽팔림은 다 받을 뻔했다.

그녀가 콩닥콩닥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는데.

"와하하! 배 뒤집히는 줄 알았네!"

건수를 잡고 가만히 있을 딕이 아니었다. 입꼬리가 승천한 채로 음흉한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얼마나 무거우면 배가 이러냐? 무슨 돼지라도 한 마리 건너온 줄."

"뭐, 돼지? 죽을래?"

메이린이 빽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자 배가 크게 기우뚱했다. 그녀가 기겁하며 다시 자리로 돌아가고는, 노를 든 섬주민의 눈치를 보았다.

"봐봐, 시몬. 맞지?"

딕이 눈썹을 들썩이며 말했다. 시몬과 카미바레즈가 큰 소리로 웃었고, 메이린만 으르릉거리며 열을 올렸다.

그렇게 다투다 보니 배가 출발했다.

얼마나 깊은지 가늠할 수도 없는 시퍼런 바다에서, 작은 나무배 하나에 의존해 나아가는 건 퍽 긴장감이 있었다.

그때 딕이 손짓, 발짓으로 섬주민에게 신호를 보냈다. 주민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항해 경로를 살짝 옆으로 이탈했다.

"......."

시몬과 메이린도 눈빛을 빠르게 주고받았다. 카미바레즈는 배의 난간을 꽉 부여잡은 채 주위를 휘휘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아, 저기......! 우리 조금 무리에서 떨어지는 것 같아요!"

카미바레즈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되돌리는 순간.

짜안- 하고 촛대가 꽂혀 있는 케이크가 배 중앙에 놓여 있었다. 메이린이 손뼉을 치며 소리쳤다.

"하나, 둘, 시작!"

이내 모두가 동시에 말했다.

""생일 축하해 카미!""

와아아아! 하고 손뼉도 쳐주었다. 비록 조교들에게 들키지 않아야 해서 큰 소리로 축하해 주진 못했지만, 7조 조원들만의 작은 생일 축하 이벤트였다.

카미바레즈의 두 눈이 감동으로 그렁그렁해졌다.

"촛불 불어야지!"

"아, 네!"

가슴에 두 손을 모은 그녀가 후우! 하고 촛불을 껐다.

세 사람이 다시 한번 손뼉을 쳤고, 노를 든 주민도 잠깐 일을 멈추고 그들의 언어로 '휘아후! 화이후!' 하고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정말 고마워요 여러분!"

감격한 카미바레즈가 눈꼬리에 맺힌 눈물을 닦았다.

"여러분이 없었다면 저는 키젠 생활을 버티지 못했을 거예요. 여러분을 만난 건 제 인생 최고의 행운이에요!"

"카미이! 말도 너무너무 예쁘게 해!"

메이린이 더 참지 못하고 달려들어 카미바레즈를 껴안았다. 그러자 또 배가 끼익끼익 하고 흔들리자 잽싸게 원래 자리로 복귀했다.

"아! 왜 나만 움직이면 이래?"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투덜거리자 딕이 대답했다.

"몸무게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

"야!!!"

그렇게 케이크를 나눠 먹은 네 사람은 다시 다른 학생들 사이로 복귀했다.

20분 정도 더 가니 목적지인 섬에 도착했다.

"와우."

딕이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장난 아닌데?"

꽝―!

퍼어엉!

섬의 분화구에서 실시간으로 화산이 폭발하고 있었다. 1,000도 가까이 되는 마그마가 산비탈을 따라 줄줄 흐르다가 바닷물에 닿으며 엄청난 양의 수증기를 내뿜는 모습에 학생들은 입을 딱 벌렸다.

"엎드리세요! 엎드려 자세를 낮추고 이동하겠습니다!"

"위험합니다! 절대로 장난치지 마세요!"

모든 학생들이 배에 딱 붙어서 엎드린 자세로 눈알만 굴렸다. 그중에 배에 골고루 섞여 탄 조교들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퍼어어어엉!

그때 화산 분화가 일어나며 커다란 암석파편들이 학생들이 있는 쪽으로 날아왔다. 학생들이 비명을 질러댔지만, 조교들은 침착하게 팔을 들었다.

<스푸마(Spuma)>

번쩍!

조교들의 손끝에서 쏘아져 나간 칠흑이 화산 쇄설물에 닿자, 커다란 방울로 변해 쇄설물을 가두었다.

조교가 팔을 휘두르니 방울에 갇힌 쇄설물이 화산섬으로 되돌아갔다.

<스푸마(Spuma)>

<스푸마(Spuma)>

조교들이 연신 칠흑마법으로 화산의 잔해들을 치워가며 이동을 재개했다.

"아! 저기 봐!"

카미바레즈와 손을 꼭 맞잡은 채 엎드려 있던 메이린이 소리쳤다.

"제인 교수님이야!"

말 그대로, 먼저 섬에 들어온 학생들과 교수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키젠 교수들은 조교들처럼 스푸마로 일일이 치우는 게 아니라, 아예 한쪽 구역에 안전 결계를 펼쳐놓았다. 날아오는 화산 쇄설물이나 마그마가 결계에 닿자 흔적도 없이 녹아 사라져 버렸다.

"에릭 아우라 교수님!"

"바힐 교수님도 있어요!"

시몬도 교수들의 만면을 살폈다.

부총장 제인, 칠흑역학의 에릭, 저주학의 바힐, 이름을 모르는 뒷반의 맹독학 교수 한 명, 그리고.

'......발터 교수.'

최근 카쟌으로부터 추가 임무 보고를 받았다.

카론 백작의 실종이 아무래도 수상쩍어서 네프티스의 허락을 받고 개인적인 수사를 진행했지만, 그것마저도 결과는 혐의없음으로 종결됐다는 이야기였다.

'......하아, 내가 너무 과민했던 걸까?'

시몬이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배가 하나둘씩 섬 앞으로 도착했다.

학생들이 배에서 내리고 조교들이 입에 단내가 나게 뛰어다니며 인원을 체크했다.

"제, 제인 교수님!"

인원을 종합한 수석조교가 숨을 헐떡이며 제인에게 달려왔다.

"1학년 647명 전원 도착했습니다. 허억 허억!"

"고생 많았어요."

조교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겨준 제인이 손뼉을 짝 치며 외쳤다.

"1학년 전체 주목!"

모든 학생들이 고개를 돌려 제인을 보았다. 순식간에 떠들썩한 화산섬이 정적으로 휩싸였다.

딕이 턱을 슥슥 쓸었다.

"크으으, 우리 제인 교수님. 역시 박력이-"

"정숙하세요, 딕 헤이워드."

전교생 앞에서 이름이 언급된 딕의 입이 쑥 들어갔다.

"수년 전 이 섬은 평화로운 휴양지였지만, 던전으로 인해 전례 없는 화산활동이 발생했습니다. 지금부터 우리는 화산섬을 오를 겁니다."

그녀가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미지의 재해입니다. 언제 어떻게 화산 쇄설물이 떨어지고 마그마가 솟구칠지 모릅니다. 화산에 사는 몬스터도 틀림없이 있겠죠. 하지만 절대 혼자 대응하지 말고 교직원들을 부르세요. 진급시험 시작도 전에 부상으로 이탈하고 싶지 않다면 말입니다."

학생들이 큰 소리로 '알겠습니다!'하고 대답했다. 제인이 고개를 돌렸다.

"그럼 교수들이 앞장서고, 조교들이 좌우에서 이동하며 통제를."

"예!"

조교들이 엄청난 속도로 흩어져서 열을 선 학생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 잡았다. 제인이 옆을 보았다.

"부탁드립니다. 발터 교수님."

"콜록 콜록, 네."

발터가 기침하며 대답하고는 아공간을 열었다. 여전히 몸 상태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쿵!

그가 아공간에서 꺼낸 건 커다란 심장이었다. 이내 마법진이 발동하며, 다량의 피가 심장에서 공중으로 솟구쳤다.

발터가 주문을 외웠다.

"샤세르(Chasseur)."

온풍처럼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대기 중에 흩어졌다. 다량의 피가 모여 형태를 구축하더니 그물의 형상으로 쫘아악 벌어졌다. 마치 공중에 둥둥 뜬 지붕처럼 만들어졌다.

그 크기는 전교생의 머리를 덮을 정도로 방대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제인이 가장 선두에서 걸어가고, 그 옆으로 다른 교수들이 학생들을 이끌었다. 측면을 막는 건 조교들의 몫이었다.

학생들이 걸음을 옮겼다. 결계를 빠져나오자마자 꼭대기에서 분출된 화산 쇄설물이 가스를 흩뿌리며 떨어졌다.

몇몇 학생들이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감쌌지만.

투웅!

머리 위로 펼쳐진 발터의 그물에 부딪혔다. 그물은 한 차례 출렁이더니, 충격을 흡수하고는 쇄설물을 데구르르 굴려서 밖으로 밀어냈다.

"역시 발터 교수님!"

발터를 뒤따르는 여학생들이 기쁨의 비명을 질러댔다.

머리 위로 떨어지는 화산 쇄설물은 발터가 막고, 유독 연기와 가스는 에릭이 막았다. 그 밖의 변수는 제인과 바힐의 몫이었다.

-그그그그!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골렘 몬스터가 비탈길에서 학생들에게 돌진했다.

제인이 손끝으로 보랏빛 나비 한 마리를 보내 골렘의 머리에 앉히고는 가볍게 손뼉을 치자.

쩍!

골렘 몬스터의 머리가 통째로 박살 나 내려앉았다. 학생들이 탄성을 쏟아냈다.

스으.

이번엔 바힐이 옆으로 손짓했다.

새까만 탄 사람처럼 보이는 화염계 몬스터, 무스펠들이 학생들에게 몰려오다가 스스로 폭발해서 터져 버렸다.

'어, 저 기술.'

시몬이 눈을 깜빡거렸다.

"왜 그래요 시몬?"

"아니, 아무것도 아냐."

진급시험이란 커다란 시험을 앞두고, 학생들은 교수들과 조교들의 실력을 감상하며 눈요기를 제대로 할 수 있었다.

그렇게, 1학년 학생들은 분화하는 화산 꼭대기에 도착했다.

후끈한 열기에 눈을 뜨기도 힘들었다.

"저기 보인다!"

괴물의 입을 연상케 하는 분화구 안에는 시뻘건 마그마가 들끓고 있었고, 바로 그 가운데에 모든 걸 집어삼킬 기세로 일렁이는 새까만 공간의 문이 보였다.

바로 저기가 던전의 입구였다.

"준비하세요."

제인이 학생들을 보며 말했다.

"순번대로 낙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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