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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420화 (420/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420화

"자아, 배꼽 위에 손! 인사!"

"안녕히 계세요! 선생님!"

첫 참관수업은 무척이나 성공적이었다.

"괜한 걱정이었군!"

"이번 선생님들은 뭔가 달라."

에스카일 마을의 어른들과, 미제나시 가문 사람들도 만족하는 것 같았다.

그들의 반응을 본 시몬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아이들과 어른들이 모두 떠난 뒤.

"축하드려요! 레아와 숀이 어르신들의 인정을 받았어요!"

페트리아는 앞으로 참관수업은 없으며, 수업에 간섭받는 일도 일절 없을 거라고 말했다.

"다만 촌장인 네니아 할머님께서, 신성 훈련은 계속 유지해 달라고 하시네요. 이 훈련 때만큼은 제가 가서 확인해야 할 것 같아요."

"예, 알겠슴다."

"그럼, 이제 푹 쉬세요!"

페트리아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문을 닫고 나갔다.

레테는 손가락을 딱 튕겨서 벽면과 천장에 그려진 방음 마법진을 활성화하더니 소파로 달려갔다.

"지쳤다~"

그러고는 아무렇게나 드러누워 긴 한숨을 내쉬었다. 시몬은 아이들이 어질러놓은 장난감들을 마저 정리하며 말했다.

"수고했어. 레테."

"그쪽도 수고하셨슴다. 큰 산 하나 넘었네요."

이제 이 에스카일 마을을 당당하게 베이스캠프로 쓸 수 있게 됐다. 마을에서는 정보를 수집하고, 모두가 자는 새벽에는 결계 밖으로 나가 이 산맥을 샅샅이 뒤져볼 계획이다.

"저녁에는 쉬면서 눈 좀 붙이죠. 바로 새벽에 출발할 검다."

레테가 그렇게 말하며 시몬을 보았다.

"이곳 에스카일이야 평화로워 보이지만, 아랫마을인 쿨라는 지금쯤 식량이 다 떨어져서 지옥이 벌어져 있을 검다. 최대한 빨리 이번 임무를 해결해야 해요."

"맞아."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걸린 문제다.

거기에 이스라필은 이번 사태가 신성연방을 넘어 암흑연합까지. 대륙 전체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시몬은 주먹을 불끈 쥐며 전의를 끌어올렸다.

'힘내자!'

* * *

그렇게 이른 새벽.

시몬과 레테는 마을 경비들의 눈을 따돌리고 결계 밖으로 나왔다.

휘이이이이이잉!

여전히 혹한은 그칠 기세 없이 강력했고, 눈보라는 펑펑 쏟아져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죽음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그르르르르!

-게게겍!

거기에 설산에 사는 몬스터들의 공격까지.

척추가 구부러지고, 몸 곳곳이 얼어붙은 네 발 괴물이 습격해 왔다.

<홀리 스피어>

시몬이 만들어낸 신성 창이 약점인 척추를 연달아 공략해 무너뜨렸다. 몬스터가 완전히 파괴되고, 시몬이 그 앞으로 다가갔다.

"레테."

"왜 그러심까?"

그녀가 대충 쓱 휘두른 손짓 한 번에, 몬스터 몇 마리가 새하얗게 변한 채 조각나고 있었다.

"이거, 언데드야."

"어쩐지 신성이 잘 먹힌다 싶더니. 언데드 몬스터까지 여기 있었네요."

위험도 랭크가 붙지도 않은 미지의 몬스터들이 설산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레테가 고개를 들었다.

"역시 이 산은 수상쩍어요."

눈보라 사이로 산맥의 꼭대기가 어렴풋이 보인다.

"그렇게 열심히 걸었는데, 꼭대기를 보니 별로 많이 걸은 것 같지도 않고."

"응.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도는 느낌이야. 몬스터들의 공격에 신경을 쓰다 보면 금방 가던 방향을 잃어버리고."

"길을 잃지 않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겠슴다."

하얀 입김을 흘리며 레테는 고민을 시작했다.

눈발이 나부끼며 그녀의 백색 머리카락이 춤을 추는 모습은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어쩔 수 없죠."

고민 끝에 그녀가 눈을 꾸욱 감았다.

"큰 거 한 방 준비해 보겠슴다."

"큰 거라면...... 설마 여기서 성녀의 권능을 쓰려고?"

레테가 고개를 내저으며 목에 찬 초크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별의 성녀로서 내 권능은 철저히 '파괴'에만 집중되어 있슴다. 큰 백마법을 준비할 테니 시간이나 벌어주십쇼. 5분, 아니. 10분이면 충분해요."

"맡겨줘."

사브작.

레테가 새하얀 눈밭에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이내 두 손을 기도하듯 모으고 경건하게 눈을 감았다.

"만물의 어머니시여."

스스스-

스스스스스스-

시몬이 깜짝 놀라 뒷걸음쳤다. 기도하는 그녀를 중심으로 신성이 일어나며 마법진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죄 많은 딸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공기가 바뀌었다.

몰아치던 혹한과 눈보라 속에서, 뿌옇던 하늘에 구멍이 뻥 뚫리고, 그 사이로 눈부신 광명이 내려왔다.

광명 속에서 두 손을 모으고 진심을 담아 기도하는 레테의 모습은.

무척이나 눈이 부셨다.

-키기기기!

-게에엑!

레테의 신성에 반응한 몬스터들과 언데드들이 몰려든다.

시몬은 바로 장전해 놓은 홀리스피어를 발사했다.

"ⴆⴈⴇⴘⴋⴝ."

레테의 주문은 계속되었다. 주위의 신성이 풍부하게 차올랐다.

"시몬."

그때 레테의 목소리가 들렸다. 몬스터들을 제압한 시몬이 뒤를 돌아보았다.

"눈 크게 뜨고 잘 봐요."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한순간.

모든 혹한과 눈보라가 깨끗하게 걷혀버리고.

밤이 낮으로 바뀌었다.

'와......!'

주위가 깨끗하게 훤히 보였다.

기후마저 바꿔 버리는 레테의 마법에 감탄하는 것도 잠시, 시몬은 눈을 크게 떴다.

그녀가 잠깐 만들어준 이 순간을 헛되이 쓸 순 없었다.

'역시.'

뒤쪽에는 결계에 둘러싸인 에스카일 마을이 보인다.

몇 시간을 혹한을 뚫고 헤매었건만, 이곳은 마을에서부터 30분 정도의 거리. 별로 많이 오지도 못했다.

그리고 산의 정상까지 훤히 보인다.

산의 정상 바로 아래에 보이는 건 동굴. 그곳에서 불길한 기운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생각보다 여기서 그렇게 멀지 않다.

"레테! 저기야!"

시몬의 동굴을 가리키며 외쳤다. 백마법의 유지에 집중하고 있던 레테가 눈을 번쩍 뜨며 두 팔을 세웠다.

<일루미네이션(Illumination)>

백색 섬광이 번쩍이며 날아갔다.

그와 동시에 환한 낮이었던 주위가 순식간에 어둠으로 물들고, 다시 혹한과 눈보라가 몰아쳤다.

휘이이이이이잉!

방금 본 그 아름다운 광경은 한순간의 꿈처럼 사라지고.

다시 추위와 냉기, 그리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눈발이 세상을 뒤덮었다.

"......하으아으아아."

레테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일어났다. 시몬이 재빨리 그녀에게 다가갔다.

"레테! 정말 수고했......!"

풀썩.

레테가 그대로 기울어져 시몬의 품에 안겼다.

"레, 레테?"

"......무, 무리했...... 슴다."

그녀의 눈꺼풀이 감길 듯 말 듯 하고 있었다. 시몬이 부드럽게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마을로 돌아가자."

레테가 얌전히 고개만 끄덕. 했다.

답지 않게 귀엽다고 생각하며, 시몬은 그녀의 어깨를 안은 다음 가뿐히 팔 힘으로 안아 들었다.

"조금만 쉬어. 금방 마을에......."

퍼억!

난데없이 레테의 주먹이 얼굴로 날아왔다. 시몬이 괴상한 소리를 내며 눈밭을 나뒹굴었다.

"뭐, 뭔 짓이야!"

시몬이 뺨을 감싸며 소리 질렀다.

"......그, 렇게 나를 들지...... 마아. 부끄러으어."

이 와중에 안는 자세가 문제라니.

시몬이 어이없어하고 있는데, 졸음에 눈이 반쯤 감긴 레테가 시몬 쪽으로 두 팔을 스윽 들어 올렸다.

'......!'

마치 안아달라고 하는 것처럼.

시몬의 귓불이 살짝 붉어졌다.

'......당연히 정면으로 안으라는 건 아니겠지.'

시몬이 다가가서 등을 보인 채 뒤돌았다. 이내 그녀가 폭! 하고 몸을 기대는 게 느껴졌다.

시몬이 그녀를 업은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테?"

그녀는 이제 눈을 감고 자고 있었다. 색색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리는 것을 확인한 시몬은 바로 마을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 *

새벽에는 엄청 고생했다.

혹한이 치는 산맥에 올랐다가, 레테를 업고 에스카일 마을에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레테를 옆방에 옮긴 시몬은 그야말로 기절하듯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꿈을 꿨다.

이번에도 강력한 백마법을 쓰고 방전된 레테가 흐물흐물한 표정으로 시몬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있었다.

조금 낯부끄러웠던 시몬은 주춤거리며 다가가 등을 보이고 현실에서처럼 어부바 자세를 취했다.

퍽!

그런데 레테의 주먹이 안면을 강타했다.

"뚜훑!"

시몬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눈을 뜨니, 시야가 푹신한 뭔가로 가려져 있었다.

'베개?'

베개로 맞은 모양이었다.

이내 베개가 위로 올라가며, 평소처럼 시크함과 나른함. 그 중간 정도의 표정을 짓고 있는 레테가 말했다.

"일어나라고 몇 번을 처말해야 일어날 검까!"

"레, 레테?"

"빨리 일어나요. 밥도 해놨으니까."

레테가 폴짝 침대에서 내려와 뒤도 안 돌아보고 방을 나갔다.

시몬은 부스스 일어나 눈곱 낀 눈을 비볐다. 그러고 보니 먹음직스러운 냄새도 났다.

'배고프네.'

좀비처럼 걸음을 옮겨 식탁에 도착하자, 고기 수프가 보글보글 끓으며 준비되어 있었다.

시몬은 비틀비틀 자리에 착석했다.

'음.'

성녀인 레테는 식사 전에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고 있었다. 이내 그녀의 기도가 끝났고, 시몬은 별생각 없이 수프를 한 스푼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어때요?"

레테가 물었다.

"어."

시몬이 눈을 깜빡였다.

"평범하게 맛있어서 놀랐어."

"......당신은 평범한 칭찬도 엿같이 들리게 하는 재주가 있네요. 증말 대단하심다."

시몬은 몇 스푼 더 떠먹어 보았다. 먹을수록 그립고 익숙한 맛이었다.

"이거 설마......."

"당연히 안나 선생님의 레시피임다."

레테가 스푼으로 시몬을 척! 겨누었다.

"명심해요. 내 요리 실력은 욕해도 안나 선생님의 레시피를 욕하는 건 참을 수 없슴다."

"내가 왜 욕하겠어."

고향의 맛을 느끼며 시몬은 그릇을 싹 비웠다.

고기 수프는 순식간에 동이 났다.

"다 먹었음 밖으로 나오십쇼."

"응?"

"수업해야지."

수업이라길래 당연히 아이들 수업 준비할 줄 알고 나왔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저번에 했던 약속대로, '라 에스크림'에 대해 제대로 알려줄게요."

수업을 받는 대상은 시몬이었다. 그녀가 팔짱을 끼며 고개를 까닥했다.

"한번 시전해 봐요."

"아, 응."

시몬은 고개를 끄덕이며 '라 에스크림'을 준비했다.

홀리 스피어를 뼈대 삼고, 그 주위를 신성의 띠로 뒤덮어 위력과 관통력을 높인다.

띠에는 모두 「출력」 수식이 걸려 있다. 출력을 최대한으로 띠를 움직여 홀리 스피어를 드릴처럼 회전시킨다.

"됐어요. 이제 해제."

시몬이 라 에스크림을 해제했다.

"그냥 몇 번 보고 쓱 베껴서 구현해낸 당신의 능력엔 놀랐지만, 역시 실속이 없어요. 짝퉁 마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님다."

그녀가 검지를 흔들며 설명을 마구마구 쏟아냈다.

"일단 라 에스크림의 뼈대는 '홀리 스피어'가 아니라 라 에스크림만을 위한 독자적인 창대를 만들어야 함다. 그리고 창의 겉면을 덮는 신성의 띠도 그냥 신성으로 만든 띠가 아니라 축복을 휘감아야 하는 검다."

"아! 그게 띠가 아니라 축복이었어?"

"네."

그녀가 직접 창을 둘러싸는 신성의 띠를 만들어 보았다.

"각각 강화, 회전, 쇄도의 축복임다. 세 가지 축복을 맞물려서 에스크림에 시너지를 일으키는 게 핵심임다."

레테는 시몬에게 에스크림에 사용되는 축복은 물론, 룬어와 수식까지 모두 전수해주었다.

"지, 진짜 이렇게 다 퍼줘도 돼?"

그렇게 물으면서도, 시몬은 잔뜩 흥분한 얼굴로 그녀가 말한 모든 내용을 메모하는 중이었다.

레테가 픽 웃으며 허리에 손을 올렸다.

"내 오리지널을 짝퉁으로 쓰는 건 쪽팔리니까요. 그리고 지금의 나는 더 센 마법을 쓸 수 있슴다."

"어쨌든 고마워!"

그렇게 라 에스크림의 수업이 끝나고, 레테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 새끼 고양이 신수들이랑 곰 신수를 꺼내보세요."

"응?"

"당신은 신수를 엉망으로 다루고 있슴다. 이 기회에 제대로 알려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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