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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466화 (466/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466화

"잘 지냈어? 아서."

시몬의 얼굴을 본 아서의 두 동공이 감격으로 차올랐다.

"시몬!!"

그가 달려들어 시몬의 몸을 덥석 끌어안았다. 시몬은 순간 숨이 턱 막히는 듯한 압력을 받았다.

"보고 싶었어요!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되다니! 파로나 반도에선 제대로 작별 인사도 못 해서 얼마나 아쉬웠다구요!"

"자, 잠깐!"

시몬이 헛웃음을 흘렸다.

"진정해, 아서."

그제야 아서가 시몬을 놓아주고 한 걸음 물러났다. 그렇게 체격이 막 좋은 것도 아닌데, 힘이나 체력은 무슨 고릴라 같다.

"일단 이 상황부터 정리하고 이야기하자."

시몬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곳곳에 널브러진 갱단원들, 그리고 시몬의 본 아머에 붙잡힌 채 벽에 고정되어 낑낑거리는 갱단원들이 보인다. 그중 또 두 명은 시몬의 슬립에 자고 있다.

시몬이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여러분께 몇 가지 질문을 할게요."

벽에 고정된 갱단원들에게 걸어가며 아공간을 열었다.

"네크로맨서에 대한 소문은 들어봤죠? 만족스러운 답이 나오지 않으면, 영원히 죽지도 못하는 상태로 만들어 드릴게요."

그 안에서 쏟아져나온 좀비들이 '우어어어' 소리를 내며 액체를 입에서 줄줄 흘려댔다. 갱단원들의 얼굴이 파리하게 질렸다.

"이, 이 새끼!"

그중에서 한 갱단원이 악을 질러댔다.

"할 테면 해봐! 네크로맨서가 함부로 민간인에게 손대면 어떤 처벌을 받는......!"

시몬은 무표정한 얼굴로 겉의 로브를 살짝 벗어서 검은 교복을 드러냈다. 그의 가슴 위로 보이는 키젠 문양에 그들의 표정은 더더욱 굳어져 갔다.

키젠 소속 네크로맨서.

심지어 1학년 학생들조차 암흑연합 내 수사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럼 첫 번째 질문."

시몬이 다시 로브를 추스르고 말을 이었다.

"당신들의 소속을 말하세요."

"......."

그들은 시몬의 눈을 필사적으로 피하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시몬이 한숨을 푹 쉬었다.

"첫 질문부터 피를 보긴 싫었는데."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좀비들이 입을 쩍 벌리며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 안 돼요! 시몬!"

아서가 식겁한 표정으로 시몬을 붙잡았다.

"아무리 키젠이라도 사람을 죽이는 건 안 됩니다!!"

'넌 진짜아.'

시몬이 째릿 아서를 노려보았다.

당연히 연기지. 적을 속이기도 전에 네가 속으면 어떻게 하냐.

그런데 의외의 사태가 벌어졌다.

시몬을 뜯어말리는 아서의 필사적인 행동이 오히려 갱단원들의 공포심을 자극했다. 진짜로 죽이려는 줄 알았는지 하나같이 몸을 떨며 발작하듯 팔다리를 뒤틀었다.

이 사람들, 엄청 무서워하고 있다.

"이거 놔. 아서."

시몬은 눈치껏 아서의 행동을 이용하기로 했다.

"본보기로 몇 명만 뜯어놓을게."

아서가 식겁하며 뜯어말리고, 좀비들은 침을 줄줄 흘리며 갱단원의 코앞까지 다가온 가운데.

"그 자식은 뭐 하고 있는 거야아아아아!"

참다못한 누군가가 비명을 질러댔다.

'그 자식?'

시몬의 눈이 예리하게 빛났다.

"빨리해!!"

"이러다 진짜 죽겠다고!"

혹시 주위에 다른 동료가 있나? 시몬이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다른 인기척은 없었다.

'음?'

그때 시몬은 기절해 있는 한 갱단원의 상의 아래에 뭔가 검고 반짝이는 것을 발견했다. 재빨리 다가가서 그 사람의 상의를 끌어 올려 보니, 몸에 그려진 선명한 마법진이 보였다.

스르르르르르르―

그리고 이내.

그 남자의 몸이 먼지처럼 흩어져 사라졌다.

'뭐야?'

스르르르―

스르르르르―

다른 갱단원들도 마찬가지. 모두의 몸이 모래알처럼 흩어져 사라지고 있었다.

'이런!'

시몬은 품에서 검은 깃털 하나를 꺼내고는, 가장 늦게 사라지고 있는 슬립이 걸린 갱단원의 옷 안에 잽싸게 집어넣었다.

이내 그 갱단원도 깃털과 함께 흩어져 사라지는 것으로, 모든 갱단원들이 현장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아서가 당황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시몬은 손을 탈탈 털며 말했다.

"저쪽에도 네크로맨서가 있었나 봐."

방금 이 갱단원들의 복부에 새겨진 건 '영속 마법진'이었다.

코어도 없는 일반인들에게 칠흑이 통하는 영속 마법진을 박아넣다니, 아마 한번 쓸 때마다 수명이 반절씩은 줄어들 것이다.

'그 사람들, 목적이 뭐지?'

그들은 단순한 강도범이 아니었다.

수십 명이나 되는 자살특공대.

그리고 수명의 절반을 대가로 얻은 건, 고작 잡히지 않고 사라지는 기술이다.

"아서. 저 사람들이 왜 너를 노렸는지 혹시 뭐 짐작 가는 거 없어?"

멍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던 아서가 얼른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어, 없어요. 그냥 동료들이 고용한 가이드라길래 따라간 건데."

"......너도 참."

시몬이 싱겁게 웃었다.

"그런데 시몬! 진짜 그 사람들을 언데드로 만들고 한 거였어요?"

"당연히 연기지."

"연기였어요? 와! 와! 아, 그러면 정보를 뜯어내려고 겁만 주신 거였구나! 깜빡 속았어요!"

시몬이 뒷목을 긁적였다.

'진짜 키젠에 오는 거라면, 넌 고생 좀 많이 하겠다.'

* * *

두 사람은 함께 걸으면서 이런저런 근황을 이야기했다. 아서는 어제 랭거스틴에 도착했는데, 하루 종일 길을 잃고 헤맸다고 말했다.

다행히 주소가 적힌 쪽지는 가지고 있었다.

"여기서 가깝네. 내가 데려다줄게."

그 말에 아서가 함박웃음을 머금었다.

"하아아, 덕분에 살았습니다! 랭거스틴은 길이 너무 복잡해서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나도 1학년 땐 고생 많이 했어."

두 사람은 같이 나란히 걸으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시몬은 랭거스틴에 어쩐 일이에요?"

"그냥 잠깐 학교 일로."

"아, 참!"

아서가 고개를 착 숙였다.

"죄송해요! 호칭을 다시 잡겠습니다 시몬 선배님!"

"응?"

"저도 사실 내일 키젠에 입학하기로 했거든요! 하하하"

역시 아서는 키젠의 신입생이었다.

아마 지금 이 시간에 랭거스틴에서 헤매고 있는 외부인 소년 소녀들은 죄다 키젠 입학생이리라.

그런데.

"왜 그래요?"

"아."

뭉실뭉실한 마음으로 있던 시몬이 민망함에 크흠 헛기침을 했다.

사실 육성으로 '선배님'이라는 소리를 처음 들었더니 마음이 들떴었다.

"그냥 놀라서."

"하하하! 깜짝 놀라셨죠? 거기에 저는 특례 입학생으로 들어갑니다!"

그렇겠지, 현역 용병왕인데.

파로나에서 본 바로는 전투 경험도 많아 보였고 재능도 훌륭하다.

누가 뭐래도 유력한 특례 1번 감이다.

"사실 나도 특례 입학생이야. 특례 1번으로 입학했어."

"오오! 그거 우연이네요!"

세상 물정 아무것도 모르는 키젠 1학년 신입생.

시몬은 아서에게 자신의 1년 전 모습이 투영되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더 정감이 갔다.

그와 대화를 나눌수록 점점 더 추억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혹시 교과서는 샀어?"

"아뇨! 오늘 서점에 가려고 하는데요."

시몬은 흠흠 헛기침을 하면서 말했다.

"나도 오늘 서점에 갈 건데, 너만 괜찮다면 안내해...... 줄까?"

"아, 죄송합니다 선배님!"

아서가 활짝 웃었다.

"용병 동료들이랑 같이 가기로 해서요!"

시몬이 땀을 삐질 흘렸다.

"그,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어, 저기!"

마침 저 멀리서 아서들의 동료들이 보였다.

딱 봐도 용병들이 입는 복장이었다.

"아서!!"

그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그러곤 왜 이렇게 늦었고, 그만 좀 걱정시키라며 마구 타박하기 시작했다.

시몬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이들이 얼마나 아서를 아끼는지 알 수 있었다.

"아서를 데려와 줘서 고마워요."

그중 여자 용병 한 명이 다가와 인사했다.

"아닙니다.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시몬이 아서를 보며 손을 들었다.

"그럼, 내일 키젠으로 가는 배에서 보자. 아서."

"옙! 시몬 선배님!"

아서를 동료들의 곁으로 데려다준 시몬은, 로브 차림에 느긋한 걸음걸이로 랭거스틴 거리를 돌아다녔다.

오늘 하루는 자유시간.

뭘 해도 괜찮았다.

그리고 나름 키젠 학생이다 보니, 곳곳에서 키젠 신입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무슨 과목을 지망할 건지, 평소 존경하던 교수님을 만날 수 있을지, 가끔 와전된 소문도 있어서 바로잡아 주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지만, 괜히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까 봐 참았다.

서점에 도착했다.

특정 서점에서만 키젠의 교과서를 취급한다. 이곳에는 두말할 것 없이 키젠 신입생들로 보이는 아이들이 바글거리고 있었다.

'옛날 생각나네.'

대륙 각지에서 온 소년 소녀들. 그들은 하나같이 키젠의 입학 증명서가 들어 있는 봉투에 동봉된 교과서 리스트를 보고 책을 고르는 중이었다.

"맹독학? 과목 이름이 재밌어!"

"으으, 여기 삽화 봐. 스켈레톤 무섭게 생겼어."

"못 만질 것 같애~"

시몬은 돌아다니며 연신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귀여워.'

전부 내 후배들이라고 생각하니 이렇게 예쁘게 보일 수가 없었다. 과목도 교수님도 아무것도 모르는, 삐약삐약 병아리들 같다. 책들을 뽑아서 한 아름 품에 안고는 카운터로 쪼르르 달려간다.

서점에서 벌써 친구들을 사귄 아이들도 많이 보였다. '너도 신입생이지?'하고 말을 걸었다가 금방 친해지는 모습이다.

'흠흠, 그만 보고 나도 내 할 일이나 하자.'

2학년 교과서가 있는 곳은 서점 입구에서 조금 더 깊은 곳으로 가야 했다. 시몬은 느긋하게 걸음을 옮겨 필요한 교과서를 뽑아 들었다.

'중급 전공 소환학. 저자명도 확인했고.'

전공 교과서 세 권 모두 여기서 구매하기로 했다.

일반수업의 경우는 수강 신청 때 어떻게 될지 모르니 로체스트에서 구매하는 수밖에 없었다.

시몬이 교과서를 허리에 끼고 카운터로 향하는데.

"으읏! 읏!"

책장 제일 위 칸의 책을 뽑으려고 까치발을 세운 채 낑낑거리고 있는 소녀가 보였다.

시몬은 바로 신입생이라는 사실을 눈치채고는 다가갔다.

"도와줄까?"

소녀는 시몬 쪽을 슥 보더니 다시 자신의 일에 몰두했다.

"됐어."

소녀는 그렇게 말은 했지만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 채 낑낑대는 꼴이 영 힘겨워 보였다. 무엇보다, 책장이 흔들려서 그 위의 책들이 쏟아져 다칠 것 같았다.

시몬은 천천히 걸어가서 그녀가 원하는 책을 뽑은 다음, 책더미에 가볍게 얹어주었다. 그러고는 아무것도 못 본 척 천천히 카운터로 걸음을 옮겼다.

"......고마워."

그런데 감사 인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민망한 듯 입술을 삐쭉 내민 소녀가 인사하고 있었다. 시몬도 완전히 뒤를 돌아 미소 지었다.

"별말씀을."

"흠-"

그녀가 저벅저벅 시몬의 앞으로 다가왔다.

"야, 너도 신입생이지?"

"2학년인데."

"하하하하! 구라 치지 마!"

그녀가 쾌활하게 웃으며 시몬의 팔뚝을 짝짝 때렸다.

"딱 봐도 우리 또래인 거 보이거든!"

당연한 소리.

2학년이랑 1학년이랑 한 살 차이니까 또래인 건 맞다.

"아~ 입학식 기대된다. 그치?"

그러나 소녀는 이미 시몬이 신입생이라고 자기 멋대로 단정 짓고 있었다.

"넌 안 기대되냐?"

"당연히 기대되지."

왜냐하면 그 입학식을 나랑 친구들이 짰으니까.

"내가 키젠이라니. 아직도 믿어지지 않아!"

그녀는 시몬이 말을 꺼낼 틈도 없이, 떠벌떠벌 이야기를 쏟아냈다.

"난 멀리서 왔어. 칼로스 왕국 에런 영지 출신! 넌 어디서 왔냐?"

"볼드윈 왕국의 레스힐."

"레스힐? 처음 듣네. 암튼 잘 부탁한다! 내 이름은 하이디 페리스야."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시몬도 잠깐 망설였다가 그 손을 맞잡았다.

"시몬 폴렌티아라고 해."

"응?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그녀가 세차게 악수한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시몬의 얼굴을 훑으며 웃었다.

"크크, 여자 손 처음 잡아보냐?"

"아, 아니. 그런 건 아닌......."

"에에~ 그러시겠죠오."

하이디는 장난기가 많은 소녀였다. 재잘재잘 이야기를 하면서 걷다가, 시몬의 로브 안으로 보이는 반짝이는 빨간 표식을 발견했다.

"예쁘다. 이거 뭐야?"

시몬은 담백하게 답했다.

"키젠 2학년 상징."

"아, 진짜! 구라 치지 말라고!"

"......진짠데."

그녀가 깔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너 같은 맹한 애가 무슨 2학년? 그렇게 나한테 존댓말 듣고 싶냐? 내가 니 의도대로 놀아날 줄 알고?"

"아니 그런 게 아니라......."

"2학년들은 지금 그, 뭐더라? 루쿠? 아니, 루크섬에 먼저 들어가 있다며! 내가 모를 줄 알았지?"

"로크섬이야. 그리고 난 신입생들 인솔 때문에 들렀......."

깔깔깔깔깔!

이제 그녀는 아주 배를 잡고 웃어대고 있었다.

"아, 진짜아! 너 대체 무슨 컨셉인데? 너무 웃겨! 스스로 생각해도 말도 안 된다는 변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뭐, 못 믿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 인솔은 원래 2학년이 아니라 교수가 하는 거니까.

시몬도 귀찮아서 굳이 막 바득바득 설득하진 않았다.

'내일 배에서 만나면 믿어주겠지.'

그렇게 교재 계산을 마쳤다.

시몬은 하이디에게 2학년 교과서를 구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너무 많은 신입생이 몰려서 줄을 서고 있었기에, 하이디는 점원의 안내로 옆 카운터에 가서 계산했다.

"암튼 만나서 즐거웠다, 야."

서점 밖에서 하이디가 말했다.

"학교에서 만나면 아는 척하고."

"알았어."

"그럼, 숙소에서 엄마가 기다리고 있어서. 나 먼저 갈게!"

하이디는 손을 흔들며 골목으로 달려갔다. 시몬도 마주 손을 흔들어주었다.

"내일 보자. 하이디."

"응!"

* * *

랭거스틴 특유의 허름하고 비좁은 골목길.

서점에서 나온 하이디는 교과서 한 권을 가슴에 안은 채 당당한 걸음걸이로 걸어가고 있었다.

"아, 시몬 걔 진짜 웃겨."

그녀는 여전히 랭거스틴에서 처음 만난 친구에 대한 여운을 느끼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걱정이네~ 그렇게 서툴고 맹하게 생긴 애가 어떻게 키젠에서 살아남지? 내가 좀 도와줘야 하나."

달칵.

주위에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서 소리 난 곳을 보다가 이내 다시 걸음을 옮겼다.

"쥐 많나 보네. 윽, 대도시 싫어."

그녀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달칵.

타악.

툭.

그런데 주위에서 묘한 인기척이 계속 들리기 시작했다.

쥐라고 하기에는 조금 소리가 컸다.

'......쥐가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외지는 외지였고, 스리슬쩍 두려움을 느낀 그녀의 걸음 속도가 점점 더 빨라졌다.

탓.

타다다다닷!

어느새 그녀는 전속력으로 골목을 달리고 있었다.

미로 같은 골목을 지나, 저 멀리 마차들이 지나는 뻥 뚫린 대로의 모습이 보인다.

'됐다! 다 왔......!'

덥석!

그때 그녀의 시야가 가려졌다. 동시에 입과 코가 투박한 재질의 뭔가로 틀어막히는 게 느껴졌다.

"우웁! 웁!"

그녀가 격렬하게 버둥거렸다. 그러나 점점 의식이 흐릿해지더니, 결국은 정신을 잃었다.

그 주위에는 로브를 뒤집어쓴 사람들이 한가득 있었다.

스스스스스스―

이내 그들의 몸이 가루처럼 흩어져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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