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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393화 (393/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93화

실라지와 혈천교 무리는 꼼짝없이 포위당했다.

동쪽은 프린스가 이끄는 좀비들이, 서쪽은 에르제베트의 송장거미들이, 북쪽에서는 아케뮤스의 스컬윙들. 그리고 정면인 남쪽에서는 시몬이 직접 지휘하는 미라들까지.

사방의 어디를 둘러봐도 빠져나갈 구멍은 없었다. 실라지의 표정도 바짝 굳었다.

"골로스, 길라, 안반테. 셋으로 흩어져 병력을 이끌고 언데드들을 상대하게."

"예!"

명령을 받은 세 명의 주교들이 빠르게 흩어졌다.

"나는 직접 군단장을 맡겠다."

실라지가 칠흑을 끌어올리며 정면을 보았다. 시몬과 그가 이끄는 미라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 * *

"좀비라."

양손에 시뻘건 두 개의 십자가를 든 혈천교의 주교, 골로스는 동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전투 가능한 신도들과 블러드 좀비들이 그 뒤를 따랐다.

[음?]

머리의 왕관을 붙잡은 채 달리고 있던 프린스도 그를 발견했다.

[뭐야? 혈천교가 십자가?]

"데바 여신의 이름으로, 부정한 존재를 처단하겠다!"

부웅!

지면을 박차고 날아오른 골로스가 피 묻은 십자가를 휘둘렀다. 프린스는 제자리에서 멈추며 두 팔을 X자로 교차했다.

투콰악!

굉음과 함께 프린스가 딛고 있던 바닥이 움푹 파였다. 프린스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뭐래? 데바는 에프넬 쪽 애들이 섬기는 신 아냐?]

"그들은 잘못되었다!"

골로스의 이마에 혈관이 바짝 일어났다.

"여신의 말씀을 곡해하여 통제 수단으로 이용한 기득권들일 뿐! 우리 혈천교가 진정한 데바 여신의 신도들이다!"

[나 참!]

프린스가 X자로 교차한 팔을 힘껏 풀며 골로스를 뒤로 튕겨냈다.

[딱 한 마디 나눴는데, 얼마나 생각이 베베 꼬였는지 알겠네.]

"부정한 언데드 따위가 나를 평가하려 들지 마라!"

골로스가 다시 두 붉은 십자가를 세웠다.

"사도의 부활이야말로 여신의 진정한 뜻이다!"

[그딴 건 잘 모르겠고.]

차악!

프린스도 두 주먹을 세웠다.

[네가 꼬일 대로 꼬인 악당인 건 아주 자알 알겠어!]

터어엉!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돌진했다. 완벽하게 평행을 달리는 그들의 이야기와는 다르게, 두 사람의 거리는 빠르게 좁혀졌다.

투콱! 퍽! 콰직!

이내 프린스와 골로스가 치열하게 주먹과 십자가를 주고받으며 싸웠다. 단순한 쌈박질에 주위는 연신 모래폭풍이 일어났다.

"크윽!"

골로스가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주교인 나를 능가하는 완력이라니!'

[하하!!]

프린스의 눈이 번뜩였다. 그가 쓰고 있던 왕관도 마찬가지로 번뜩였다.

골로스가 바짝 긴장하며 자세를 낮추는데.

쩌억!

퍽!

통증은 뒤에서 느껴졌다. 어느새 어깨와 목, 허벅지 등에 블러드 좀비들이 달라붙어 그를 물어뜯고 있었다.

"무슨?!"

[아군한테 당하는 기분이 어때?]

프린스의 주먹이 그대로 골로스의 안면으로 향했다.

[히든카드 펀치!]

쩌어어어억!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을 만큼 제대로 펀치가 들어갔다.

콧대가 와작 뭉개지며 코와 입에서 핏물이 튀어나왔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간 골로스가 공중에서 몇 번이고 회전하다가 저 멀리 모랫바닥에 박혔다. 블러드 좀비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쓰러진 골로스의 몸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거기에.

-우어어어어어!

다른 혈천교 신도들도 같은 편인 블러드 좀비들과 싸우고 있었다.

프린스가 그 모습을 보며 왕관을 만지작거렸다.

[음, 평소보다 더 잘 먹히는데?]

물론 공세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가라!]

데스랜드가 자랑하는 새까만 좀비의 파도가 프린스를 넘어 골로스의 부대를 덮쳤다.

* * *

촤아아아아악!

촤아아아아아악!

허공에서 검푸른 실선이 지나갈 때마다 블러드 좀비의 목이 댕강댕강 날아다녔다.

몇몇 신도들이 빠르게 눈치채서 날붙이 따위로 앞을 막아도, 실선은 무기마저 잘라내며 앞으로 뻗어 나갔다.

"크으!"

그리고 서쪽 전장을 맡은 두 번째 혈천교 주교, 길라.

공중으로 도약해 실선을 피한 그녀가 숨을 헐떡였다. 혓바닥에 있는 피어싱이 반짝 빛났다.

[지금 뭘 하시와요? 인간.]

에르제베트가 냉소했다.

[그렇게 계속 부하들이 죽게 내버려 둘 건가요?]

"큭!"

길라는 에르제베트 하나 상대하기 바빴고, 그사이 송장거미들이 신도들을 덮쳤다.

에르제베트가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도록 오른팔을 들어 올리자, 거미줄이 빨랫줄처럼 공중에 쭉쭉 뻗어 나갔다. 송장거미들이 거기에 거미줄을 날려 연결하더니, 몸을 띄우고 시계추의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 신도들의 목에 독니를 박아 넣었다.

푹! 푹! 소리와 함께 신도들이 쓰러져 갔다.

"이 괴물들이!"

길라가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그러자 혓바닥을 포함한 전신에 나 있던 피어싱에서 피가 푸슈슛 솟구쳐 바닥을 흥건하게 적셨다.

"나와라!"

그녀가 아공간에서 여덟 개의 '골렘의 핵'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꿀렁 꿀렁 꿀렁!

이내 바닥의 핏물이 골렘의 핵을 중심으로 뭉쳐서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오?]

"이게 내 진가야."

길라를 중심으로 여덟 기의 블러드 골렘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무려 여덟 기의 블러드 골렘과 이어져 있는 나는 무적이지. 어떤 피해를 받아도 재생해."

마침 한 블러드 골렘이 아군 신도를 붙잡아 피를 흡수했다. 아까 에르제베트에게 당했던 길라의 어깨 상처가 빠르게 회복되었다.

"그 누구도 내 방어를 뚫을 수는......!"

스릉. 스릉. 스릉.

블러드 골렘의 주위로 검푸른 섬광이 사방에서 번쩍이더니, 여덟 기의 블러드 골렘들의 몸이 실선이 그어졌다.

[한심하옵니다.]

에르제베트가 두 팔을 떨치자 쩌저적 소리와 함께 모든 골렘들이 일제히 무너져 내렸다.

"......아!"

에르제베트가 입매를 비틀었다.

[이상하네요. 우리 주인님이 키젠에서 배운 블러드 골렘은 이렇게 약하지 않았는데, 수만 많은 장난감에 불과한 게 아닌지요.]

틱.

티딕.

이제는 길라의 몸에 무수한 실선들이 그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블러드 골렘의 특징.]

에르제베트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시전자와 피해를 공유한다. 맞죠?]

"시, 싫어!"

전신에 일어나는 무수한 스크래치를 보며 길라가 머리를 쥐어뜯었다.

"싫......!!"

푸화아아아악!

시뻘건 피가 폭발하듯 일어나며, 고깃덩이가 된 길라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에르제베트는 불결하다는 듯 손을 휙휙 털었다.

"손을 더럽힐 가치도 없었네요. 나의 아가들. 한 놈도 남기지 말고 주인님의 적을 전멸시키세요!"

-키리리리릭!

송장거미 떼가 먹잇감을 노리는 매처럼 혈천교 신도들을 덮쳤다.

* * *

사막의 북쪽은 괴조의 울음소리가 가득했다.

제7군단의 새로운 언데드 스컬윙.

하피라는 반인반조의 몬스터가 베이스고, 얼굴과 상체는 인간의 두개골과 뼈대. 그리고 하반신부터는 새의 얇고 가느다란 뼈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언데드로서, 스컬윙의 코어에서 나오는 칠흑은 거의 대부분 날개로 향한다.

전신이 해골이지만 칠흑으로 만든 깃털이 듬성듬성 붙어 있는 특이한 외형. 이것으로 공중을 고속으로 활보하다가 지상의 먹잇감을 두 다리로 움켜쥔다.

"으, 아아아악!"

그대로 먹잇감을 고공에서 떨어뜨리거나, 이빨로 목덜미를 물어뜯기도 한다.

"떨어지는 깃털을 조심해!"

"언데드 따위가 번거롭게!"

그리고 이 스컬윙들 비행하며 자연스럽게 깃털들이 떨어지게 되는데, 이는 생명체에 극도로 유해한 저주가 들려 있다.

전염병.

화상.

고통.

여러 저주가 무작위로 들어 있다.

스컬윙에게 포획당해 깃털로 감싸지는 순간, 극도의 고통으로 발버둥 치다 죽게 되는 것이다.

"공중에서 계속 온다!"

"혈류화살을 날려!"

대공 능력이 없는 블러드 좀비들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멍청하게 있다가 스컬윙들에게 낚아채질 뿐이었고, 대부분의 혈천교 신도들은 블러드 코어 부작용과 약물 남용으로 정신이 망가져 있다. 제대로 된 대처가 될 리가 없었다.

그리고 가장 높은 상공.

에이션트 언데드인 '아케뮤스'가 팔짱을 낀 채 하늘에서 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시몬의 칠흑으로 만든 검푸른 깃털 날개를 고고하게 펄럭이고 있었다.

[둥지를 만들긴 했으나, 아직은 머릿수가 적은 게 아쉽군.]

최근에 언데드 양산을 시작한 아케뮤스의 경우, 프린스와 에르제베트에 비해 병력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정예병처럼 스컬윙 한 기 한 기 최대한 아끼며 운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벌써 10기나 당하다니.]

톤파를 양손에 쥔 꽁지머리의 남자, 혈천교 주교 '안반테'.

그는 강했다.

스컬윙을 홀로 두 자릿수 이상으로 처치했다. 그가 날린 탄환에 맞은 스컬윙들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언제 내려올 거냐? 대장 언데드."

그 남자가 톤파를 공중으로 겨누며 도발했다. 아케뮤스는 차가운 얼굴로 공중으로 치솟았다.

그러곤.

쐐애애애애애애액!

새까만 혜성처럼 초 단위 만에 지상으로 내려와 안반테에게 부딪혔다.

투콱!

폭음이 일어나며 모래가 분수처럼 공중으로 솟구쳤다.

쏴아아- 하고 모래가 가라앉은 뒤, 아케뮤스의 발과 안반테의 톤파가 줄다리기하듯 팽팽하게 힘을 겨루는 모습이 보였다.

"난 골로스나 길라랑은 달라."

척!

안반테가 다른 한쪽 톤파를 아케뮤스 쪽으로 겨누었다.

투다다다다다!

톤파에 뚫려 있는 구멍에서 총탄이 쏟아져 나왔다. 하나하나가 모두 피로 구축된 '혈류탄'이었다.

아케뮤스가 날개로 몸을 가리며 물러났다.

[흠.]

그의 표정이 찡그려졌다. 강철보다 더한 강도를 자랑하던 날개의 깃털이 듬성듬성 빠져 있었다.

"난 혈천교고 뭐고 관심 없고, 중립지대 용병 출신이야. 그냥 X나 강해서 스카우트된 거지."

안반테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그쪽도 강해 보이는데, 우린 피차 적당히 적당히 싸우다가 묻혀가자고."

[......적당히?]

고고고고고고고고고고!

아케뮤스의 몸에서 방대한 칠흑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적당히는 없다! 나는 도련님을 위해 이 몸과 사념과 영혼까지 불사르기로 맹세했다. 그리고!]

언제나 굳고 침착한 인상이었던 아케뮤스의 입가가 괴물처럼 벌어졌다.

[감히 도련님께서 주신 날개를!!]

케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광역 소리 저주가 퍼져 나갔다. 신도들이 귀에서 피를 쏟아내며 쓰러졌고 블러드 좀비들도 뒤로 풀썩풀썩 넘어갔다.

[죽여 버리겠다 인간!!]

"오, 오우......."

안반테가 잘못 걸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케뮤스가 시꺼먼 칠흑을 휘장처럼 이끌고 그에게 돌진했다.

* * *

"돌격."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

시몬은 수천의 미라 군대를 이끌고 직접 실라지의 본진을 쳤다.

헤르세바가 불러온 에이션트 언데드들의 기세가 대단했기에 이대로 시간만 끌면 유리해지겠지만, 아쉽게도 시간을 끌 만큼 헤르세바가 여유 있는 건 아니었다.

군단화로 결계가 깨지는 시간을 조금 더 벌었을 뿐, 헤르세바의 힘은 곧 바닥나리라.

그리고 결계가 깨지는 순간 모든 우위는 사라진다.

직접 포탈로 넘어온 혈천교도들과는 달리 에이션트 언데드들은 헤르세바의 능력으로 일시적인 '불러오기'된 것. 헤르세바의 공간이 사라지면 다른 언데드들도 흩어진다.

그래서 시몬은 결정했다.

-갸갸갸갸갸갹!

-갸갸각!

실라지를 직접 치기로.

"나와라."

시몬의 허리춤에 그려진 마법진이 번뜩였다. 청록의 섬광이 솟구쳐 오르더니 주위에 있는 미라들의 몸에 깃들었다.

붕대의 색이 청록빛으로 바뀌고, 동공에도 빛이 번쩍였다.

<시몬 오리지널 - 미라 친위대>

열 기의 미라들을 친위대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미라 중에서도 시몬의 직속이 된 이들은 그의 옆에 바짝 붙었다.

"돌파해!"

시몬이 외쳤다.

"막아라."

실라지가 광신도들과 블러드 좀비들을 돌진시켰다. 이내 두 세력이 부딪히며 거대한 난전이 형성되었다.

좀비와 미라들이 서로 물어뜯고, 신도들이 혈류마법을 퍼부었다.

"네크로맨서부터 잡아라!"

혈천교 신도들이 공중에서 시몬을 노렸다.

그러나.

촤르르르르륵!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붕대들이 날아와 그들을 베어버리거나 날려 보냈다.

군단장을 지켜야 할 '친위대'의 이름을 얻은 미라들은 특별히 강했다.

-갸갸갸갸갸갹!

그사이 일반 미라들은 실라지에게 도달했다.

실라지는 여전히 심장의 고통에 시달리는 듯, 인상을 찡그린 채 왼쪽 가슴을 붙잡고 있었다.

"쯧."

그가 팔을 뻗자 무수한 핏방울들이 날아가 전면에 연쇄 피폭발을 일으켰다. 피를 소모하는 기술임에도 아까부터 아끼지 않고 난사하는 모습이다.

콰콰쾅!

쿠쿵!

갈기갈기 찢어져 피투성이가 된 미라들이 바닥에 쓰러지고, 그 시체를 짓밟으며 계속해서 미라들이 밀려들었다.

"귀찮은 것들."

실라지가 다시 큰 마법을 구사하려는 그때.

촤르르르륵!

바닥에서 솟구친 붕대가 실라지의 다리를 가르며 지나갔다.

"!"

그의 다리가 털썩 모래바닥에 떨어졌다. 어느새 바닥에서 모습을 드러낸 친위대 미라가 음침한 안광을 뿜어내고 있었다.

"당신이 가르친 기술에 당하는 기분이 어때?"

피폭발이 걷히며, 시몬이 파멸의 대검을 들고 다가오고 있었다. 실라지가 우악스럽게 미소 지었다.

"과연, 내가 괴수 새끼를 가르쳤는가."

실라지의 텅 빈 오른발이 빠르게 피로 채워져 임시 다리를 만들었다.

시몬이 힘껏 도약해 대검을 내리쳤다. 실라지 또한 손에 블러드 소드를 만들어 올려쳤다.

까아아아아앙!

두 남자의 검이 허공에서 격돌하며 거대한 파문을 일으켰다.

검 사이로 마주치는 두 사람의 눈이 번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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