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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469화 (469/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469화

결국 난동을 피웠던 암페르지 가문의 후보생은 시몬의 손에 완전히 제압당했다.

더는 난동부리지 못하도록 하수인들이 밧줄에 꽁꽁 묶어놓았다.

그리고.

"봤어 봤어?"

배에서 이 모든 광경을 구경한 신입생들은 지금 학생회장 홀릭이었다.

"배에서는 좀 순둥이처럼 보였는데, 싸울 땐 막 박력이......!"

"팔에 힘줄 화난 거 봄?"

"학생회장 선배님 이제 2학년이래!"

"우리랑 한 살 차이야? 애인 있대?"

여학생들은 자기들끼리 모여서 와글와글 수다를 떨어댔고.

"미쳤다. 저 형 X나 멋지게 싸운다. 진짜."

"소환학과지?"

"마투학과였던 것 같은데. 발도 빠르고 주먹으로 맞받아치는 거 보니까."

"네알못들아. 아까 막 검은 불 쓰는 거 보니까 칠흑역학이 확실해."

남학생들은 시몬의 전투를 멋대로 분석하면서 놀고 있었다.

"조용히 해주세요!"

하수인들이 돌아다니며 학생들을 자리에 앉히려고 했지만, 아까의 싸움을 본 뒤로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았다.

그때 시몬이 창밖에서 고개를 쑥 내밀었다.

"얘들아, 배 안에서는 위험해. 자리에 앉아서 조용히 해줄래?"

"네에!!"

눈 깜짝할 사이에 제자리에 착착 앉는 신입생들이었다.

'그렇게 말 안 듣던 애들이 웬일이래.'

시몬은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는 고개를 되돌려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곳곳에서 여학생들의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서 블레만 님. 확인되셨습니다."

한편, 마지막 차례였던 아서가 입학 증명서를 보이는 것으로 모든 신입생이 들어왔다. 이제 선착장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없었다.

아서가 시몬을 향해 엄지를 세웠다.

"아깐 정말로 대단했습니다! 시몬 선배님!"

"끼어들어서 미안했어. 아서."

사실 아서가 전력을 쏟았다면 충분히 이겼을 상대였다.

"하하! 아닙니다! 제가 주먹을 함부로 쓰기도 했고, 많이 경솔했어요! 한 수 크게 배우고 갑니다!"

그때 마지막으로 서류에 적힌 인원을 확인하던 하수인의 표정이 굳어졌다. 시몬이 그 모습을 보고는 물었다.

"왜 그래요?"

"하, 학생회장님."

그녀가 난감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한 명이 아직 덜 왔습니다."

"뭐라고?"

그 말을 들은 본부 직원이 빠른 걸음으로 배로 달려갔다.

"자, 신입생들! 앞에서부터 오른쪽으로 번호!"

"하나!"

"둘!"

배에 있는 모든 신입생들이 손을 들어 번호를 말했다. 1층 마지막에 있던 여학생이 '200! 번호 끝!'을 외쳤고, 2층의 남학생은 '99! 번호 끝!'을 외쳤다.

"총 299명. 한 명 비는 거 맞습니다! 2층에 한 명 부족합니다!"

이제 곧 출항인데 분위기가 급박해졌다. 시몬이 하수인에게 물었다.

"한 명 안 들어온 신입생, 이름이 뭐죠?"

"잠깐만요......!"

하수인이 팔랑팔랑 서류를 넘기다가 대답했다.

"하이디 페리스입니다."

'아!'

하이디라면 서점에서 만났던 그 신입생이다. 장난기 많고 2학년이라고 말해도 믿어주지 않던 바로 그 소녀.

흐흐흐흐흐―

음침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밧줄에 묶인 채 엎어져 있던 암페르지 가문의 후보생이 어깨를 들썩이며 웃고 있었다.

"이거 어쩌나."

그가 입매를 비틀었다.

"아마 안 올 모양인데? 이렇게 또 한 자리가 비어버렸네."

"회장님!"

통신 수정구를 들고 있던 본부 직원이 헐레벌떡 시몬에게 달려왔다.

"잠시 이야기 좀 하시죠!"

"예."

신입생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서 창가로 고개를 내밀었다. 시몬은 직원과 빠른 걸음으로 선착장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방금 본부와 통신했습니다. 우리 랭거스틴 팀 외에, 모든 학생들이 로크섬으로 출발했습니다."

"출발하지 않은 건 우리뿐이네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정원이 한 명 부족하다고 보고하니, 본부에서 새로운 지침을 내렸습니다."

직원이 흙빛이 된 얼굴로 말을 이었다.

"5분 후에도 도착하지 않으면 다음 순서의 후보생을 배에 태우라고 합니다."

"!"

시몬이 즉시 고개를 돌렸다. 밧줄에 묶여 있는 1,001호 후보생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받아들이기 힘든데요."

시몬이 설득조로 말했다.

"저 후보생은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했고, 심지어 우리 학생들을 공격하려고 했어요. 앞에서 다 보셨잖아요!"

"저도 납득하긴 힘들지만, 그게 본부에서 내려온 지침입니다. 어쩔 수가 없어요."

키젠의 입학생은 수백 년 동안 '1,000명'으로 유지됐다. 그 숫자가 오랜 전통으로 이어져 왔고, 굳이 '후보생'을 둔 것도 만에 하나의 사태에 대비해 1,000이라는 숫자를 반드시 맞추기 위해서였다.

인원이 부족해졌다면, 키젠에서는 다른 문제는 제쳐놓고 숫자를 채워 넣으려 할 것이다.

시몬은 까치발을 들고 선착장 주위를 둘러보았다.

'근처에 1,002위나, 1,003위도 보이지 않고.'

다른 후보생 몇 명이 현장에서 어슬렁거릴 만도 한데, 후보생은 저 암페르지 가문 한 명만 왔다. 구린 냄새가 났다.

저벅. 저벅.

시몬이 빠른 걸음으로 암페르지 가문의 후보생에게 다가갔다. 그는 이 모든 상황을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태연하게 웃고 있었다.

"너."

시몬이 얼굴을 심각하게 굳히고서 말했다.

"사람들을 시켜서 신입생을 납치했지?"

"무슨 소릴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후보생이 시선을 피한 채 느물거리는 투로 말했다.

"괜히 열 내지 말고 이것 좀 풀어줘 봐요. 나도 배에 좀 타게."

"......."

시몬은 확신했다.

이 녀석이 키젠에 들어가려고 하이디를 납치했다.

'도발에 넘어갈 것 없어. 냉정해지자.'

시몬은 우선 아공간에서 단검을 꺼내서 후보생의 밧줄을 잘랐다.

"아, 이제 좀 살 것 같네. 피 안 통하게 너무 꽉 묶어놔서."

후보생이 자리에서 일어나 제 목을 툭툭 두들겼다.

"자, 얼렁 얼렁 로크섬으로 갑시......."

"꿇어."

시몬이 그의 다리를 걷어차 바닥에 무릎 꿇렸다. 하수인들은 허튼짓 못 하도록 그의 두 팔을 강하게 붙잡았다.

"아, 진짜아!"

그의 입가에 능글거리는 웃음이 걸렸다.

"명색이 학생회장이란 양반이 신입생을 이렇게 막 패도 되는 겁니까? 그냥 룰대로 하라고! 한 명 오지 않았으면 후보생 들여보내면 되잖아, 뭐가 그렇게 복잡해!"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시몬으로서 학생회장의 임무는 신입생 인솔.

그냥 이대로 이 녀석을 데리고 로크섬으로 가면 1,000명은 채워지는 거고, 입학식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다.

그리고 이 녀석은 위험한 흑마법에 몸을 팔았다. 몇 달만 지나면 부작용 때문에 알아서 경쟁에서 걸러질 터.

'하지만.'

시몬이 이를 악물었다.

-암튼 만나서 즐거웠다, 야! 학교에서 만나면 아는 척하고!

시몬은 역시 하이디를 포기할 수 없었다.

그녀는 아무런 잘못도 없다.

입학시험까지 합격해 놓고, 억울하게 키젠 입학을 놓친다면 그녀는 평생을 고통과 후회 속에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내가 학생회장으로서 이곳에 온 이상, 절대 그 꼴은 못 본다.

'단서를 찾자.'

시몬은 후보생이 입은 상의를 붙잡고 위로 확 젖혔다. 그의 몸에 무수한 영속 마법진들이 그려져 있는 게 보였다.

'......역시.'

시몬은 냉철한 눈으로 그의 배에 그려진 흑마법진을 살펴보았다.

네크로맨서들의 마법진은, 똑같은 흑마법이라도 마법진의 구성에 차이가 난다. 손에 난 지문이 사람마다 다른 것처럼, 네크로맨서의 습관이나 칠흑의 성질도 다르다.

시몬은 이미 이 구성을 어디서 본 적이 있었다. 이 칠흑의 촉감도 마찬가지다.

'어제 아서가 습격당했을 때.'

아서를 습격했던 그 정체불명의 무리.

외부인 돈이나 뜯는 하찮은 갱단이라고 생각했지만, 시몬이 제압하자 그들은 이상한 흑마법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네크로맨서도 아니었지만 몸에 영속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저 후보생에게 걸어준 것도 그렇고, 하나같이 리스크가 큰 흑마법을 즐겨 사용하는 네크로맨서야.'

머릿속의 퍼즐이 빠르게 맞춰진다.

시몬은 아서를 습격한 그 무리와 이 후보생이 연관이 있고, 그 무리가 하이디를 납치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들이 아서를 습격한 이유도 하루만 납치해서 배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서 납치는 실패했고, 결국 조금 더 쉬운 하이디로 타깃이 바뀌었다.

'이거네.'

비록 금지된 흑마법에 정신이 맛이 가서 난동을 부리긴 했지만, 후보생이 처음에 빈자리를 확인해 보라고 했던 것도, 믿는 구석이 있던 거였다.

시몬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라도 알아냈습니까?"

직원이 초조한 얼굴로 다가와 물었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죠?"

"이제 5분 뒤 출항입니다."

"조금만 더 시간을 늘릴 수는 없을까요?"

직원이 인상을 쓰며 고민에 잠겼다. 그러다 슬쩍 미소를 지어 보였다.

"......시말서 좀 쓰죠 뭐. 제가 어떻게든 10분은 늘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5분!

"충분합니다."

시몬이 등을 돌렸다.

"15분이 지나면 절 기다리지 말고 바로 예정대로 출발해 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탓!

시몬이 두 다리에 칠흑을 부스터처럼 일으키며 달려가기 시작했다.

신입생들이 웅성거리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고, 후보생은 비웃음을 흘리며 낄낄거렸다.

"애쓴다 애써. 안 된다니까~"

* * *

탓! 타닷!

시몬은 인적 없는 해변 길을 달리면서 초대형 아공간을 열었다.

"나와요. 아케뮤스."

촤아아아아악!

까마귀를 연상케 하는 새까만 날개의 남자가 그 안에서 튀어나왔다.

[부르셨습니까? 도련님!]

스컬윙 부대의 대장, 아케뮤스.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기 전, 로크섬 밖으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니 혹시나 매그너스의 습격을 받을 때를 대비해서 데려왔다.

도시에서 에이션트 언데드를 쓰는 건 어지간해선 하지 않으려고 다짐했지만, 상황이 급박하니 어쩔 수 없었다.

"최대한 칠흑을 가라앉히고, 저를 하늘로 데려가 주세요."

[지시에 따르겠습니다!]

아케뮤스가 시몬을 덥석 끌어안더니, 그 즉시 날개의 힘만으로 하늘로 치솟았다. 랭거스틴의 드높은 건물들이 씽씽 지나가더니 순식간에 지붕을 지나 하늘이 보였다.

"윽!"

시몬은 눈을 질끈 감으며 압력을 견뎌냈다.

그리고 잠시 후.

펄럭!

펄럭!

두 검은 날개가 하늘에서 곧게 펼쳐졌다.

시몬은 구름 위에 올라와 있었다. 건물이나 사람들이 까마득하게 보인다.

'좋아, 이 정도 높이면 다른 네크로맨서들에게 들킬 일은 없어.'

시몬이 고개를 돌려 아케뮤스를 보았다.

"아케뮤스! 피어의 유적에서 제게 주셨던 깃털 기억나요?"

[당연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도련님!]

시몬의 눈이 빛났다.

"그 깃털이 어디에 있든, 찾아올 수 있다고 했죠?"

아케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 * *

"......."

하이디는 눈을 떴다.

어딘지도 모를 장소. 눈을 뜨니 여기였다. 고개를 쭉 내밀면 소파나 침대 같은 게 보이고, 여기는 부엌이다.

아마도 '그놈들'이 어딘가의 숙소를 빌려서 아지트로 쓰는 것 같았다.

절그럭!

그녀의 두 팔은 벽에 고정된 사슬에 묶여 있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 밑이 따끔했다. 전신에 힘이 없었다. 발버둥 치느라 까진 무릎 앞에는 그릇 하나가 놓여 있었다.

"아니, 한 입도 안 먹었어? 우리 성의를 이렇게 무시해도 되나?"

인상 더러운 수염남이 으흐흐 웃었다.

그녀는 그 말을 무시하고 고개를 돌렸다. 창문이 보였다.

"......!"

창밖으로 날이 환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아, 안 돼!"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철거덩 하는 사슬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이 다시 앉혀졌다.

"제발 여기서 내보내 주세요......! 제발!"

그녀가 눈물을 쏟으며 애원했다.

"부탁이에요! 오늘 키젠에 가야 한단 말이에요! 이제 곧 배가 출발할 거라구요!"

하이디를 납치해 온 남자들은 그저 웃음을 터뜨렸다.

"포기하라니까."

"지금쯤 벌써 출발했겠는데."

날이 밝아올수록 거대한 절망이 하이디의 시야를 뿌옇게 가렸다. 키젠에 들어가기 위한 그 모든 노력들이 연기처럼 아른거리며 지나갔다.

처음으로 코어를 개방했을 때.

칠흑화살을 만들었을 때.

덜덜 떨면서 입학시험 첫 문제를 풀 때.

그리고 마침내 키젠의 입학 편지를 받은 날. 엄마 아빠와 셋이서 얼싸안고 펑펑 눈물을 쏟았을 때.

이 모든 게 전부 물거품이 되었다.

입학 전날에.

방심했다가 납치 따윌 당해서.

'......가고 싶어.'

점점 더 밝아오는 창밖을 바라보며 그녀는 눈을 감았다.

'키젠에 가고 싶어.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한이 있더라도......!'

그녀의 모습을 본 남자가 웃었다.

"깔끔하게 포기하는 게 좋을 거야. 지금 출발해도 늦었......."

와장창창창창!

유리창이 깨져나가는 것과 동시에, 소녀는 자신의 눈앞에서 기적이 일어나는 것을 목도했다. 귓가가 노이즈처럼 윙윙거렸다.

깃털.

깨진 창밖으로 새까만 수천, 아니. 수만 장의 까마귀 깃털이 방에 흩날리며 주위를 온통 새까맣게 뒤덮었다.

그리고 폭발하듯 뿜어져 나오는 검은 깃털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건 검은 교복의 소년.

차아악-

그가 두 발을 바닥에 미끄러뜨리며 멋들어지게 전진하는 모습과 함께, 세 남자에게 파고드는 모습이 보인다.

살랑.

주위를 뒤덮은 검은 깃털이 하이디의 시야를 잠시 가렸다가 내려오는 그사이, 소년은 앞으로 지나갔고, 세 명의 남자가 피를 뿌리며 공중으로 치솟는 모습이 보였다.

퍼억!

뻑!

꽈드득!

그들의 몸이 천장과 벽에 틀어박혔다.

"무슨 일이야!"

거실에 있던 남자들이 달려왔지만. 다시 창밖에서 날아온 커다란 검은 깃털에 부딪혀 날아갔다.

"아직 안 늦었어."

마음을 안정시키는 듯한 상냥한 목소리.

하늘하늘 내려앉는 검은 깃털 사이로, 푸른 머리카락의 소년이 동공을 빛냈다.

그가 손짓하자, 어디선가 나타난 금속의 뱀들이 그녀의 사슬을 조여서 박살 냈다.

"당신은......!"

두 팔이 자유가 되는 것을 느끼며, 하이디의 눈이 급격히 커졌다. 소년이 빙그레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데려가 줄게. 키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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