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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442화 (442/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442화

나가 떼의 습격으로, 축제 분위기였던 파로나 반도는 끔찍한 모습으로 변했다.

길거리에 피어 있던 푸른 달꽃들은 피로 벌겋게 물들었고.

와글와글 웃고 떠들던 시장가는 비명이 난무했다.

<본 아머>

시몬의 팔이 정신없이 움직였다. 그의 손짓에 따라 여덟 기의 스켈레톤들이 흩어지며, 도망치는 관광객들의 몸에 차차착! 입혀졌다.

시몬이 재차 손짓하자, 그들의 몸이 공중으로 부웅 떠올라 안전한 언덕 뒤로 옮겨졌다.

"달려요!"

시몬이 소리쳤다.

정신을 차리고 달리는 관광객들의 본 아머를 벗기는 동시에, 다음 주민들의 몸에 입히고 탈출시키길 반복했다.

우선 사람들을 메이린이 지키고 있는 '영주성'으로 대피시키는 게 최우선이었다. 딕과 카미바레즈도 각자의 위치에서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상황이지?'

시몬이 다리에 칠흑을 실은 다음, 다가오는 나가의 복부를 후려 찼다. 나가가 멀리 날아가 근처의 노점상에 와지끈! 소리와 함께 부딪혔다.

바로 그 노점상 뒤에 나가들이 몇 마리 보였다. 시몬은 즉각 방어 태세를 취했지만, 저 나가들은 동족이 죽건 말건 홀린 듯이 앞만 보고 달리고 있었다.

'나가들이 움직이는 방향은 일정해.'

나가들은 도망치는 사람을 집요하게 뒤쫓지는 않았다.

'사냥'보다는 '목적을 가진 이동'에 집중하는 모습. 다만 중간에 도시가 있고 사람들이 있으니 시선이 끌린 나가들이 마구잡이로 흩어지며 난장판이 되는 거였다.

'딕은 나가여왕이 왔을 거라고 말했지만.'

이 정도 규모의 숫자라면 나가여왕은 적어도 20기 이상이 반도에 들어왔어야 했다. 하지만 시몬은 지금까지 나가여왕을 단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역시 찜찜해.'

그런 생각을 하며 시몬이 도착한 곳은, 파로나 데이모스 박물관.

다시 여기로 돌아왔다.

시몬은 박물관 앞으로 다가가 문을 열어보았다.

덜컹! 덜컹!

문이 잠겨 있다.

정확히는 사슬 같은 것으로 문의 손잡이를 묶어놓고 자물쇠로 잠근 듯하다.

덜컹! 덜컹!

시몬은 다시 한번 문을 흔들어 자물쇠의 위치를 파악했다.

'이쯤인가.'

오른 주먹을 문에 대고, 눈을 감고, 칠흑을 주먹에 싣는다.

그리고 문에 대고 있던 주먹을 천천히 당기고는 자세를 잡는다. 오랜만에 써보는 홍펭의 관통기.

<홍펭 오리지널 - 천흉>

투쾅!

문 너머의 자물쇠에 타격이 제대로 들어갔다. 툭. 하고 망가진 자물쇠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시몬이 문을 힘주어 밀고 들어가자 사슬이 '촤르르르' 풀리는 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렸다.

"......!"

박물관 안에는 경비들이 쓰러져 있었다.

시몬은 얼른 문을 닫고, 손잡이를 사슬로 묶어서 혹시 모를 나가들의 침입을 막았다. 뒤이어 쓰러진 경비들의 상태를 살폈다.

'죽은 건 아냐.'

전원 기절해 있었다.

뒤통수와 턱, 복부를 가격당한 흔적이 보인다. 날카로운 손톱으로 적을 찢는 나가의 공격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하다.

시몬은 입을 일자로 다물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틀림없이 침입자가 있어. 왜 박물관에 침입했고, 왜 경비들을 기절시켜야 했을까?'

이 혼란을 틈타 가치 있는 물건을 가져가기 위해.

그렇게 생각해 본다면, 이 박물관에서 가장 가치 있는 물건은 하나였다.

-가치를 매기기도 힘든 어마어마한 고생물학적 자산이라고 해요! 이빨은 손상되어 박물관장님께서 실제 금으로 채워 넣으셨죠! 오로지 저희 파로나 반도의 데이모스 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는 걸작입니다!

'4층으로!'

시몬은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뛰어 올라가 4층의 문을 열었다.

덜컹!

'다행이다.'

시몬이 안도했다. 가장 값비싼 데이모스의 머리뼈는 아직 멀쩡히 남아 있었다.

그러나 안도하는 것도 잠시.

'!'

번뜩이는 은빛이 옆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슈콱!

시몬은 본능적으로 허리를 젖혔다.

극도의 집중력이 발휘되며 시간이 느려지고, 인지는 확고해진다.

시야에 보이는 것은 날카로운 창날. 그리고 창대를 따라 시선을 움직여 마침내 보이는 것은 금발의 남자.

시몬은 자신을 지나쳐 가는 창대를 왼손으로 붙잡고는, 창끝의 방향을 살짝 틀었다.

퍽!

창끝은 정확히, 왼편에서 다가오는 또 다른 남자의 몸을 찔렀다.

'상대는 둘 이상.'

이어서 오른 다리로 창을 쥔 상대의 무릎을 걷어차고, 그의 무기를 빼앗아 휘두른다. 앞에 오는 두 명의 남자가 창날에 베여 쓰러진다.

네 남자는 모두 똑같이 생겼다.

퍼엉! 펑!

시몬의 공격에 동시에 석탄가루 흩어지듯 사라지는 남자들. 동시에 '뚝!' 하고 머리 위에서 뭔가가 잘리는 소리가 들린다.

촤르르르르륵!

천장의 샹들리에가 시몬을 향해 내려온다. 시몬은 가뿐히 왼 주먹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홍펭 오리지널 - 취타>

쩡!!!

일직선으로 떨어지는 샹들리에의 중심을, 시몬의 주먹이 정확하게 꽂혔다.

와장창 소리와 함께 샹들리에가 박살 나고, 번쩍이는 보석 파편들이 흩어져 모래알처럼 나뒹굴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시몬이 무심한 얼굴로 주먹을 내리며 말했다.

"말콤 랜돌프."

불 꺼진 전시회장의 그늘 속에서 숨죽인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내 시몬을 습격한 자들과 똑같은 외모의 소년이, 어둠에서 벗어나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이다. 시몬 폴렌티아."

시몬은 자신의 예상이 맞아떨어졌다는 사실에 인상을 구겼다.

인위적인 나가 떼의 공격.

박물관 침입.

그리고 말콤 랜돌프.

그렇다는 건 결국-

"이 나가 떼의 공격, 전부 랜돌프 갱단이 꾸민 짓이지?"

말콤은 그저 웃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정신 차려, 말콤. 넌 키젠이야."

"아니."

말콤의 표정이 싸악 굳었다.

"이젠 아냐."

그 말에 시몬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키젠을 그만둘 생각이야?"

"나는 조직의 인간이다. 성과가 미흡하면 책임을 져야 하지."

책임. 그런 소리를 늘어놓은 말콤이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석차는 10위에서 128위로 하락했고, 액체폭탄 논란으로 조직에 피해를 줬어. 나는 책임을 질 뿐이야. 그리고 이 모든 스노우볼이-"

그의 탁한 눈동자가 시몬에게로 향했다.

"너와의 결투평가부터 시작이었지."

"......."

"얄궂지 않냐?"

말콤의 물음에, 시몬은 살짝 눈을 내리깔았다.

"......야, X발."

그런 시몬의 태도가 말콤을 자극했다.

"지금 뭐, 동정하냐?"

결단코, 동정받기 위해서 한 소리는 아니었다.

말콤의 입장에서는 그랬다.

인간의 행동양식은 정형화되어 있다.

아침 인사를 하면 상대도 아침 인사로 받고. 숙녀가 손등을 보이면, 신사는 입을 맞춘다.

합을 맞추지 않아도, 다음에 해야 할 말이 정해져 있을 때가 있다.

지금이 그랬다.

시몬은 이렇게 말했어야 했다.

이게 지금 남 탓할 문제냐고.

실력지상주의 키젠에서 떨어진 건 네 실력의 문제라고.

냉소하고 비웃었다면 차라리 나았을 터.

"나는-"

시몬의 입이 열렸다.

"널 동정하지 않아."

말콤의 이마에 빠직하고 혈관이 뭉쳤다.

"진짜 사람 신경 살살 긁어대는 데 도가 텄구만? 어?"

말콤의 목에 핏대가 섰다.

"알아, 알아, 나도 안다고! 내 실력이 부족한 거! 내 노력이 부족했단 거! 괜히 X발 네 결평 때 무리수 뒀다가 이 꼴이야. 근데 사람의 마음이란 게 X나 간사하잖아."

그의 눈빛이 음침하게 변했다.

"왜 자꾸만 널 탓하고 싶어질까."

츠스스스스스스-!

말콤의 몸에 잔상이 일어나더니 여러 갈래로 흩어졌다. 시몬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말콤, 진정해!"

"아까 네 친구들이 지껄이는 소리를 들었어. 널 회장이라고 부르던데. 너 설마 학생회장이 된 거냐?"

시몬은 입을 다물었다.

"어, 뭐야. 표정을 보니까 진짜인가 보네? 하하! X나 잘나가네 이 새끼."

말콤의 어깨가 들썩였다.

"학기 초만 해도 그렇게 큰 차이는 안 났던 것 같은데. 누구는 쓸모없는 자식 취급당하면서 결국 다시 도둑질이나 하는 꼴인데. 누구는 승승장구해서 키젠의 학생회장까지. 이야~ 아직 같은 10대라도 인생이 이렇게 간단히 갈리는구나."

자조 섞인 말을 좔좔 쏟아내던 그가 비틀거리며 이마를 짚었다.

"......뭐, 됐어. 난 이제 이 길밖에 없어. 실패하면 내가 조직의 손에 죽는다."

타닷!

타다다닷!

스무 명의 도플갱어들이 시몬에게 달려들었다.

"이번에도 네 야망을 위해 날 밟고 올라가겠지? 명색이 키젠 학생회장이 여기 있었는데 피해가 커지면 곤란하니까. 어?"

탓!

선두의 도플갱어가 칠흑이 일렁이는 주먹을 내질렀다.

"말콤. 후회할 짓은 하지 마."

"꼴에 학생회장이라고 훈계냐!"

부웅!

시몬은 제자리에서 어깨의 움직임만으로 피해냈다.

부웅! 부아앙!

연달아 다른 주먹이 들어갔지만 무릎을 굽히고 고개를 살짝살짝 꺾으며 최소한의 동작만으로 피해냈다.

"X바아알! 사람 가지고 놀......!"

쩍!

시몬의 다리가 올라가, 그렇게 외치던 도플갱어의 턱을 걷어찼다.

빡! 퍼억!

주먹이 잔상을 그리며 도플갱어들의 인중과 어깨에 꽂혔다. 두 명이 추가로 가루처럼 흩어졌다.

덥석! 덥석!

그때 뒤쪽으로 들어온 도플갱어들이 시몬의 다리를 붙잡고.

"크하아아압!"

마지막으로 들어온 네 명의 도플갱어들이 숨겨둔 창을 내질렀다.

"개문."

시몬이 작게 읊조리자 그의 주위로 여섯 개의 아공간이 열렸다.

촤르르르륵!

촤르르륵!

금속과 뼈로 구성된 오버로드의 다리들이 튀어나왔다. 칼날들은 주위의 도플갱어들을 베고 시몬을 감싸듯 꽃봉오리를 그리며 올라갔다.

모든 도플갱어들이 삭제되고, 공중에 떠오른 주인 잃은 창들만이 바닥에 덜그럭거리며 떨어졌다.

"저거 언제 꺼내나 했지."

뒤에서 지켜보던 말콤의 본체가 표정을 굳혔다.

스스스-

뱀처럼 구불거리며 흔들리는 여섯 개의 칼날 사이로, 시몬이 멀쩡하게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말콤. 지금이라도 포기하고 나가들을 물려."

"아까 말했을 텐데! 이젠 이 길밖에 없다고!"

말콤이 다시 도플갱어를 만들어 보냈다.

"원하는 게 있다면 짓밟고 쟁취해! 키젠답게 말야!"

말콤은 싸움을 그만둘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어쩔 수 없었다. 시몬은 오버로드들을 아공간으로 불러들인 다음, 손바닥에 마법진을 그렸다. 옆구리에 붙여서 마법진 작업을 계속하는 동시에 새로운 언데드를 꺼냈다.

"나와라."

여섯 기의 일반 스켈레톤, 그리고 스켈레톤 아처와 메이지가 각각 하나씩 등장했다.

척!

시몬이 손바닥을 내리자, 모든 스켈레톤들의 연결이 풀리며 무너져 내렸고, 다시 손바닥을 올리자 수백 피스의 뼛조각들이 공중으로 치솟았다.

<본 네일>

뼛조각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더니 다가오는 도플갱어의 몸에 틀어박혔다.

한 피스 한 피스가 시몬의 명령에 통제되고 있었고, 도플갱어들은 모조리 뼈에 꿰뚫려 사라졌다.

'도플갱어의 약점은 내구력.'

큰 힘을 들일 필요도 없이, 약간의 유효타로도 파괴할 수 있다.

상위 흑마법을 준비하면서 방어는 본 네일을 펼치는 걸로도 충분했다.

퍽! 퍽! 퍽!

오히려 오버로드를 사용할 때보다 더 빠르게 도플갱어 스무 기가 사라졌다.

말콤이 이를 악물고 다시 스무 기의 도플갱어들을 만들어 보냈다.

'그리고 두 번째 약점.'

시몬이 등 뒤로 손을 내밀었다.

착!

기다렸다는 듯, 스켈레톤 아처가 사용하던 활이 시몬의 손에 들어왔다. 다른 손에는 화살이 들렸다.

빠른 속도로 장전을 마친 다음.

피잉!

인챈트된 화살을 날렸다. 도플갱어 컨트롤에 집중하던 말콤이 다급히 고개를 숙여 피해냈다.

터엉!

벽에 박힌 화살이 부르르 떨리다가 멈췄다.

'발을 떨어뜨리면 도플갱어를 컨트롤할 수 없어. 회피가 불안정하지.'

"이 새끼가!"

방어는 '본 네일'에 맡겨두고, 가볍게 견제하듯 휙휙 화살을 날리기를 반복했다.

시몬은 활 솜씨도 상당했다. 모든 화살이 머리를 노리고 날아왔다.

"크윽!"

결국 말콤도 전술에 변화를 주었다. 아공간에서 포션을 꺼내 던졌고, 도플갱어들이 그것을 받아 달려왔다.

'액체폭탄?'

도플갱어들은 본 네일에 꿰뚫리는 와중에도 손에 쥔 포션을 공중으로 던졌다.

쨍! 쨍!

포션이 스스로 깨지고, 퍼져 나간 액체들이 스켈레톤의 뼛조각에 묻었다.

공중에 떠다니던 뼛조각들이 시름시름 흔들리더니 바닥에 떨어졌다.

'이건!'

"카바라의 독이다!"

말콤이 재차 흑마법을 시전하며 소리쳤다.

"뼛속의 잔여 칠흑을 무력화시켜서 잠시간 복원 불능으로 만들지! 내가 소환학 전공자 방비를 안 했을 줄 아냐!"

본 네일이 무력화되자, 말콤이 두 손바닥을 붙인 채 앞으로 미는 시늉을 했다.

원래는 2학년 결투평가 때 사용할 예정이었던, 나름의 필살기.

<말콤 오리지널 - 디커플 도플갱어>

쿵쿵쿵쿵쿵쿵!

10기의 도플갱어가 엉망진창으로 뭉쳐진 형태로 튀어나왔다. 발과 다리로 지네처럼 움직이는 그것은 믿기 힘든 속도로 시몬에게 돌진했다.

'이겼다!'

말콤의 입가가 흥분감으로 덜덜 떨렸다.

'설사 오버로드의 칼날로 벤다고 하더라도! 작은 개체로 흩어지면!'

꽈아아아아아앙!

그러나 칼날이 아니었다.

검은 화염구들이 도플갱어 키메라에 연달아 부딪혀 폭발을 일으키며 통째로 태워 버렸다.

스윽.

시몬이 차분한 얼굴로 검지를 들어 올렸다.

네 개의 스켈레톤 메이지 두개골이 하늘로 날아 올렸다. 에메랄드빛 연기가 두개골을 휘감아 작은 태양의 모습을 이루었다.

<시몬 오리지널 - 스컬드론>

시몬이 준비하고 있던 상위 흑마법은 혼돈도, 친위대도 아니었다.

광범위 마법에 취약한 도플갱어에게, 칠흑화염계를 난사하는 스컬드론보다 더 좋은 수는 없다.

"이만 끝내자, 말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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