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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449화 (449/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449화

"하하하!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시몬 일행은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 로크섬에 도착했다.

텔레포트 마법진이 설치된 산언덕에서는 키젠 교정의 모습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이제는 익숙하다 못해 정겨움마저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얘들아! 얼른 내려가......."

"이쪽이야. 멍충아."

딕이 언제나 같은 루트로 내려가려 하자 메이린이 그 반대편을 가리켰다.

"우린 이제 2학년이잖아."

"아, 그렇지!"

키젠의 정문을 중심으로 놓고 보면, 오른편이 키젠 1학년 캠퍼스. 그리고 왼편이 키젠 2학년 캠퍼스다.

활동권이 조금 갈리는 셈. 물론 굳이 구분을 두자면 그런 거고, 사실 1학년이나 2학년이나 겹치는 구간도 많다.

그렇게 시몬 일행은 평소와는 다른 길로 내려가서 2학년 캠퍼스로 들어왔다.

"여기구나."

"느낌이 확 다르긴 하네요!"

1학년 캠퍼스가 휴게공간과 체육공간이 뒤섞인 낭만적인 느낌이라면, 2학년 캠퍼스는 전문적이고 스마트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

그야말로 학자들이 생활하는 공간이었다.

길거리의 공원 벤치나 가로등 하나하나가 세련됐고, 커다란 도서관들과 연구동이 탑처럼 세워져 있다. 주위에는 소철과 벚꽃이 많이 피었는데, 화사하게 피어난 꽃잎들이 하늘하늘 떨어지고 있었다.

'여길 이렇게 깊게 들어와 보는 건 처음이네.'

시몬도 동아리 건물이 2학년 캠퍼스 근처에 있어서, 왔다 갔다 하며 본 기억이 났다. 네 사람은 기대감 가득한 얼굴로 앞으로 생활할 교정을 둘러보았다.

"와! 저기 봐! 골든 스테이크 식당이야!"

메이린의 관심사는 주로 식당 쪽이었다.

"타비르나 식당도 있어! 키젠 최고 맛집이잖아! 1학년 때 저기 진짜 진짜 가보고 싶었는데!"

"그냥 가면 되는 거 아냐?"

시몬이 그렇게 묻자, 메이린은 고개를 저었다.

"1학년 때 한 번, 반장이랑 둘이서 2학년 식당 간 적이 있었는데 선배들한테 온갖 눈치란 눈치는 다 받았어. 1학년이 어딜! 뭐 그런 느낌?"

"우리 윗 기수들이 좀 쩨쩨한 구석이 있지."

딕이 키득거리면서 엄지로 자신을 가리켰다.

"하지만 난 달라! 엄청 좋은 선배가 될 거야! 진짜 후배들한테 잘해줄 거라고!"

"꼭 그런 말 하는 애들이 후배들 못살게 굴더라."

한편 카미바레즈는 캠퍼스에 설치된 지도를 보고 있었다.

"여러분~ 이 길로 가면 되나 봐요. 여기 중앙 본관이 있어요!"

"잘했어, 카미! 늦었으니까 바로 가자."

하수인으로부터 키젠에 도착하면 중앙 본관으로 가라는 소리를 들었다.

네 사람은 얼마 걷지 않아 여러 연구동 건물들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건물을 찾아냈다.

문 앞에는 조교 한 명이 하수인들과 함께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마침 그 조교가 네 사람을 발견하고는 말했다.

"조금 늦었네요. 성함을 말씀해 주시면...... 아!"

그녀의 눈이 커졌다. 메이린도 마찬가지였다.

"수석조교 언니?"

"메이린 학생! 카미바레즈 학생! 아, 시몬 학생이랑 딕 학생까지! 다들 오랜만이에요!"

그녀는 제인의 수석조교였다.

"언니이!"

메이린이 재회의 반가움으로 달려들었으나, 조교가 메이린의 이마를 짚으며 밀어냈다.

"어딜 감히. 개학했으니까 똑바로 조교 선생님이라 부르세요."

"에이, 언니이~ 우리도 이제 2학년인데."

메이린이 칭얼거리는 소리를 내자, 조교도 쿡쿡 웃으면서 넘어가 주었다.

"그럼 네 명 모두 출석 확인했습니다."

서류판에 이름을 체크한 그녀가 네 사람을 바라보고는 안타까운 미소를 지었다.

"아쉽네요. 그렇게 서로 좋아서 붙어 다니던 A반 7조가, 오늘 이후로는 흩어져야 한다니......."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네 사람은 아쉬워하긴커녕,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직 제인 교수님께 말씀 못 들었나 보네요? 조교 선.생.님."

메이린이 하늘색 머리카락을 넘기며 그녀를 지나쳐 갔다.

"좀 이따 알게 되실 겁니다!"

딕이 흉계를 꾸미는 악당처럼 웃으며 지나갔다.

"고생 많으십니다."

시몬이 고개를 숙이며 지나갔다.

"반가웠어요! 조교 선생님!"

카미바레즈도 꾸벅 인사를 하고는 시몬의 뒤를 총총 따랐다.

'......뭐야.'

수석조교는 눈을 깜빡이며 안으로 들어가는 네 사람을 바라보았다.

'헤어진다는데 다들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 보이지?'

* * *

네 사람이 도착한 곳은 본관의 지하층이었다.

곱게 깔린 카펫을 따라 걸어가니, 수많은 촛불이 켜져 있는 커다란 연회장 같은 장소가 나왔다.

이곳에는 한창 파티가 벌어져 있었다.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앞치마를 입은 하수인들이 접시를 든 채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원형 테이블에는 옷깃에 빨간 배지를 착용한 2학년 학생들이 왁자지껄하게 웃으며 떠들었다.

'다들 오랜만이다!'

곳곳에 익숙한 얼굴들이 많이 보였다.

"시몬!"

고개를 돌려보니 같은 A반이자 '돌연변이' 동아리 소속인 토토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아, 토토! 잘 지냈어?"

"응! 나야 뭐 평소랑 같지!"

"안녕~ 찐따."

메이린이 나름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었지만, 여학생과 눈이 마주치자 토토는 바로 쭈글거리며, '아, 안녕.'하고 소심하게 고개를 숙였다.

"메이린! 카미! 다들 오랜만이야!"

그때 뒤에서 달려온 여학생이 메이린과 카미바레즈를 동시에 와락! 끌어안았다.

"꺅! 누구야?"

안겨진 쪽에서는 얼굴이 보이지 않겠지만, 시몬은 볼 수 있었다.

"오랜만이야 반장."

A반의 명예 반장이었던 제이미 빅토리아.

벌써 질문장인인 그녀의 '손 번쩍'을 못 본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들었다.

"어머, 얘는. 언제적 반장이니?"

제이미가 부끄럽게 웃으며 시몬의 팔뚝을 찰싹 때렸다. 그러곤 옆의 딕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근데, 반장! 넌 어디로 갈 거냐?"

지금 이 파티에서 '어디로 갈 거냐'고 묻는 질문은 하나였다. 곧 있을 '학과선택'에서 어떤 학과를 고를지 묻는 말이었다.

"나? 나야 당연히 저주학과지."

제이미의 대답에, 딕이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안타깝네. 짝사랑하던 헥토르랑 생이별하......."

"아악! 아아아아아악!"

제이미가 고성을 지르며 달려가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메이린이 킥킥거렸다.

"반장, 귀여워~"

"야! 메이린! 니가 말했지!"

"뭐래."

메이린이 도도한 척 귀밑머리를 쓸어넘겼다.

"A반에서 너랑 헥토르 둘만 모르는 걸, 왜 나한테만 그래?"

"으으으, 나만 죽을 수 없지."

제이미는 딕에게 '사일런스' 저주를 걸어 닥치게 만든 다음, 묘한 미소를 지으며 메이린에게 다가왔다.

"얘들아 얘들아. 궁금하지 않니? 메이린이 누구 좋아하는지......."

"야!!!"

이번엔 메이린의 얼굴이 시뻘게져서 제이미에게 달려들었다. 여전히 시끌벅적한 분위기였다.

그 외에도 시몬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A반에서 같이 친하게 지냈던 여학생들인 신디 비바체와 클라우디아 멘지스.

얼굴만 알고, 같이 이야기해 본 적은 없는 남학생. 스콧 스나이더와도 인사를 나누었다.

"오우, 사백딕! 얼굴 좀 폈는데!"

참고로 사백딕은 석차 400등으로 통과한 딕을 놀리는 말이다. 방금 3초 전에 스콧이 지어냈다.

스콧의 뒤에 있던 남학생들도 낄낄거리며 웃었다.

"쯧. 쯧쯔쯔쯧쯔."

딕이 잘난 척하며 검지를 좌우로 흔들었다.

"키젠 생활은 숫자가 다가 아니거늘. 하긴, '일반학생'들이 뭘 알겠어?"

"400위가 그런 말 해봐야 설득력 없음."

"아~ 진짜 '일반학생'들이 입 근질거리게 하네. 확 말해 버려?"

딕이 실실 웃으며 반격하려는 그때, 쿵! 하고 등 뒤에서 뭔가가 부딪혔다.

"아, 누구야?"

딕이 짜증스럽게 뒤를 돌아보았다.

"눈 똑바로 뜨고 다...... 흡!"

드넓은 어깨, 근육질의 몸, 부리부리한 눈.

마치 커다란 언덕 같은 남자가 그를 사납게 노려보고 있었다.

"꺼져라."

석차 3위, 헥토르 무어.

딕이 싸가지 없는 건 여전하다는 둥 구시렁댔다. 그 옆의 시몬도 살짝 긴장한 표정을 지었지만.

"......."

헥토르는 아무 말 없이 그대로 시몬을 지나쳐 갔다.

"어."

딕이 눈을 끔뻑였다.

"방금 세계 최초 아냐?"

"뭐가?"

"헥토르가 너한테 시비 안 걸고 그냥 얌전히 지나간 거 말야. 이거 무슨 세계멸망 전조? 내일은 해가 다섯 개쯤 뜨는 거냐?"

시몬이 헥토르의 등을 보았다. 헥토르는 시몬을 못 본 건지, 아니면 보고도 못 본 척한 건지, 그냥 지나가서 다른 파벌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래도 뭐.'

시몬이 나지막하게 한숨을 쉬었다.

'1학년 말에 원하는 대로 결판을 내줬으니까. 이제 시비 걸 필요가 없는 거겠지?'

쿵!

헥토르가 자리에 앉아서 와인 한 잔을 쭉 들이켰다.

"토르 토르 헥토르~"

그의 파벌 여학생들이 꺄르르 웃으며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모야 모야? 왜 시몬 폴렌티아를 보고도 그냥 지나가?"

"......닥쳐라."

헥토르가 와인잔을 거칠게 내려놓으며 이를 갈았다.

"안 그래도 억누르느라 미치겠으니까."

* * *

파티 분위기는 고조되었다.

그런데 연회장 안에 사람이 너무 바글거리는 게 문제였다. 어쩌다 보니 메이린과 카미바레즈와 헤어졌고, 딕도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홀로 남은 시몬은.

"시몬! 방학 때 뭐 했어?"

"아버지 일 도와드리면서 훈련도 조금......."

"진짜? 진짜? 나도 아빠 일 도와드렸는데. 우리 뭔가 잘 통한당~"

"시몬! 이번 주말에 뭐 해?"

네 명의 여학생들에게 둘러싸이게 됐다.

"특례 1번에 이어서 석차 1위라니, 정말 대단해!"

"나도 공부 가르쳐 주면 안 돼?"

"혹시 관심 있는 애 있니?"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시몬의 뒤통수가 땀으로 흥건해졌다.

'부, 부담스러워!'

애초에 16년을 산에서만 살았던 순박한 산골 소년에게, 이런 자리는 부담 백배였다.

평소에는 여학생 최상위 서열인 메이린이 으르렁거리며 접근을 막아주었지만, 지금 그녀는 자리에 없다.

화장실에 간다며 몸을 일으키려고 해도, 여학생들이 육탄공세로 시몬의 팔을 붙들어 버리며 재잘재잘 질문을 던져대니 답이 없었다.

"아무튼 지금 사귀는 사람, 없는 거네?"

그리고 그녀들 중에서 가장 적극적인 금발 머리의 여자가 눈을 찡긋했다.

키젠에서는 인맥 또한 실력이다.

치열한 2학년 생활이 시작되기 전에, 이를 보강하려 하는 움직임은 당연하다. 하물며 쑥맥으로 보이는 석차 1위의 애인 자리가 아직 비어 있다면 더더욱.

이건 노리지 않는 게 바보다.

그녀는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넥타이를 살살 풀었다. 단추는 일부러 풀어놨고, 시몬의 얼굴이 벌게지는 게 보인다.

재미있다.

성장기의 남자는 불쌍한 생물이다. 원한다면 약간의 자극을 주는 것만으로도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다.

"시몬. 왜 고개를 돌려?"

"아니, 그......."

"그거 알아? 좀 이따 학과파티에 가면 3학년 선배님들이 장기자랑 시킨대."

그녀의 혓바닥이 날름거렸다. 시몬에게 자신의 향수 냄새를 맡게 하면서 몸을 부각시킨다.

"그래서 장기자랑. 준비해 왔는데."

그녀가 수줍은 표정을 꾸며내며 시몬의 귓가에 은밀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한번 봐줄래?"

"아니, 잠깐......!"

터업!

그때 여학생이 왼손으로 본인의 턱을 짚었다.

척!

다른 한 손은 옆머리를 짚는다.

그대로. 멍청하게 머리를 북북 긁으면서.

"우끼끼! 우끼끼끼!"

"?"

난데없는 원숭이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허리는 굽고 다리는 벌린 채 볼품없는 게 다리 춤을 추었다. 시몬의 주위에 있던 네 명의 여학생 모두 우끼끼 우끼끼 원숭이 흉내를 내며 멀어져 갔다.

"저급하네요."

또각- 또각-

뇌리에 꽂히는 듯한 미성이 들렸다.

흔들리는 긴 상앗빛 머리카락, 늘씬한 체형, 그리고 눈 밑에 난 점과 입가에 머금은 화사한 미소는 범접할 수 없는 품격을 뿜어내고 있었다.

"신분 상승을 위해 펄떡펄떡 뛰어오르는 연어들의 몸부림. 더럽지만 조금은 안타깝네요."

그녀가 시몬의 앞에 섰다.

그러자 주위의 남학생들이 파바밧 뛰어와 그녀의 뒤편에 의자를 세팅하고, 두 사람의 사이에 테이블을 놓고 음식과 와인, 간식거리들을 척척 세팅했다.

시몬도 누군지도 모를 손에 자리에 앉혀지고, 손에는 와인과 손수건이 들렸다. 반면에 그녀는 너무나 익숙하다는 듯 에스코트를 받았다.

"오랜만이에요?"

"세르네......!"

콧소리를 내며 의자에 앉은 그녀의 손에도 와인이 들렸다.

"역시-"

세르네가 하얀 턱을 짚은 채 눈꼬리를 늘이며 생긋. 눈웃음을 지었다.

"급이 맞는 사람끼리 보는 게 편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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