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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432화 (432/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432화

판타서스의 충격적인 이야기에, 시몬은 넋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자네가 앞으로 키젠의 학생회장일세!"

키젠 학생회장이라고?

내가?

3학년도 아니고, 이제 2학년인데?

"자, 잠깐만요!"

시몬이 다급하게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강하게 들었다.

"조금 갑작스러워서 그런데요. 저번에 펜타모니엄에서 회장님을 처음 뵈었을 때 분명......."

"나도 기억하고 있네!"

판타서스가 불쑥 말했다. 그의 선 굵은 얼굴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때 내가 차기 학생회장 자리는 생각 없냐고 물었고, 자네는 아직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대답을 유보했지."

"맞아요! 그런데 왜 갑자기......."

"상황이 살짝 바뀌었네."

판타서스가 손끝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일단 앉아서 이야기를 듣는 게 어떤가. 음!"

"......알겠습니다."

시몬은 한결 흥분을 가라앉히고 자리에 앉아 판타서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일반적으로 키젠의 학생회장은 3학년이 맡는다. 학생회장이 반드시 키젠 최강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그게 일반적인 통념이다.

그리고 차기 학생회장은 거의 확정 단계였다. 학교도, 키젠 본부도, 그리고 3학년들도 차기 학생회장으로 밀고 있는 남자.

"3학년 수석, 에이젤 브링어."

판타서스가 팔짱을 꼈다.

"2학년 내내 수석이었고, 3학년이 된 지금은 명실상부 키젠 최강이라고 할 수 있는 사나이지. 음!"

이야기를 들은 시몬의 고개가 갸우뚱했다.

"그럼 그분이 학생회장이 되는 게 맞지 않을까요?"

"하하하! 상황이 바뀌었다고 말했잖은가!"

에이젤은 현재 신성연방과 중립지대를 넘나들며 중요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그런데 돌아가는 상황이 조금. 아니, 심각하게 꼬여 버려서 아무리 빨라도 1학기 중후반부에나 복귀할 것 같다고 판타서스는 말했다.

"대체 무슨 임무이길래......."

"잠복 및 요인암살."

대답을 들은 시몬의 표정이 바싹 굳었다.

"더 자세한 건 극비라 이야기할 수 없는 나를 용서하게. 음!"

"아, 당연하죠. 괜찮습니다."

판타서스가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임무였는데 말이야. 에이젤이 나를 의식했는지, 내가 과거에 했던 것과 똑같은 임무를 하겠다고 나섰더군! 음. 나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작금의 상황을 단번에 파훼하고 싶었겠지."

달칵.

그때 안나가 디저트로 설탕에 절인 과일들을 담아왔다.

"자아, 중요한 이야기도 좋지만 이것 좀 먹고 하세요."

판타서스의 눈이 돌아갔다.

"이렇게 친절하실 수가! 감사합니다 어머님!"

으적! 으적!

판타서스는 식기도 안 쓰고 양손으로 정신없이 음식을 먹어치웠다.

학교를 졸업하고 모험가가 됐다는데, 밥을 풍족하게 먹지는 못하는 모양이었다.

"자네는 안 먹나!"

"괜찮습니다."

하던 이야기가 재개되었다.

"이렇듯 에이젤의 복귀가 늦어짐에 따라, 키젠에선 새로운 학생회장을 뽑을 수밖에 없게 됐네! 가장 바쁠 시기인 학기 초에 학생회장이란 중책을 비워둘 순 없으니. 음!"

"그렇겠네요."

"하지만 나는 이미 네프티스 님과 학교 측에 확실히 의사를 전달했었다!"

척!

판타서스의 굵직한 손가락이 시몬의 이마를 가리켰다.

"내 후임으로 추천하는 자는 시몬 폴렌티아! 시몬 폴렌티아가 안 된다면 그나마 3학년 중에서 됨됨이가 보이는 에이젤!"

"네, 네?"

"그리고 에이젤의 복귀가 늦어지고 임시 학생회장이 필요하게 된 지금!"

판타서스의 눈빛이 화염처럼 불타올랐다.

"나는 자네 외에 다른 3학년을 학생회장으로 올릴 생각이 없네!!"

시몬은 당혹스러웠다.

"꼭 에이젤 선배가 아니더라도 저보다 더 대단한 3학년들이 많지 않아요?"

"무슨 소리! 그들은 전부 형편없네!"

타앙!

판타서스가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치자, 설탕 절임 과일이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가 다시 그릇 안으로 돌아왔다.

"2년간 맞후배였으니 잘 알고 있지! 물론 3학년들의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네. 하지만 그들은 지나치게 이해타산적이고! 약자에 강하고 강자에 약하며! 자신의 인생은 없이 남이 바라는 인생을 살지! 무엇보다 사나이로서 꿈과 비전이 없어!"

그가 짐승이 그르렁거리듯 분노를 뿜어냈다.

"이 판타서스의 눈에 흙이 들어오는 한이 있더라도! 그런 자들을 회장직에 추천할 수는 없네!"

시몬은 옆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저도......."

"자네는 달라!"

판타서스가 두 손바닥을 시몬 쪽으로 향하게 했다.

"BMAT니, 진급시험이니, 자네들 1학년들이 최고로 바쁜 시기에 자네는 기꺼이 펜타모니엄 학술회에 참여했지!"

"네, 그건......."

두 사람의 입이 동시에 움직였다.

"돈을 벌려고-"

"돈을 벌려고 왔지!"

크하하하하하!

판타서스가 유쾌하게 웃으며 무릎을 짝짝 때렸다.

"정말 골 때리는 후배야! 그 뒤에 보고 받은 자네의 행적도 놀라움의 연속이었네! 학술회에서 우수한 논문을 써놓고, 정작 소환학 수행평가에는 그걸 제출하지 않았더군! 그걸 그대로만 내도 당연히 만점일 텐데 말이야! 자네는 그 대신, 논문을 판 돈으로 굳이 리치를 만들어 수행평가에 제출했지!"

판타서스가 고개를 쭉 내밀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한 이유는?"

시몬은 민망한 듯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그, 그냥 제가 꼭 하고 싶은 일이었으니까요."

판타서스의 두 눈에 왈칵 감격의 눈물이 차올랐다.

"퍼펙트!!!"

레스힐의 드높은 산맥에 거대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이 와중에 리처드는 뒤에서 안나의 귀를 막아주고 있었다.

"이게 내가 자네를 좋아하는 이유야! 직접 만나니 확신이 더더욱 공고해지는군! 학생회장이 될 만한 인재는 자네뿐일세!"

시몬은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이었지만, 여전히 자신에 대한 판타서스의 고평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근데 그때 일은 주위 사람들한테 이상하단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요."

"그런 목소리에 신경 쓰지 말게! 음!"

판타서스가 제 가슴을 쾅쾅 두들겼다.

"결국 그 리치를 만들어서 어땠나? 자네보다 한 수 위로 평가받던 거인혼혈 샤텔도 쓰러뜨렸고, 심지어 혈천교도 막아냈지! 남들이 할 필요가 없다고 비웃던, 바로 그 일 덕분에 말이야!"

......결과적으로만 놓고 보니 상당히 그럴듯했다.

갑자기 붕 떠오르려는 기분을 억지로 내리누른 시몬이, 냉정함을 되찾고 말했다.

"회장님이 절 좋게 봐주시는 이유는 알겠지만, 저는 조금 더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판타서스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팔짱을 꼈다.

"그래! 현실적인 문제! 맞아. 자네는 3학년들의 강력한 반대와 저항에 맞닥뜨리게 되겠지!"

"네, 그 점이 가장 걸리네요."

흐흐흐.

판타서스가 갑자기 웃음을 흘렸다.

"당연히! 그 점도 해결했네!"

"네?"

"내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막무가내로 자네를 만나러 온 줄 아는가! 음!"

판타서스는 현재 임무 중인 에이젤, 그리고 다른 3학년들과 협상을 했다고 밝혔다.

"첫째!"

그의 묵직한 손가락 하나가 치솟았다.

"에이젤의 공백 기간 동안 시몬 폴렌티아가 학생회장을 맡는다!"

당연한 이야기다.

"둘째! 3학년들은 임시 학생회장의 활동을 존중하며, 학생회장도 3학년들에 크게 간섭하지 않는다!"

이건 제법 똑똑한 협상이었다.

어차피 이쪽은 2학년이기도 하고, 외부에 자주 나가는 3학년을 학생회에서 통제할 일은 별로 없다. 사실상 3학년으로부터의 간섭을 막아주는 조항이다.

"셋째! 에이젤이 돌아오고 시몬이 학생회장직을 무사히 유지하고 있는 경우! 그리고 시몬이 학생회장 자리를 계속 이어나갈 의지를 보이는 경우! 두 사람의 결투평가를 통해 승자를 학생회장으로 한다!"

시몬은 깜짝 놀랐다.

전형적인 무인 타입인 줄 알았던 판타서스가 이 정도로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이었나?

이건 상당히 영리한 제안이었다.

우선 3학년들에게 있어서, 수석 자리를 공고하게 유지하고 있는 '에이젤'은 절대적인 존재다.

그렇기에 판타서스는 '학생회장 자리는 원래 에이젤의 것'이라는 인식을 부여했다. 3학년들은 판타서스와 에이젤 간의 협약을 깨는 데 부담을 느낄 테고, 시몬은 그만큼 자유로워진다.

그때 마지막 손가락이 펼쳐졌다.

"넷째!"

"아직도 있어요?!"

"세 번째 조건에 따라, 에이젤이 시몬으로부터 학생회장직을 인수한 경우!"

판타서스의 입꼬리가 길게 올라갔다.

"에이젤은 무조건 다음 학생회장으로 시몬 폴렌티아로 추천한다!"

시몬이 2학년 학생회장을 유지할 수 있느냐 아니냐를 떠나서, 3학년 때는 무조건 학생회장직을 보장받게 되는 조약까지.

"정말로 그 협상안을 에이젤 선배가 받아들였어요?"

"바로 그렇네! 임무 중에 편지를 이용해 허가를 받아냈지. 음!"

시몬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물밑 작업이 이렇게까지 진전되어 있었다니.

"물론 자네의 인생이 자네 것인 만큼, 이번 선택도 자네의 몫이네!"

판타서스가 팔을 펼쳤다.

"하지만 생각해 보게! 자네도 알다시피 키젠 학생회장은 아무나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야! 권력과 지휘, 스펙을 떠나 이건 키젠에서밖에 할 수 없는 경험일세! 네크로맨서를 떠나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자네의 큰 자산이자 양분이 될 걸세. 이 판타서스가 보증하지!"

"......."

시몬이 눈을 감으며 고심하고 있는 그때.

"슬슬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중인 것 같으니, 내가 끼어들어도 되겠나."

지금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던 리처드가 나섰다.

"물론입니다! 아버님!"

판타서스가 한 발짝 물러섰고, 리처드가 자리에 앉았다.

"판타서스 휴 이켈. 자네 정도의 인물이 그렇게 강권하는데, 내 어린 아들이 혹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아닙니다 아버님! 저는 순수하게 아드님을 위해-"

"그건 자네가 판단할 일이 아닐세."

가뿐하게 판타서스를 물리친 리처드가 근엄한 모습으로 다리를 꼬고 앉았다.

사뭇 귀부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바로 그 포즈였다.

"시몬, 나는 반대다."

시몬은 깜짝 놀랐다.

아들이 키젠 학생회장이 되면 좋아서 미쳐 날뛸 줄 알았던 리처드는, 의외로 반대 의사를 보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2학년에 학생회장이 되는 건 반대다. 키젠 2학년은 1학년과는 커리큘럼 자체가 달라. 학과생활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2학년은 키젠 3년 중에 가장 많은 걸 배우는 시기이기도 하지. 공부에 100% 전념해야 하는 시기에 외부 행사까지 책임져야 하는 학생회? 시기상조야."

리처드가 깍지를 끼며 말을 이었다.

"학생회장은 3학년에도 할 수 있다, 시몬. 3학년에는 출장과 파견 임무가 잦아. 학생회 활동으로 그 부분을 어느 정도 넘길 수 있기에 학생회장직에 메리트가 있는 게다."

판타서스가 벌떡 일어났다.

"아버님! 오해이십니다! 그 부분에 대해선 제가 꼭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이......!"

"자네."

리처드가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왜 우리 아들을 후임으로 점찍었나?"

판타서스가 쾅쾅 제 가슴을 때렸다.

"이 판타서스가! 진정으로 가슴으로 인정한 사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군. 자네는 시몬을 인정했군. 그런데 우리 아들을 데려가려 하면서."

그의 눈이 번뜩였다.

"왜 자네는 이 아이의 부모인 나와 안나의 인정을 받을 생각은 하지 않지?"

"!!!"

판타서스의 입이 딱 벌어졌다.

'그게 무슨 헛소리예요! 아버지!'

시몬도 입이 딱 벌어졌다. 물론 판타서스와는 다른 의미로.

"과연!"

판타서스는 망치로 머리를 정통으로 얻어맞은 듯한 표정이었다. 이내 그의 눈에 감격과 존경의 눈물이 차올랐다.

쿵!

그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이 판타서스 휴 이켈!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욕망에 눈이 멀어 하마터면 순서를 그르칠 뻔했습니다!"

리처드가 거만한 미소를 올리며 다리를 바꿔 꼬았다.

"이제라도 알았다니 다행이군."

도대체 뭐가 어떻게 흘러가는 상황일까.

시몬이 안나를 보았지만, 그녀는 '니 아빠 또 시작이다.'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

"아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자네의 이야기에도 공감 가는 부분이 몇 가지는 있었네."

리처드의 말에 판타서스가 퍼뜩 고개를 들었다.

"그 말씀은!"

"다만 조건이 있네. 우리 아들이 힘겹고 번거로운 회장직을 2학년에 맡을 메리트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조건이라 하심은......!"

"우리 아들에게 '슬립(Sleep)' 저주를 가르쳐 주게."

판타서스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슬립 저주라면 2학년 과정에 배웁니다만."

"그런 쓰레기 같은 것들 말고."

본색을 드러낸 리처드의 눈빛이 번뜩였다.

"자네의 오리지널! 바로 그걸 가르치란 소리네!"

엎드려 학생회장직을 받아도 모자랄 판에.

기어이 뭔가 하나 더 뜯어내는 리처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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