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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424화 (424/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424화

시몬과 레테는 망설임 없이 검은 동굴로 들어갔다.

바깥은 혹한이 미친 듯이 몰아쳤지만, 동굴 내부는 유난히 따뜻했다.

"던전의 입구치고는 좀 평범해 보이는데."

시몬이 동굴 천장에 자라난 삐쭉삐쭉한 종유석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내 생각엔 제대로 찾아온 것 같슴다."

나란히 걷고 있던 레테가 손끝으로 정면을 가리켰다. 그렇게 많이 걷지도 않았는데 벌써 동굴의 끝이 보였다.

동굴의 끝은 막혀 있었고, 복잡한 구조의 결계 마법진 두 장이 펼쳐져 있다.

한쪽은 검은색, 다른 한쪽은 흰색이다. 두 마법진에서 흘러나온 긴 회로는 동굴벽의 아주 작은 틈 안으로 이어져 있었다.

"이스라필 님이 말씀하신 대로야."

시몬이 다가가며 말했다.

"칠흑 마법진이랑 신성 마법진. 칠흑과 신성 둘 다 필요하다는 말씀은 바로 이거였어."

"당신이랑 같이 안 왔다면 확실히 까다로웠겠네요."

레테도 옆에서 마법진의 구성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괜히 무리해서 구성을 바꾸려고 하면 동굴이 무너지는 원리임다."

"굳이 바꿀 필요도 없어."

시몬이 검은 마법진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바로 시작하자."

"좋아요."

레테도 하얀 마법진에 손을 올렸다. 두 사람은 동시에 눈을 감고 집중력을 끌어올리며, 칠흑과 신성을 일으켜 마법진에 불어넣기 시작했다.

우우웅!

형태만 남아 있던 빈 껍데기 같은 마법진이 활성화되며, 룬어를 깨우고 수식들을 작동시켰다.

톱니 맞물리듯 구성요소가 하나둘씩 힘을 받으며 마법진이 완전 작동을 시작한다.

쿠구구구구구구!

두 사람이 고개를 돌렸다.

그들이 짚고 있는 동굴의 끝이 아니라, 옆에서 동굴벽이 열리며 커다란 포탈이 모습을 드러냈다.

"좋아, 좋아."

레테가 손바닥을 탁탁 털며 미소 지었다.

"모든 건 예상대로~ 지긋지긋한 혹한도 이제 끝임다!"

시몬도 마법진에서 손을 떼고는 레테의 옆으로 왔다.

"가자."

"네!"

두 사람이 동시에 포탈을 향해 몸을 던졌다.

* * *

포탈의 깊이는 그리 깊지 않았다. 포탈을 통과하자마자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음.'

시몬이 표정이 살짝 굳었다.

온통 뼈다.

인간과 동물, 그리고 몬스터들의 뼈가 커다란 언덕을 이루고 있었다.

차악!

마침 레테도 시몬의 옆에 착지했다.

그러다 발밑에 들리는 달그락 소리에 시선을 내렸고.

"!!"

기겁한 소리를 내며 시몬의 팔에 철썩 붙었다. 레테는 과거의 기억 때문에 해골을 두려워했다.

"괜찮아? 레테."

시몬이 부드럽게 물었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던 레테가 시몬을 보더니 황급히 옆으로 떨어졌다.

"흠. 아. 괜찮슴다."

그러곤 민망한 헛기침을 했다.

"힘들면 밖에서 기다려. 나 혼자서도 충분해."

"......친절한 건지, 사람 X나 얕보는 건지."

그녀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이건 신성연방의 일입니다. 성녀인 내가 물러나는 일은 결단코 있을 수 없어요."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시몬은 더 말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레테도 그의 옆에 붙어서 걸었다.

그녀의 땀방울이 뚝뚝 떨어져 해골의 머리에 닿았다. 발밑에서 뼈를 밟을 때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움찔움찔 놀라면서도, 필사적으로 앞만 보며 걸음을 옮기는 모습.

이 녀석은 정말로 대단하다.

"시몬, 저기."

그때 레테가 손을 뻗어 앞을 가리켰다.

누군가 있었다.

프리스트복 차림에 안경을 쓰고, 빙글빙글 미소 짓고 있는 젊은 여자.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인데?'

불길한 예감이 치밀었다. 시몬은 로브 주머니에서 부스럭거리며 사진 한 장을 꺼냈다.

"확실해."

시몬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우리보다 먼저 마을에 왔다가 실종됐다는 그 선생님이야."

"제물로 던전에 바쳐진 것 같네요."

레테의 표정이 단숨에 싸늘해졌다.

"잡아먹은 식사 거리로 변신하는 게 취미야? 몬스터."

마치 그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사람의 모습을 한 살덩이가 울룩불룩 커지더니, 그 크기가 몇 배로 불어났다.

퍼억! 퍽!

살갗을 뚫고 육중한 팔다리가 튀어나왔으며.

퍽!

파충류, 정확히는 용과 가까운 길쭉한 머리가 튀어나왔다. 전신은 갈색 비늘로 뒤덮여 있고, 등 뒤에는 칼날 같은 갈퀴가 있다.

입에서는 차가운 냉기가 흘렀고, 눈은 푸른색이다.

던전의 몬스터라 위험도가 측정되진 않았지만, 용의 형상을 한 몬스터들은 모두 강력하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쿵! 쿵! 쿵!

언제나처럼의 제물이라고 생각했을까. 날개 없는 용이 육중한 다리를 흔들며 달려들었다. 밟히는 뼈들은 모조리 가루가 되어 바닥에 깔렸다.

"준비됐어?"

"뒤처지지나 마십쇼."

몬스터가 입을 쩍 벌리며 날카로운 이를 드러냈다. 레테가 오른팔을 세웠다.

<디바인 배리어>

꾸우우우웅!

몬스터의 돌진이 정면에서 막히고, 그사이 시몬이 은밀하게 파고들었다.

검은 로브 자락이 펄럭이며, 여섯 병의 맹독포션이 공중으로 치솟았다.

'개문!'

여기에 오버로드까지.

여섯 방향에서 짓쳐 든 촉수칼날들이 포션병을 하나씩 깨트렸다. 칼날에 독을 묻힌 채 그대로 몬스터의 비늘 틈을 파고들었다.

-게에에에엑!

몬스터가 괴로운 듯 울부짖었다.

"나이스!"

이번엔 레테가 디바인 배리어를 해제하며 날아올랐다.

그녀의 손안에 신성이 모이며 커다란 망치의 형상으로 변했다.

<디바인 해머>

꾸우우우우우웅!

머리에 강대한 일격이 들어갔다.

커다란 몬스터가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쳤고, 시몬과 레테가 기술을 해제하고는 역으로 돌진했다.

-그르르르르!

몬스터의 몸이 불룩 부풀더니 이내 두 다리의 무게감이 더해지며 이족보행의 형태로 변했다.

아까 인간의 모습도 그렇고, 자꾸만 모습을 바꾸는 게 특기인 듯했다.

"뭐."

레테가 바닥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모습만 바꾸면 어쩔 건데."

그녀의 신형이 순백의 강선으로 바뀌며 쏘아져 나갔다.

몬스터가 팔을 뻗었지만 레테의 발차기는 손가락 관절 다섯 개를 그대로 꺾어버렸다.

-게에에엑!

몬스터가 머리를 비틀며 레테의 허벅지를 향해 아가리를 들이밀었다.

쩍!

그러나 이번에는 시몬의 오른발이 몬스터의 얼굴에 부딪혔다. 괴물의 안면이 신발 자국처럼 내려앉고, 시몬은 덤블링하듯 뒤로 넘어가 바닥에 착지했다.

'오늘 컨디션 괜찮은데.'

그가 손에 그린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퍼져 나간 방대한 양의 칠흑이 주위의 뼈에 스며들어 갔다.

'나를 따르라.'

시몬이 검지를 치켜세우자, 바닥의 뼈들이 명령에 준동하며 두둥실 떠올랐다.

<본 프리즌>

네크로맨서라면 지형지물의 활용은 필수적이다.

뼈들이 몬스터의 몸에 철썩철썩 달라붙거나, 사슬처럼 연결되어 감옥을 만들었다. 졸지에 갇혀 버린 몬스터가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쳤다.

"레테!"

"알고 있슴다!"

레테도 시몬의 본 프리즌을 보고 그에 걸맞은 백마법을 준비했다. 공중에서 신성으로 이루어진 스무 자루의 칼날들이 쇄도하여 본 프리즌의 빈틈을 지나 괴물의 살갗에 쑤셔 박혔다.

몬스터가 고통스럽게 몸을 비틀며 괴성을 토해냈다.

"에이 씨, X도 아닌 게 끈질기네요."

"확실하게 숨통을 끊어야 해!"

콰아아아아아!

뼈감옥에 갇힌 몬스터가 입에서 냉기 브레스를 발사했다. 뼈들이 고드름처럼 얼어붙더니 바닥에 나뒹군다.

시몬과 레테도 빠르게 뒤로 물러나 다음 기술을 준비했다.

-그르르르르!

그리고 브레스를 중지한 몬스터도 3차 변이를 시작한다.

이족보행에서 다시 사족보행으로. 아니, 다리가 여덟 개가 추가되며 12개의 다리를 이끌며 레테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마치 지네 같은 모습이 되었다.

"하아."

그녀가 입김을 내뿜으며 두 손을 기도하듯 모았다. 그러곤 눈을 감고 주문을 외웠다.

<스트렝스, 블레스, 헤이스트, 라 비테스>

마법진도 필요 없었다. 그녀가 주문을 외울 때마다 수많은 다양한 축복들이 그녀의 몸에 깃든다. 화려한 색감의 광채가 그녀를 휘감았다.

그리고 시몬은 손가락을 세워 몬스터를 겨누고 있다. 공중에는 여러 저주 마법진을 띄워놓은 상태였다.

<이그저스트, 시크니스, 위크니스, 페럴라이즈>

시몬의 손끝에서 연달아 저주 마법이 쏘아져 나갔다. 몬스터는 저주로 점점 약화되는 반면, 레테는 축복으로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레테와 몬스터가 만났을 때.

스으.

두 존재의 전력 차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의 차이가 된다.

꽝!

레테가 신성을 휘감은 주먹으로 돌진하는 몬스터의 머리를 내리치자, 그대로 바닥에 파고들어 갔다.

이어지는 일방적인 공세.

레테는 프리스트들의 체술인 '성투'도 최상급이었다. 그녀의 주먹과 다리가 움직일 때마다 몬스터의 관절이 무너지고 비늘이 갈라졌다.

빠드드드드득!

힘과 속도의 차이가 명백하다.

꽝!

이어지는 그녀의 스트레이트에 얻어맞은 몬스터가 동굴 벽에 처박혔다.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그대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아, 귀찮게!"

레테가 숨을 헐떡이며 팔을 뻗었다.

몬스터는 도망치고 있고 주위에 장애물이 많다.

'이때는.'

'신성으로 스위치를 바꿔서!'

시몬은 칠흑을 거둬들이고 신성을 몸에 채웠다. 그리고 오른팔을 쭉 뻗었다.

신성의 창이 그의 앞에 만들어지며 축복마법이 띠의 형태로 날아와 창을 휘감아 드릴의 형태로 변한다.

그리고 그와 똑같은 구도가, 왼쪽의 레테에게도 펼쳐지고 있었다.

두 사람의 마법이 동시에 완성된다.

<레테 오리지널 - 라 에스크림> ×2

투콰아아아아아아아앙!

사출음과 함께, 신성창이 백색의 선처럼 쏘아져 나갔다.

퍼억!

퍽!

두 드릴에 꿰인 몬스터의 몸이 그대로 벽에 부딪힌다.

던전 전체가 뒤흔들리는 굉음.

몬스터의 복부에서 튄 핏물이 주위를 온통 녹색으로 물들였다.

"하아."

"후우."

시몬과 레테가 동시에 팔을 내렸다. 그러고는 서로 슬쩍 눈을 마주쳤다가 픽 웃었다.

"제법이잖슴까."

"원본에 비하면 아직 멀었지."

많은 말은 필요 없었다. 두 사람은 잠시 무릎에 손을 올리고 승리의 여운을 즐겼다.

* * *

아까 그 몬스터를 파괴한 뒤, 시몬은 시체를 뒤적거렸다. 레테는 비위가 좋지 않은지 팔짱을 낀 채 뒤돌아서 있었다.

이내 시몬은 몬스터의 잔해에서 열쇠 모양의 광석을 발견했다.

두 사람은 바로 이동했고 마침내 던전의 마지막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던전이 크진 않네요."

레테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말했다.

"응. 그리고 아까 그 몬스터가 던전주를 지키는 마지막 한 마리였나 봐."

"누군가 이미 다 클리어해 둔 느낌임다."

그녀가 손가락을 휘휘 흔들었다.

"물론 그 누군가는 마지막에 '던전주'를 이기지 못하고 살해당했다. 그 정도로 추측해 볼 수 있겠네요."

"바로 그 던전주가 우리 앞에 있단 거네."

시몬은 아까 죽은 몬스터에서 나온 열쇠를 들고, 커다란 문 앞에 섰다.

"열게."

"준비됐슴다."

레테는 신성을 끌어모으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시몬은 천천히 열쇠를 열쇠 구멍 안으로 집어넣었다.

'아!'

그러자 갑자기 열쇠가 시몬의 손에서 벗어나 열쇠 구멍 안으로 쏙 빨려들어 가더니, 덜커덩! 소리와 함께 돌로 이루어진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그그그그그극―

돌이 바닥을 긁는 소리와 함께, 불길한 하얀 연기가 문틈으로 흘러나왔다.

마침내 던전주의 방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

그리고 내부를 들여다본 시몬과 레테의 표정이 동시에 굳었다.

"......뭐야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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