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435화
쿠구구구구구구구―
늦은 밤.
침대에 누워 잠을 자던 시몬은, 갑작스러운 소음에 눈을 비비며 상체를 일으켰다.
"으으음."
멍한 표정으로 눈을 끔뻑이던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미적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창문을 벌컥 열어서 소리가 난 방향을 보았다.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산맥의 높은 곳.
바다도 아니고 산등성이에서, 심해어같이 생긴 물고기들이 허공을 헤엄치고 있었다. 주위는 물에 잠긴 것처럼 바위나 나무 등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시몬은 창가에 팔꿈치를 대고 턱을 괴었다.
"회장님께 뭔가 좀 미안하네."
판타서스는 밤에 잠들 때마다 던전의 이상현상에 가까운 기현상들을 일으킨다. 그래서 실내에서는 못 자고, 인적이 드문 산꼭대기에 잠을 청하곤 했다.
펑!
그때 기현상이 풀렸다. 잠자던 사람의 콧방울이 터지듯, 주위의 물고기들이 사라지고 허공에 떠 있던 나무와 바위 따위도 내려앉았다.
판타서스가 잠에서 깬 것이다.
시몬은 등을 돌렸다. 옷걸이에서 털 달린 로브를 꺼내 걸치고는, 창문을 더 크게 열고 다리를 올렸다.
그러곤 2층 방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그를 만나러 가는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잠에서 깬 김에 말동무나 해주고 싶어서.
판타서스는 슬립 저주에 특화된 네크로맨서지만, 수년간 단잠을 잔 적이 거의 없다고 했다.
시몬은 산등성이를 뛰어 올라갔다.
그리고 잠시 후.
"허억. 허억."
악몽이라도 꾼 걸까. 판타서스는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은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가 고개를 홱 돌렸다.
"누구냐!"
사브작 소리와 함께, 풀숲에서 시몬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예요, 회장님."
"......후임이었나."
판타서스가 옅게 웃으며 한숨을 쉬었다.
"여긴 무슨 일로 왔지?"
시몬은 당돌하게 걸어가 판타서스의 옆에 털썩 앉았다.
"그냥 잠이 안 와서요?"
"흐흐흐! 그렇군. 나도 마침 그랬네."
시몬은 고개를 움직였다.
마치 폭격이라도 맞은 듯 주위가 박살이 나 있었다.
"일종의 저주 부작용 같은 거라네."
시몬이 묻기도 전에, 판타서스가 먼저 말했다.
"......부작용이요?"
"그래. 슬립 저주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는, 더 강한 힘을 갈구했지."
그가 상의를 벗었다. 몸에 그려진 영속마법진들이 꿈틀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슬립을 극한으로 갈고닦기 위해 콤펠로...... 라고 말하면 모르겠군. 아무튼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몇 번이고 넘었지."
시몬의 눈이 번쩍 뜨였다.
"콤펠로! 저도 알아요!"
"자네가 안다고?"
"네. 몇 번 경험해 봤으니까요."
판타서스가 '호오'하고 놀란 반응을 보였다.
"물론 자네처럼 자연스럽게 몰입상태로 들어가는 건 나쁘지 않네. 하지만 나는 매번 콤펠로를 인위적인 방법으로 열어젖혔고 결국 문제가 생겼...... 음? 자네 표정이 왜 그러나?"
표정이 심각하게 굳은 시몬이 손바닥을 펼쳤다.
"예를 들자면 이런 거요?"
시몬은 손바닥에서 '콤펠로니아' 마법진을 그려 보였다.
판타서스가 깜짝 놀라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이건 누구한테서 배웠나?"
그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시몬은 순순히 답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판타서스라면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저주학의 바힐 교수님께 배웠습니다."
"바힐 교수...... 그자인가."
판타서스가 두 손바닥을 지면에 붙이고 등을 기울였다.
"그자도 역시......."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닐세."
시몬의 눈이 예리하게 빛났다. 반응을 보니 판타서스는 바힐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콤펠로니아를 배운 것 같았다.
"후임을 위해서 하는 말이네만, 그 저주는 앞으로 봉인해 두는 게 좋겠군. 나 같은 피해자가 더 나와서는 안 될 일이니."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써본 뒤에 쭉 그렇게 하고 있었어요. 이 기술은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해서요."
"오, 장하군! 한번 맛을 봤는데 자제가 되던가?"
"네."
시몬도 물론 네크로맨서였기에 갈등했다.
처음 콤펠로니아를 발동했을 때, 보이드(Void)를 사용했고 그 기술을 힌트로 혼돈을 만들어냈다.
그럼 다음번에는? 그 다음번에는 무슨 힘을 얻을 수 있지?
콤펠로니아는 가장 쉽고 빠르게 강함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하지만 참았다.
-나는 이 세계에 저주를 걸 겁니다.
가르쳐준 바힐 교수가 그저 좋은 의도로 접근한 건 아니었다고 생각했기에.
"웃차."
시몬은 기지개를 쭉 켜고는 심각한 분위기를 냉각시켰다.
"같이 잠이 안 오는 김에, 이야기나 해주세요."
"무슨 이야기?"
"회장님의 키젠 시절 이야기요. 가끔 훈련 중간중간에 들려주시는 걸로는 감질나서, 언젠가 한번 딱 자리 잡고 듣고 싶었거든요."
판타서스의 입꼬리가 귀까지 올라갔다.
"하하하! 만담이야말로 이 판타서스의 전문 영역이지!"
그렇게 시몬은 새벽 내내 판타서스의 키젠 이야기를 들었다.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았다. 판타서스도 시몬처럼 선행학습과 배경지식 없이 키젠에 입학한 학생이었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나는 슬립 저주를 원해서 익힌 게 아닐세."
그가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다가 주먹을 꾹 쥐었다.
"그냥 슬립밖에 못 했던 거지."
당시의 '슬립'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았다. 단순 보조용 저주. 혹은 몬스터 포획용으로만 쓰이는 범용성 최하의 저주라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학생들은 결투평가에서도 슬립으로 싸우는 판타서스를 보고 비웃었지만, 그는 기어이 2학년 때 포텐이 터졌다.
"바로 그때가 이 판타서스의 실질적인 데뷔전이었지!"
그가 흥분해서 말했다.
"100명씩 섬에 들어가 싸우는 룰이었는데, 나는 시험시작과 동시에 그 자리에서 99명을 재워 버렸네! 그리고 시험의 룰은 나를 제외한 99명의 경쟁으로 바뀌었지!"
"아!"
시몬이 감탄성을 터뜨렸고, 판타서스가 주먹을 들어 올렸다.
"언제나 내 위에 있던 학생들이, 잠에서 깨어나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볼 때의 그 쾌감! 이해하나?"
시몬이 씩 웃으며 주먹을 맞부딪혔다.
"듣는 제가 속이 다 시원하네요."
그렇게 판타서스는 강해지고 강해져서, 3학년에는 키젠 학생회장 자리에 올랐고, 최연소 '까마귀'자리까지 제안받았다.
물론 스스로 영광스러운 자리를 거절한 채 모험가로 지내고 있지만 말이다.
"이제는 자네가 키젠의 학생회장이군."
판타서스가 은하수가 펼쳐진 밤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2학년 중에 내 여동생이 있지."
"네, 저도 알아요.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요."
메리다 휴 이켈.
특례 4번 입학생이자 최종 석차도 4위를 유지한 실력자였다.
"당연히 그 여동생을 학생회장으로 추천할 줄 알았어요."
"하하! 내 동생은 그릇이 작아서 안 돼! 이 판타서스의 그늘을 의식해 주도적인 삶을 살지 못하지!"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재능은 나보다 뛰어나지만, 역시 마인드가 문제야."
"......하하."
"아무튼 그 아이를 위해서라도."
판타서스가 씩 웃어 보였다.
"자네가 좋은 학교로 만들어주게."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맡겨주세요."
* * *
하얀 소 상단 본부.
17번 창고.
끼이익.
끼익.
어두운 조명, 날아다니는 먼지 알갱이들. 그리고 구석에 산처럼 쌓여 있는 곡물 포대들.
바로 이 답답한 공간에, 한 소년이 의자에 축 기대어 몸을 흔들고 있었다.
그의 주위에는 온갖 잡다한 발명품들이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이내 의자에 기대어 있던 소년의 입에서 탄식 같은 소리가 튀어나왔다.
"심심해애애애애."
그러고는 다시 축 늘어졌다.
끼익- 끼익- 의자 삐걱대는 소리만 공허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벌컥!
그때 창고 문이 열렸다.
어둠밖에 없던 공간에 빛이 새어 들어왔다.
"딕 형! 디디딕 형!"
"디디디딕 형!"
넷째 빌 헤이워드와 다섯째 알 헤이워드가 호들갑을 떨며 들어왔다.
"......너희들, 백서른일곱 번째로 정정할게."
딕이 말했다.
"내 이름은 디디딕도 아니고 디디디딕도 아니고, 그냥 딕이야. 한 번만 부르면 돼. 알아들었어? 불알 형제?"
"형이야말로 그 나이에 치매라도 온 거야?"
"우리는 불알 형제가 아니라 빌알 형제야! 알아들었어?"
"그거나 그거나."
세 형제는 시시껄렁한 농담에 낄낄거렸다.
"참! 디디딕 형! 시몬 형한테서 편지가 왔어!"
그 말에 의자에 축 늘어져 있던 딕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군!"
딕은 동생들이 쥐고 있던 편지를 빼앗아 들고는,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나의 베프이자 룸메이자 영혼의 파트너인 시몬이여! 답변이 너무 느리다! 바로 그런 점이 사실 여자들을 안달 나게 만드는 고도의 전략임을, 이 몸은 간파한 바로다!"
"형. 조금 병신 같아."
"무슨 소설책 본 거야?"
"조용히 해라. 불알 형제!"
순식간에 편지봉투를 뜯어서 훑어본 딕의 입가에 환희가 걸렸다.
"......지루하고 재미없고 한가한 방학도 이걸로 끝이다!"
그가 편지봉투를 하늘로 날리며 소리쳤다.
"여행! 여행이다!"
빌과 알이 '여행! 여행이다!' 하고 큰 소리로 복창했다.
"방학의 꽃은 역시 여행이지! 그것도 친한 친구들 몇 명이서만 훌쩍 떠나는 감성 여행! 그럼 동생들아. 나는 이만 최고의 여행명소를 알아보러 가야겠다!"
빌과 알의 눈에 부러움이 가득 실렸다.
"재밌겠다!"
"우리도 데려가 줌 안 돼?"
딕이 낄낄 웃으며 창고를 나섰다.
"어허! 아버지한테 맞아 죽을 일 있냐? 평생 여기서 물건이나 옮기세요 불알 형제!"
"싫어! 우리도 내년에는 키젠에 들어갈 거야! 디디딕!"
"코어 딱 대. 바로 개방 들어간다! 디디디딕!"
딕이 큰 소리로 웃으며 창고 밖으로 나갔다.
* * *
뱀파이어의 도시.
투제란.
"좋아. 좋아! 그런 기세로 들어오거라! 내 딸 카미바레즈여!"
시뻘건 달을 배경으로, 공터에서 두 사람이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한쪽은 뱀파이어 로드, 디트리히 우르슬라.
그리고 다른 한쪽은 검붉은 피의 격류에 휩싸인 소녀였다. 그녀가 건물 벽을 내달리며 송곳니를 번뜩였다.
"피에 지배당하지 마라! 본성에 맞서고 네 이성을 굳건히 유지해라!"
터엉!
건물 벽을 박살 내며 소녀가 도약했다. 디트리히는 두르고 있던 기다란 망토로 몸을 감쌌다.
꽈아아아아아앙!
도시 전체에 격돌음이 울려 퍼졌다. 이내 소녀의 힘이 다했는지 붉은 격류가 서서히 걷혔다.
그 안에서 숨을 헐떡이는 연보랏빛 머리카락의 작은 소녀가 나타났다.
디트리히가 미소 지었다.
"잘했다."
키젠에 보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력이나 정신이나 유약하기 그지없던 딸 아이가, 적어도 정신력만큼은 완전히 달라져서 나왔다. 카미바레즈는 육체의 약점을 정신력을 통해 극복하고 있었다.
'그놈이 좋은 영향력을 끼쳤겠지.'
딸 아이의 친구인 그 시몬 폴렌티아란 인간을 생각하며 디트리히가 턱을 쓸었다.
"로드."
그때 정복을 입은 뱀파이어가 다가왔다.
"훈련 중에 죄송하지만 편지가 왔습니다."
"편지?"
"예. 시몬 폴렌티아라는 이름의......."
팟!
그때 흐리멍덩하던 카미바레즈의 눈이 번뜩이더니 시뻘건 광채를 그리며 쏘아져 나갔다.
'이런! 완전히 퍼진 줄 알았는데!'
디트리히가 급히 소리쳤다.
"피하게!"
하지만 이미 늦었다.
순식간에 뱀파이어를 제압한 카미바레즈가 송곳니를 번뜩이며 섬뜩하게 미소 지었다.
그 너머로 보이는 피처럼 붉은 달과, 그녀의 눈에 일렁이는 붉은 안광을 보며, 뱀파이어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사락.
하지만 고통은 없었다.
단지 그의 품에서 편지가 빠져나갔다.
"아......."
뱀파이어가 정신을 차리니 눈앞에 보이는 건, 뺨에 홍조를 띤 채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는 평범한 소녀의 모습이었다.
"죄, 죄송해요! 먼저 들어가 볼게요!"
그러곤 편지를 들고 도망치듯 쪼르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바닥에 쓰러진 뱀파이어는 영문을 모르고 눈을 깜빡였다.
"내 딸 카미바레즈야! 봉인은 잠가야 하지 않겠느냐!"
디트리히가 허겁지겁 뒤따랐다.
"나중에요!"
탁! 하고 방문을 닫고 걸쇠까지 걸어 잠그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터덜터덜 디트리히가 건물 밖으로 나왔다.
"로, 로드?"
그의 어깨는 축 처져 있었다.
"크흑! 금이야 옥이야 딸내미 키워봐야 다 소용없구나!"
"......예?"
* * *
랭거스틴 대극장, 뒤편 공터.
자리에 앉아 있던 하늘색 머리카락의 소녀가 입김을 흘리며 눈을 떴다. 인적 없는 대극장 공터에 커다란 얼음기둥이 솟아나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얼음을 바라보던 소녀는 이내.
"엣취! 엣취!"
재채기를 했다. 삐져나온 콧물도 쓰읍 되돌린 그녀가 어깨를 감싸며 부르르 떨었다.
'......아으으, 왜 실력이 올라가도 추위 타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야?'
"오늘도 훈련 중이야?"
단독 훈련 중에, 갑자기 제3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본 메이린의 눈이 급격히 커졌다.
"늘 열심히 하네. 메이린."
키젠 교복을 입은 푸른 머리카락의 소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시, 시몬?!'
"매사에 마음을 다하는, 그런 네 진지한 모습이 좋아."
시몬이 촉촉해진 눈으로 다가왔다.
"네 그 푸른 눈동자에 치어...... 뚜훑!"
시몬의 대사는 이어지지 못했고, 메이린의 이단 옆차기에 얻어맞아 흙바닥을 굴렀다.
얼굴이 시뻘게진 메이린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시몬은 그런 느끼한 대사 안 하거든요!"
"......하하."
이내 흙먼지와 함께 몸을 일으킨 건 시몬이 아니었다. 마른 체형에 코끝이 뾰족한 중년 남자였다.
"여, 여전히 발차기가 강력하네요. 메이린 요원."
한때 중립지대에서 7조 조원들을 환상 능력으로 속이면서 요원 행세를 했던 환상능력자. 세이위르였다. 현재는 배우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었다.
메이린이 팔짱을 끼며 헛웃음을 흘렸다.
"중립지대 임무가 언젠데, 언제까지 그 요원이란 단어를 쓸 건데요?"
"입에 붙어버렸...... 윽! 근데 늑골이 나간 것 같습니다."
세이위르가 비틀거리자 메이린이 흥 하고 고개를 돌렸다.
"맞기 싫음 시몬으로 변신하지 말든가!"
"......메이린 요원이 먼저 요청하지 않았습니까. 대사 리딩하는데 남배우 얼굴이 너무 구리다고. 몰입을 위해 시몬 요원의 얼굴로 해달라 하셨......."
"으악! 아아아악! 그만! 입 닥쳐요!!"
메이린이 시뻘게진 얼굴로 팔을 마구 휘저었다. 세이위르가 희미하게 웃으며 편지를 내밀었다.
"바로 그 시몬 요원에게 편지가 왔습니다."
"진짜요?"
메이린이 반색을 하며 달려가 편지를 빼앗았다. 그러곤 세이위르 쪽을 째릿 노려보았다.
"혹시 뜯어봤으면 진짜."
"......저도 그 정도로 선을 넘진 않습니다."
"암튼 전해줘서 고마워요."
세이위르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내일 마지막 일정도 잘 부탁하겠습니다. 메이린 요원의 목소리에 빠져서 매번 오는 관중이 한둘이 아니니까요."
"내가 두 번 다시 여기 오면 사람도 아니다!"
그렇게 말한 메이린이 편지를 품에 안고 종종걸음으로 달려갔다.
"방학인데 뭐 하다 이렇게 답변이 느린 거야?"
그러곤 편지를 뜯어 펼쳤다.
시몬의 깔끔한 필체를 읽어내려가던 메이린의 입가에 점점 미소가 걸렸다.
이내 편지를 다 읽은 그녀가 여운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이번 한 번만 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