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462화
[놈은 지금 이 자리에 있다.]
석상처럼 굳어진 시몬이 주위를 휙휙 두리번거렸다.
"어디, 어디요?"
피어가 말없이 팔을 뻗었다. 유적 너머 어둠에 잠겨 있던 한 공간이 밝아졌다.
그리고 시몬은 목도했다.
직사각형의 크고 투명한 관 안에 갇혀 있는, 줄줄 흘러내리는 진흙 덩어리를.
-어으어으으으으.
이상한 울음소리를 내며, 그것은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이게......."
[전염병의 마수, 칼.]
피어의 입에서 한탄 같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한때는 7군단의 대장을 맡았던 에이션트 언데드다.]
시몬은 긴장한 얼굴로 다가가서 관에 손을 대보았다. 그것은 흐느적거리기만 할 뿐, 어떠한 사념과 의지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시몬의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처음 발견됐을 때는 이보다 더 끔찍한 모습이었지.]
시몬이 방학을 보내는 동안, 피어와 에이션트 언데드들은 칼이 숨어 있을 곳으로 예상되는 흰 무덤 던전을 공략하러 갔다.
흰 무덤 던전은 그 어떤 모험가들이나 트레져헌터들, 고고학자들도 진입방법을 알지 못했다. 드레스덴 왕국에서는 던전의 가능성 때문에 끙끙 앓으면서 붙잡고 있었을 뿐, 사실상의 골칫덩이에 가까웠다.
하지만 피어는 진입방법을 알고 있었다.
[나는 그 던전이 칼의 둥지라고 확신했다.]
칼이 가진 능력 중 하나는, 던전을 자신의 둥지로 만드는 힘이었다. 던전에 들어가 던전주를 자신의 몸으로 집어삼키고, 그 힘을 이용해 던전을 장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던전을 이루는 방대한 에너지를 빨아들여 자신의 극독 언데드 부하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냈다.
그렇게 던전을 옮겨 다니며 세력을 확장해갔던 칼이었으나, 당시 던전에 들어온 리처드와 피어에게 패배했다. 결국 '군단화' 작업을 거쳐 7군단의 대장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수년 후 리처드의 군단이 해체되었을 때, 자유를 갈망하던 칼은 다시 자신이 머무를 던전을 찾았고 그게 '흰 무덤 던전'이었다.
예전에 한번 칼을 잡아본 경험이 있던 피어는 흰 무덤 던전에 칼이 있으리란 것도, 그 던전의 출입 방법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은 더 이상 던전이 아니었다.]
피어의 해골 눈구덩이에서 검푸른 칠흑이 횃불처럼 타올랐다.
[그곳은 인간들의 실험장으로 변해 있었다.]
에이션드 언데드인 피어가 보기에도 끔찍한 광경이었다.
눈이 시뻘게진 인간들이 공장을 돌리듯 칼의 분신체들을 만들어내고 있었고, 칼에게서 나온 체내 성분으로 각종 화학실험을 진행했다. 중앙에는 너덜너덜해진 칼이 관 안에 갇힌 채 혹사당하고 있었다.
던전 자체가 인간들이 장악한 하나의 실험장이자, 공장이 된 것이다.
외부인 출입을 막는 칼의 능력은 오히려 독이 되었다. 이 정체불명의 집단은 특별한 방법으로 던전 내에 침투해서, 이곳을 자신들의 비밀기지로 사용했다.
'잠깐만, 이거 비슷한 사례를 들어본 것 같은데.'
시몬이 턱을 짚으며 그런 생각을 하다가 피어에게 말을 걸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궁금한 게 있는데요. '흰 무덤 던전'의 입구는 드레스덴 왕국 측이 쭉 지키고 있었잖아요.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던전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거죠?"
[출입 방법에 대해선 나도 짐작 가는 바가 없다.]
피어가 팔짱을 꼈다.
[칼의 던전에 들어가는 방법을 아는 건 나와 리처드뿐이다! 아마 정면으로 들어온 건 아닐 테고, 달리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겠지.]
"......."
[이야기를 계속하겠다.]
어쨌든 피어와 에이션트 언데드들은 칼이 살아 있다는 것을 확신했고, 정체불명의 집단 측과 전투를 벌였다.
그들은 생전 본 적 없는 괴이한 기술과 화력을 쏟아부었지만, 네 명이나 되는 에이션트 언데드를 상대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물론~ 그놈들도 강하긴 했사와요.]
에르제베트가 그렇게 말하며 프린스의 머리를 콕콕 눌렀다.
[프린스를 한 번은 죽일 정도였으니까.]
[하지 마!]
프린스가 본인 머리에서 에르제베트의 손을 떼어내며 화를 냈다.
[결과적으로 그 전투에서 우리는 승리했다.]
피어가 말했다.
[그 인간 놈들을 확보해 정보를 뜯어내고 싶었지만, 놈들은 패색이 짙어지자 뇌를 스스로 폭발시키며 죽어 나갔지!]
이야기를 듣던 시몬이 몸서리쳤다.
"자살......?"
[그래, 가장 중요한 간부급은 벌써 중요 서류를 불태우고, 어딘가로 사라진 뒤였다.]
이번엔 아케뮤스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가능한 자료들을 확보해 보았습니다, 도련님. 이것밖에 가져오지 못해 유감입니다.]
아케뮤스의 옆에는 언덕을 이룰 정도로 많은 책과 종이들이 쌓여 있었다. 시몬의 눈이 커졌다.
"뭐예요. 엄청 많이 구했잖아요!"
시몬이 달려가서 그 책들을 살펴보았다.
그러다 먼저 펼친 책을 내려놓고, 다른 책을 살펴보고 또 다른 책을 펼쳐보았다.
'......무슨 글자인지 하나도 모르겠네.'
이곳에 있는 모든 책들은 굼벵이 기어 다니듯 구불거리는 글자로 빼곡했다. 다른 책을 아무리 살펴봐도 해석이 되질 않는다.
[뭐야 뭐야?]
헤르세바가 휙 날아와 시몬의 어깨에 안착했다. 지팡이 끝에 달린 그녀의 눈동자가 글자를 훑었다.
[아, 이건!]
시몬이 얼른 그녀를 보았다.
"헤르세바! 무슨 말인지 알아보겠어?"
[아니 모르겠는데.]
화가 난 시몬이 어깨를 밑으로 내렸다가 퉁기듯 힘주어 올렸다. 헤르세바의 몸이 휘이익 날아가다가 공중에서 선회했다.
"장난칠 기분 아냐."
[표정이 심각하군 소년! 혹시 짐작 가는 점이라도 있나?]
"네."
시몬이 책을 덮으며 한숨을 쉬었다.
"요즘 유난히 이런 사건 많지 않아요? 모종의 방법으로 던전을 접수하고, 그 안에서 나쁜 짓을 벌이는 사람들."
1학년 2학기 때, 실라지가 파견 갔다고 알려졌던 이름 모를 던전.
그 던전의 입구는 '피의 고리'로 막혀 있었고, 각종 범법자들이 그 안으로 밀려들었다고 들었다.
그들은 어떻게 던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을까? 단순히 던전주를 봉인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 신성연방에서 레테와 함께 겪었던 '빙룡 카리사' 사태. 던전주 카리사가 던전 밖을 돌아다녀도 던전은 멀쩡하게 잘 유지되었다.
마지막으로 칼의 던전을 접수해 칼을 실험하던 정체불명의 집단.
"이 세 가지는 틀림없이 연결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혈천교와 실라지.
미네나시 가문과 빙룡 카리사.
그리고 칼의 던전을 차지한 실험집단.
묘하다.
"더 깊게 조사해 볼 필요성이 있겠어요. 군단의 여력을 동원해서 계속 추적하고, 조사해 주세요."
에르제베트가 '흠-'소리를 내며 미소를 지었다.
[재밌네요. 뭔가 골치 아픈 일에 엮인 것 같은데요?]
프린스가 벌떡 일어났다.
[우리 동료인 칼을 저렇게 만든 놈들이야! 절대 용서할 수 없어!]
아케뮤스가 공손하게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
[혹시 매그너스의 5군단과는 관련이 없겠습니까?]
"없을 거예요."
시몬이 즉답했다.
"매그너스는 '칼'을 차지하면 차지했지, 저렇게 실험체로 이용할 필요가 없었을 테니까요."
그때 곰곰이 생각에 빠져 있던 헤르세바가 입을 열었다.
[꼬맹아!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지 않아?]
"말해봐. 헤르세바."
[놈들이 저 칼이란 녀석을 붙잡아서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실험했잖아? 모든 실험에는 목적이 있어. 그 목적이 뭐라고 생각해?]
시몬이 팔짱을 끼고 눈을 감았다.
"칼의 능력을 인위적으로 발현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 에이션트 언데드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미지의 존재니까. 극독으로 이루어진 칼의 분신체들을 양산해서......."
[분신체가 아니야.]
헤르세바가 눈을 빛냈다.
[던전을 자신의 둥지로 만드는 능력 자체가 연구의 첫 번째 목적이었다면?]
"......!"
갑자기 팔에 소름이 돋아난 시몬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래, 맞아! 그 연구는 이미 성공한 거야! 그래서 인간들이 그 던전 내부를 차지할 수 있었던 거고!"
[그렇군.]
그리고 가장 의문이었던, 칼이 장악한 던전에 이상한 실험자들이 들어올 수 있었던 방법.
그 생각을 하니, 시몬은 1학년 마지막에 있었던 실라지와의 결전을 떠올렸다.
그때 시몬은 실라지를 헤르세바의 던전에 가두었지만, 실라지는 피처럼 시뻘건 포탈을 열어서 혈천교 신도들을 던전 안으로 불러들였다.
"혈천교는 던전과 던전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닐 수 있어! 혈천교의 특별한 포탈 기술로 공간에 구멍을 뚫어서 이동하는 원리야!"
프린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뭐야, 그럼 아직도 그 혈천교 놈들이 남아 있단 거야? 이번 일도 혈천교 짓이고?]
"아니. 혈천교와 미제나시를 묶는 누군가가 또 존재하는 거겠지."
시몬은 뒤이어 어떻게든 아케뮤스가 챙겨온 자료들을 해석하려고 노력해 봤지만 쉽지 않았다.
대륙의 언어체계를 아득히 벗어나 있었다.
그렇게 조금 더 자료를 살펴보다 보니 어느새 날은 밝아오고 있었다.
시몬은 이제 첫 수업 준비를 하러 가야 했다.
"저는 학교에 있을 테니까 뭐라도 알아내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아! 칼은 어떻게 할 거예요?"
시몬이 유리 벽에 막힌 채 흐물거리는 언데드를 보며 말했다.
[일단은 시간을 들여 조금 더 조사해 보기로 했다!]
피어가 말했다.
[지금의 칼은 에이션트 언데드보다는 그냥 시체에 더 가까운 모습이지만, 칼의 독은 그 자체로도 쓸모가 있다. 다른 방법을 강구해 보지.]
"네."
[그리고, 받아라 소년!]
피어가 자신의 뼈를 깎아 만든 새로운 분신을 시몬에게 던졌다. 해골 배지 모양이었다.
[연락수단이다!]
시몬이 피어의 분신을 만지작거리며 웃었다. 작고 앙증맞았다.
"어쩐지 학기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디자인이 귀여워지는데요?"
크하하하! 피어가 유쾌하게 웃었다.
[투박한 디자인이면 아티팩트로 의심할 테니 말이다! 학생들의 '취향'을 학습했지!]
시몬은 피어의 분신을 교복에 착용했다.
[저도 드릴 게 있습니다. 도련님.]
이번에는 아케뮤스가 다가와 뭔가를 건넸다. 검은 깃털 다섯 장이었다.
"이게 뭐예요?"
[피어가 준 것처럼, 이것도 제 분신 같은 겁니다. 몸에 가지고 다녀주십시오. 대륙 어디든 도련님이 위험에 빠지시면, 이 깃털이 있는 장소로 제가 언제든 날아가겠습니다.]
"아, 고마워요."
피어의 분신이 있긴 하지만, 언젠가 쓸모가 있겠거니 생각하며 시몬은 깃털을 안주머니에 챙겼다.
[......피어는 배지, 아케뮤스는 깃털, 프린스는 반지.]
에르제베트가 또각또각 걸어왔다.
[질 수 없사와요! 소녀도 뭔가 군단장님께 흔적을 남겨야겠어요!]
뭔가 불길한 예감을 받은 시몬이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또 뭘 하려고?"
[후훗!]
에르제베트가 두 팔을 벌리며 뛰어들었다.
[군단장님의 그 날렵한 목에 키스 자국을......!]
시몬이 잽싸게 칠흑을 밟고 날아올랐고, 그녀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끌어안으며 쓰러졌다.
[너무해요!!]
"나중에 또 올게!"
그렇게 시몬은 에이션트 언데드들과 헤어졌다. 헤르세바도 아공간 안은 답답해해서 당분간 이쪽에 두기로 했다.
들어올 때는 달빛이 비치고 있었는데, 나올 때는 어느새 햇살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 * *
'늦었다!'
시몬이 기숙사로 들어올 즈음에는, 벌써 다들 학교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시몬!"
시몬이 기숙사 방에 들어오자 토토가 펄쩍 뛰었다.
"먼저 나간 줄 알았어!"
"잠깐 볼일 보고 돌아왔지. 우리도 빨리 가자, 시간 없어."
시몬은 간단한 짐을 챙기고 겉옷을 걸친 다음, 계단을 뛰어 내려왔다. 두 사람이 기숙사를 나간 2학년들 중 거의 마지막이었다.
"실내에서 뛰지 말라고 했잖습니까!!"
사감 마가렛의 고함이 들렸다. 화들짝 놀란 시몬과 토토가 살금살금 걸어서 문밖으로 나갔다.
"으아,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어!"
토토가 제 가슴을 붙잡으며 중얼거렸다.
'음.'
그리고 시몬은 캠퍼스로 빠르게 갈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소환학과에서 캠퍼스의 거리는 상당히 먼 편이다. 지금부터 달리기 시작해도 지각이다.
그래서인지 앞서 달리는 학생들도 조잡한 소환수를 만들어 탄 채 달리고 있었다.
"토토! 뭐 괜찮은 거 없어?"
토토가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 둘을 태울 만한 건......."
"그럼 내게 맡겨."
시몬이 아공간에서 골렘의 핵을 꺼내고는 바닥에 떨어뜨렸다. 토토가 깜짝 놀라서 물었다.
"골렘으로 뭐하려고?"
"얼마 안 걸려. 조금만 기다려 줘."
시몬이 팔을 뻗었다.
<서먼 골렘(Summon Golem)>
촤아아아아아!
시몬의 칠흑에 반응하여, 주위의 모래와 진흙, 암석 등이 골렘의 핵을 중심으로 철썩철썩 달라붙기 시작했다.
'이 기술은 오랜만이네.'
모여든 흙과 모래는 칠흑으로 곱게 빚어져 넓적한 유선형의 몸체를 이룬다. 골렘의 팔과 다리는 생략하지만, 그 대신 바퀴를 달고 뒤쪽에는 바퀴를 굴릴 엔진을 만든다. 물론 엔진을 돌리는 힘은 칠흑이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유선형 몸체의 커다란 진흙 보드를 만든 것 같은 형태다.
시몬은 그 위로 훌쩍 올라탔다.
"토토! 꽉 잡아!"
"응!"
토토도 뒤따라 올라타서 시몬의 허리를 붙잡기 무섭게, 칠흑이 흐르는 소리와 함께 골렘 보드가 나아가기 시작했다.
"으와아아아아!"
엄청난 속도. 주위의 경관이 씽씽 뒤로 밀려난다.
시몬은 흐트러지는 머리카락을 붙잡은 채 시원하게 웃었고, 토토는 시몬에게 들러붙은 채 '으아악! 아아악!' 하는 소리만 반복해서 냈다.
골렘 보드는 빠르게 다른 학생들을 추월했고, 그때마다 놀란 시선이 꽂힌다.
"이대로 캠퍼스까지 곧바로 달릴게!"
"으악, 시몬! 너무 빨라아아!"
* * *
두 사람은 무사히 강의실 앞에 도착했다.
"으어어어."
머리가 엉망으로 흐트러진 토토가 비틀거리며 걷고 있었다.
시몬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태연하게 웃었다.
"괜찮아?"
"으으, 안 괜찮은 것 같아. 너무 달렸더니 갑자기 배가......."
꾸르륵.
꾸륵.
어제 먹은 것들이 진동을 시작하는 모양이었다. 토토가 어기적거리며 말했다.
"나, 나는 화장실에 들렀다 갈 테니까 먼저 가!"
"알았어."
토토가 배를 부여잡고 달리는 모습이 보였다.
수업 시작까지 5분 전. 시몬은 느긋한 걸음걸이로 강의실 문을 붙잡았다.
그리고 문을 여는 순간.
휘이이이잉―
시원한 바람이 밀려들었다. 그 앞에 보이는 건 바람결에 휘날리는 검은 머리카락의 소녀.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창밖을 보고 있었다.
'로레인?'
순간 반을 착각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실을 열면 당연히 딕과 메이린, 카미바레즈가 반겨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아니었다.
이제는 새 학기. 새로운 반. 새로운 공부, 새로운 강의가 기다리고 있다.
이제 이곳이 내 반이다.
첫날 강의실의 어색한 공기 속에서 시몬은 걸음을 옮겼다.
"아."
마침 그 검은 머리의 소녀가 시몬을 보았다. 무표정이 가시고, 반가운 미소가 걸렸다.
"안녕, 시몬."
"안녕, 로레인."
시몬도 마주 웃었다.
이번엔 이쪽이 말할 차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앉아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