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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458화 (458/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458화

"안뇽은 무슨."

제인이 네프티스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정수리를 내리쳤다.

네프티스가 '응앙!' 소리를 내며 맞은 부위를 감싼 채 눈물지었다.

"아프잖아!"

제인은 표정 한번 바뀌지 않고 말했다.

"여긴 어떻게 들어오셨습니까."

"저어기~ 찻잔 카트에 붙어 있었지롱!"

제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메이린에게 눈짓했다. 메이린이 눈치 빠르게 옆으로 비켜주었고, 제인이 그 자리에 앉은 채 네프티스를 들어 상석에 앉혔다.

"학생들 교육 중입니다. 뭔가 해주실 말씀이라도?"

"아니!"

네프티스가 당당하게 웃었다.

"난 그냥 먹기만 할 거야!"

"방해할 거면 이만 돌아가 주시죠."

"싫어!"

네프티스가 하수인 쪽으로 손을 들어 보였다.

"간식! 여기 간식 더 가져다줘!"

"예!"

진짜 실물의 네프티스다.

명령을 받은 하수인이 식겁한 표정으로 달려 나갔다. 네프티스를 지그시 노려보던 제인은 다시 학생들의 교육을 시작했다.

"네프티스 님도 오신 김에 설명하자면, 학생회는 '총장 직속'입니다."

시몬과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키젠 학생 전체에서, 총장님께 면담을 요청하고 학생 안건을 제의할 수 있는 건, 오로지 학생회장뿐이죠."

네프티스가 '엣헴!' 하고 팔짱을 꼈다. 입에 온통 과자 부스러기가 묻어 있어서 별로 위엄은 없었다.

"어휴."

제인이 손수건을 꺼내 사심을 담아 상관의 입을 빡빡 문질렀다. '우붑! 부붑!' 하며 네프티스가 반항했고, 그 모습을 보던 시몬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반면 그 옆의 딕과 메이린, 카미바레즈는 뻣뻣하게 긴장한 자세로 앞만 뚫고 있었다.

제인이 엉망이 된 손수건을 곱게 접어 넣고는, 다시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잘 알겠죠?"

"네! 교수님!"

"그럼 키젠의 부총장으로서, 여러분 학생회에 첫 번째 임무를 내리겠습니다."

첫 번째 임무.

네 사람의 집중력이 최고조가 되는 순간이었다.

"내일모레 있을 신입생 입학식."

제인이 미소를 지었다.

"학생회 여러분이 담당하게 될 겁니다. 여러분이 직접 이 행사를 관리해서 성공적으로 끝마치도록 하세요. 이상."

신입생 입학식은 키젠의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였다. 첫 번째 미션치고는 커다란 중책이었다.

"필요한 서류들은 여기 다 있습니다."

제인이 가방에서 두툼한 서류뭉치를 꺼내 쿵! 하고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일정은 이미 짜져 있고, 기본적인 체계는 전부 다 갖춰놨습니다. 여기서 여러분이 더할 수 있는 건 더하고, 바꿀 건 바꾸도록 하세요. 여유 예산을 덧붙여서 새로운 걸 시도해도 좋습니다."

아, 그냥 돈 펑펑 써도 돼! 라고 네프티스가 말했다가 제인이 다시 한번 그녀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이 정수리 브레이커!"

네프티스의 항의는 가볍게 무시한 채 제인이 말했다.

"원래 학생회장 임명식은 내일모레지만, 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선물이 필요하겠죠."

그렇게 말한 그녀가 가방에서 뭔가를 꺼냈다.

"세상에!"

감격한 메이린이 입을 틀어막았다. 딕도 흥분감을 감추지 못하는 듯 주먹을 쥐었고, 시몬과 카미바레즈는 마주 웃었다.

저것이야말로 권력의 상징. 팔에 차고 있는 것만으로도 자신감이 솟구친다는 물건.

바로 학생회 임원들만 착용할 수 있는 '학생회 완장'이었다.

"자, 한 명씩 오세요."

제인은 친히 학생들 한 명 한 명 오른팔에 완장을 채워주었다. 네프티스가 헤헤 웃었다.

"잘 어울리는데!"

네 사람 모두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팔에 찬 학생회 완장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럼, 믿고 맡겨보겠습니다. 330기 학생회."

"힘내!"

어른들의 격려에, 네 학생이 힘차게 대답했다.

"예!"

* * *

같은 시간.

금지된 숲.

"휴우!"

삽을 든 3학년 남학생이 이마에 땀을 훔치며 말했다.

"이쯤 파면 됐겠지?"

"좋아."

그들의 앞에는 커다란 웅덩이가 파여 있었다. 그쪽으로 파이프가 쿵! 소리를 내며 내려앉았다.

꿀렁 꿀렁 꿀렁.

정체를 알 수 없는, 지독한 악취 나는 액체가 파이프를 따라 웅덩이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주위의 학생들은 코를 잡거나 헛구역질을 했다.

-우어어어어!

-어어어어!

웅덩이의 물이 찰랑거리더니, 이번에는 그 안에서 움직이는 좀비들이 팔을 뻗으며 허우적거렸다.

"준비 완료."

전체 12위의 윌이 히죽거리며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애들 마시게 할 술은?"

"준비했어."

"본게임은?"

"이제 막 시작했나 본데."

그가 숲 한쪽을 가리켰다. 곳곳에서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아주 좋아."

윌의 입꼬리가 히죽거리며 올라갔다.

"애들 불러와. 학생회가 방해하기 전에 시작하자고."

* * *

시몬의 330기 학생회는 바로 첫 회의에 들어갔다.

중앙의 소파에 네 사람이 빙 둘러앉았다. 첫 임무부터 중책을 맡았으니 어깨가 무거웠지만, 열정만큼은 넘쳤다.

이야기의 핵심은 '신입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입학식'이었다.

"이건 어때? 신입생들 앞에서 선배들이 직접 학과를 소개하는 코너를 만드는 거야!"

메이린이 큰 소리로 제안했다.

다른 세 사람이 다소 애매한 반응을 보이자, 그녀는 얼른 덧붙였다.

"다들 1학년 때 기억나? 담당교수 수업 첫날에 '조별과제'를 위한 조를 짜잖아."

"그렇게 우리가 만났지."

딕이 말했다.

"시몬이 메이린을 7조에 데려올 때 멋졌어요!"

카미바레즈가 헤헤 웃었다. 메이린의 얼굴이 퐁 하고 붉어졌다.

"윽, 아! 그렇다고 너무 과거 이야기로 새지 마! 집중 집중!"

그녀가 테이블을 두들기며 다시 세 사람의 시선을 모았다.

"결국 입학하고 이틀이나 사흘 내에 지망과목을 정해야 한다는 건데, 그때는 다들 자기가 어떤 과목을 잘하는지 잘 모르잖아. 수업 때 뭘 배우는지도 모르고."

메이린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시몬은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1학년 조별과제의 조 구성은 '중복되지 않는' 과목 지망생들끼리 조를 만드는 게 유리하다.

하지만 네 명 모두 다른 과목 지망생끼리 만나는 게 의외로 쉽지 않다. 최악의 경우, '마투학 세 명에 맹독학 한 명' 같은 극단적인 조합이 나오기도 했다.

아직 지망과목이 확고하지 않은 학생들은 '조 구성'을 위해 다소 뜬금없는 과목을 선택했고, 그들은 1학년 내내 적성에 맞지도 않는 과목에 집중하다가 피해를 봐야 했다.

'음.'

생각에 잠겨 있던 시몬이 입을 열었다.

"조 구성 때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선배들이 조언을 해주잔 거지? 나쁘지 않은데."

"응응! 바로 그거야 시몬!"

메이린이 기뻐하며 두 손을 맞부딪혔다.

"음~ 난 뭐, 지금도 큰 문제는 없다고 보는데."

딕이 반대 의견을 냈다.

"난 칠흑역학 지망이었고, 메이린 너도 저주지망을 택했잖아. 그래도 2학년 때는 다 자기 자리를 잘 찾아갔으니 된 거 아닌가?"

"바보야! 난 그때 전 과목 엘리트니까 그게 가능했던 거고! 다른 애들은 그렇게 선택 폭이 넓지 않거든?"

"뜬금없이 본인 자랑하네."

"그, 그런데 반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보니까요."

카미바레즈가 입을 열었다. 세 사람 모두 귀를 쫑긋하며 그녀에게 집중했다.

"조 포지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기가 조에서 담당한 과목을 특히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밖에 없다고 했어요. 본인이 나중에 저주학에 눈이 뜨이고 저주학이 재미있어도, 같은 조의 저주지망생 눈치가 보인다고 하고."

"......."

그 말을 듣던 시몬이 눈을 감았다.

소환학 첫 시간에 아론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너희들이 앞서 들은 수업에서는 우리 전공이 얼마나 좋은지, 왜 들어야만 하는지. 대충 그런 이야기들이 오갔을 거라 생각한다.

-내 개인적으론 반대다. 학생들이 제대로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장단점 모두를 확실히 이야기해 줘야지.

시몬에겐 그 말은 여전히 인상 깊게 남아 있었다.

"메이린이랑 카미 말이 맞아."

시몬이 눈을 뜨며 정리했다.

"각 과목에 대한 설명은, 첫 수업에 교수님들이 이야기해 주는 것 외에는 거의 없어. 그러니까 선배인 우리가 순수한 학생의 관점에서 각 과목의 장단점을 이야기해 주면, 신입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응! 저는 찬성이에요!"

"나도!"

"그렇게 들으니 필요할 것 같기는 하다."

결국 딕까지 찬성하는 것으로 이 안건은 받아들여졌다.

이후 네 사람은 구체적인 시안을 짰다.

"기왕 할 거면 객관성을 확보해야 해. 각 과목의 전공생이 직접 나와서 이야기해 주는 게 좋겠지."

딕의 말에 메이린이 턱을 괴었다.

"그럼 2학년 학과대표들한테 부탁할까?"

"걔들이 해주겠냐."

딕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허락 여부를 떠나서, 앞으로 내내 싸울 애들한테 벌써 아쉬운 소리 하면서 빚을 질 필요는 없어."

카미바레즈도 고개를 끄덕였다.

"학과대표분들은 학과의 이익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분들이니까, 학생의 입장에서 솔직한 단점을 이야기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메이린은 바로 수긍했다.

"좋아, 그럼 성적 상관없이 학과대표 외의 전공생을 고르면 되는 거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잖아? 칠흑역학은 내가 직접 할게."

하긴 멀리 둘러 갈 필요가 없었다. 메이린이 다른 두 사람을 보았다.

"소환학은 당연히 시몬이 하고, 혈류학은 카미가!"

"제, 제가 해도 괜찮을까요? 그리 높은 성적은 아닌데......."

"성적은 상관없어! 1년 먼저 공부한 선배로서 경험담을 진솔하게 이야기해 주는 거니까! 그리고 맹독학과는......."

메이린이 고개를 돌리자, 딕이 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가리키고 있었다.

"클라우디아한테 부탁해야지."

"아니 왜!!"

딕이 책상을 치며 일어났다.

"방금 니 입으로 성적은 상관없다매!"

"아무리 그래도 400위는 심하잖아, 븅딱아. 최소한 '공부는 한 학생'이 이야기하는 게 맞지 않겠니?"

"크흑!"

할 말이 없어진 딕이 자리에 앉아 투덜댔다.

"......내가 진짜 서러워서라도 성적 올리고 만다."

카미바레즈가 무안한 웃음을 흘리고는 다시 모두를 보았다.

"그럼 저주학과는 반장한테 부탁하는 게 어때요?"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사령학과는 내가 신디에게 부탁할게."

제이미 빅토리아, 클라우디아 멘지스, 신디 비바체.

세 사람 모두 전공자로서 확실한 인지도가 있는 상위권의 실력자들이었다. 친분도 있기에 흔쾌히 부탁을 들어줄 것 같았다.

"어디 어디 보자."

딕이 손가락을 접었다.

"이제 남은 건 저칠소 사혈맹...... 아, 마투학! 혹시 마투학과에 지인 있는 사람?"

메이린과 카미바레즈는 고개를 저었고, 잠시 생각하던 시몬이 손을 들었다.

"아무도 없으면 내게 맡겨."

"오케이! 그럼 다 정했다!"

* * *

그렇게 입학식에 새로운 코너가 창설되었다.

네 사람은 무대장치나 특수효과에 대해서도 논의했고, 가이드라인도 만들기로 했다.

"실내에서 흑마법 사용 금지긴 한데, 이거 허가받아낼 수 있겠지?"

"내가 제인 교수님께 말해볼게."

시몬이 노트에 적어내려가며 말했다. 근데 예산이 살짝 아슬아슬하다.

"얘들아! 얘들아! 내가 예산 아낄 방법 찾았어!"

서류를 훑어보던 메이린이 소리쳤다.

그녀가 깃펜으로 입학식의 '사회자' 이름에 원을 빙빙 그렸다.

"사회자는 이 제이슨이라는 사람인데, 아무리 유명인이라도 입학식 하루 쓰는 것치고는 좀 비싸지 않아?"

시몬이 고개를 내렸다.

제이슨 바이커. 하루 일급 50골드.

비싸긴 하다.

"바꾸려고?"

"응. 단돈 10골드에 훨씬 더 유명한 사람으로 데려올 수 있어."

"겨우 10골드로? 누구를?"

메이린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그 위에 새로운 이름을 기입했다.

「세이위르 그리즈만」

"이 뻥쟁이 환상 능력자, 방학 동안 나랑 극장에서 일했잖아. 랭거스틴에서 엄청 유명해."

"좋은 것 같아요!"

카미바레즈가 짝짝 물개 박수를 쳤지만, 딕은 조금 긴가민가한 표정이었다.

"근데 이 인간, 지금 주가 최대로 달릴 텐데 단돈 10골드로 데려올 수 있어?"

"아, 당연하지! 내 명령이면 바로 올걸. 뭣보다 우리한테 빚을 졌다고 느끼는 것 같기도 하고. 게다가 이 사람을 끌어들이면 환상 능력으로 다양한 무대장치를 대체할 수 있어. 추가 비용 절감!"

시몬이 감탄했다.

"이건 진짜 좋은 한 수네."

"흠흠! 이게 부회장의 실력이야!"

딕이 바로 빈 종이에 계산을 마쳤다.

"그럼 남은 예산으로 VIP들에게 줄 와인도 준비하자."

메이린이 눈가를 좁혔다.

"늙다리들 술은 또 왜!"

"어허, 이게 느낌이 다르다니까."

딕이 진지하게 말했다.

"나이 먹고 현장에서 은퇴한 VIP들은 한참 대접받는 거 좋아할 시기의 사람들이야. 아무 생각 없이 왔다가, 하수인들이 딱 와서, '학생들이 준비했습니다.' 하고 와인을 따라주는 거야. 이걸 감동하겠냐 안 하겠냐?"

"......."

메이린이 턱을 짚었고, 딕이 계속 말했다.

"드레스덴의 귀족 예절에 '올드 체어'란 게 있는데, 이걸 우리가 재현하는 거지! 겨우 와인 한 잔으로 이번 학생회는 개념 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거고. 이런 거 준비한 학생회는 거의 없을걸?"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밑져야 본전이니까, 한번 해보자."

어른들의 영역은 사업체를 직접 굴려본 딕이 가장 잘 알 테니 딕에게 맡기기로 했다.

* * *

네 사람의 회의는 밤이 늦도록 이어져 갔다.

입학식을 책임져야한다는 책임감 때문일까, 네 사람의 기세는 조금도 식지 않았다.

아이디어도 많았고, 마음 같아선 밤샘 회의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근데 메이린, 세이위르 데려올 수 있긴 한 거야?"

"백 퍼센트 가능! 지금 시즌도 끝나서 할 일도 없을 테니 바로 올 거야!"

"시몬 시몬! 여기 작년 입학식 불편 사항 보니까, 깨진 의자가 많대요!"

"응. 내일 대강당 현장에 가서 확인해 보자."

"어우, 이것 봐. 원로들 연설이 너무 많아. 숨이 턱턱 막히는데 줄이면 안 되겠냐?"

"제인 교수님께 건의해 볼게."

그렇게 회의는 막바지.

시몬이 커피를 끓이러 일어서는 그때.

"음?"

바지 주머니에 하얀 쪽지 같은 게 삐쳐 나와 있었다.

<내일 저녁에 만나! - 네프티스>

그러고 보니 네프티스에게 받을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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