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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461화 (461/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461화

"그게 싫으시다면, 협상을 하시죠."

기선은 잡았다.

하지만 내일모레 정식 학생회장이 된다고 해도, 지금의 시몬에겐 당장 모든 걸 싹 다 뜯어고칠 힘은 없었다.

무엇보다 3학년에 대한 간섭이 금지된 반쪽짜리 학생회장이었으니,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했다.

-학생회의 가장 큰 미덕은 '대화'와 '조율'입니다.

대화와 조율.

시몬은 학생회 담당 교수인 제인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눈을 떴다.

진짜는 이다음이다.

"이 일회용 메모리얼 수정구를 폐기하는 대신, 학과 환영회와 신고식을 전부 끝내주세요. 지금 당장."

뒤에서 듣고 있던 윌이 울컥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 끝내라고?"

3학년이 되고 오늘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이제 겨우 50명 중에 12명을 하다 말았을 뿐이다.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이대로 넘어가면 2학년들의 기만 더 살아날 뿐이다.

"누구 마음대......!"

"조용히 해주겠어? 윌."

레오나드가 차갑게 대꾸하자, 윌의 입이 쏙 들어갔다.

"다른 건?"

"앞으로도 윌 선배님 같은, 후배들에 대한 가혹 행위는 일절 금하겠다고 약속해 주십시오."

"좋아. 받아들이지."

"!"

주위의 학생들이 깜짝 놀라며 레오나드를 보았다.

"대신 이쪽도 조건이 있어. 그 일회용 메모리얼 수정구는 내가 보는 앞에서 폐기하......."

데구르르―

이미 수정구는 바닥을 굴러다니고 있었다. 시몬이 차가운 얼굴로 다리를 들더니, 그대로 짓밟았다.

콰작!

수정구가 완전히 산산조각 났고, 시몬은 할 거 다 했다는 듯 등을 돌려 걸어갔다.

"......멋진데."

레오나드가 홀린 듯이 중얼거렸다.

점점 멀어지는 시몬의 옷자락이 나풀거리고, 팔에 찬 학생회 완장이 바람결에 휘날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때 '하하하!' 웃으며 윌이 뛰어 들어왔다.

"알아서 부숴주다니 저런 바보 같은 짓을! 레오나드! 그냥 무르고 계속......!"

"자, 공지한다."

레오나드가 등을 돌려 모든 소환학과 학생들을 돌아보았다.

"신입생 학생회는 여기서 종료하겠어. 남은 자리 깨끗하게 치우고, 기숙사로 돌아가자."

"레오나드!!"

윌이 버럭 소리 질렀다.

레오나드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하지만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부 네가 망친 거야. 윌."

"......아, 아니. 나는 그저!"

"자, 다들 서둘러. 잠든 애들은 깨우고, 쓰레기들은 한데 모아서 폐기해."

2학년 학생들이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다. 3학년들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

그리고 이 모든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헥토르는 조용히 홀로 술잔을 비웠다.

* * *

"지쳤다아."

기숙사 방으로 돌아온 시몬이 의자에 몸을 푸욱 기대며 말했다. 축 내려간 팔이 흔들흔들 힘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맞은편 자리, 부끄러운 기색으로 주춤거리고 있던 토토가 입을 열었다.

"......오늘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축 처져 있던 시몬이 가볍게 미소 지었다.

"아냐, 뭣보다 네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사실 시몬은 토토에게도 조금 미안한 감정이 있었다.

본게임은 3학년들이 조작하고 있었다. 즉, '신고식'에 처음으로 걸린 학생들은 3학년 선배들이 기를 꺾어놔야겠다고 찍어놨던 2학년들이 선정됐으리라.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토토는 자신의 룸메이트다. 그 사실 때문에 찍혀서 불려갔을 수도 있으니, 반드시 구해야겠다고 마음먹었었다.

"......그으,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시몬."

"응."

토토는 시몬이 오른팔에 찬 학생회 완장을 보고 있었다.

"신고식이 문제였다면, 그냥 학생회장의 권한으로 신고식을 금지하면 깔끔하게 끝나지 않았을까? 왜 레오나드 선배와 협상까지 한 거야?"

토토는 순수한 의문으로 묻고 있었다.

여전히 의자에 축 기대어 있던 시몬이 천장을 보고는 미소 지었다.

"그거 알아 토토? 이미 키젠에선 신입생 신고식을 금지하고 있어."

"......아."

신고식은 물론, 후배들에 대한 가혹 행위는 일제히 금지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다들 몰래몰래 숨어서 하고 있잖아. 교칙도 어기는 3학년 선배들이, 과연 2학년 학생회장이 금지한다고 해서 순순히 따라줄까?"

"그, 그래서 신고식을 중지하는 선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구나."

"아니."

시몬이 자세를 고쳐 앉으며 눈을 빛냈다.

"지금부터 시작이야."

"으, 응?"

* * *

같은 시각, 금지된 숲.

"푸핫! 푸하하하하!!"

사령학과 3학년 선배들이 배를 잡고 웃어대고 있었다.

그리고 간이 무대 위에 서 있는 건 여장을 한 2학년 남학생들이었다.

가발을 쓰고, 우스꽝스러운 화장에 립스틱을 칠하고, 치마까지 입었다.

사령학과 3학년들이 휘파람을 불었다.

"오우! 후배님들 멋지다!"

"진지하게 우리 동기 여자애들보다 니들이 더 예쁜데?"

곳곳에서 비웃음이 쏟아졌고, 무대에 올라간 2학년 남학생들은 기가 팍 죽었다. 대부분이 고위 귀족 출신에 한 끗발 하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인데, 이렇게 비참한 꼴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집중. 지금부터 안무 출 거야."

무대 앞에 선 날카로운 인상의 3학년이 말했다.

"다들 알지? 동작 틀리는 새끼는 바로 열외 된다. 특히 몸 흔드는 동작 제대로 해라. 성의 없이하거나 부끄러운 티 내면 바로 대가리 밟히고 열외로 갈 줄 알아."

이미 열외 된 한 학생이 진흙탕을 구르고 있었다. 여장한 남학생들 모두 뒷목을 뻣뻣하게 당겼다.

"그럼, 시......."

삐이이이익―!

삐이이익―!

그 순간, 금지된 숲 곳곳에서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 모두가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뭔 소리야?"

"파, 파수꾼들이다!"

로크섬의 산과 숲을 관리하는 키젠의 파수꾼들이 사방에서 호루라기를 불며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 시간까지 뭣들 하는 거야!"

"교칙 위반으로 체포하겠다! 붙잡아!"

파수꾼들이 활을 꺼내고 그물을 던지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혼비백산하며 흩어졌다.

"아니, 뭐야! 파수꾼들이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건데?"

"일단 기숙사로 튀어!"

신고식이 순식간에 엉망이 되었다.

사령학과 학생들은 혼령화까지 써가며 도주했고, 파수꾼들도 고함을 질러대고 호루라기를 불며 쫓아갔다.

"저것들이 진짜."

사령학과 학생이 양손에 스피릿을 일으키며 앞으로 나오자, 동기인 여학생이 그의 뒷덜미를 붙잡고 달렸다.

"야, 야! 이거 안 놔?"

"파수꾼이 무서워서 피하니? 걸리면 그냥 징계로는 안 끝나!"

그리고 이 사태는 사령학과만 겪고 있는 게 아니었다.

혈류학과.

맹독학과.

마투학과.

그 외에 저주학과를 제외한 거의 모든 학과들의 신고식 장소를, 파수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급습하고 있었다.

"뭐야 갑자기?"

"도망쳐! 그냥 포기하고 와!"

붙잡혀서 학기 초부터 징계받고 첫 수업을 빠지게 된다면 그것만큼 최악이 없었다.

모두가 도망치거나, 혼란을 틈타 잡힌 학생들을 구하고 있는 그때.

칠흑역학과에서는 살벌한 표정의 3학년 남학생이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우우우우웅!

그는 막무가내였다. 양손에 잔뜩 흑마법을 장착한 채 파수꾼들을 노려보았다.

"어쩌려고?"

"일단 전원 조진 다음에, 기억을 흩뜨리는 저주를 걸면 된다."

"그거 기억 깔끔하게 지워지는 것도 아니잖아!"

"알 게 뭐냐."

그가 흑마법을 발사하려 두 팔을 들어 올리는 순간.

"!!"

그의 몸이 석상처럼 굳어졌다.

현장을 급습하고 있는 파수꾼들의 뒤편, 어둠이 내려앉은 숲의 나무 사이로 날카로운 동공이 번뜩이고 있었다.

그의 뒤통수가 땀으로 흥건해졌다. 흐릿해서 잘 보이는 건 아니지만, 저 여자는 틀림없이-

'제인 부총장!'

다른 학생들도 제인의 모습을 발견하고 술렁였다.

"......와이 씨, 진짜 작정하고 왔나 본데?"

"현장에서 걸리면 무조건 퇴학이야! 뛰어!"

"어쩐지! 파수꾼들이 우리 위치를 안다 싶더니."

전 학과의 신고식은, 이렇게 외부 변수로 인해 빠르게 마감되고 있었다.

* * *

"파수꾼들이 현장을 덮치고 있다고?"

방에서 시몬의 설명을 듣던 토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응. 전부 딕 덕분이야."

광범위한 정보력을 갖고 있는 딕은 이미 각 학과의 신고식 장소를 꿰차고 있었다. 그래서 학생회 직권으로 파수꾼들의 정찰루트를 변경, 현장을 덮치도록 유도한 것이다.

각 학과에서는 파수꾼의 정찰루트에 빗겨 나는 위치에 캠프를 차리고 신고식을 해왔으니, 완전히 방심했으리라.

'거기에 하나 더.'

혹시나 파수꾼에 맞서는 학생이 있어서 인명사고가 나면 곤란했다.

시몬은 학생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를 현장으로 보냈다.

부총장 제인 올리비아 교수.

물론 진짜 제인은 아니고, 송장거미를 보내 유적에 있는 에르제베트를 불러왔다. 그녀는 제인의 모습으로 금지된 숲을 산책했고, 그녀의 모습을 본 학생들이 소문을 퍼뜨릴 것이다.

혹시나 더 늦은 새벽에 신고식이 열리는 경우까지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토토. 아까 신고식을 중지하는 선에서 멈출 수밖에 없다고 했지?"

이게 비단 키젠만의 문제는 아니다. 악습과 부조리는 인간이 존재하는 그 어느 조직이든 있다.

하지만 교사는 학생들 간의 따돌림을 완전히 막지 못하고.

지휘관들은 병사들 간의 부조리를 뿌리 뽑지 못한다.

단순히 금지하는 것만으로는 악습을 뿌리 뽑을 수 없다.

"일단 멈추는 것. 그게 중요한 시작이라고 생각해."

시몬이 오른팔에 찬 학생회 완장을 풀어서 책상에 내려놓았다.

"우리 기수는 키젠에서 악습을 제대로 겪지 않은 거의 유일한 기수가 되는 거니까."

"......아!"

"그리고 우리가 3학년이 되면, 그때 내가 모든 신고식을 철폐하도록 설득할 거야. 우리 기수는 신고식을 겪지 않았으니 그걸 강행하자는 명분도 약해져. 내년에 우리가 2학년에게 신고식을 하지 않는 것으로."

시몬이 미소 지었다.

"비로소 이 지긋지긋한 악습을 끊을 수 있지 않을까?"

"......시몬!"

토토의 눈에 감격이 차올랐다.

"대단해!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었구나! 정말 학교를 아끼는 것 같아!"

"그 정도는 아냐."

시몬은 민망하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100% 잘 풀릴지는 모르겠지만.'

올해만 해도, 저주학과의 3학년들만큼은 신고식을 거의 생략했다고 들었다.

시몬은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이제 큰 산은 넘었네.'

비공식적인 학생회 관여와 3학년들과의 이슈는 이렇게 끝이 났다.

* * *

길었던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모두가 잠든 밤.

같은 방의 토토가 새근새근 잠든 사이, 시몬이 눈을 번쩍 떴다.

'피곤해 죽겠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했다. 시몬은 살금살금 고양이 걸음으로 걸어가서 토토의 눈앞에서 손을 흔들어보았다.

코오- 코오-

자느라 미동도 없었다. 시몬은 안심하고는 천천히 창가로 다가갔다.

달칵.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었다. 능숙하게 밖으로 나와 창문을 닫은 다음 클라우드를 레펠처럼 뽑아내 창가에 고정했다. 그리고 클라우드를 잡고 쭉쭉 떨어져 풀밭에 무사히 착지하는 데 성공했다.

'좋아, 가자.'

뒤이어 금지된 숲을 향해 뛰었다. 그래도 1학년 때보단 거리가 가까워져서 좋았다.

오래 걸리지 않아 피어의 유적에 도착했다. 주위에 사람들이 없는지 한 번 더 확인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차박차박.

오래된 돌바닥을 내디딜 때마다 냉기가 신발을 타고 올라왔다.

끝도 보이지 않는 어둠, 은은하게 들리는 언데드의 음성, 아마 보통 사람은 이 유적을 발견해도 들어올 엄두조차 내지 못하리라.

마침내 돌계단을 다 내려오자,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도련님! 오셨습니까.]

자신의 몸집보다 더 커다란 날개로 몸을 감싸고 있는 언데드가 자세를 낮추었다. 시몬도 밝게 웃으며 손을 들었다.

"오랜만이에요 아케뮤...... 헙!"

[군단장니임~!]

에르제베트가 와락 달려들어 시몬을 바닥에 쓰러뜨렸다. 시몬이 끙 소리를 내며 눈을 떴다.

"놀랐잖아, 에르제."

[너무너무 보고 싶었사와요! 그리고 로크섬에 들어오자마자 심부름이라니! 너무해요.]

-키리리!

-키리!

주위의 송장거미들도 동의하듯 소리를 냈다. 시몬이 웃는 얼굴로 거미들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얼굴이 좋아 보이는군. 소년!]

그리고 여기 또 하나.

하늘에서 내려오는 달빛을 받으며 제단 위에 앉아 있는, 망토를 두른 큰 키의 해골이 히죽 웃고 있었다.

시몬도 마찬가지로 웃었다.

"정말 오랜만이에요 피어! 잘 지냈어요?"

[크흐흐흐! 고작 두세 달 가지고 오랜만인가? 언데드로서는 눈 깜빡이면 흐르는 시간이다.]

"그건 그렇죠."

시몬이 자리에서 일어나 아공간을 열었다.

"이제 나와도 돼."

그러자 아공간에서 지팡이 하나가 슝! 하고 튀어나왔다.

그냥 보기엔 이목구비가 달린 희한하게 생긴 지팡이지만, 7군단 공식 '미라부대의 대장'으로 인정받은 헤르세바였다.

[아우! 지겨워어어어어!]

그녀가 자유롭게 피어의 유적을 쌩쌩 날아다녔다. 주위의 먼지가 황금으로 변하더니 지팡이 위로 모였다.

그것은 이내 지팡이 위에 마녀처럼 올라탄 여성의 형상으로 변했다.

[으, 꼬맹아! 아공간 안은 심심해! 왜 이렇게 늦었어?]

"미안 미안."

[저게 엄살은.]

에르제베트가 인상을 구겼다.

[군단장님이랑 유일하게 붙어 있었던 게!]

[나도 많이 놀지도 못했거든!]

헤르세바는 '군단화'를 마친 뒤로, 온몸에서 군단의 칠흑을 풀풀 뿜어내고 있었다. 신성연방이든 암흑연합이든 밖에 꺼내기 부담스럽긴 했다.

시몬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보다 프린스가 안 보이네요?"

[크흐흐! 프린스는 전투 중에 파괴됐다. 네가 다시 불러와야 해!]

"그러죠 뭐."

시몬은 아공간에서 좀비를 꺼내고는, 손가락에 끼고 있던 회색 반지에 '프린스, 넘어와'라고 말했다. 뒤이어 좀비의 몸에 반지를 가져다 댔다.

쿠르르릉!

즉각 검은 번개가 떨어지더니 좀비의 모습이 검은 광채로 휩싸였다. 이내 빛바랜 왕관을 쓴 작은 소년의 모습의 좀비로 변했다.

[아! 왜 이렇게 늦었어!]

프린스가 그렇게 외치면서 달려와 손바닥을 펼쳤다. 시몬은 잠시 또 핸드 셰이크를 해주며 놀아주었다.

"자, 그럼 다들 다 모였죠?"

관리자 피어.

거미 부대의 대장 에르제베트.

좀비 부대의 대장 프린스.

스컬윙 부대의 대장 아케뮤스.

미라 부대의 대장 헤르세바.

보기만 해도 든든한 라인이다. 시몬은 다섯 대장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관련 보고를 듣고 싶은데요."

[좋다!]

흰 무덤 던전.

이번 방학 동안 헤르세바를 제외한 나머지 대장들은 모두, 리처드의 새로운 에이션트 언데드를 찾으러 던전에 들어갔다.

"음, 그런데 새로운 얼굴이 안 보이는 걸 보니 거기에 없었나 보네요."

[아니.]

피어가 고개를 저었다.

[그 던전에서 만났다. 내 예상대로 전염병의 마수 '칼'은 그 던전에 있었지.]

"......아!"

[그리고.]

피어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놈은 지금 이 자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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