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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400화 (400/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400화

"오늘의 마지막 시험입니다!"

시험 중계를 맡은 사회자 콘라드가 확성 수정구를 들고 소리쳤다.

그 옆에 펼쳐진 마나 스크린에서는 시험 장면이 생중계되고 있었다.

"여러분은 지금 진급시험 및 5차 BMAT의 경기를 관람하고 계십니다. 아, 그리고 말씀드리려는 순간!"

-크워어어어어어어!

하늘에서 검은 용으로 변한 헥토르가 포효했다.

그리고 헥토르의 시험 상대. 천 개의 촉수를 휘두르는 하얀 사슴은 저번 던전에서의 '던전주'를 가상 전투 시스템으로 재현한 개체였다.

검은 용이 고속으로 비행하며 짧은 브레스를 난사했지만, 던전주는 폴짝폴짝 빠른 뜀박질로 피해 다녔다.

촤아아악!

이번엔 던전주가 반격했다.

천 개의 하얀 촉수가 하늘을 눈보라처럼 뒤덮으며 다가왔지만, 헥토르는 오히려 하강하는 속도를 더 높이며 브레스를 날려대고 있었다.

"대단합니다! 대단해요! 저 공격을 모조리 다 피하고 있습니다!"

"헥토르는 키젠에서 가장 많이 정장한 학쟁 중 하나예요."

옆자리에 앉은 홍펭도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무어 가문의 특혜에 의존하지 않고, 뼈를 깎는 노력으로 전 과목 최정장급의 정적을 따냈어요. 어떤 경우에도 제 질력을 발휘하는 그의 저력이 최종 10인, 지금의 던전주 지험까지 올라오게 한 원동력이겠죠."

"과연 그렇군요!"

홍펭의 어수룩한 발음을 헤벌쭉한 표정으로 듣고 있던 사회자가, 방송 하수인의 신호에 표정을 다잡았다.

중간에 변수가 생긴 것이다.

헥토르의 브레스가 쇄도하던 촉수에 부딪혀 폭발해, 그의 시야가 순간적으로 연기에 가려졌다.

푸욱!

그 틈을 노린 촉수들이 연기를 뚫고 올라와 시룡의 날개를 연신 관통했다.

아아-!

스크린으로 지켜보던 학부모들 사이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날개가 당하며 비행능력을 봉쇄당한 헥토르 학생! 이거 정말로 아쉽습니다. 거의 다 왔는! 어?"

사회자가 말을 멈추고 눈을 크게 떴다. 연기가 걷히자, 날개와 비늘 뭉치가 뱀의 허물처럼 벌어진 채 중앙이 텅 비어 있었다.

"사, 사라졌습니다! 헥토르 학생은 어디에......!"

푸화악!

연기를 뚫고 시룡의 부산물을 벗어 던진 헥토르가 맨몸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그가 두 주먹을 모아 깍지를 꼈다.

<헥토르 오리지널 - 열파(裂破)>

꽝-!

그의 두 주먹이 보스몬스터의 머리를 강타했다. 검은 마력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튀어 올랐다.

뇌진탕에 가까운 충격을 받은 보스몬스터가 휘청거리며 물러나자 헥토르가 득달같이 달려들어 보스몬스터를 끌어안듯 밀착했다.

<카우마(Cauma)>

헥토르의 상의가 갈가리 찢어지며, 그의 몸에 네 개의 저주 마법진이 드러났다. 저주는 헥토르와 보스몬스터, 양쪽의 온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끼이이이이이!

"크으으으윽!"

사회자가 입을 딱 벌렸다.

"이, 이 무슨 집념입니까! 자신의 온몸을 이용해 저주를 발동시키는 헥토르 학생!"

"영리한 판단이에요."

홍펭이 말했다.

"카우마는 고열 저주, 그리고 저 던전주는 체내의 온도변화에 극도로 취약해요. 저기 봐요. 촉주를 가누지 못하고 있어요!"

그녀의 말대로, 헥토르의 몸을 휘감은 촉수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흐물흐물거리고 있었다.

사회자가 급히 홍펭을 보며 말했다.

"하지만 저렇게 하면 헥토르 학생 본인도 위험하지 않습니까!"

"뜨거운 드래곤 브레즈를 쏴대는 헥토르 학쟁은 기본적으로 열에 내성이 있어요. 버틸 주 있어요!"

그때 헥토르가 고개를 뒤로 크게 젖히더니, 확! 하고 던전주의 목덜미에 이빨을 쑤셔 박았다.

푸학! 소리와 함께 핏줄기가 쏟아진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모두 헥토르의 저 집념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드래곤 폼 상태도 아니고, 생니로 몬스터를 물다니!

"그읍! 그으으으!"

푸학!

이빨이 파고 들어가며 핏줄기가 한 차례 더 쏟아졌다. 사회자의 얼굴이 흥분으로 달아올랐다.

"뚫었다! 인간의 이빨로 목덜미를 뚫었습니다!"

비로소 헥토르를 휘감은 촉수에 힘이 풀렸다. 헥토르는 던전주를 안은 채로 무릎을 굽히고, 힘껏 공중으로 치솟았다.

화아악!

드높은 상공에 올라온 헥토르가 던전주를 손에서 놓고는 두 팔을 벌렸다.

껍데기만 있던 시룡의 날개와 비늘들이 옷처럼 차차착 그의 몸에 맞춰지며 다시 한번 검은 용의 모습으로 변했다.

스읍!

헥토르가 숨을 참고 상체를 뒤로 젖혔다. 복부의 한쪽이 불룩하게 튀어나오더니 꿀렁거리며 올라왔다.

복부, 가슴, 식도를 지나서 용의 입이 벌어지자 마침내 이글거리는 칠흑의 불꽃이 모습을 드러냈다.

<드래곤 브레스>

포성음과 함께 풀파워의 드래곤 브레스가 낙하하는 던전주를 바닥에 처박으며 폭발했다.

열기가 일대의 풀들을 불살랐다. 땅이 갈라지고 나무들은 정신없이 좌우로 흔들렸다.

쿵!

헥토르가 내려와 하늘을 보았다. 그의 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성공 - 21분 07초. 신기록 달성. 1위.>

"헥토르 학생! 헥토르 학생이 대체 진급시험 최고 성적으로 마무리합니다!"

검은 용이 승리의 포효를 내질렀다.

* * *

세 시간 후.

"자, 그럼! 이번 보스전 시험까지 1위로 통과한 헥토르 학생을 무대로 모시겠습니다!"

짝짝짝짝짝짝!

관중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헥토르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홍펭도 뒤에서 박수를 치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활약이었습니다! 하하!"

사회자가 쾌활하게 웃으며 헥토르에게 다가왔다. 그러다 헥토르와 눈이 딱 마주치자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다.

아우라.

방금 그의 경기를 본 뒤라서 그럴까, 고작 17살 소년에게 범접하기 힘든 아우라마저 느껴졌다.

그리고 단련의 결정체인 탄탄한 근육질의 몸, 곳곳에 보이는 굳은살과 노력의 흔적까지.

나이가 어리니 학생이니 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사회자는 이 소년이 존경스럽다고 생각했다.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누구나 1위를 예상했던 샤텔 마에르를 불과 몇 초의 차이로 물리치고 대체 진급시험을 최고 성적으로 통과했습니다! 헥토르 학생!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사회자로부터 확성 수정구를 건네받은 헥토르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러고는 마력 촬영기 쪽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보고 있나."

그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깔렸다.

"이딴 시험, 최고 성적으로 통과해봐야 1위를 확정 지은 넌 태연자약하게 병동에 누워 있겠지."

관중들이 웅성거렸다. 자극적인 이슈를 캐치해야 하는 사회자가 눈을 빛냈다.

"아! 1위라면 시몬 폴렌티아 학생이군요! 혹시 시몬 폴렌티아 학생의 1위 확정에 대해 불만이 있으신......."

그렇게 묻던 사회자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헥토르가 살벌한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사회자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시선을 피했다.

"그 어떤 키젠 학생도-"

헥토르가 확성 수정구를 들었다.

"시몬 폴렌티아의 1위에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아."

"그는 목숨을 걸고 우릴 지켰다. 여기 와서 시시껄렁한 가짜 던전주 따위를 잡고 놈의 자리에 이의를 제기하는 건-"

헥토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구역질 나는 짓이겠지."

좌중이 조용해졌고, 사회자는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헥토르가 다시금 마력 촬영기를 응시했다.

"너를 따라잡기 위해 미친 듯이 노력했다. 그리고 1학년이 끝난 지금, 내 위에는 네놈 하나뿐이다."

그의 커다란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약속은 지켜야 할 거다. 시몬 폴렌티아."

* * *

같은 시각.

"후웁! 후웁!"

환자복 차림의 시몬은 병동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체력 단련을 하고 있었다.

방에 마나 스크린 같은 장비도 없어서 헥토르가 어떤 인터뷰를 했는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저 열심히 훈련할 뿐. 지금은 뒷짐을 지고 한 손으로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었다.

[크흐흐! 이런 와중에도 단련이라니.]

피어의 분신이 말했다.

[몸을 온전히 회복한 뒤에 하는 게 어떤가?]

"허억!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후우! 하고 있으요!"

기어이 마지막 팔굽혀펴기까지 성공한 시몬이 퍼질러지듯 바닥에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본 피어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말했다.

[이제 1학년도 다 끝났는데 신기술이니 체력단련이니, 뭘 그렇게 열심히 하나.]

시몬이 바닥에 똑바로 누워서 대답했다.

"아직 갈 길이 많아요. 군단도 인정받아야 하고, 매그너스도 쓰러트려야 하고."

[과연.]

"물론 또 이유를 붙이자면."

시몬이 손을 들어 올렸다. 손가락 사이로 병동의 천장이 보인다.

"방학 전에 헥토르랑 승부를 가리기로 했거든요."

[크흐흐! 그 용으로 변하는 소년 말이군!]

"네, 헤르세바도 쓰지 못하게 됐으니까 이번에 새로 얻은 혼돈으로 만회해야죠."

시몬이 누운 채로 양 손바닥을 펼쳤다.

한 손에는 신성.

다른 한 손에는 클라우드.

이내 두 손바닥을 포개어 합쳤다. 세 힘이 서로 격렬하게 회전하는 혼돈이 만들어졌다.

여기까지는 이제 간단하게 됐다.

[그런데 말이다, 소년.]

피어가 불쑥 끼어들었다.

[군단장인 걸 들키는 것보다, 신성을 쓸 수 있다는 걸 들키는 게 더 위험하지 않나?]

"당연히 그렇죠. 그래서 혼돈의 최종 목적은 신성과 칠흑의 회전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제3의 마력을 만들어내는 거예요."

시몬은 황금비율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칠흑과 신성과 피의 비율을 변화를 주고 있었다.

"이걸 봐주세요."

칠흑과 SM-1 혈액의 조합이 클라우드다. 그런데 비율에 변화를 주는 도중에 새로운 현상이 관측되었다.

"보세요. 신성이 SM-1에 섞이고 있어요."

[크하하하!]

피어가 광소했다.

[또 정신 나간 발견을 했군!]

"정확히는."

시몬이 미소를 지었다.

"신성이 상극인 칠흑을 없애러 오니까 벽인 SM-1 피의 비율을 늘렸어요. 그러자 신성이 피를 뚫는 게 아니라 피에 파고들어 칠흑에 접근하려는 거예요."

[으음!]

"그럼 이런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시몬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SM-1 혈액 안에 신성과 칠흑을 가둬놓고 동시에 클라우드처럼 변이시키는 거예요."

[과연, 이번에도 미친 발상이군!]

시몬이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파라한 교수님께 연락해서 피와 신성의 결합과 관련된 백마법 사료를 부탁드렸어요. 프리스트 측에서도 치료 목적으로 피에 신성을 입히는 마법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럼 그 기술을 익힌다면.]

"네."

시몬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네크로맨서의 본진인 키젠에서도 신성을 전력으로 써먹을 수 있을지 몰라요."

똑똑똑.

그때 병실 밖에 노크 소리가 들렸다. 시몬은 급히 입을 틀어막았다가, 파라한이 소음 차단 마법진을 걸어줬다는 걸 깨닫고는 뒤늦게 안도했다.

"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고 이제는 익숙한 얼굴의 병동 관리원이 고개를 내밀었다.

"저어, 시몬 학생. 면회자가 왔는데 만나보시겠어요?"

시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네? 오늘 면회 일정 없지 않았어요?"

"그, 그런데 지금 당장 시몬 학생을 만나야겠다고 고집을 부리셔서......."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허락이 떨어지기도 전에 관리원을 지나 병동 안으로 성큼 들어온 사람이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하얀 수트를 차려입은 남자였다.

"바, 바힐 교수님!"

저주학 교수 바힐이 시몬을 보고 미소 지었다.

"건강해 보여서 한시름 놓았습니다. 잠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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