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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427화 (427/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427화

"......."

페트리아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러곤 히죽 하고, 입꼬리가 찢어질 듯 귀 끝에 걸렸다.

꾸드득!

꾸득!

더 연기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걸까. 페트리아의 몸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먼저 목이 길어졌다. 아니, 길어지다 못해 하늘 높이 쭉쭉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꺄아아아아아!"

"허억!"

주위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기겁한 비명을 내지르며 도망쳤다. 시몬이 봐도 대단히 끔찍한 광경이었다.

'역시 던전에서 봤던 그 용족 몬스터처럼......!'

꾸드드드드드드득!

페트리아의 목은 하늘을 뚫어버릴 기세로 계속 올라갔으며, 조금씩 푸른 비늘도 돋아나고 있다.

"빤히 변신하는 걸-"

키이이이잉!

그때 레테의 오른손에서 눈부신 광채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냥 기다려 줄 것 같슴까!"

그녀가 검지 끝을 페트리아에게 겨누자, 화력이 응집된 빛의 선이 페트리아의 가슴에 구멍을 뚫고 지나갔다.

"페, 페트리아!"

"정확히 심장을 꿰뚫었소!"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렸다.

하지만.

페트리아의 변신은 멈추지 않았다. 더 이상 인간의 몸에 의존하는 상태가 아니었다.

[경배하라.]

짓누르는 듯한 음성이 들렸다.

끝없이 길어지던 페트리아의 목이 푸르스름하게 변하더니, 전신이 비늘로 뒤덮였다.

꽈득! 소리와 함께 몸통의 굵기도 커졌다.

안면은 파충류의 주둥이처럼 길어지는 동시에 인간의 머리카락 같은 회색 털무더기가 삐져나왔고, 벌어진 입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생겼다. 두 개의 팔이 튀어나왔으며, 등에는 하얀 갈기가 생겼다.

이내 레테에게 가슴이 관통당한 페트리아의 몸은 극도로 퇴화하여, 꼬리로 변했다.

[나는 카리사.]

뱀처럼 긴 몸뚱이와, 전신을 덮은 푸른 비늘. 그리고 붉은 눈의 용이 인간들을 내려다보았다.

[먼지 같은 너희와는 결이 다른 불멸의 존재다.]

경배하라.

재차 푸른 용이 강조했다.

그것 만으로 한풀 꺾여 있던 혹한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칼바람이 거칠게 마을의 결계를 두들겼다. 곳곳에서 결계가 깨지며 혹한이 쏟아져 들어왔다.

"모두 건물 안으로 대피하세요!"

시몬이 소리쳤다.

"던전주는 보통 몬스터가 아니에요! 여긴 위험하......."

"대피는 무슨! 더 이상 속지 않겠소!"

그때 난데없이 카리사의 앞으로 뛰어나오는 한 남자가 있었다.

아까부터 쿨라의 영주와 대립각을 세우던 그 에스카일의 중년 남자였다.

"설녀님! 설녀님이십니까? 역시 살아 계셨군요!"

그는 카리사의 등장에 감격하고 있었다. 그러다 다른 에스카일 사람들을 보며 소리쳤다.

"보시오, 여러분! 설녀님이 여기 계시지 않소! 무얼 두려워하는 거요? 이게 바로 우리 설녀님의 진짜 모습이오!"

웅성 웅성!

"설녀님이라고?"

"저런 몬스터가......?"

레테가 인상을 와락 구겼다.

"아까 던전주라고 설명했잖슴까! 뭔 개소리를!"

"레테."

시몬이 그녀를 말렸다.

이미 뭐라 말해도 들리지 않는 듯, 남자는 바닥에 엎드려 카리사를 경배하고 있었다.

"위대한 설녀님!"

분위기가 묘하게 돌아간다. 에스카일 주민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도 점점 커진다.

[그거다. 미천한 필멸자는 그렇게 바닥을 기는 게 옳지.]

그리고 자신에게 경의를 표하는 인간을, 카리사는 딱히 제지하지 않았다.

기세등등해진 남자가 벌떡 일어나 마을 사람들 쪽을 보았다.

"우리를 쫓아낸 쿨라 놈들과 화해는 무슨 놈의 화해! 저쪽에 성녀가 있다 한들, 설녀님이 우리 편인 이상 두려울 건 아무것도 없소! 다들 이쪽으로 오시오!"

"그 말이 맞아!"

"일방적으로 쿨라에게 당한 채 끝내라고? 그럴 순 없지!"

몇몇 과격한 성향의 에스카일 주민들이 카리사 쪽으로 넘어갔다.

그러자 이번엔 쿨라 쪽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인간의 탈을 쓰고 어찌 몬스터를 섬길 수가!"

"정신 차리시오! 저건 몬스터요!"

갑자기 구도가 묘하게 바뀌었다.

친 카리사 파 에스카일 사람들과, 그 외의 사람들.

그리고 카리사에 붙은 에스카일 사람들은, 배신자라며 다른 에스카일 사람들을 거칠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설녀님!"

제일 먼저 카리사에게 붙은 중년 남자가 입이 찢어질 듯 웃으며 소리쳤다.

"부디 쿨라 놈들과, 배신자 놈들, 그리고 불경한 성녀와 외부인을 처치해 주십시오!"

스르르르르-

카리사가 다가와 기다란 몸으로 그의 몸을 휘감듯 했다.

남자는 거대한 권력을 가진 것처럼 좋아하며 팔을 펼쳤다. 시몬과 레테가 기겁하며 뭐라고 소리쳤지만 그는 전혀 듣지 않았다.

"네놈들 전부 이제 늦었다! 설녀님께서 너희들을......!"

꽈드드드득!

피가 튀었다.

으적! 으적!

살이 으깨지는 소리와 함께, 카리사의 입에서 핏물이 비처럼 바닥에 줄줄 쏟아졌다.

"허어억!"

"어, 어째서......!"

카리사에게 붙은 에스카일 사람들이 당황하며 뒷걸음질 쳤다.

[벌레 같은 필멸자 따위가.]

카리사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이 내게 지시를 내리는가.]

빙룡 카리사가 입을 벌리며 냉기 브레스를 끌어모았다.

<클라우드>

시몬이 즉시 팔을 뻗어, 카리사 쪽으로 갔던 사람들을 클라우드로 휘감아 잡아당겼다.

<디바인 배리어>

이어서 레테가 망설임 없이 지면을 박차고 공중으로 치솟았다. 동시에 브레스가 발사된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

시릴 듯한 냉기가 쏟아졌다. 레테가 펼친 방어마법이 브레스를 정면에서 받아냈다.

신성방패에 부딪혀 튕겨 나간 얼음의 파편이 우박처럼 떨어져 내렸다.

크하하하하하!

카리사는 커다란 웃음소리를 내며 마을을 활보했다. 그 굵고 긴 몸으로 바닥을 쓸면서 이동하자, 미약한 건물들은 모래성처럼 박살 났다.

"이게 무슨 짓이야!"

시몬이 달려가며 소리쳤다. 쿨라의 영주에게는 사람들을 대피시켜 달란 부탁을 해두었다.

"널 섬기던 인간들이잖아!"

[이제는 모두 쓸모없는 필멸자일 뿐이다.]

푸른 용이 눈을 번뜩였다.

미제나시 사람들이 던전의 이상현상과 카리사를 이용해 복수하려 했던 것처럼.

카리사 또한 그저 인간들을 이용했을 뿐이었다.

수십 년 전, 공간의 비틀림이 처음 생겼을 때 카리사는 극도로 쇠약해진 상태로 던전과 함께 대륙에 내던져졌다.

그리고 마침, 쿨라에게 쫓겨 설산으로 들어온 미제나시의 마법사들이 던전을 발견했고, 스스로 들어와 카리사를 섬기겠다고 했다.

미제나시는 설녀 전설을 만들어 던전을 숨겼고, 카리사에게 인신공양으로 인간의 고기나 설산의 밖의 몬스터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카리사의 힘은 점점 완전해졌고, 그가 일으키는 혹한은 더욱 거세졌다.

앞으로 몇 년만 더 버텼더라면 만전의 상태로 세상에 군림할 수 있었겠으나, 외부인의 개입이라는 변수가 생겼다.

[시기가 빨라졌으나 상관없다! 나는 이 세계에 군림할 존재!]

카리사의 입이 쩍 벌어졌다.

[비밀을 아는 네놈들 전원을 죽이고, 혹한으로 나의 세계를 만들 것이다!]

브레스를 막아내고 내려온 레테가 시몬을 보며 소리쳤다.

"말이 안 통하는 놈이랑 대화할 필요 없슴다! 빨리 쓰러트......!"

그녀의 말이 끊겼다.

촤르르륵!

바닥의 갈라진 틈으로 카리사의 꼬리가 튀어나오더니, 채찍처럼 레테에게 휘둘러졌다.

<황금화>

그 즉시 황금의 건물들이 솟아올라 레테의 앞을 가로막았다. 쩍! 소리와 함께 카리사의 꼬리가 건물을 때리고는 돌아갔다.

"레테! 괜찮아?"

시몬이 다급히 달려오며 말했다.

그의 손에는 지팡이 한 자루가 들려 있었다.

[오랜만에 등장이다! 꺄하하!]

헤르세바의 외침을 들은 레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말하는 지팡이?"

"설명은 나중에 할게. 일단 전투에 집중하자!"

칠흑 기반의 힘이라서 사용이 제한됐었지만, 주위 사람들이 모두 혹한을 피해 건물에 들어갔으니 써볼 만했다.

터엉!

시몬이 헤르세바로 바닥을 내리쳤다.

<황금화>

지반이 통째로 황금빛으로 변해 공중에 떠올랐다.

시몬이 헤르세바를 고쳐잡고 힘껏 풀스윙하자, 지반이 여러 파편으로 갈라져 카리사에게 쏟아졌다.

[같잖도다!]

카리사가 포효하자, 날아가던 황금화 파편들이 모조리 얼어붙으며 바닥에 떨어졌다.

[필멸자들이여! 언젠가 멸할 운명이거늘 왜 운명에 순응하지 않고 발버둥 치는가. 이 내가 모든 것을......!]

꽝!!

카리사의 머리에 뭔가가 부딪혔다. 시몬이 고개를 들자, 이 드넓을 하늘을 가르는 순백의 궤적이 그려져 있었다.

"X랄."

레테가 검지와 중지를 붙인 채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고 있었다.

그녀는 방금 '유성'을 부른 것이다.

"성녀 무시하지 마. 새끼들아."

쿠쿠쿵―!

머리가 강한 충격을 받은 채, 카리사가 마을에 추락했다.

아까 카리사를 치고 지나간 유성은 한참을 멀리 더 날아가다가 다른 산의 중턱에 추락했다.

이내 저 멀리서 태양이 떠오르듯 눈부신 빛이 솟구치는 모습을 보며, 시몬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무슨......!]

카리사가 신음을 흘리며 몸을 일으켰다.

[어째서 필멸자 따위에게 불멸자의 힘이 깃들어 있는가!]

레테가 검지와 중지를 내렸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앙!

다시 카리사의 몸이 하늘에서 떨어진 작은 혜성에 부딪혀 지상에 처박혔다.

마을의 건물들이 카리사가 박살 낸 것 이상으로 박살 났다.

"귓구멍 처 막힌 것 같으니 다시 한번 말한다."

레테의 두 동공에 어느 때보다도 선명한 별의 상징이 그려져 있었다.

"깝치지 마. 파충류."

이를 지켜보던 시몬은 헛웃음을 흘렸다.

'레테가 성녀가 되면 역대급일 거라곤 생각은 했지만.......'

[꼬마야. 나 저 여자 무서워.]

헤르세바도 조용히 한마디 했다.

꽈드드드드득!

그때 마을 곳곳에서 얼음 기둥이 연달아 솟구쳤다.

시몬과 레테가 멈칫했다. 그 얼음 기둥에는 도망치던 마을 사람들이 갇혀 있었다.

[마력으로 감싼 채 얼음에 가둬놨다.]

카리사가 다시금 육중한 몸을 일으켰다. 놀랍게도 유성에 두 방이나 얻어맞고도 일어나고 있었다.

[또 마을에 그 기술을 쓴다면, 죄없는 다른 필멸자들도 말려들겠지. 아니 그런가?]

레테가 입술을 깨물었다.

별의 성녀로서 그녀의 권능은 강력한 파괴력과 범위를 가졌지만, 너무 강력하다는 게 유일한 문제점이었다.

아군이나 민간인을 말려들지 않게 하면서 싸우는 상황엔 적합하지 않다.

그렇다면-

"레테! 내게 좋은 한 수가 있어. 신호를 주면 무조건 달려와서 내 손을 잡아!"

"......무슨 속셈임까?"

레테가 눈썹을 모으며 묻자 시몬이 씩 웃었다.

"와보면 알아!"

카리사의 냉기 브레스가 쏟아졌다. 시몬과 레테가 동시에 지면을 박차며 좌우로 흩어졌다.

타다다다닷!

시몬은 전속력으로 달리면서, 손에 쥔 헤르세바로 주위의 빈 건물들을 툭툭 건드렸다.

<황금화>

터엉!

이내 헤르세바로 바닥을 내리치자, 황금화된 건물들이 공중으로 치솟아 카리사를 향해 날아갔다.

[같잖은 짓을!]

카리사는 기다란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돌풍을 일으켰다.

그가 건물들의 잔해를 날려 버리는 사이, 시몬은 더더욱 카리사와의 거리를 좁혀 나갔다.

터억.

이에 카리사는 꼬리를 바닥에 대고.

부아아아아아아앙!

빗자루 쓸 듯 쓸었다. 주위의 건물들이 두 동강 났고, 시몬은 꼬리를 피해 공중으로 치솟았다.

[잘 가거라!]

카리사가 기다렸다는 듯 입을 벌리며 쇄도했다. 체공 중인 시몬을 한입에 집어삼키고는 지면에 머리를 처박았다.

"시몬!!"

레테가 기겁하며 외쳤다. 카리사의 입에서 으적으적 소리가 났다.

-케에에에에에에엑!

그런데 카리사가 땅에 박았던 고개를 번쩍 들며 고통스럽게 고개를 흔들었다. 잇몸과 이빨 사이에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일단 입에 넣고 보면 곤란해."

시몬이 용의 아가리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피에 잔뜩 젖은 오버로드의 칼날이 아공간으로 되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어서 그가 카리사의 목을 타고 스르륵 미끄러져 내려가며 헤르세바를 겨누었다.

'제3권능!'

쏴아아아아아아아아아!

황금 모래가 시몬과 카리사의 주위를 휘감기 시작했다.

시몬이 헤르세바를 쥐지 않은 손을 반대로 뻗었다.

"지금이야! 레테!"

탓!

레테도 힘껏 시몬을 향해 도약했다.

[망하아아아아알!]

푸른 용이 분노의 포효를 내지르는 것과 동시에.

번쩍!

세 존재의 몸이 모래에 파묻혀 사라졌다.

* * *

"......윽."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레테가 고요함을 느끼며 눈을 떴다. 다리에 사부작거리는 알갱이가 느껴졌다.

'모래?'

그리고 정면에는 로브 자락을 휘날리며 서 있는 시몬의 등이 보였다.

그가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어때?"

주위의 환경이 바뀌어 있었다.

혹한이 몰아치는 설산에서, 주위가 온통 모래뿐인 밤의 사막으로.

레테가 주춤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검까?"

"우리 둘을 카리사와 함께 또 다른 던전에 가둔 거야."

그 말대로, 반대편에는 카리사가 고개를 흔들며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미천한 존재가 감히......!]

"자."

시몬이 손뼉을 한번 쳤다.

"반격의 서막이다."

쿠구구구구구!

쿠구구구구!

레테가 깜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아무것도 없이 황량한 사막 곳곳에서 무수한 황금 건축물들이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갸갸갹갸갸갸갹!

그리고 그 안에서 도시의 주민, 미라들이 하나둘씩 튀어나왔다.

'헤르세바! 던전에 있는 에이션트 언데드들을 잠시 여기로 불러줄 수 있겠어?'

[당연히 가능하지! 다만 그쪽 친구들은 지금 다른 던전에 있어서, 차원상으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여기로 다 부르려면 힘이 많이 소모될 것 같은데?]

헤르세바의 힘이 소모되면 던전의 지속시간이 줄어든다.

얼마나 부를지가 중요한 상황.

물론 네 명을 전부 부를 필요는 없었다.

'레테도 있으니까, 딱 한 명이면 충분해.'

[누구로?]

시몬이 미소 지었다.

'피어로 부탁해.'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싸늘한 냉기가 흐르며 주위가 적막한 회색 타일과 벽면으로 변했다.

헤르세바가 '피어의 유적'을 재현한 것이다.

그리고 그 중앙에 모습을 드러낸 제단에는 키가 크고 망토를 두른 스켈레톤이 웃고 있었다.

[크흐흐, 소년! 바쁜 와중에 부르다니!]

"미안해요 피어. 던전 공략 쪽은 어때요?"

[그럭저럭 순조롭다! 뭐, 그쪽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도록 하지.]

시몬이 다가가 피어의 손을 잡았다. 피어의 몸이 촤르륵! 소리와 함께 수백 개의 파츠로 분해되더니 시몬의 몸 곳곳에 본 아머 형태로 부착되었다.

피어의 두개골이 해골처럼 머리에 내려왔고, 망토는 어깨에 휘날렸으며, 파멸의 대검이 오른손에 잡혔다.

[무슨 짓을 꾸미는 건진 모르겠지만!]

카리사가 입을 쩍 벌리며 냉기 브레스를 쏘아 보냈다.

[사라져라!]

시야를 파랗게 물들이며 다가오는 죽음의 혹한.

시몬이 자세를 낮추며 대검을 기울였다.

'공간째로-'

다리를 뻗어 지면을 단단하게 내딛고, 어깨와 팔이 따라 나간다.

마지막으로 허리가 돌아가며 백색의 대검이 대기를 찢으며 휘둘러진다.

'베어내는 감각!'

쩌어어어어어어어어엉!

순백의 검격이 냉기 브레스를 가볍게 두 동강 냈다.

그리고 레테는 조금 떨어진 광경에서 이 모습을 보고 있었다. 얼음 파편이 황금 도시 곳곳에 내려앉는다.

'......이게 성녀와 맞먹는다는 암흑연합 군단장의 힘.'

그녀 또한 시몬의 '피온' 변신은 처음 보는 거였다. 그녀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딱!

이내 손가락을 튕기자 커다란 신성 아공간이 열렸다. 그 안에서 나온 하얀 것이 레테의 몸을 안은 채 공중으로 치솟았다.

"뭐야."

시몬의 눈이 커졌다.

"란! 언제 그렇게 컸어?"

레테의 주력 소환수.

백룡 란이 레테를 머리에 태운 채 포효하고 있었다.

"당신에겐 안 뒤처질 검다!"

레테가 씩 웃으며 시몬을 내려다보았다.

"바라던 바야."

레테가 하늘을 향해 손을 뻗자, 별들이 반짝이고.

시몬이 지상으로 팔을 내리자 언데드 미라 부대가 망자의 함성을 내질렀다.

[네놈들......!]

카라사가 주춤주춤 물러났다.

[정말로 필멸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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