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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392화 (392/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92화

"......."

실라지가 눈을 떴다.

모래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사막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이건, 그렇군."

실라지가 미소 지었다.

"이능으로 만든 던전인가."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시몬이 서 있었다.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표정을 보니 이 기술에 대한 이야기는 못 들었나 보네."

"교수라고 모든 학생들을 완전히 알 수는 없으니 말일세."

[으아아! 어떡해! 어떡해!]

두 사람의 고개가 올라갔다.

푸른 하늘에 커다란 한 쌍의 눈이 지상을 굽어보고 있었다.

[결국 또 제3 권능을 써버렸어! 어쩜 좋아! 결계가 끝나면 이번엔 정말로 라이프베슬이 박살 날 거야!]

"진정해 헤르세바."

시몬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달랬다.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라고 자신 있게 말했지만, 사실 시몬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상대는 키젠 교수다. 처음으로 던전에 불러들였던 샤텔도 강자였지만, 이건 궤가 다른 적수였다.

'헤르세바의 던전이 무너지기 전에 이길 수 있을까?'

"흥을 돋우기 위해,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알려주지."

적진 한복판에 들어온 상황이었지만, 실라지는 무척 느긋해 보였다.

"이 공간에 끌려오기 직전에 '혈석성' 마법은 완성됐네. 사용한 칠흑이 내게 돌아오지 않은 걸 보니 확실하지. 즉, 이 던전이 깨지고 밖으로 나가게 되면-"

그의 입가가 즐거운 듯 히죽였다.

"자네는 죽을 걸세. 시몬 폴렌티아."

"불필요한 정보야."

시몬이 두 팔을 세워 들었다.

쿠구구구구구구구!

방대한 범위의 모래밭에서 웅장한 황금도시의 건축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그 전에 당신을 없앨 테니까."

"호기롭군. 젊은이의 무모한 혈기는 싫어하지 않아."

쿠쿵!

쿵!

신전, 오벨리스크, 정원, 광장과 극장.

무수히 솟구치는 건축물과 구조물의 문이 열리며 도시의 주민들이 튀어나온다.

-갸갸갸갸갹!

-갸갸갸갹!

붕대를 두른 수천 기의 미라들이 비틀거리며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고대 언데드인가? 과연."

실라지가 턱을 슥슥 쓸더니 흑마법을 준비했다.

그의 몸에서 핏방울이 빠져나가 피의 마법진을 이루었다.

그 수는 30장, 60장을 넘어 이제는 100장에 다다르고 있었다. 이 크고 작은 마법진들이 데이터를 주고받고 톱니처럼 맞물리며 거대한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

[조심해라 소년!]

피어도 위협을 느꼈는지 경고했다. 시몬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시를 내렸다.

"전진!"

쿵! 쿵! 쿵! 쿵! 쿵! 쿵!

수천 기의 미라들이 괴성을 지르며 진군을 시작했다. 실라지는 그 모습을 가만히 관조하며 허공에 띄워진 마법진들을 겹치고 모으기 시작했다.

그것은 이미 마법진이라고 부르기 힘든, 하나의 거대한 문자 도시였다.

"보여주겠네."

이내 모든 마법진에 전원이 켜졌다.

"격이라는 것을."

뚜욱. 뚝.

그러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마법진의 중앙, 룬어가 피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던 눈물은 이내 피의 강을 이루었고, 수천수만 갈래로 뻗어 나갔다. 그것은 마치 신체의 혈관을 연상케 했다.

"!"

미라들의 발밑에도, 시몬의 발밑에도 혈관이 지나갔다. 그것은 사막 전체를 뒤덮었다.

마침내 준비작업을 끝낸 실라지가 흑마법을 발동했다.

<피의 샘, 해리 헬렌스>

사막이 융기했다.

미라들이 쏟아지는 황금도시의 정중앙. 그곳이 불쑥 솟구치며 드높은 산맥의 분화구로 변했다.

'잠깐, 이건 던전에 들어오기 전에 봤던......!'

[피해라! 소년!]

꽈르르르르릉!

그리고 화산이 분화했다.

하지만 내용물은 마그마나 화산쇄설류 따위가 아니었다.

'피......!'

그것은 혈류마법의 '피'였다.

눈이 아플 정도로 컬러감이 강한 붉은 액체가 공중으로 치솟았다. 하늘을 뻘겋게 뒤덮은 피의 마그마는 공중에서 작은 방울로 분해됐다.

그것들이 황금도시를 덮치며, 순식간에 건축물들이 피폭발로 무너져 내렸다. 반경에 들어온 미라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역사적으로도, 극도로 발전된 문명을 없앤 건 기구한 자연재해였지."

실라지가 말했다.

"혈류마법으로 구현한 재해의 힘을 맛보게나."

이내 다른 방향에서도 분화구들이 수없이 일어나 핏방울을 뿌려댔다. 꿀럭꿀럭 피를 토해내는 모습은 마치 상처 입은 생명체와도 같았다.

미라들은 문을 열고 나오는 족족 피폭발에 휘말려 쓰러져 갔다. 피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서걱!

시몬이 직접 대검을 휘둘러 분화구 하나를 베어냈지만, 수가 너무 많았다.

'이대론 전멸하겠어!'

역시 재해의 원인인 술사부터 쳐야 했다.

시몬은 직접 말을 탄 미라 기마병들을 집결시킨 다음, 실라지에게 돌진시켰다.

두두두두두두두두!

말발굽 소리가 대지를 흔들었다. 그러나 실라지의 손짓 한 번에 그들의 앞으로 지표면이 융기하더니, 피의 화산이 분화했다.

"큭!"

시몬도 급히 말에서 뛰어내렸다. 핏방울이 비처럼 쏟아지고 이어지는 폭발에 미라들이 전멸했다.

"내가 지금껏 살아오며 무너뜨린 도시와 나라가 몇 개라고 생각하나."

실라지의 눈이 번뜩였다.

"쌓아온 시간이 다르......."

주르륵!

그때 실라지의 입에서 핏줄기가 흘러나왔다.

그가 인상을 찡그리며 심장이 있는 왼쪽 가슴을 부여잡았다. 눈에는 핏줄이 터졌고 코에도 코피가 줄줄 쏟아졌다.

'또 말썽이군.'

그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가슴을 보았다.

실라지의 선천적 한계.

시작이자 끝.

그것은 그의 아버지가 망가뜨린 '심장'이었다.

실라지는 이 심장을 고치기 위해 노력을 거듭해서 강해졌고, 혈천교를 세웠으며, 최고의 반열에 오른 혈류술사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심장만은 고치지 못했다. 그 어떤 몸을 취하더라도 심장에서 오는 고통을 없앨 수는 없었다.

'서둘러 의식을 실행해 제물들을 바치고, 사도를 불러내야 한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재능 넘치고 신선한 1학년들은 모두 '제물화'되었고, 던전주는 제압했다.

던전의 입구도 피의 고리로 틀어막았다.

이제 밖에 나가서 흑마법을 발동하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지상에 강림하게 될, 혈천교의 중대 프로젝트인 '사도'.

언제나 실라지에게 자금을 대주던 '협력자'는 이 막강한 생명체를 운용해 대륙을 혼란 속에 빠트릴 생각이었지만, 이 부분만큼은 실라지와 협력자의 생각이 달랐다.

'내가 사도를 먹는다.'

섭식으로 사도를 먹고, 그 육체를 손에 넣을 생각이었다.

사도에게는 20개의 심장이 있다.

하나의 심장이 고장 나든 말든 아무 상관 없다.

사도를 먹고 스스로 사도가 되어, 비로소 심장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을 때, 온 세상이 자신의 손에 들어오리라.

쿨럭! 쿨럭!

피를 토한 그가 손바닥을 펼쳤다.

손바닥에 흥건한 핏물. 이제 이 지긋지긋한 고통도 곧 끝이 난다.

"헤르세바!"

시몬이 두 손을 모래에 푹 집어넣었다.

"미안하지만 더 꺼낼게!"

그러고는 힘껏 들어 올리자 전면으로 대형 마구간 같은 건물이 일어났다. 그 안에서 붕대에 휘감긴 미라 기병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머릿수라는 건 언제나 까다롭지."

실라지는 턱에 흐른 핏물을 슥 닦고는 팔을 뒤쪽으로 뺐다.

"내 정체를 키젠 본부에 숨길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쿠르르르르르르릉!

시몬은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그의 뒤편에 시뻘건 포탈 같은 게 열렸다. 그 안에서 무수한 사람들이 척척 걸어오고 있었다.

"그 어떤 네크로맨서들도 모르는, 오로지 혈천교만의 비술을 가졌기 때문이라네."

시몬은 경악했다.

'불가능해! 헤르세바의 던전으로 바로 들어온다고?'

저건 아공간도, 텔레포트 마법진도 아니었다.

정체불명의 공간마법.

등장하는 인원은 가히 천 명을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무엇보다, 신도들과 같이 걸어오고 있는 저 시뻘건 좀비는 시몬도 잘 알고 있는 개체였다.

'블러드 좀비!'

시몬의 눈에 분노가 일렁거렸다.

신성연방의 신성열차에서 죽도록 싸웠던 언데드, 저들 중 대다수는 납치당한 신성연방의 주민들로 만들었다. 즉 주재료가 인간이란 뜻이다.

거기에 블러드 좀비는 물론, 일반 신도들의 눈도 정상이 아니었다. 블러드 코어를 완성해서 좀비행은 면했지만 부작용을 겪고 있는 듯 눈에 초점이 없었고 몸은 말라비틀어졌다.

[죽느니만도 못한 모습이군.]

에이션트 언데드인 피어마저도 그런 감상을 말했다.

처억! 척! 척!

혈천교의 수많은 신도들, 그리고 블러드 좀비들이 사막 한편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이들 중에 유독 존재감을 드러내는 세 사람.

"부르셨습니까, 대주교."

한 쌍의 피 묻은 십자가를 바닥에 질질 끌고 있는 남자.

"훗훗! 이제 사도를 볼 수 있는 건가요?"

온몸에 피어싱이 박혀 있고 혀를 삐쭉 내밀고 있는 괴이한 인상의 여자.

"꼭 이렇다니까. 여긴."

무료한 표정으로 중얼거리고 있는 꽁지머리의 남자.

이 세 사람 모두 혈천교의 '주교'급. 신성열차에서 싸웠던 보스 알로켄과 같거나 그 이상의 실력자들이었다.

"시몬 폴렌티아. 지금 이 상황을 똑똑히 인지하고 느끼며 절망하게나. 자네는 지금-"

실라지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두 팔을 펼쳤다.

"혈천교 전체를 상대하는 걸세."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혈천교의 광신도들이 목이 터져라 소리치며 환호했다.

-캬가가갹!

소리를 듣고 흥분한 미라들이 달려들었으나, 세 명의 주교들이 각기 다른 혈류마법을 사용해 미라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며 실라지의 앞에 내려왔다.

"대주교. 저 아이를 죽이면 되는 겁니까."

두 개의 십자가를 든 주교가 실라지를 돌아보며 말했다. 실라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그의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세 사람의 몸에서 살기가 피어올랐다.

시몬의 표정이 바짝 굳었다.

쩍!

쩌저적!

'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헤르세바의 '모래의 세계'도 곳곳에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녀도 한계가 다다른 것이다.

이대로 모래의 세계가 풀리면 실라지가 사용해 둔 흑마법이 문제가 아니라 수천의 혈천교도들을 상대해야 했다.

"......."

절망적인 상황.

하지만.

시몬은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절망이라.'

정말로 절망스러운 상황인가?

아니다.

아직은 아니다.

아직도 머리는 굴러가고, 뇌는 승산을 찾아 맴돌고 있다.

고개를 든 시몬의 눈이 번뜩였다.

"꼬맹이가 눈빛 한번 살벌하네."

꽁지 머리의 주교가 흠칫하며 말했다. 여자 주교가 그의 팔을 툭 쳤다.

"방심하지 마. 어려 보이긴 해도 대주교가 지원을 요청한 상대니."

시몬은 이마를 감싼 손바닥을 내리고 잠시 길게 숨을 토해냈다.

승산.

이기는 방법.

"헤르세바."

[꼬마야! 아으윽! 이제 얼마 못 버텨!]

"이길 방법이 하나 있어."

시몬이 옷소매를 걷어서 손목에 찬 팔찌를 보였다. 이 팔찌에 칠흑을 흘려보낸 뒤 손끝으로 가볍게 두들기자 아공간이 열렸다.

아공간 장인 겔런 이클립스가 만들어준 헤르세바의 아공간.

그 좁은 공간 안에는 리치의 본체가 앉아 있었다. 가슴뼈 사이에 라이프베슬이 두근두근 박동하고 있었다.

시몬은 라이프베슬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소년! 설마!]

피어는 시몬의 심중을 읽어내고는 경악했다.

[그런 건 불가능해! 라이프베슬은 코어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어요."

시몬은 굳은 얼굴이었지만 입가엔 자신만만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무조건 해내겠습니다."

사실 이걸 건드리면 앞으로 키젠이나 밖에서는 헤르세바를 쓰지 못할 것이다.

그녀를 만드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직도 기억이 선명하다.

하지만.

'지금 내겐 너무 많은 목숨이 걸려 있어.'

제물로 변한 메이린과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망설임을 털어낸 시몬은 헤르세바의 라이프베슬에 손을 올려서 칠흑을 주입했다.

콰아아아아악!

시몬의 칠흑이 헤르세바의 라이프베슬에 간섭하기 시작했다.

[윽!]

헤르세바가 고통스러운 소리를 냈다. 그녀가 유지하고 있던 던전의 균열이 더욱 빨라졌다.

"푸하하! 뭐 하나?"

"이 공간을 알아서 깨트려 주다니! 그럼 더 좋지."

주교들과 혈천교 신도들이 시시덕거렸다.

파지직!

파지지지지직!

시몬의 칠흑과 헤르세바의 칠흑이 격렬하게 뒤엉키고 부딪힌다.

'알아서 깨트린다고? 천만에.'

군단화.

시몬은 지금 헤르세바를 '군단형 언데드'로 만들려 하고 있다.

물론 라이프베슬을 군단화시키는 건 리처드조차도 시도하지 않은 일이었다. 전례 없는 경우였고, 이대로는 라이프베슬이 폭발한다.

퍽!

라이프베슬을 유지하던 첫 번째 띠가 끊어졌다.

퍽! 퍽!

두 번째와 세 번째 띠도 끊어졌다. 중심부 하나만 남은 라이프베슬이 불안하게 요동쳤다.

"헤르세바!"

시몬의 눈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난 네 창조자야! 절대로 널 잃지 않을 거야!"

[야 이 미친! 끅! 이제 와서 무슨 소리......! 으그그그극!]

"날 믿어!"

눈을 부릅뜬 시몬이 코피를 줄줄 쏟아내며 말했다. 그 또한 칠흑 역류 증상이 쏟아지고 있었다.

"날 믿고 마음을 열어줘!"

뇌리가 뜨겁게 들끓고 머릿속에 파지직 전류가 스쳤다.

할 수 있다.

해낼 수 있다.

모든 의식을 한 점으로 모으는 순간, 주교들의 비웃음도, 미라와 혈천교 신도들이 싸우는 소리도, 전부 가라앉는다.

소리가 사라지고, 시간이 느려진다.

느려진 시간만큼 인지는 더 확고해진다.

헤르세바의 라이프베슬에 칠흑을 투영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무너지려는 라이프베슬에 띠를 그린다.

'첫 번째 띠.'

군단의 칠흑으로 새로운 띠를 생성한다.

'두 번째 띠.'

그 옆으로 교차되는 두 번째 띠가 생성되었다.

"뭔갈 하고 있잖아!"

"놈을 막아!"

십자가를 든 주교가 미라들을 넘어 시몬에게 달려들었다.

[소용없다 인간!]

까아아앙!

어느새 본 아머 상태를 해제한 피어가 직접 파멸의 대검으로 주교의 십자가를 쳐냈다. 주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뭐야? 이 언데드는?"

[크하하하하!]

꽝!

이어지는 일격으로 주교를 멀리 날려 버린 피어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래, 마음대로 해봐라! 소년!]

피어의 입이 쩍 벌어졌다.

[넌 그 남자의 아들이니까!]

콰콰콰콰콰콰콰!

마침내, 헤르세바의 심장에 군단의 힘으로 만든 세 개의 띠가 겹쳐지는 순간.

무너져 가던 모래의 세계가 일변했다.

"!"

사막에 밤이 찾아왔다.

맑고 청정했던 하늘이 검푸른 어스름으로 물들었다.

하늘에 떠 있던 헤르세바의 눈, 탁했던 동공이 시몬의 칠흑색과 같은 검푸른 안광을 머금었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쿠구구구구구!

혈천교도들이 기겁하며 움직임을 멈췄다. 진행이 중지됐던 황금도시가 다시 올라오고 있었다.

"가, 갑자기!"

"미라들이 더 나온다!"

혈천교 신도들이 주춤주춤 물러났다. 헤르세바의 열띤 목소리가 들렸다.

[꼬마야! 꼬마야! 방금 뭘 한 거야? 힘이 마구마구 솟구쳐!]

"군단의 일원이 된 걸 환영해. 헤르세바."

한쪽 무릎을 꿇은 시몬이 숨을 헐떡이며 씩 웃었다.

"더 할 수 있지?"

[물론-!]

시몬은 아케뮤스 포로교환을 위해 매그너스와 만났을 때, 매그너스가 했던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한 가지 알려줄까? 에이션트 언데드의 진정한 사용법을.

에이션트 언데드의 진정한 사용법.

매그너스에게 그 말을 들은 뒤로 시몬은 쭉 생각했다. 나는 아직 군단장의 진정한 힘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바로 지금.

'한계를 뛰어넘는다!'

할 수 있는 건 명확했다. 헤르세바와 더 긴밀하게 연결된 바로 지금은 알 수 있었다.

모래의 세계가 가진 진짜 힘.

'헤르세바의 권능은 창조가 아니라 그녀가 소유한 미라 부대를 '불러오는' 힘이다. 그렇다면......!'

한계를 정하지 말고, 자유롭게 확장하라.

헤르세바는 군단이고, 군단은 나다.

그러니.

이제 헤르세바는 미라만을 불러올 수 있는 게 아니다.

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

중심부에서 오른쪽.

사막에서 뭔가가 올라오고 있었다.

그것은 커다란 저택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저택을 중심으로, 유령 도시를 연상케 하는 빛바랜 건축물들이 올라왔고 썩지 않는 죽음의 영역이 펼쳐진다.

[우하하! 이거 미쳤는데?]

저택이 문이 벌컥! 열렸다.

걸어 나온 것은 빛바랜 왕관을 쓴 작은 소년. 그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자신의 몸을 툭툭 만져보고 있었다.

[시몬! 날 어떻게 여기로 데려온 거야?]

에이션트 언데드 프린스.

그리고 사막 한복판에 '데스랜드'가 재현되고 있었다. 뒤이어 유령 도시의 건물 안에서 튀어나오는 건 무수한 좀비들이었다.

"2시! 2시 방향에 대규모 좀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소 3천 기 이상!"

"저게 어디서 튀어나오는 거야?"

갑작스러운 적 부대의 등장에 혈천교 신도들이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진 모르겠지만!]

프린스가 오른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포즈를 취했다.

[군단 좀비부대의 대장! 그리고 히어로 프린스 등장이다!]

-우어어어어어어어!

-어어어어어어!

새까만 파도와도 같은 좀비들이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시끄럽사와요.]

동시에 데스랜드의 반대 방향에는 새로운 존재감이 일어나고 있었다.

혈천교 신도들의 시선도 반대편으로 돌아갔다.

-키리리리리릭!

-키리릭!

이 지역은 온통 거미줄로 뒤덮인 거미굴이 재현되어 있었다. 그곳의 거미줄에 앉아서 다리를 꼬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

[거미 부대의 대장이자 군단장님의 가장 충직한 종.]

그녀가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에르제베트라고 하옵니다.]

쿠쿵!

쿠쿠쿠쿠쿵!

그리고 진형의 후방.

큰 키의 나무들이 연신 솟구치며 사막 한복판이 정글로 재현되었다.

[유적에서 대기 중이었는데 불려왔군요. 그것도 가장 싸우기 좋은 환경으로.]

나무 위의 둥지에서 떨어지는 것은 하피 언데드인 '스컬윙'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남자.

[스컬윙 부대의 대장 아케뮤스. 지금 도련님의 부름에 응했습니다!]

-끼이이이이익!

-끼이이이이!

스컬윙들이 하늘을 메웠다.

"자, 실라지의 망령. 그리고 혈천교."

시몬이 씩 웃으며 피어를 입었다.

"했던 말 그대로 돌려줄게. 지금 이 상황을 똑똑히 인지하고 느끼며 절망해. 당신들은 지금-"

그가 두 팔을 벌렸다.

"'군단'을 상대하는 거야."

우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밤의 사막에 집결한 망자들이 거대한 함성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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