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467화
다음 날 새벽.
서점과 네크로맨서 상점에 들러서 준비물도 사고, 항구 근처 숙소에서 하룻밤을 지낸 시몬은 졸린 눈을 비비며 집합장소인 선착장으로 가고 있었다.
어스름이 밝아오는 남색 하늘. 새벽 공기가 으슬으슬해서 가볍게 로브를 걸치고 걸었다.
저 멀리 보이는 선착장에서는 하수인들이 마지막 출항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선착장 주변의 골목골목에는 바닷바람을 쐬고 있는 소년 소녀들이 보였다.
집합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잠이 안 오는 건지 일찍 나와서 기다리는 중인 것 같았다.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하지.'
시몬이 그들을 지나쳐 걷고 있는데, 한 남학생이 불쑥 말을 걸어왔다.
"이봐, 아직 집합시간 아냐."
신입생인 줄 알았나 보다. 시몬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알려줘서 고맙지만 난 관계자라서 괜찮아."
"관계자?"
신입생이 시몬의 얼굴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그건 또 무슨 허세냐? 헛소리 말고 일로 와서 수다나 떨자. 넌 어디 왕국에서 왔......."
그러나 시몬은 이미 계속 걸음을 옮겨 선착장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신입생이 '어이!' 하고 당혹스럽게 소리쳤다.
"오셨습니까."
그런데 정말로 시몬이 선착장에 들어가자, 하수인들이 일제히 허리를 꺾어 인사하는 게 아닌가.
심지어.
"일찍 오셨군요!"
귀티가 좔좔 흐르는 키젠 정장 차림의 남자가 달려와 시몬의 손을 맞잡았다. 시몬은 그와 악수하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신입생이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는 게 보였다.
"좀 이따 봐."
시몬은 그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 신입생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진짜로 선배였냐! 아, 학교생활 시작부터 꼬이게 생겼네.'
* * *
"학생회장님, 벌써 후배들이랑 친해지셨습니까?"
키젠 직원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시몬도 무안하게 웃으며 말을 받았다.
"친해지고 싶긴 한데 쉽지 않네요. 출항 준비는요?"
"순조롭습니다. 황천고래도 늦지 않게 출발했고요. 한 시간 뒤에 바로 학생들 입학 증명서 확인하고 배에 태우겠습니다."
착!
시몬은 직원으로부터 서류를 받아들었다. 오늘 황천고래로 이동할 사람들의 명단이었다.
정원은 300명.
그들의 이름이 쭉 나와 있었다.
시몬은 그중에서 어제 서점에서 만난 하이디의 이름을 보고는 웃었다.
"명단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으신가요?"
시몬의 반응을 본 직원이 그렇게 물었다.
"네. 아! 그런데 이건 그냥 사담인데요."
"말씀하시죠. 회장님."
시몬이 멋쩍은 듯 뒷목을 긁적였다.
"제가 그렇게 신입생 같아 보이나요?"
"......."
잠시 가만히 있던 직원이 푸핫! 웃음을 터뜨렸다.
"아 뭐. 하하하! 학생회장님이 저기 신입생 무리에 껴 있어도 알아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음.'
시몬은 선착장에 붙어 있는 배의 창문으로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았다.
쉽게 말을 놓고 동갑인 줄 아는 신입생.
심지어 대놓고 2학년이라고 해도 믿어주지도 않는 신입생.
학생들을 대표하는 학생회장 직위에 있으니 어느 정도는 위엄 같은 게 있으면 좋을 텐데. 확실히 이 얼굴에 그런 묵직한 느낌은 없긴 하다.
이어서 시몬은 서류에 확인했다는 체크를 마치고, 직접 배에 들어가서 상태를 확인했다.
몇 가지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도록 지시하고는 다시 밖으로 나올 즘에, 서서히 날이 밝아오며 집합 시간이 되었다.
키젠 마크가 붙은 정복으로 갈아입은 여성 하수인이 리스트를 들고 앞으로 나왔다. 그녀가 확성 수정구를 입 가까이 대고 말했다.
"지금부터 입선 절차를 시작하겠습니다! 신입생 여러분들은 키젠에서 받은 편지와 입학증명서를 지참하시고 일렬로 서주시길 바랍니다!"
주위에서 어슬렁거리던 신입생들이 기다렸다는 듯 우르르 모여들었다.
하나같이 설렘과 흥분이 가득한 표정.
그냥 줄을 서 있기만 해도 좋은지 입가에 비실비실 웃음이 새어 나왔다.
'다들 어서 와.'
시몬도 로브를 벗고 키젠 교복 차림으로 팔에 학생회 완장을 찬 채,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기, 저는 이제 뭘 하면 될까요?"
그러다 옆의 직원을 보고 물었다.
"학생회장님은 저랑 같이 여기 가만히 서서 구경하시면 됩니다."
"네?"
"원래 그런 게 책임자의 역할 아니겠습니까. 하하!"
시몬이 물끄러미 직원을 바라보자,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비상사태나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학생들과 저희를 지켜주시면 됩니다. 그 밖에 학생들을 통제하면 되겠네요. 그게 인솔자의 역할이니까요."
한마디로 할 일이 없다는 소리였다.
"리커만 멕네일 님. 확인되셨습니다."
"던들리 샤밀란 님. 확인되셨습니다."
하수인들이 신입생을 줄 세웠고, 중앙에 정복을 입은 하수인이 입학 통지서를 확인하고 깃펜으로 체크했다.
무사히 통과한 학생들은 하수인의 지시에 따라 배 안으로 이동해 가장 뒷자리부터 앉게 된다.
신입생들이 기웃기웃 눈알을 굴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시몬은 절로 아빠 미소가 지어졌다. 고작 1년 후배인데 다들 왜 이렇게 귀여워 보이는지.
"100명 들어왔습니다!"
벌써 전체 진행률의 1/3이 끝나가고 있었다. 별 사고나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기에 태연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학생회장님!"
배에 들어가 있던 한 하수인이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죄송하지만 한 학생이 조금 소란을......!"
"갈게요."
드디어 일이다.
시몬이 성큼성큼 걸어서 배로 들어갔다. 금발에 화사한 드레스를 입은 여학생이 바락바락 하수인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날 이렇게 더러운 자리에 앉혀? 이건 우리 가문에 대한 도전이야!"
몸집은 작아도 카랑카랑 목소리는 컸다. 그녀의 앞에는 두 명에 하수인이 쩔쩔매고 있었다.
"여기서 이렇게 소란을 피우시면 곤란합니다."
"곤란은 무슨 곤란! 키젠에서 그렇게 애걸복걸해서 들어와 줬더니 날 모욕해? 포스타드 가문이 우스워? 당장 책임자 불러와!"
시몬은 한숨을 쉬고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야?"
안절부절못하던 하수인들이 시몬을 보고는 표정이 밝아졌다.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던 소녀가 시몬을 보고는 당돌하게 대꾸했다.
"흥! 당신이 책임자?"
"맞아. 불만이 있으면 내게 이야기해."
"여기 봐! 여기!"
그녀가 손끝으로 가리켰다. 배 의자에 티도 잘 나지 않을 만큼 작게 상처가 나 있었고, 솜이 삐져나와 있었다.
"봤지? 포스타드 가문의 영애를 이런 자리에 앉히다니! 이건 우리 가문에 대한 중대한 모욕이야!"
"저어."
하수인은 진땀을 줄줄 흘리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
물론 신입생이 아닌, 시몬의 눈치를.
"여기 시몬 폴렌티아 님은 키젠의 학생회장이십니다."
"!"
그 말에 그녀의 눈꺼풀이 한 차례 떨렸지만, 여기서 꼬리를 내리는 건 본인 성격이 용납할 수 없었다.
"하, 학생회장이 뭐가 어쨌는데? 결국 나중엔 가문이 더 중요한 거 아냐? 폴렌티아? 들어본 적도 없어! 어딜 감히 공작가에......!"
"사과하세요."
구경하러 몰려든 학생들이 좌우로 물러났다. 시몬도 가만히 뒤를 돌아보았다.
평소 같은 화려한 드레스가 아닌, 수수한 사복 차림에 웨이브 진 머리를 풀어헤친 몰리 공주가 다가오고 있었다.
"모, 몰리 공주님......!"
항의하던 여학생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드레스덴 왕국을 망신시키는 것도 정도가 있습니다."
몰리는 그동안 시몬이 들어본 적 없는 극도로 싸늘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고, 공주님! 저는......!"
"입 다무세요."
당돌하게 항의하던 신입생의 얼굴이 극도로 창백해졌다. 손은 수전증이라도 걸린 것처럼 벌벌 떨고 있었다.
"학생회장 선배님에 대한 무례는 절대 용서할 수 없습니다."
몰리가 그렇게 말하고는 몸을 돌려 시몬을 똑바로 보았다.
그리고.
"드레스덴 왕국의 왕족으로서, 제 국민의 무례를 대신 사과드립니다. 선배님."
허리까지 굽혀 극도로 정중하게 머리를 숙였다. 곳곳에서 터질 듯한 웅성거림이 쏟아졌다.
'노, 놀래라.'
일국의 공주의 사과.
평소의 시몬이라면 식겁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라며 난리를 쳤겠지만, 지금은 공적인 자리고 시몬 폴렌티아가 아닌, 키젠의 학생회장 신분으로 여기 와 있는 거였다.
그렇다면 사과를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니고, 동시에 직급에 대한 권위를 세워야 한다.
시몬은 떳떳하게 고개를 세운 채 대답했다.
"사과를 받아들이겠습니다."
"아......."
신입생은 충격받은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이내 고개를 든 몰리가 날카롭게 말했다.
"당신도 선배님께 사과하세요."
드레스덴의 학생들 중에서 가장 높은 지위에 있는 몰리가 고개를 숙였는데, 공작가라고 뻗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거야말로 왕족에 대한 모욕이었으니까.
결국 신입생은 굴욕감에 시뻘게진 얼굴로,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 채 시몬에게 고개를 숙였다.
얼마나 고개가 뻣뻣한지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았지만, 삐걱거리며 자세를 고쳤다.
"사, 사, 사과드리겠습니다. 학생회장 선배님."
그리고 몰리가 했던 것보다 더 숙여야 예의가 맞기에, 그녀의 머리는 거의 바닥에 닿을 듯했다.
"지금은 공주님의 체면을 봐서 그냥 넘어가지만."
시몬이 웃는 얼굴로 그녀의 어깨를 짚으며 조용히 말했다.
"두 번은 없어."
신입생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딸꾹질을 했다.
* * *
시몬과 몰리는 잠시 학생들의 눈이 닿지 않는 배의 난간으로 나왔다.
"정말 죄송해요, 선배님."
몰리가 고개를 숙였다.
"선배님이 혼내셔야 할 때였는데 제가 끼어들어서......."
"아, 아닙니다 공주님!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사적인 자리가 되자 시몬은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공주님이 간섭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상황이었습니다. 덕분에 좋게 풀렸네요."
"그렇게 말해주셔서 감사해요."
어색했던 분위기는 금방 날아갔다. 두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2학년에 학생회장이 되시다니......!"
"그래서 골치 아픈 일이 한둘이 아니네요. 하하."
시몬이 멋쩍게 옆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몰리가 말했다.
"선배님."
"네, 공주님."
그녀가 발끝을 바라보며 얼굴을 붉혔다가 이내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사실 저도 이번에......."
그때 2층 창문에서 '학생회장님!' 하고 시몬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시몬이 고개를 들자 하수인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신입생들끼리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잠깐만 와주시면......!"
"네, 네. 지금 갈게요!"
시몬이 바로 달려가면서 몰리를 돌아보았다.
"죄송해요 공주님! 사고가 좀 난 것 같네요."
"호호호, 아, 아니에요. 일 보세요. 선배님!"
몰리는 뛰어가는 시몬의 뒷모습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러다 2층을 한번 뚱한 표정으로 노려보다가 이내 체념한 웃음을 흘리고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 * *
언젠가, 딕은 이런 말을 했었다.
-원래 키젠 2학년은 중간에 껴서 고통받아. 위에선 3학년들이 내리누르고, 아래에선 개념 없는 1학년들이 속 썩이거든.
시몬은 비로소 그 말을 오늘 이해했다.
"야! 내 거야 그거!"
"하지 마아아!"
"이거 안 놔?"
'개판이다.'
시몬은 속으로 흐흐 웃었다.
그동안 선배들이 자신들을 보는 시선이 어땠는지 아주 조금은 이해했다.
잠깐 배에 탄 짧은 시간 동안 무슨 싸움이 이렇게 벌어지는지, 처음엔 신입생들이 삐약삐약 귀여운 병아리들 같았지만, 이제는 언제 무슨 사고를 일으킬지 모르는 소악마처럼 보였다.
'작년이랑 같은 상황인데, 입장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건 또 신기하네.'
시몬은 회상을 멈추고 현실로 돌아왔다.
"이 자식이 먼저 쳤어요!"
"아녜요! 이 새끼가 먼저 우리 고향을 모욕했습니다!"
칼로스 왕국의 이웃 영지 아들내미들끼리 싸움이 붙었다. 시몬은 두 사람을 붙잡아 떨어뜨렸다.
'뭐, 우리 기수들도 1학년 때는 이랬겠지?'
A반 애들도 귀족 시절 버릇 못 버리고 조교들을 하인 취급했다가 참교육을 많이 당하곤 했었다.
어쩔 수 없다. 키젠에서 '귀족물'이 빠지려면 시간이 약이었다.
휘익! 휘익!
얼굴을 붙잡힌 채 바둥거리는 두 병아리들은 시몬의 손에 저지당했으면서도 씩씩거리며 싸우려 들었다.
"그만."
시몬의 냉랭한 목소리에 두 소년이 동작을 멈췄다.
벌써 한 명은 코피를 줄줄 흘리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뺨이 뻘게져 있었다.
"더 싸워라 병신들아!"
"X밥 싸움이 더 재밌지!"
"하하하하하!"
고위 가문의 몇몇 학생들은 낄낄거리며 싸움을 부추기고 있었다.
시몬이 싸늘하게 좌석 쪽을 보았다.
"다들 입 다물어."
순식간에 좌중이 조용해졌다.
시몬은 고개를 돌려 하수인에게 말했다.
"1층에 가장 안 좋은 자리에 앉은 학생이랑 이 친구랑 자리 맞바꾸도록 하세요."
"예! 학생회장님!"
"바로 약이랑 포션 가져와서 치료부터 부탁드려요."
"알겠습니다."
신입생들은 아직 곱게 자린 귀족티를 벗지 못했다. 교내에서는 선배나 조교들이 평민이라도 고개를 숙여야 하는데, 아직 그런 룰도 모르고, 알아도 납득하지 못한다.
그래서 시몬은 잠시나마 이들을 통제하는 방법을 새롭게 깨달았다.
아까 1층에서 몰리가 공작가 영애를 진입하는 모습을 보고 힌트를 얻었다.
"칼로스 왕국."
시몬이 말했다.
무슨 말인가 싶어 신입생들이 눈만 끔뻑이자, 한 남자 하수인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칼로스 왕국 학생 여러분. 대답하십시오."
"예!"
그제야 칼로스 출신 신입생들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시몬이 말을 이었다.
"칼로스에서 대충 내 아버님 직위가 가장 높다고 생각하는 학생. 일어나."
신입생들이 눈치를 보는 가운데, 한 검은 머리 소년이 당연하다는 듯 슥 일어났다. 시몬이 손짓하자 그가 빠르게 이쪽으로 달려왔다.
시몬은 그의 어깨를 감싼 채 등을 돌리게 하고는 조용히 말했다.
"이름."
"버나 펠턴입니다!"
펠턴 가문이면 알아주는 공작가다. 잘됐다.
"좋아."
시몬이 그의 어깨를 두들겨주자, 소년의 두 눈에 이채가 서렸다.
"고위 가문이면 그에 맞는 품격을 보여야겠지?"
"예! 맞습니다."
"아까 싸운 애들이 또 내려가서 싸우려고 하면 네가 막아."
시몬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네게 맡긴다. 알겠지?"
맡긴다라는 그 말이 마치 마법처럼 울려 퍼졌다.
소년의 눈에 커다란 감격이 일었다.
"맡겨주십시오 학생회장 선배님! 저 X밥 새끼들 또 싸우면 제가......."
"그렇다고 친구들을 겁박하거나 괴롭히란 건 아니고. 잘못하면 학생회에 불려올 줄 알아."
"명심하겠습니다!"
학생회장의 신임을 얻었다고 생각한 신입생은 당당한 걸음걸이로 돌아갔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진 못했지만, 다른 학생들의 부러운 듯한 시선이 그에게 꽂혔다.
'하아아, 이 정도면 된 것 같고.'
힘들지만, 그래도 학기 초 신입생들을 어떻게 컨트롤해야 할지 조금은 감이 잡힌다.
잠시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하수인 한 명이 슬쩍 다가와 시원한 주스 한잔을 내밀었다.
"아,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목이 말랐던 시몬이 꿀꺽꿀꺽 주스를 마시고 있는데, 하수인이 엄지손가락을 세워 들었다.
"엄청 잘하시던데요? 작년에도 학생회장을 했다고 해도 믿겠습니다."
그 말에 시몬은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렸다.
"저 2학년이에요."
"알죠."
하지만 휴식은 길지 않았다. 하수인과 몇 마디 잡담을 하던 시몬이 창가를 보았다.
선착장 쪽. 입학 증명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저것도 연례행사네.'
시몬이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어제 쉰 만큼 오늘 일해야 할 것 같았다.
'가볼까.'
시몬이 몸을 일으키자, 주위의 신입생들이 잽싸게 길을 비켜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