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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384화 (384/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84화

제인이 말했다.

"준비하세요. 순번대로 낙하하겠습니다."

"......네?"

던전 진입은 위험천만하기 그지없었다. 분화 중인 화산 한복판에 맨몸으로 뛰어들어, 정확히 저 검은 포탈로 들어가야 했다.

잘못 떨어지면 그대로 마그마에 직행, 뼈째로 녹아버리리라.

당황한 학생들이 우물쭈물하자 제인이 말했다.

"던전 진입을 뭘로 생각한 겁니까? 간단히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신호를 보냈다.

"부탁드립니다. 발터 교수님."

"예."

다시 한번 발터가 앞으로 나왔다. 푸석한 입술이 열리며 온풍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샤세르(Chasseur)."

학생들의 머리를 덮고 있던 혈류마법의 그물이, 이번에는 화산 내부로 들어가 쿠션처럼 깔렸다.

그것은 분화하는 화산의 화력을 통째로 막고 있었다.

'와아!'

'저런 마법으로 화산을 틀어막다니!'

이게 바로 키젠의 혈류학 교수. 도저히 사람의 피로 만든 마법이라고 볼 수 없는 경지였다.

"자, 순서대로 빠르게 들어가겠습니다."

학생들이 주춤하며 서로 선두를 양보하려 했다. 화산의 폭발은 조금 멎었지만, 겁이 나긴 매한가지였으니까.

"간다!"

그중에서 용기 있게 앞으로 나온 한 남학생이 칠흑을 밟고 시원스럽게 뛰어올랐다. 그러곤 공중에서 가뿐히 몸을 빙글 돌리더니 학생들 쪽을 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나중에 살아남아서 보자!"

만세를 외친 그의 몸이 정확히 포탈 속으로 들어갔다. 곳곳에서 크고 작은 탄성이 일어났다. 제인도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네요. 다음."

학생들의 눈에도 조금씩 눈에 침착함이 돌아왔다.

화산은 무서웠지만 그간 해왔던 경험과 고생에 비하면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누군가 스타트를 끊자 바로 뒤를 이어 학생들이 휙휙휙 포탈로 떨어졌다.

"다녀올게."

7조에서는 제일 먼저 시몬이 가기로 했다. 딕이 히죽 웃으며 시몬과 하이파이브했다.

"2학년이 돼서 보자! 친구!"

메이린이 손을 내밀었다.

"이번엔 안 질 거야. 난 1등 졸업을 목표로 할 거니까 너도 최선을 다해."

카미바레즈와도 가볍게 포옹했다.

"부디 무사히 돌아와 주세요 시몬!"

세 사람의 에너지를 받은 시몬이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 조교들이 날아오는 파편들을 흑마법으로 막는 모습이 보였다.

"시몬 학생."

시몬의 걸음이 멈칫했다. 저주학의 바힐 교수가 빙긋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아, 바힐 교수님!"

"잘 다녀오세요. 그리고 그때 내가 했던 말, 잊지 않았겠죠?"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콤펠로니아는 최후까지 안배하고, 최후의 최후에 사용하겠습니다."

토씨 한 마디 틀리지 않고 기억해 내는 시몬의 영특함에 바힐 또한 미소를 지었다.

"훌륭합니다."

바힐을 지나 화산 다이빙을 준비하는 학생들 줄에 섰다. 학생들이 빠르게 하나둘씩 뛰어내리고 금방 시몬의 차례가 됐다.

"시험 준비는 잘했나요?"

무표정하게 학생들을 보내던 제인이 시몬에게는 한마디 해주었다.

시몬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네! 만전의 상태입니다!"

"......무사히 다녀오세요."

"감사합니다!"

시몬은 뒤를 돌아보며 줄을 서려 다가오는 조원들을 보았다.

"먼저 갈게."

조원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인 시몬은 망설임 없이 펄쩍 뛰어서 다이빙했다. 공중에서 몸을 회전해 자세를 바로 한 그의 앞으로, 새까만 포탈이 보인다.

'좋아.'

시몬이 똑바로 던전 포탈을 향해 내려가는 그때.

퍼어어어어엉!

갑자기 피의 그물을 뚫고 산더미만 한 마그마가 솟구쳐 올라왔다.

'!'

마법진을 그릴 틈도 없었다. 시몬이 즉시 손바닥을 펼쳐 마투기를 준비했지만.

<스푸마>

<페럴라이즈>

꼭대기에 있던 두 교수, 제인과 바힐의 흑마법이 쏜살같이 날아와 마그마를 가두고 가라앉혔다. 그사이 시몬은 무사히 던전 안으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깜짝 놀랐네.'

포탈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시야가 암흑에 휩싸였다. 좁은 쥐구멍 같은 곳을 무서운 속도로 통과하고 있었다.

공간을 넘어갈 때 느끼는 이 이질적인 감각.

텔레포트 마법진을 탈 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정말로 다른 세계 속으로 빨려드는 것 같았다.

'아!'

그때 시몬의 시야에 마침내 끝이 보였다. 긴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와 시몬은 현란한 빛의 세계에 들어왔다.

'여기가 던전이구나!'

주위는 드높은 상공.

대륙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포근한 중력이 시몬을 감싸 안는 게 느껴진다.

시몬은 서서히 자신의 몸이 내려가는 것을 느끼며, 시야가 점멸했다.

* * *

"......."

정신이 돌아오며 눈이 떠졌다.

쏴아아- 하고 선선한 바람이 풀밭이 흔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뜨자마자 보인 곳은, 시몬이 던전에 막 진입했을 때 보이던 그 통로. 하늘 위의 포탈이 보였다.

포탈 주위로는 달을 연상케 하는 크고 작은 위성들이 여러 개 보였고, 무수한 별들이 밤하늘에 박혀 반짝이고 있었다.

'다친 곳 없이 내려왔네.'

시몬은 약간의 현기증을 느끼며 이마를 짚고 상체를 일으켰다.

던전이라는 표현이 굳어졌지만, 사실은 일종의 미니 차원이나 다름없었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와......."

태어난 이래로 본 야경 중에서 최고였다.

식물들이 형광빛을 내며 밝게 빛나고 있다. 심지어 길가에 널린 돌덩이나 바위까지 빛을 내고 있다.

이 모든 알록달록 서로 색깔도 크기도 다른 빛들이 합쳐지며 그야말로 빛의 향연.

환상적이었다.

잠시 이 공간에 갇혀서 이 광경만 보고 살면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넋을 놓고 보게 된다.

'음, 정신 차리자.'

위험천만한 던전에 뚝 떨어졌는데 언제까지 경치에 홀려 있을 수는 없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부터 해야 하지?'

던전의 목적은 언제나 동일하다.

보스 몬스터라고도 부르는 '던전주'의 죽음.

던전을 탐험하면서 각종 단서들을 수집하고, 그 수집된 단서들을 조합해 던전주의 위치를 추정하는 게 기본이다.

하지만 제인은 이 던전의 크기가 한 왕국의 영토와 맞먹는다고 했다.

시간이 걸릴 것이다.

647명의 네크로맨서들이 한꺼번에 투입됐으니 언젠가 이 던전이 클리어되긴 하겠지만, 그래도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모른다.

'장기전 준비. 일단은 식량 수집부터.'

우선 가지고 온 식량은 키젠에서 제공한 식량 키트 이틀치. 그리고 식수를 만들어내는 아티팩트뿐이다.

학생들은 몰래 식량을 들고 올 수는 없었다. 던전에 들어오기 전에 키젠 측으로부터 철저한 아공간 검사를 받았으니까. 특히 아공간 레이더까지 가동한다고 했을 때 시몬은 식겁했다.

시몬에게는 몸에 숨겨놓은 초대형 아공간이 있었다. 피어가 너무 많은 에이션트 언데드를 데려가면 레이더가 아공간의 변질을 감지할 수도 있다고 조언해서, 일단은 가장 중요한 피어만 데려왔다.

'아무튼, 아무리 빨리 클리어한다고 해도 최소 일주일은 걸리는 장거리 마라톤 같은 일정이야. 먹을 게 가장 고민이네.'

시몬은 주위를 정찰하기로 했다.

다른 학생들을 만나면 협력하겠지만, 이 넓은 영토 위에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러웠다.

'나 혼자 다닌다는 생각으로 싹 다 조사해 보자.'

* * *

같은 시각, 로크섬 대강당.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관중들이 앉아 있는 가운데, 연단에 서 있는 화려한 의상의 사회자가 확성 수정구를 들고 소리쳤다.

"이번 키젠 진급시험 및 5차 BMAT 참관에 찾아와 주신 학부모님들과 관계자 여러분! 환영합니다! 저는 이번 시험 중계를 맡게 된 콘라드 하야본이라고 합니다!"

사회자가 정중히 고개를 숙이자 관중들이 박수를 보내왔다.

"네, 네, 반갑습니다! 하하하! 4차 BMAT가 갑자기 '방과 후 BMAT'로 전환되는 바람에 중계가 사라져 아쉬웠습니다만, 그래도 이렇게 마지막에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드리네요!"

진급시험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엄연히 '5차 BMAT'였기에 학부모들의 참관과 시험 중계가 허용됐다.

사회자가 대본을 들고 말을 이어나갔다.

"학부모 여러분들도 알고 계시다시피, 워낙 큰 시험이다 보니 변동사항이 많습니다. 중계는 최대 2주, 하루 10시간만 진행합니다. 키젠에서 숙박과 식사는 모두 제공하지만, 섬에서 허용되지 않은 구역으로 나가는 건 엄금하오니 질서도 지켜주시고요. 예. 예."

주의사항을 줄줄 설명한 사회자가 빠르게 대본 카드를 넘겼다.

"그리고 던전 내부는 대륙과 별개의 공간이기 때문에 생중계는 불가능하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학교로 송출되는 영상은 던전 상공에 떠 있는 옵저버들을 일일이 회수해 녹화된 영상만을 중계합니다. 던전에서 직접 활동하는 학생들과는 시간 차가 날 수 있다는 점도 알아주시고요! 자, 그럼! 이번 시험에서 저를 도와 해설을 맡아주실 키젠 교수님 한 분을 모시겠습니다!"

중요한 순간.

사회자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교수 이름이 적힌 대본 카드를 넘겼다.

'제발 별야 교수는 아니길! 제인 교수도 아니길!'

뚜벅 뚜벅.

연단 위로 발소리가 들려왔다. 사회자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잠깐 좌절했다.

'설마 별야 교수?!'

순간 그렇게 생각했지만 자세히 보니 미묘하게 생김새가 달랐다. 그 부담스러운 복장도 아니었다.

묶은 머리에 늘씬하게 쭉쭉 뻗은 키. 탄탄한 구릿빛 근육질의 몸매.

비로소 교수 명단을 재확인한 사회자가 활짝 웃는 얼굴로 소리쳤다.

"소개드립니다! 대재해 쿤다르 히드라를 맨손으로 처치한 마투의 전설! 5년 연속 수업 만족도 최상위권! 현재 1학년의 마투학을 담당하시는 홍펭 툰 소쿰 마르라트 교수님이십니다!"

짝짝짝짝짝!

학부모들도 홍펭의 이름을 익히 들어봤기에 반갑게 손뼉을 쳤다. 이국적인 외모의 홍펭이 밝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처음 뵈어요, 학부모 및 키젠 관계자 여러분! 홍펭 교주라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사회자가 움찔했다.

"교, 교주요?"

"네! 교주!"

"아, 교수를 교주라고......! 아하하! 대륙어 발음이 좀 까다로운 부분이 있죠! 넵! 아무튼 이번 중계 잘 부탁드립니다!"

"네! 자회자님!"

웃고 있었지만 사회자의 동공은 흔들리고 있었다.

이번에도 뭔가 잘못 걸린 것 같다. 역시 키젠 교수들은 정상이 없는 건가.

"자! 이제 막 옵저버가 올라와서 영상 송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전에 홍펭 교수님! 이번 던전에서 치러지는 진급시험에 대해 설명해 주시죠!"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확성 수정구를 들었다.

"네크로맨저에게 던전 공략은 결코 피할 주 없는 난관이에요. 위험과 부가 공존하는 곳이에요!"

"그, 그렇군요! 혹시 교수님도 던전에 가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럼요! 엄청 많아요. 5개월 넘게 걸린 던전도 있어요. 굶어 죽을 뻔했어요. 아! 지금 키젠 교주님들 중에 던전에 들어가 있는 분도 계제요. 질라지 교주님이에요."

처음엔 당혹스러웠지만, 홍펭의 말투가 점점 적응이 되어갔다. 사회자는 그녀의 톡톡 튀는 성격과 친근감 넘치는 미소에 빠져가는 중이었다.

"흠흠, 그럼 교수님! 이번 던전에 대해서도 간단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좋아요."

그녀가 조교들에게 신호를 보내자, 던전 대강의 지도가 펼쳐졌다.

"미리 우리 키젠 요원들이 던전의 구조를 파악해 놨어요. 보면 아지겠지만, 학쟁들이 어디에 떨어졌든 던전주에게 도달하는 게 가능해요."

"오호, 그렇군요! 그럼 학생들이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게 뭘까요?"

"탐구력이에요."

그녀가 손바닥을 쫙 펼쳤다.

"자조한 것도 절대 허투루 넘어가저는 안 돼요! 모든 것에 의문을 갖고 분적해야 던전주로 갈 힌트를 존에 넣을 주 있어요!"

"그, 그렇군요! 아, 마침 옵저버의 첫 번째 영상이 왔다고 합니다! 함께 보시죠!"

* * *

던전 1일 차.

시몬은 닥치는 대로 먹을 만한 것들을 뒤져보고 있었다.

특히 시몬에 분석 대상은 이 던전 안의 식물이었다.

특히 나무에 열리는 열매는 큰 리스크 없이 손에 넣을 수 있는 중요한 식량이었다.

"근데 이거......."

시몬은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 앞에서 고민에 빠져 있었다.

"안 깨지네."

열매의 껍질은 광물처럼 단단했다. 아니, 광물처럼이 아니라 정말로 껍질이 광물로 이루어져 있었다.

아마도 이 던전에서만 존재하는 광물.

식물이 번쩍번쩍 형광빛을 내는 것도 이 광물의 발광(發光) 특성 때문이었다.

나무뿌리나, 나뭇잎까지 모두 이 광물 같은 재질로 뒤덮여 있었다. 신축성이 있어서 잘 휘는 것도 있고, 그냥 강철처럼 튼튼하기만 한 것도 있다.

'그, 근데 왜 이렇게 단단한 거야?'

시몬의 마투는 물론, 오버로드의 촉수칼날로도 이 광물을 깨거나 자를 수 없었다.

시몬은 이마를 짚으며 생각에 잠겼다.

쿵! 쿵!

"?!"

시몬이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분명 기척이 없었는데, 갑자기 튀어나오듯 발소리가 들렸다.

이내 부스럭 소리와 함께 나무들을 헤치며 모습을 드러낸 것은, 주위의 나무들과 마찬가지로 반짝이는 광물로 뒤덮인 등껍질을 짊어진 대형 몬스터였다.

강해 보였다. 대륙에 존재하지 않아 '위험도'가 없는 몬스터. 얼마나 강할지 상대해 보지 않고는 가늠할 수 없다.

'던전에 와서 첫 교전.'

이 몬스터는 시몬을 노려보며 콧김을 뿜고 있었다. 외부인에 대한 짙은 적대감이 느껴진다.

'과연 어떤 단서가 들어있을까?'

시몬과 몬스터가 동시에 서로를 향해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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